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평가 제도 구축 방법론

‘나를 위한 평가’라는 믿음, 직원을 뛰게 만든다

46호 (2009년 12월 Issue 1)

인사 평가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평가는 인재 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 관리자들은 평가를 귀찮은 일상 업무로 취급합니다. 평가는 기업의 전략과 일치해야 합니다. 또 원하는 인재상을 확산시키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올해 인사 평가를 앞두고 인사 담당자와 평가 주체인 관리자들이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실천적 지침을 종합했습니다. 평가 오류의 원인 및 대안과 관련한 전문가의 지혜도 전해드립니다. 이번 스페셜리포트가 평가 제도 점검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000년대 초 많은 국내 기업들은 컨설팅업체나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아 ‘전략적 개인 성과 관리 체계’를 만들었다. 이때 명목상으로는 조직 성과 목표와 개인의 성과 목표를 연계시킨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실제 이를 구현한 기업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개인 평가보다 조직 전체의 성과 평가에 우선 순위를 뒀기 때문이다. 조직 성과 지표를 개발하고 그 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어렵지만 개인 성과 평가 체계를 마련하는 건 어렵지 않다는 다소 안이한 인식이 많이 작용했다.
 
조직 성과 관리 체계는 ‘집’, 개인 성과 관리 체계는 ‘사람’과 비슷하다. 아무리 멋진 집을 지어도 ‘사람’이 살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겉으로는 아무리 멋진 집이라도 그 안에서 거주할 사람이 편하고 행복한 집이 아니라면 화려한 외관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조직 성과 평가와 달리, 개인의 업적 및 역량의 평가는 구성원 모두의 인식, 이해, 수용 행동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때문에 조직 성과 평가보다 시행 및 정착 기간도 더 길다.
 
“회사가 개인 성과 평가를 하는 목적이요? 구조조정이나 성과급 차별화에 사용하기 위해서 아닙니까” 필자는 각 기업의 노조 간부나 직원 대표에게 자주 이런 말을 듣는다. 세상의 모든 조직은 목표가 있고,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직원이나 노조도 이 사실은 공감하지만 조직 내 구성원들의 경쟁을 조장하는 일에 대한 감성적, 문화적 반감은 여전히 높다. 더구나 기업이 개인 성과 평가를 차등 성과급 및 차등 연봉 인상률의 도구로 도입할 때는 반감과 저항이 더욱 거세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개인 평가가 쉽지 않다거나, 자사 조직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필자는 노조 간부나 직원 대표를 탓하고 싶지 않다. 진정한 문제는 회사가 개인 성과 평가를 도입하려는 근본 목적을 직원들에게 잘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최고 경영진이 개인 성과 평가 제도에 대해 잘못된 기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 성과 평가의 목적을 ‘올해 직원 중 누가 얼마나 잘했냐’를 파악해 개개인의 공과에 대한 신상필벌을 하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개인 성과 평가의 진정한 주체는 평가자가 아니라 피평가자다. 개인 성과 평가는 조직 구성원들이 경영진이 설정한 조직의 장단기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해야 할 목표는 무엇이며, 자신이 어떤 역량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개발해야 본인과 조직의 성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도구다. 개인 성과 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심한 저항에 직면한 조직이나, 기껏 시스템을 마련해놓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조직은 바로 이 부분에서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 즉, 경영자가 단순히 차등적 보상을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거나, 조직원에게 개인 성과 평가의 주체이자 수혜자가 피평가자라는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 성과 평가 제도, 왜 필요한가
머서가 2008년 세계 주요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과 관리 제도 운영 실태 조사를 보자. 미국 기업 경영진의 71%는 개인 성과 평가 제도의 목적을 ‘직원 개개인에 대한 업적과 역량 피드백 및 개발 방향 제시(48%)’ ‘직원이 조직의 성과를 창출하는 데 공헌할 수 있도록 방향 제시(23%)’라고 답했다. 반면 아시아 기업 경영진은 무려 67%가 ‘성과급 배분이나 연봉 인상률에 반영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비록 한국 기업이 참여한 조사는 아니었지만, 한국 기업의 성향도 본 조사에서 나타난 아시아 경영진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성공적인 개인 성과 평가 제도의 도입과 정착을 위해 경영진의 인식 전환이 시급함을 잘 보여준다.
 
