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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과 개인 역량

집단지성과 함께 지속적 혁신을

최현아 | 50호 (2010년 2월 Issue 1)

 
사례 1
매주 연속 방영되는 미니시리즈의 극본 작업을 위해 다수의 작가가 모여 연일 공동 작업을 한다. 과거에는 한 명의 작가가 조용한 골방에 틀어박혀 줄담배를 피워대며 창작의 고통을 감내했었다. 하지만 이제 여러 명의 사람들이 열띤 회의를 통해 이야기 구조를 잡아나간다. 작품 규모가 크고 등장인물의 숫자가 많을수록 극본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이야기를 치밀하고 탄탄하게 전개하려면 여러 명의 작가가 각각의 등장인물을 전담하고 개별 등장인물의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의 아이디어를 불어넣어 극의 신선함과 긴장감을 높여야만 한다. 추격 장면이나 추리 장면처럼 복잡한 장면에서는 대사는 물론이고 등장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 시간과 장소, 소품이 작가들의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튀어나오다가 대화를 통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이미지로 진화한다. 이는 다시 다양한 정반합의 변신과 변신을 거듭, 마침내 최고 명장면으로 만들어진다.
 
사례 2
어느 검색엔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는 매주 한 번 검색엔진의 실패로 나타나는 버그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엔지니어들이 화상 회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매번 회의를 주재하는 리더가 존재하지만 그의 역할은 회의의 시작과 끝을 알리고, 참여자들의 대화가 너무 한 방향으로만 흐를 때 약간 조정하는 것일 뿐이다. 화상 회의 참가자들은 검색엔진 개발 때부터 설계, 프로그래밍, 테스트, 글로벌 론칭을 함께 진행해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협력 덕에 제품 개발 주기가 기존 주기 대비 절반으로 줄었을 뿐 아니라, 예기치 않은 기술적 결함을 만났을 때도 한 엔지니어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추가 비용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회의 참석자들은 참가자 중 한 명이 오늘 발견한 검색엔진 오류에 관한 얘기도 나눴다. 서로 얘기를 하다 보니 이 오류가 우연히 발견된 게 아니라 일정한 패턴을 지닌 구조적인 문제였음을 알 수 있었다.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자 사람들은 미스터리를 푼 명탐정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 더욱 열정적으로 회의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문제를 개선할 어플리케이션은 물론 차세대 검색엔진의 기본 개념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이멜트는 이번 금융위기가 모든 것들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라고 말한 바 있다. 이멜트 회장이 주장한 리셋 경제(Reset Economy)의 개념은 ‘기업들이 기존 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만 지금 위기와 변화를 극복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제품 생산 및 유통 방식, 투자 방향 등 기업의 운영 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고 바꾸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과거 많은 사람들은 한 사람의 천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희망과 신념을 가지고 천재를 찾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집중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등 지금 세계 경제를 주름잡고 있는 인물들은 분명 한 세대에 나올까 말까 한 불세출의 스타다. 이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처법과 방향성을 제시해줬고, 어려운 의사결정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슬기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의 존재 때문에 리더나 한 사람의 천재가 혁신을 주도한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
 
