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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관리자, 신속 과감히 좌천시켜라

구본형 | 7호 (2008년 4월 Issue 2)

 
 
귀신은 뭐하나 몰라. 저 인간 안 잡아가고. 정말 지겨운 사람이야.’ 직장인치고 상사에게 이런 생각 한 번 안 가져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미워한다고 해서 그 상사가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이 아닐 때도 많다. 대부분은 나쁜 관계가 나쁜 사람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나쁜 관계만 잘 풀면 적대적이던 상사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때가 있다.
 
물론 정말 악질 상사도 있다. 아무도 그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런 상사는 잘도 버틴다. 게다가 자기와 같은 저질 직원을 끌어들여 팀의 무능력과 갈등을 가속화한다. 이런 악질 상사들은 자신과 자질이 비슷한 사람만 봐도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넷스케이프의 공동창업자인 마크 앤드리슨은 저질 상사가 더욱 저질의 부하 직원을 끌어들여 자리를 채우는 현상을 가리켜 ‘무능력하고 조야한 사람들의 법칙(Rules of Crappy People)’이라 불렀다.
 
조직 내 주요 부서에 저질 관리자들이 포진하고 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해보면 부정적인 순환 사이클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질 상사들이 주요 직무를 계속 맡으면 유능한 부하 직원들의 승진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기 계발 기회를 가지지 못하면 팀원들의 생산성과 사기는 떨어지고 팀의 성과도 하락한다. 유능한 직원들의 이탈로도 이어진다. 이 현상이 조직 전체로 확산될 때, 회사에 합류하려는 유능한 직원의 유입은 차단된다. 결국 ‘인재전쟁 시대’에 기업은 쇠락의 길을 걷는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임원과 중간 관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질 상사 밑에서 일한 적이 있는 직원들은 아래 항목에서 대단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81%상사가 내 경력 개발에 해를 끼쳤다.
82%내가 회사의 성과에 기여할 기회를 박탈했다.
85%상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게 만들었다.
 
경영자들은 지금이 인재전쟁 시대라는 것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런데도 악의적이고 무능력한 저질 상사들이 여전히 기업에 남아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왜 경영자들은 신속한 결정을 내려 이들을 정리하지 못할까?
 
때때로 권력 지향적인 보스는 야비하고 증오심이 강하지만 맹목적인 충성심을 가진 저질 관리자를 의도적으로 남겨둔다. 악의적인 저질 관리자들은 대체로 일 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무능력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머리 회전이 굉장히 빠르다. 그들은 부서나 회사 전체를 감시하고 통제하고 장악하고 싶어한다. 히틀러가 친위대와 비밀경찰에 이런 인물들을 대거 포진시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자신보다 유능하고 촉망받는 인물의 약점과 실수를 발견할 때 본능적 희열을 느끼는 하이에나다. 이런 회사에서 유능한 직원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다. 빨리 다른 회사를 찾아라. 상사를 바꾸기보다 회사를 바꾸는 것이 쉽다.
 
맥킨지의 애드 마이클스는 무능력한 저질 관리자들에 대한 조치가 빨리 이뤄지지 않는 보편적 이유에 대해 조사했다. 그는 경영진이 ‘지난날 회사에 공헌을 했던’ 사람들이나 오랫 동안 함께 일한 사람을 해고하거나 좌천하는 ‘감정적 고통’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저질 관리자의 경력 전체를 고려해 과거의 공헌이 현재의 태만과 무능력을 상쇄해준다고 믿고 묵인하는 쪽을 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능력한 저질 관리자들을 재배치하거나 내보냄으로써 조직에 신속히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매우 정당한 결정이다. 그러나 이런 결정을 유보하는 것은 경영자의 정신력 실패다. 조직에서 경영자의 소명과 책임은 분명하다. 경영자는 저질이 다시 저질을 양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냄으로써 인재가 다시 인재를 부르고 협력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구축해야 한다. 코앞에 닥쳐온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것은 경영자의 직무유기이며, 저질 관리자를 다루지 못하는 경영자는 똑같이 무능력한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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