과연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개인 성과 평가 제도의 주체와 수혜자가 경영진이 아니라 조직원 개개인이라는 점을 경영진 스스로가 적극 홍보해야 한다. 경영진의 의사소통 노력이 없다면 조직원들은 성과 평가 제도의 신상필벌 중 ‘벌’에만 주목할 뿐이다. 조직의 목표와 개개인의 목표가 어떻게 연결되며, 이 연계가 왜 중요한지, 평가 결과를 통해 개개인은 어떻게 부족한 역량을 발견하고 보완할지, 회사는 이를 어떤 방식의 교육 투자나 경력 개발 지원 제도로 지원할지를 중점 홍보해야 한다. 제도 도입 전 최소한 2, 3개월 이상의 캠페인 시행 기간이 필요하다.
둘째, 적어도 제도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평가 결과를 보상과 연계하면 안 된다. 성과 평가 제도에 대한 조직원들의 감정적, 정서적 반감을 무마시키려면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사소통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최소한 제도 도입 초기에는 평가 결과를 보상과 연계하지 않아야 조직원들에게 이 제도를 받아들일 여지를 줄 수 있다. 또한 피평가자와 평가자의 합의에 따라 개개인의 성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한 액션 플랜 수립, 주기적 중간 점검, 평가 결과의 적극적인 피드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도입 초반부터 무리하게 평가 결과를 보상과 연계시킨 조직은 채 일 년이 못 가 평가 방식을 변경하거나, 보상과 연계하는 방법을 수정한 사례가 많았다. 다만, 사업 책임자처럼 부서의 재무 성과를 총괄하거나, 영업처럼 업무 목표의 계량적 측정이 용이한 부서라면 업적 평가 부분만 먼저 연계시켜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때도 역량 평가 부분은 반드시 경력 코칭과 역량 개발에 중점을 둬야 한다. 보상과의 성급한 연계는 금물이다.
 
셋째, 피평가자의 성과 평가 과정을 관리, 감독하는 일을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준수 의무(com-pliance)로 정착시켜야 한다. 제도 도입 초반 효과적인 정착을 위해 평가 결과와 보상을 연계하지 않으면 피평가자와 평가자 모두 이 제도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진다. 이미 국내 대기업들도 평가 과정 준수도를 관리자의 핵심 성과 지표로 설정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미국 기업에서는 평가 과정 준수도뿐만 아니라 평가 등급별 분포의 적정성, 평가 결과의 활용도, 평가 피드백에 대한 피평가자의 만족도 등 평가의 질까지도 엄격히 관리한다. 평가 제도 시행과 결과를 관리자의 개인 성과 평가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평가의 공정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개인 성과 평가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에는 많은 의문점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 결과를 승진이나 보상에 연계시키니 반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 성과 평가에 반발하는 조직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100% 완벽하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도는 없다’는 전제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이 사실만으로 조직원의 반발을 잠재울 순 없다. 더욱 어려운 점은 관리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공정하지 않으냐고 물어도 직원 대부분이 “전체적으로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표현할 뿐,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불공정한지에 대해 속 시원히 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직원들이 어떤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문제 삼는지를 세세하게 파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평가 제도의 공정성 확보 요구는 △평가 지표와 항목 △평가 운영상 절차 △평가의 결과화 및 결과에 따른 금전적 또는 비금전적 보상 분배라는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경영자는 개인 성과 평가 제도의 구성 요소와 하위 지침들을 크게 이 3가지로 범주화해야 한다. 이후 공식적인 협의회나 공청회를 통해 구성원이 어떤 부분을 꺼리거나 동의하지 않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되는 부분을 보완하거나, 경영자가 반드시 원안을 고수하고 싶은 부분을 조직원에게 설득시키기도 쉬워진다.
 
개인 성과 평가를 도입한 모 금융기관은 평가 결과에 대한 피평가자의 불만과 심의 조정 신청 사례가 매년 줄지 않아 애를 먹었다. 평가 지표, 방법, 시기, 대상, 결과 등급화 방법 등 다양한 평가 요소들을 아무리 수정하고 보완해도 허사였다. 하지만 이 3가지 분류 체계를 가지고 다시 진단하자 평가 결과에 대한 수용성은 낮지만, 지표와 절차에 대한 수용성은 높다는 점을 발견했다. 즉, 평가자의 평가 역량 부족,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충분한 의사소통 부족이 불만의 주 원인이라는 점을 발견한 셈이다. 이에 이 금융기관은 관리자들의 평가 역량 교육을 적극 강화했고, 당연히 평가 결과 조정 신청 건수도 줄었다.
 