때문에 현재 많은 기업들의 조직 구조는 리더를 중심으로 위에서 아래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중앙 집권적, 톱 다운(top-down)식으로 이뤄져 있다. 조직 속에서 개인이 해야 할 일도 ‘리더가 제시하는 지침을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받아들여 이를 실행하느냐’에 맞춰져 있다. 성과 관리 방식도 마찬가지다. 개인 성과도 조직 혹은 관리자가 부여한 목표를 얼마나 충실하게 달성했느냐에 달려 있을 뿐 개인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나가는 일을 장려하는 조직은 많지 않다. 특히 조직 내 개인 간의 다양한 교류, 즉 위에서 아래만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 부서나 회사의 경계를 넘어선 크로스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방법을 고려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성공한 리더나 혁신가들에 대한 학자들의 심층적인 연구 결과는 우리의 상상을 완전히 뒤엎는다. 한 명의 천재가 자신의 놀라운 능력으로 혁신을 창출한 게 아니라 실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직간접적인 교류를 통해 자신의 창의력을 배가시켰다는 뜻이다. <제7의 감각(Strategic Intuition)>의 저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윌리엄 더간 교수는 이를 ‘전략적 직관’이라고 명명했다.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상상력은 ‘지적 기억’이라는 형태로 통합적으로 정리된다. 인간은 이를 자신의 과거 경험이나 다양한 사람들의 지적 기억과 접목시켜 문제의 해결책이자 혁신적 아이디어인 ‘전략적 직관’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리더나 혁신가들이 어떻게 혁신을 창출했는지 그 비법이 알려진 셈이다.
이 발견 후 한쪽에서는 여전히 남들보다 빨리 전략적 직관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천재들을 찾는 데 주력했다. 반면 일부 조직에서는 ‘천재는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과 지식의 한계를 절감한 상태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타인과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한 사람의 천재가 만들어낸 혁신보다 훨씬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혁신을 이룰 줄 아는 사람’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능력이 ‘집단지성’이다. 천재라는 소규모 인재에 대한 의존 위험을 줄이고, 천재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조직 내에 널리 전파할 수 있으므로 천재 한 명의 성과보다 더욱 우수한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 예를 보자. 한나라의 항우는 무예가 출중했으며 귀족 가문의 자제로 초창기부터 신하들의 신임을 얻은 천재 장수였다. 하지만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성격 탓에 결국 농민 출신에, 자신보다 여러 면에서 부족한 조건이 많은 유방에게 패하고 말았다. 항우에게는 범증이라는 충신이 있었다. 범증은 항우에게 유방은 위험한 존재이므로 그를 제거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간언했지만 항우는 이를 무시했다. 반면 유방은 자신의 능력, 용맹, 지성이 부족함을 깨닫고 한신이라는 무장, 장량이라는 책사를 항상 곁에 두었다. 한신과 장량과의 집단지성을 십분 활용하여 결국 항우를 물리치고 왕에 올랐다.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휴렛패커드(HP)의 전 CEO 칼리 피오리나는 집단지성의 중요성을 무시해 결국 낙마한 천재 CEO의 대표적인 예다. HP는 설립 당시부터 경영자와 직원 간의 격의 없는 의사소통과 협력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가 존재했다. 이는 HP가 이뤄낸 여러 혁신들의 바탕이기도 했다. 하지만 칼리 피오리나가 CEO로 영입되면서 HP의 조직 분위기는 급속도로 딱딱해졌다. 피오리나는 자유로운 토론보다는 딱딱하고 정형적인 회의를 선호했다. 또 직원들과 만나는 시간보다는 주요 투자자들에게 사업 계획을 설명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창업자 가문의 반대를 무릅쓰고 컴팩과의 합병을 독단적으로 강행하기도 했다. 물론 피오리나와 같은 불도저 스타일의 CEO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HP 조직 속에 뿌리내린 집단지성의 중요성을 무시한데다, 합병 과정에서 대규모 감원까지 실시하자 조직원들은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 여기에 실적 부진 문제까지 겹치자 그녀는 결국 CEO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집단지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마스터카드와 시스코 
이미 일부 기업들은 집단지성을 통해 인재를 길러내고 교육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마스터카드가 2009년 도입한 ‘역동적 전략’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자. 전 세계를 7개 네트워크로 나누고 각 네트워크별로 전문가를 둔 후 해당 지역의 기술 동향, 소비자 행동 패턴 등을 연구하게 한다. 이들은 1년에 2번씩 본사 임원들과 함께 모여 지식을 공유한다. 때문에 마스터카드 경영진들은 휴대폰을 통한 비용 지불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각광받고 있는지 경쟁사보다 좀 더 빨리 인식하고, 이를 사업 기회로도 연결할 수 있었다. 미국 최대 전자 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나 가전업체 월풀 등은 똑똑한 직원들을 뽑아 합숙을 시킨다. 직원들로 하여금 직접 자사 제품을 사용하게 한 후,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도록 유도한다. 이들 기업들은 직원들의 머리를 활용해서 새로운 혁신을 구상한다.
 
시스코는 권한 이양과 협업을 통해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는 모든 기업에서 의사결정의 속도와 품질을 높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은 회사의 주요 투자 의사결정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회사에 투자위원회를 두고 총 1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안건들에 대한 의사결정을 맡긴다. 투자위원회 밑에는 투자 소위원회를 두고 10억 달러의 투자 안건들을 심의하게 한다. 소위원회에는 ‘워킹 그룹’을 만들어 사안에 따라 전문가를 유치하고 단기간 동안 활동하는 조직을 운영한다. 한 사람을 통한 의사결정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의사결정을 통해 의사결정의 속도, 품질, 유연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특정 개인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 각각의 차별적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뽑아내려는 시도를 단순히 새롭고 참신한 경영학적 시도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는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이미 추세로 등장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세상에서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지성을 추구하는 조직일수록 발전과 생존 가능성이 높다.
 
