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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상호 신뢰가 행복의 터전

DBR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자신이 보상(reward)이란 주제를 언급하기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했다. 노벨상 수상자(편집자: 카너먼은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다)인 그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에 대해 훨씬 뛰어난 해답을 제시해온 다른 석학들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카너먼 교수는 자신이 애초에 왜 이곤젠더의 인터뷰에 응하게 됐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아마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게 틀림없겠지요”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이 부분은 제 전문 분야가 아닙니다. 저는 의사결정과 웰빙(well-being)을 연구하거든요”라고 했다.
 
그렇지만 웰빙은 모든 사람들이 갈구하는 마음의 상태, 즉 궁극적인 보상인 행복을 뜻하는 단어가 아닌가? 모든 사람은 행복이란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추진력과 에너지를 발휘한다. 또 행복은 너무나도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미국의 건국자들은 독립선언문에서 ‘행복 추구권’을 ‘그 어떤 개인에게서도 박탈할 수 없는 권리’로 못 박아두었다. 그뿐이 아니라 일부 전문가들은 일단 국민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후에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GDP가 아닌 ‘국내총행복(gross domestic happiness)’ 지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카너먼 교수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야말로 보상이란 주제를 이야기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유쾌하거나 불쾌한 상황과 기억이 특히 업무 환경에서 단기적 정서(short-term mood)와 장기적 만족(long-term satisfaction)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해왔다. 이런 연구 덕분에 카너먼 교수는 흔히 ‘행복 연구(happiness research)’라고 불리는 분야의 선구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정확하게 무엇일까? 카너먼 교수는 “나는 행복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정의가 필요하다고 굳게 믿지만, 그것을 쉽게 정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행복 그 자체를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실 저는 행복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행복이란 개념에는 너무나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카너먼 교수는 ‘경험적 행복(experienced ha-ppiness·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기분)’과 ‘삶에 대한 만족도(satisfaction with your life·자신의 삶을 생각할 때 느끼는 기분)’를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이 2가지가 반드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기분 좋게 살아가긴 하지만 자신의 삶을 생각할 때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압박감에 시달리거나 우울해하면서도 자신의 삶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조직 내 직원들은 물론 특히 임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카너먼 교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그렇게 말하지요. 스트레스는 분명 유쾌한 감정은 아닙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스트레스 수준과 인생의 성공 사이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성공적으로 경력을 쌓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얘기한다.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국가는 그만큼 많은 부(富)를 갖고 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교육 수준이 높고 부유한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낮고 가난한 사람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이스털린 역설
소득과 삶에 대한 만족의 관계는 경제적인 행복을 논할 때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서는 1974년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발표한 ‘이스털린 역설(Easterlin Paradox)’이 주로 언급돼왔다. 이스털린은 많은 나라에서 부와 행복이 정비례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스털린 역설에 일부 문제가 있거나, 적어도 역설의 ‘명확한’ 결론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카너먼 교수는 대체로 이스털린 역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사실 많은 나라에서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삶에 대한 만족도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카너먼 교수는 이스털린 역설이 주장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에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급여와 보너스는 무언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존재(proxy)입니다. 예를 들어 돈은 임원이란 ‘지위’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에 대해 말할 때 절대적인 금액이 아니라, 그가 다른 사람이나 특정한 기준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얼마나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지를 이야기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상대적 소득 인상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상대적 소득 변화의 장기적(실질적) 영향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지만 말이다. 카너먼 교수는 “저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1000만 달러가 50만 달러보다 더 큰 동기를 부여한다는 주장을 신뢰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여러 업계, 특히 금융 업계에서 보너스가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처럼 말이다. 카너먼 교수는 보너스가 갖고 있는 중대한 문제점은 바로 “보너스란 것이 단기지향적인 태도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돈이 ‘악의 근원’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인격 형성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카너먼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대해 말해줬다. 실험에서는 테이블 위에 컴퓨터 한 대를 놓고 그 화면에 스크린세이버를 띄워놓았다. 스크린세이버는 때때로 물 위에 떠 있는 지폐를 보여줬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실험실에 들어와 마치 실수인 것처럼 여러 자루의 연필을 떨어뜨렸다. 흥미롭게도 돈이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을 본 학생들(primed with money)은 연필을 집으려 들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이 연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좀 더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준다. 즉 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돕거나 남의 도움을 받기를 원치 않는다. 카너먼 교수는 “기업들은 각 개인에게 지급하는 보너스를 책정할 때 다음과 같은 사실을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보험이나 자동차 판매와 같이 직원들이 개인별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업종에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면 개별적으로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임직원 전체의 사기나 협동에는 오히려 해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각 개인이 급여 및 금전적인 요소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여부는 나이가 젊을 때 결정된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직업 및 직장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카너먼 교수는 대학 입학시험의 일부로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질문과 연관된 몇몇 실험에 대해 언급했다.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은 자신에게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1부터 4의 숫자로 표시했다. 20년이 흐른 후, 학생들의 답안과 연봉 수준을 비교해보니 직업을 막론하고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수준이 1점씩 높아질 때마다 연봉이 약 2만 달러가량 증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젊었을 때 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학생들은 사회인이 된 후에 훨씬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인생 초기에 돈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를 바탕으로 소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도 있었다. 카너먼 교수는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대체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스스로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8살 때 ‘돈에 관심이 없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경우 소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돈이 많다고 해서 불행해지는 게 아니듯이,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카너먼 교수는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다른 요소, 특히 사회적 요소들이 금전적인 요소 못지않게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전적 요소가 아닌 다른 요소의 중요성을 평가하기 위해 ‘인생 사다리(ladder of life)’를 개발했다. “사람들에게 총 10개의 칸이 있는 사다리를 상상해보라고 얘기합니다. 여기서 10개의 칸은 삶에 대한 만족도를 나타내지요. 10은 주관적인 관점에서 가장 훌륭한 삶을 뜻하고, 0은 최악의 삶을 뜻합니다.” 이 조사 방식은 국가적 부의 증가와 개인적 삶의 만족도 사이에 아주 밀접한 통계적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두 요소가 완전한 정비례 관계를 갖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조사 결과 지구상에서 덴마크인들이 가장 행복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덴마크 사람들은 ‘인생 사다리’에서 평균 8점을 기록했다. 물론 덴마크가 부유한 국가이긴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는 아니다.
 