둘째, 관리자는 평가 지표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집착하지 말고 구성원과의 대화 및 설득에 주력해야 한다. 많은 관리자들은 공정성이나 객관성에 대한 조직원들의 불만을 우려해 조직원 대다수가 문제 삼지 않은 방향으로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우를 범한다. 또 공정성과 관련한 논란을 막기 위해 평가 항목을 늘리거나 지나치게 복잡하게 평가 과정을 설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평가 지표를 복잡하게 만든다고 해서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가는 조직원이 쉽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설계돼야 한다. 평가의 복잡성이 가중되면 자원의 낭비만 초래한다.
 
본질적으로 평가는 객관적이거나 공정할 수 없다. 기업은 특정 목표를 추구하는 조직이고, 평가는 조직원들의 행동이나 의사결정이 해당 기업의 목적 달성에 부합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활동일 뿐이다. 따라서 조직원들에게 평가 지표가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평가 제도의 특성상, 구성원 누군가에게 이로운 부분은 다른 누군가에게 불리하다.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누군가는 객관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평가 지표는 근본적으로 객관적이거나 공정할 수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객관성에 대한 반발이 있더라도 조직원들에게 그 이유와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면 실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따라서 전략에 부합하는 평가 항목을 개발하고 조직원들에게 이런 항목의 불가피성을 납득시키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조직원의 수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 설득이 필요하다.
 
 
평가자에 대한 신뢰, 어떻게 높일까
“제 상사는 너무 바쁘고, 저와의 대화도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제 이름과 동료의 이름을 혼동할 때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가 내린 평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습니까? 업무 결과는 그렇다 쳐도 역량 평가 결과는 더욱 신뢰하기 힘듭니다.”
 
필자의 경험상 피평가자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문제가 바로 평가자에 대한 신뢰다. 평가자가 취해야 할 기본 태도나 평가 제도의 근본 내용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평가자가 상당수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또 부하 직원에 대한 관찰 및 이해 소홀로 인한 판단 근거 부족, 부하의 실제 업적과 역량을 평가하기보다 개인적 관계에 치우쳐 자의적으로 평가하는 일도 있다. 특히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한국 기업 문화상 팀 내 승진 연차에 도달한 직원에게 고의적으로 유리한 고과를 주는 목적 고과 행위도 자주 발생한다.
 
평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관리자를 대상으로 평가자 교육과 모의 평가 훈련을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국내 기업은 제도 구축에는 상당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만 막상 이보다 더 중요한 평가자들의 역량 강화에는 아직까지 소홀한 편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충분한 이해와 지식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평가자 교육에는 큰 비용도 들지 않는다. 문제는 시간이다. 일상 업무에 바쁜 일선 관리자들의 귀중한 시간을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관건이다.
 
앞서 언급한 머서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53%는 관리자들의 평가 역량 강화를 위해 집합 교육, 일대일 개인 코칭, 온라인이나 DVD 교육 등을 병행하고 있었다. 또한 과반수 이상의 기업이 “자사의 관리자들은 충분한 평가 역량을 갖췄다”고 답했다. 국내 기업과 대조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개인 성과 평가 제도를 도입한 지 오래된 미국 기업에서도, 아직 피평가자에 대한 평가 결과 피드백, 경력 개발 조언 및 코칭, 피평가자의 약점 보완을 위한 후속 실행 조치 개발 등에서는 관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표 참조)
 

 
 
둘째, 평가자가 피평가자에 대한 관찰 노트나 일기를 기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평가자가 1년간 피평가자를 관찰하며 느낀 모든 사항을 완벽하게 기억할 수는 없다. 특히 피평가자가 평가 결과에 반발해 정확한 근거를 요구하면, 이에 즉각 대답할 수 있는 평가자가 별로 없다. 때문에 평가자는 특별한 사건이나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자세히 기록해둬야 한다. 이 기록은 최종 평가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오류들을 최소화해주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판단을 내리게 해준다. 당연히 평가 결과에 대한 피평가자의 반발도 줄어든다. 구체적 증거와 사례를 제시하는 평가자에게 반발할 수 있는 피평가자는 많지 않다.
 