뉴 노멀 시대에는 왜 조직이 개인에 의존한 혁신으로 오랫동안 발전하기 힘들까? 많은 이유가 있지만 불확실성의 극대화, 짧은 업무 기한, 업무 경계의 파괴 및 업무의 모호성, 글로벌 차원의 대응 등이 가장 큰 이유다. 산업을 주도하는 리더가 자주 바뀌고 경쟁 우위의 수명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미래학자라 할지라도 그들 예측이 항상 현실을 비껴갈 정도로 변화 양상도 빠르다.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일 인재보다 집단지성으로 대응해야 효과적이다.
 
한 사람의 경험보다는 집단 전체의 경험으로 문제를 풀어야 해결책을 찾는 속도가 빨라지고, 더 나은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던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다.
업무 기한의 단축도 집단지성의 중요성을 높인다. 모든 제품들의 수명 주기는 날로 짧아지고 있다. 콘셉트 개발에서 제품 출시까지의 과정을 누가 빨리 단축시키느냐가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척도로 부상했다. 과거처럼 누군가는 제품을 기획하고, 누군가는 이를 설계하고, 누군가는 이를 양산하는 식으로 일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다 보면 해당 제품이 세상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도태되거나, 설사 나와도 다른 기업의 아류로만 기억될 뿐이다. 신기술과 규제 완화로 모든 업종에서 진입 장벽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산업의 경계가 사라지고 무한 경쟁을 통한 혼란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기존 방식이나 고정관념을 깨거나 모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또한 세계화라는 흐름은 한 천재의 개인 경험만으로는 이를 다 포괄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하다. 이제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해내려면 타인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 도달했다.
 
뉴 노멀 시대 이전에는 조직 구성원 개개인에게 명확한 직무, 직급, 직책, 소속 단위가 주어졌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직무, 직급, 직책, 소속 단위에 대한 정의와 경계가 사라지질 것이다. 대신 신제품 개발이나 혁신처럼 비정형화된 미션을 중심으로 현재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동료들과의 협력을 통해 문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기획이나 제품 개발과 같은 특정 부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도요타는 수십 년 동안 전 직원들의 협력과 끊임없는 집단지성 개발을 통해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다.
 
집단지성이 뛰어난 뉴 노멀형 인재의 특성 
그렇다면 한 사람의 천재보다 집단지성이 더욱 절실한 이 시대에 한국의 직장인들은 어떻게 자기 자신을 계발 혹은 변화시켜야 할까? 일단 집단지성을 창출할 수 있는 뉴 노멀형 인재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보자. 다음은 이들의 4가지 특징이다.
 
1)특정 분야의 달인:적어도 한 가지 분야에서 관련 지식과 사고방식을 모두 통달할 정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라야만 집단지성의 일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순히 해당 분야의 일을 해봤다거나 교육을 많이 받았다거나 자격증이나 학위를 소지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당 분야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에 대한 철저한 이해는 기본이요, 반복 학습과 오랜 숙련을 통해 이 핵심 개념을 다양한 방면으로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분야를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더라도 핵심 개념과 상황에 따른 시사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대니얼 레비틴은 “분야를 불문하고 달인이 되려면 최소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때 1만 시간은 기계적인 반복 학습을 통한 1만 시간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서 열정과 끈기를 가지고 진지하게 숙련에 임하는 1만 시간을 의미한다. 많은 직장인들은 타인이 높이 평가하는 업무, 보상이 많은 직무에만 몰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달인이 되어 스스로 몸값(employability)을 올리는 전략이 훨씬 효과적이다.
 
2)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인재:집단지성을 발현하려면 문제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조직에서 집단지성을 요구하는 상황은 대부분 긴급한 문제가 갑자기 발생했거나,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때이다. 혁신적인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초기 수준의 아이디어를 즉각 활용하여 큰 효과를 낸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데 탁월해야 하고, 새롭게 발견한 아이디어를 순간적으로 조합하고 새로운 시사점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사안만을 고집하고 그 외의 사안을 부정한다면 새로운 혁신이 나올 수 없다. <장자(莊子)>의 추수(秋水) 편에도 나오듯이 대인무기(大人無己·대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은 자신을 버린 사람이다)라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은 굳이 카메라 공포증을 억누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감정이 자신을 강하게 압박하게 놔둔 후 고도로 몰입해 최대한의 성과를 낸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본인 경험의 한계에 자꾸 도전해야 개인과 그룹 모두 시너지를 낼 수 있다.
3)창의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재:집단지성의 핵심은 사람들 간의 활발하고 창조적인 지적 교류다. 작고 평범한 생각들이 여러 사람들과 수차례에 걸쳐 논의되는 가운데 훌륭한 혁신으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지적 교류의 핵심 매개체는 바로 대화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지 구성원들이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바를 자유롭게 얘기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적절한 유추나 연상을 거쳐 아이디어의 양과 질에서 연쇄적으로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이 어떤 아이디어를 내놔도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한 사람이 대화를 주도하거나 쉽게 결론에 이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 많은 조직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활용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를 거둔 기업은 많지 않다. 이는 브레인스토밍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창의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설사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해도 윗선에서 이를 자른다거나, 한 사람이 대화를 주도한다면 브레인스토밍은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만다.
 