카너먼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마크인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에 대해 “사회적인 요인이 개인적 행복에 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사회 전체에 퍼져 있는 상호 신뢰의 수준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상호 신뢰 수준은 각국의 부패지수를 이용해 측정할 수 있다. 부패가 만연하면 사람들은 상대를 신뢰하지 않고 낯선 사람을 믿지 않는다. 낮은 신뢰도는 결국 사람들의 전반적인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 덴마크는 부패 수준이 매우 낮은 나라다. 덴마크인들은 다른 덴마크인들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의 신뢰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방인들도 선의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런 태도는 그들의 긍정적 정서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카너먼 교수는 “조직이나 기업은 사회적 네트워크와 가치 있는 경험(개인적 안전과 소속감 등)에서 오는 신뢰의 중요성을 결코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요소들이 행복을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학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기업이 높은 급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고용했는지, 혹은 물질적 보상에 관심이 적은 인재를 고용했는지를 확인하려면 2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람들의 전반적 가치관에 변화가 생긴다 하더라도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그레첸이 말한 “사람들은 금을 쫓고, 금에 의존한다”는 대사가 더 이상 적합하지 않게 된다 하더라도) 카너먼 교수의 얘기처럼, “안타깝게도 사회적 개선을 실감하려면 20년 남짓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글로벌 인사 전략 컨설팅사 ‘이곤젠더 인터내셔널(Egon Zehnder International)’이 발행하는 매거진 <포커스(The Focus)>의 주요 콘텐츠를 번역해 연재합니다. 이곤젠더는 1964년에 설립됐으며, 세계 37개국에 63개의 사무소를 두고 있습니다. 주 업무는 다국적 기업을 위한 임원급 인재 채용과 리더십 평가 및 관련 연구입니다. <포커스>는 경영 전략과 리더십, 임원급 인재 채용의 최신 트렌드 및 세계 최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주로 게재합니다. 이번 호 기사는 <포커스> 2009년 최근호에 실린 ‘The Pursuit of Happiness’를 번역한 것입니다. 기사 원문은 <포커스> 웹사이트(www.ezifocus.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인터뷰는 <포커스>의 울리케 머텐스와 이곤젠더의 뉴욕 및 시드니 사무소를 맡고 있는 애슐리 스티븐슨이 뉴욕에서 공동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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