셋째, 평가의 중간 점검 및 피드백 횟수를 늘려야 한다. 평가 과정에서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가 가장 당황하는 순간은 자신의 기대와는 너무 다른 상대방의 평가 및 반응을 접할 때다. 피평가자는 자신이 지난 1년간 야근을 밥 먹듯 하며 부서와 회사에 많은 공헌을 했다고 자부했지만, 막상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 평가 결과나 상사의 질책을 접했다고 가정해보자. 평가 결과에 대한 수용성과 신뢰성이 현저히 줄고, 다음 해의 성과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최소한 분기에 한 번은 업적과 역량 개발 목표 달성도를 같이 점검하고 의견을 공유해야 한다.
 
넷째, 평가 결과 검토 회의(Calibration Se-ssion)를 제도화해야 한다. 평가 결과 검토 회의란 A본부에 4개 팀이 존재할 때 중재자 역할을 담당할 A본부장과 4개 팀의 팀장이 모두 모여 4개 팀 피평가자들의 평가 결과를 모두 비교하고 적정성을 논의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 대기업의 3분의 1은 이 평가 결과 검토 회의를 실행하고 있다. 회의에서는 피평가자들을 극단적으로 성과가 우수하거나 떨어지는 아웃라이어(outlier) 그룹, 성과가 보통인 그룹, 평가자 자신이 평가 결과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그룹 등으로 나눈 후 논의를 시작한다. 평균적으로 전체 인원의 5∼6%의 평가 결과를 수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 기업은 평가 결과 검토 회의를 확장하기도 한다. 평가 결과 및 등급 조정뿐 아니라 우수 인재 특별 보너스(retention bonus) 지급 대상자의 결정, 특정 포지션에 대한 승계 계획(succession planning), 특정 개인에 대한 육성 계획 등을 논의하는 인재 검토 회의(talent review session)까지 이 시간에 논의한다는 뜻이다. 획일적인 평가에 근거한 인재 관리의 대안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다섯째, 다면평가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다면평가를 도입하고 있지만 그 결과를 성과 평가에 직접적으로 반영하기보다는 보조 장치로 여길 때가 많다. 다면평가의 장점은 공정성에 대한 피평가자의 불신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조직원들이 가장 많은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은 평가자에 대한 낮은 신뢰도다. 때문에 평가자를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으로 설정하면, 평가자 개개인의 특성에 기인한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다만 다면평가를 시행할 때는 피평가자나 평가자 중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원하는 사람들이 평가자로 나서면 안 된다. 피평가자와 평가자 간의 협의를 통해 피평가자의 경력과 현재 수행 업무를 잘 이해하고 있는 여러 사람에게서 유의미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직속 상사 외의 상사급 평가자 수는 5명 내외로 해야 효율적이다.
 
 
바람직한 성과 평가 제도를 위한 인사부서의 역할
“모 기업의 인사부 관리자입니다. 올해 초 사장님께 인사 부서가 성과 평가 작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올해 임금 인상률과 부장급 임원 승진 인사가 늦어졌다는 질책을 들었습니다. 부랴부랴 인사 고과를 마무리하니 사장님께서 또 꾸중을 하시더군요. 사장님이 임원 승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일부 부장들의 점수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인사 부서가 역량이 부족해 우수 직원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군. 평가 제도를 똑바로 만든 것 맞소’라고 하시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필자에게 자문을 구한 인사 부서 관리자의 질문이다. 인사 부서의 역할은 평가자들이 어려움 없이 평가에 임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지원해주는 일이다. 즉, 인사 부서가 직원을 평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에서는 평가 제도의 운영은 물론 결과에 대한 불만까지도 인사 부서의 책임으로 전가해버린다. 개인 성과 평가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직원 모두의 주인의식과 적극적인 참여가 꼭 필요하다. 제도의 운영이 난항을 겪을 때마다 이를 인사 부서의 탓으로 돌린다면, 평가자와 피평가자들은 결코 성과 평가 제도의 실행과 보완에 적극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성과 평가 제도를 조직 인재 관리의 근간으로 생각한다면 적어도 인사 부서가 실시하는 각종 평가 관련 교육과 정보 전달 과정에 현업을 핑계로 빠지는 관리자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이와 정반대다.
 