4)윤리적인 인재: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는 저서 <미래 마인드>에서 ‘윤리적인 인재는 인간의 노동의 본질과 우리가 사는 사회의 욕구와 욕망에 대해 깊이 생각할 줄 아는 인재’라고 정의했다. 윤리 의식은 어느 조직에서나 반드시 필요한 규범이지만, 집단지성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 커진다. 집단지성에 의한 혁신 아이디어는 한 개인이 창출한 혁신에 비해 그 규모나 범위가 방대하고, 조직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므로 이를 통제하거나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 그룹 내에서 스스로 행동 규범과 의사결정의 기준을 통제해야 하므로 집단 구성원 모두 높은 수준의 윤리 의식을 갖춰야 한다.
 
집단지성이 새로운 시대의 조직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려면 개개인의 노력만큼 조직의 운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경영학계의 거목인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LBS) 교수는 저서 <경영의 미래>에서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우리가 일하는 조직은 19세기 경영학자 프레데릭 테일러가 만든 효율성 극대화 원칙, 막스 베버가 만든 관료주의 조직 구조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 경영 패러다임이 여전히 21세기의 인재를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근대식 경영 이론은 사람들을 봉건적이고 관료화된 조직의 노예로 만들어버렸다. 이제 인간의 창의성을 억압하지 않으며, 통제와 자유가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 되지 않도록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집단지성이 조직 내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려면 하멜 교수가 제기한 조직 운영의 구태의연함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대규모의 조직에서 모든 업무를 집단지성으로 관리하는 일은 효율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집단지성이 지향하는 비정형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를 모든 조직에서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 대신 규모가 작은 조직, 대규모 조직에서 별도로 운영되는 그룹, 아직 관료주의 문화가 생겨나지 않은 신생 조직이라면 집단지성의 불꽃을 쉽게 피울 수 있다. 직원들에게 서로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팀 구성원에게 운영 자율권을 부여하며, 브레인스토밍, 아이디어의 시각화, 시나리오 플래닝과 같은 기법을 적극 전파해야 한다.
 
집단지성이 활발한 조직을 만들려면 
집단지성이 활발한 조직을 만들려면 팀 리더의 역할, 성과 평가 및 보상 체계, 스트레스 관리 등 조직 운영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 일단 팀 리더는 기존 조직의 리더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팀원들을 이끌고 관리하기보다는 팀원의 한 사람으로서 업무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역할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하다. 동료들 간의 팀워크는 집단지성을 이끌어내는 핵심 요소이므로 상사의 평가보다는 동료의 평가가 더욱 비중 있는 평가 요소가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보상 체계도 개인 단위의 성과급 차별화가 아니라 조직단위별 성과급의 적용이 적합하다. 조직원의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개인 단위로 맡을 수 있는 업무보다는 훨씬 난이도가 높고 문제 자체가 불명확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가 강한 조직일수록 집단지성의 생존율도 낮다. 전통적으로 연장자를 중시하고 직급에 따른 별도의 호칭 체계를 쓰는 조직일수록 환골탈태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너도 나도 사람 중심 경영을 외친다. 하지만 이때 사람은 선택받은 소수 인재만을 지칭할 때가 많아 당초 목적과 달리, 나머지 조직원들의 반발과 소외감만 야기할 때가 많았다. 조직원 개인의 관점에서도 이는 좋지 않다. 천재의 길을 지향하는 일부 인재는 자신의 경력 관리에만 열중하고, 나머지는 천재나 조직 구조에 순응하기만 하는 거수기로 전락하거나, 아예 희망을 버리고 더 이상 발전을 꿈꾸지 않기 때문이다. 집단지성을 통해 조직원 전체의 몰입과 업무 성과 향상을 이뤄내려면 직원 모두가 ‘우리’가 한 사람의 천재보다 더 큰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지금의 내가 어느 위치에 있건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타인과의 협력 및 교류에 나선다면 개인과 조직의 미래가 한층 밝아질 것이다.
  • 최현아 | - (현) 왓슨와이어트 상무
    - 맥킨지 전략 담당 컨설턴트
    - 싱가포르 국립대 산하 품질생산성본부 책임연구원
    - 포스코 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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