Management By Map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하프돔과 리더십의 봉우리
스티브 잡스는 결혼식마저 평범함을 거부했다. 1991년 3월 그의 결혼식은 애플 본사에서 서쪽으로 300㎞ 떨어진 요세미티 국립공원 아외니(Ahwahnee)에서 열렸다. 훤칠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곳이다. 요세미티(Yosemite)는 미국 최고 국립공원 중의 하나로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아외니호텔에서 하프돔(Half Dome)은 지척이다.
하프돔은 해수면에서 2682m, 요세미티 계곡에서 1524m 수직으로 솟아 오른 거대한 바위산 봉우리다. 정상바위의 높이만 415m이다. 꼭대기로 가는 등반코스에는 150m 강철 로프가 설치돼 방문객들을 받아 들인다. 지속적인 추락사고 때문에 현재는 사전에 예약된 인원(하루에 400명)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이 유명한 바위가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의 로고에 담긴 실제 주인공이다.
스티브 잡스의 결혼식 주례는 선불교 승려인 오토가와 고분 치노가 맡았다. 이 선승(禪僧)이 잡스의 인생에 등장한 것은 결혼식으로부터 17년 전이다. 1974년 말 인도에 7개월간 명상순례를 다녀온 잡스는 <선심초심(禪心初心)>이라는 책을 탐독하며 인근 사과나무 농장에서 치열한 명상수련을 한다. 잡스의 20대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불교에 대한 초심 대신 잡스는 속세의 창업을 선택했다. 그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인 채식, 금식, 직관, 궁극의 단순함은 대부분 선불교의 두레박으로 길어왔다. ‘애플’과 ‘매킨토시’의 이름은 명상센터가 자리한 사과농장에서 따왔다. 그런 면에서 잡스는 자기경험의 자산화와 브랜드화에 가장 능한 리더에 속한다.
하프돔은 요세미티 전체에서 가장 주목받는 봉우리인지라 등반사고도 잦다. 비교적 완만한 곡선 등성이로 솟아 오르다가 깎아지른 수직절벽으로 낙차가 어지럽다. 눈부신 성취의 최고 정점과 맞닿은 상실의 추락을 현기증 나게 보여준다. 스카이라인의 진폭이 잡스의 운명처럼 극적이다. 단순성, 선언성, 극단성까지 완강하게 움켜 안은 그의 성품처럼.
나침반 리더십
<지도 1>은 실제 지구의 어느 대륙에 속한 항구 A와 B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다. 2011년 기준으로 항구도시 A의 인구는 280만이고 항구도시 B와의 교역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A와 B를 오가는 방법 중 육로와 해로를 선택한다면 어느 노선을 택할 것인가? 항구 A와 항구 B를 연결하는 육로는 C, 배를 이용한 해로는 D를 선택했는가? 그랬다면 100% 틀린 답이니 다시 지도를 들여다봐야 한다.
보통 자신이 익숙한 방식으로 지도를 읽게 된다.
<지도 1>에서 항구도시 A는 B의 서쪽이며 A에 비해 B가 북쪽에 위치한 것으로 읽힌다. 지도의 진회색은 육지, 옅은 회색은 바다라고 해석했다면 A와 B를 잇는 최선의 육로는 C이며 해로는 D가 맞다. 그러나 지도를 읽을 때 제일 먼저 살펴야 하는 것은 나침반이다. <지도 1>의 오른쪽 아래에 나침반이 그려져 있다. 통상적인 지도와 달리 북남방향이 아니라 남북방향으로 180도 회전했다. 재미 삼아 <지도 1>를 거꾸로 뒤집어 보자. 진회색은 바다이고 옅은 회색은 육지다. 항구도시 A는 인천이고 B는 중국 상하이다.
나침반의 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지도 안의 지형지물에만 주목하면 황당한 항로를 결정하게 된다. 보통 지도제작에서 나침반을 눈에 잘 띄는 지도의 한복판이나 왼쪽 윗부분에 표시하지 않는 이유는 독자를 골탕먹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도읽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나침반의 진북을 제일 먼저 확인한 후에 지도 내부의 정보를 읽으라는 오래된 관례이기 때문이다. 이제 <지도 1>의 정답을 확인해보자. A(인천항)에서 B(상하이)로 가는 바다항로는 D가 아니라 C다. D는 육로이기 때문이다.
최근 나침반의 의미는 경영 분야의 리더십에도 적용되고 있다. 빌 조지(Bill George)는 의료전문기업 메드트로닉(Medtronic)의 CEO에서 은퇴한 뒤 2004년부터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리더십과 기업의 책임’이라는 전공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진정한 리더십 개발’을 강의하고 있다.2 그의 저작 <나침반 리더십>의 원제목은 ‘진북(True North)’이다. 왜 ‘선장 리더십’이 아니고 ‘나침반 리더십’이라 했을까?
나침반 없이 오직 바람의 방향에 의지한 채 항해한다는 것은 뗏목을 타고 신대륙을 찾아나선 것과 다를 바 없다. 나침반은 선원들이 다시 무사히 해안에 닿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유일한 보호장치다. 나침반이 있으면 선원들은 폭풍우가 휩쓸고 간 직후라도 어디로 뱃머리를 돌려야 할지 알 수 있다.3 최악의 경우 선장이 없어도 선원들은 나침반이 알려주는 항로를 따라 신대륙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잡스의 후계자들
리더의 진가는 물러난 뒤에 더욱 빛을 발한다. 재임 당시에는 권좌의 후광 때문에 리더십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사임 후에도 그가 맡았던 조직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지 살피는 이유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고 1년이 지난 지금 애플은 여전히 건재한가? 애플은 앞으로 얼마나 오래 혁신의 선도자로 남을 것인가?
<포춘>의 선임기자 애덤 라신스키(Adam Lashinsky)는 <인사이드 애플>을 통해 나름의 대답을 내놓았다. 이 책은 잡스의 사망 전후로 그와 비전을 공유한 ‘특별한 부족’ 구성원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했다. <인사이드 애플>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중에 가장 인상적인 세 명만 꼽아보려 한다.
팀 쿡(Tim Cook)과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는 많은 독자들의 짐작대로다. 잡스가 떠난 애플에서 팀 쿡은 CEO를 승계했다. 잡스가 우뇌형 비전의 최고봉을 보여줬다면 쿡은 좌뇌형 효율성 그 자체였다. 잡스와 단둘이 가장 많은 점심을 먹었던 조너던 아이브는 디자인을 총괄하는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다.4
세 번째로 주목해보려는 인물은 교수 출신이다. 애플의 약 30여 명의 부사장 중에 조엘 포돌니(Joel Podolny)를 눈여겨보려는 이유는 그가 애플의 좌표계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포돌니는 잡스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진북을 향한 항해의 원리를 만들고 있다. 애플의 시작점, 경유지, 좌초지, 목적지에 관해 연구한다. 그리고 그 연구성과를 사내 인재들에게 전파하고 애플만의 DNA를 후대에 유전하려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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