최근 필자가 컨설팅한 모 기업에서는 한 핵심 인재의 점수가 평균에 그쳤다. 이에 피평가자는 물론, 그를 평가한 상사까지 인사 부서에 강력한 항의를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 회사는 올해 초 고객에게 자사 상품의 위험을 반드시 알리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이에 관한 내용을 교육받아야만 했는데 이 핵심 인재는 이 교육 과정을 전혀 이수하지 않았다. 회사는 해당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이 교육 과정에 상당한 가중치를 부여했는데,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가 이를 전혀 몰랐다. 당연히 인사 부서는 수차례에 걸쳐 이메일과 인트라넷으로 해당 사실을 공지했었다. 하지만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가 이에 주의하지 않아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해당 피평가자는 영업 때문에 외근할 일이 많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했지만, 최고 경영진은 이를 거절했다. 또 피평가자에게 평가 요소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지침을 전달하지 않은 평가자에게도 낮은 역량 평가 점수를 부여했다. 필자는 이 결정이 옳다고 생각한다. 영업 전선에서 많은 돈을 벌어오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회사의 정책과 가치에 귀를 기울이고 이에 동참하려는 자세는 돈 버는 일 이상으로 중요하다. 성과 평가 또한 이 점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직원들 또한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성과 평가 제도를 바라보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도요타 북미 법인의 조사 결과를 보자. 응답자의 70% 이상이 “성과 평가 결과가 승진이나 보상에 합리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우수 인재를 우대하는 데도 별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완전히 달랐다. 도요타 북미 법인의 운영 결과를 분석해보니 평가 점수가 높은 직원 그룹의 승진률 및 임금 인상폭이 점수가 낮은 그룹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또 평가 점수 5점 만점 체계에서 5점을 받은 직원들의 성과급은 4점을 받은 직원들에 비해 연간 2000달러가 높았다. 1, 2점에 그친 직원들에 비해서는 무려 7000달러 이상 높았다.
 
즉, 직원들의 관념과 달리 평가 결과가 승진과 보상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최고 경영진이 인사 부서 담당자를 질책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전체 직원들에게 이런 사실을 정확히 알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때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던 후지쓰는 1990년대 초 다른 일본 기업보다 훨씬 빨리 개인 성과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후지쓰는 성과 지상주의를 강력히 주창하며 이 제도를 도입한 목적이 개인별 보상 차등화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과연 후지쓰에 성과주의가 정착됐을까? 답은 ‘아니오’다. 기타 일본 기업에 비해 성과주의 문화에 대한 반감이 더 큰 편이었다. 성과주의를 표방하는 게 잘못이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개인 성과 평가 제도가 후지쓰의 조직 문화와 맞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세상 모든 기업에게는 체계화된 성과 평가 제도가 필요하다. 후지쓰의 문제는 무리하고 성급한 도입 과정이었다. 충분한 사전 합의나 의사소통 없이 평가 결과를 보상에 연계시키는 데만 급급했다. 특히 이 제도 도입을 적극 옹호했던 CEO는 성과주의의 목적과 필요성을 직원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팀워크가 꼭 필요한 부서에서 팀워크가 약화됐고, 굳이 경쟁이 필요치 않은 단순 업무 직원들 간에도 불필요한 경쟁만 빈번했다. 회사의 실적이 곤두박질친 건 너무나 당연했다.
 
게다가 당시 후지쓰의 CEO는 실적 부진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올해 후지쓰의 실적이 나빴던 건 직원 개개인이 본인의 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무책임한 발언까지 했다. 개인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당연히 대부분 개인의 책임이다. 하지만 회사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건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CEO가 본인의 허물을 다른 사람, 그것도 직원 개개인에게 돌렸다는 점만으로도 후지쓰의 조직 문화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알 수 있다. 이 발언으로 그는 일본 역사상 가장 불성실한 CEO 중 한 명으로 남아버렸다. 후지쓰의 실패 사례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CEO부터 개인 성과 평가 제도의 근본 목적과 달성 방안을 깊이 연구해야 한다.
 
 
박형철 대표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미국 테네시 주립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앤더슨 컨설팅과 대우경제연구소를 거쳐 머서코리아의 한국 지사장 겸 공동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글로벌 인재관리 전략, M&A 후 인사통합 및 성과관리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