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경제학

71호 (2010년 12월 Issue 2)


미국에선 11월 넷째 주 목요일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부터 성탄절에 이르는 약 한 달여 기간이 연중 최대의 쇼핑 시즌이다. 이맘때가 되면 미국인들은미친 듯이쇼핑을 한다. 새벽부터 백화점과 마트에 고객들이 몰려들면서 크고 작은 인명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 정도가 좀 덜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연말연시 부모, 형제,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러 다니느라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왜 선물을 주고받을까? 효용 극대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선물은 매우 비합리적이다. 아무리 고심해 선물을 골라도 상대방 마음에 꼭 드는 선물을 고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돈은 돈 대로 쓰고 상대방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듣는 때도 많다.

선물의 비효율성을 실증적으로 밝힌 연구 결과도 있다. 경제학자인 조엘 왈드포겔 박사가 미국 예일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10∼33% 정도가 사중손실(死重損失·deadweight loss)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 누군가에게 100달러짜리 선물을 주더라도 선물을 받는 사람은 그 선물의 실제 가치를 67∼90달러 정도로 평가한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부모님께 뭔가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뭐 갖고 싶은 게 있으세요?”라고 여쭤봤을 때그냥 현금으로 다오라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은 각박한 경제학 논리대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과 정성을 전하는 수단으로 여전히 현금보다 선물을 선호한다. 선물에는 비효율성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서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선물을 고르는 과정동안 쏟아 붓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단순한 금전적 가치를 뛰어넘는다. 이 때문에 진심이 담긴 선물을 받은 이는 언제가 됐든 선물을 준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갖게 된다. 이로써 선물은 쌍방 간 유대감을 높여 사회적 관계를 한 차원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 사회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이런 현상에 대해 선물이상호주의(reciprocity)’ 원칙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선물이란 서로 분리돼 있는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사회적 기능이며, 선물의 핵심 원칙인 상호주의야말로 인간 사회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유지, 확장되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주장했다.

사람이 자산인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직원들로부터 일에 대한 열정과 몰입, 회사에 대한 헌신을 이끌어내는 방법에는 현금이라는 금전적 보상(monetary incentive)만이 능사가 아니다. 비록 값 싸고 작은 선물이라도 회사가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 준다면 어떤 형태로든 조직에 보답해야겠다는 의무감을 직원들로부터 유도해낼 수 있다. 선물이 반드시 유형의 물건일 필요도 없다. 직장 상사로부터의 진심어린 인정, 동료 간 따뜻한 격려, 활기차고 즐거운 조직 문화 역시 조직원들에겐 큰 선물이자 동기부여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올 연말, 회사 직원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마음을 담은 친필 편지를 써 보는 건 어떨까. 장미꽃 한 송이와 자그마한 케이크도 함께 안겨준다면, “차라리 케이크 살 돈을 그냥 주지라고 불평을 하는 직원들조차 십중팔구 뒤에서는 슬며시 웃음을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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