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변혁(corporate transformation)을 주도했던 최고경영자(CEO)에게 아쉬웠던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틀림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는데…”
아쉬움은 계속 이어진다. ‘즉시 리더십팀을 꾸렸어야 했다’ ‘직원들이 새로운 비전에 빨리 동화될 수 있도록 독려했어야 했다’ ‘기본 가정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핵심적인 구상을 가다듬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일 것이 아니었다’ ‘초기에 가시적 성과를 창출했다면 직원이나 고객, 협력사, 투자자 등 모두가 더 높은 기대와 큰 지지를 보냈을 텐데…’
기업 변혁은 그 형태가 어떤 것이든 많은 도전이 따른다. 조직이 다음 단계로 진화하는 것이든, 혁신적 성과를 위해 새로운 경영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든, 새로운 경영자가 자리에 앉는 것이든, 인수합병(M&A) 후 조직 통합을 하는 것이든 다 마찬가지다.
약 25년 전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개최한 혁신 프로그램 운영을 맡은 적이 있다. 기업 CEO들과 경영진이 2주 동안 모여서 교수진 및 타사의 경영진과 함께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9개월 후 다시 모여서 각자 경험을 공유했다. 몇 년 안에 이 프로그램에서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공적인 기업 변혁을 위해서는 대담한 변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추진하도록 조직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후 25개 이상의 기업 변혁에 프로세스 설계자로 참여하면서, 유능한 경영자들도 아래에 있는 작지만 중요한 것들을 놓쳐 성공적인 기업 변혁에 실패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 변혁의 출발은 대담하고 빠르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뒤에서 설명할 6가지 유형의 브레이크에 발목을 잡힌 채 고전한다.
- 안정적인 시기에는 이러한 브레이크가 다소 방해가 되더라도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변혁기에는 이러한 브레이크가 큰 장애가 되어 전사적인 변혁 시도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 신속한 변혁을 위해 경영자는 이러한 브레이크를 특별한 방법에 따라 제대로 해제해야 한다.
이제 기업의 변화 시도를 가로막을 수 있는 6가지 종류의 브레이크를 살펴보고, 언제 어떻게 브레이크를 해제해야 할지 알아보자.
브레이크 1신중한 경영 문화 (Cautious Management Culture)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과 다른 새로운 변형 모델을 시도하려고 할 때, 점진적 개선 이상은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 큰 아이디어를 내고 거대한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 데 의사결정의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각자 맡은 영역에 안주하려는 경향도 강해진다. 일상적인 운영을 하는 것도 너무 바빠 전체 비즈니스의 그림을 새로 그리는 일 따위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기업이 탈바꿈하는 데는 경영진 간의 깊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기존의 안정된 사업 조직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사업 또는 낮은 성과를 보이는 사업과 자원을 공유해야 하고, 때로는 전체를 위해서 가치 있는 것들을 희생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진적 개선만 중시하는 사고와 특정 부서의 이기주의적 사고는 전통적인 서열주의와 관련이 있다. 회사 자원 또는 자산의 대부분을 다루는 사람이 회의를 주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의사결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상 유지쪽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좋은 예다. 약 20년 전 소형차 중심의 라인업으로 도전하는 외국 업체들에 맞서야 했던 GM은 본사에서 떨어진 곳에 자회사 새턴(Saturn)을 신규 설립했다. 경영진의 간섭을 피하고 디자인 및 개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서는 지금의 리더가 변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확신을 아무도 갖지 않는다. 특히 설익은 변화 프로그램을 어정쩡하게 추진하다 그만둔 사례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이라고 뭐 다를까’라는 생각을 하며 불신을 품을 수밖에 없다. 위로부터의 명확한 비전과 강력한 의지 없이는 유능하고 에너지 넘치는 리더십팀의 일원이라도 전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가 쉽지 않다. 검증이 덜 된 임원이라면 무엇이 잘못이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하기가 더더욱 쉽지 않다.
변혁에 성공하려면 외부와 내부의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모든 임원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리더가 끊임없이 독려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간다. 경영진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변혁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면 실행 단계에서는 수동적이란 먹구름이 오랫동안 드리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