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는 과감히… 그러나 인재는…

42호 (2009년 10월 Issue 1)

금융위기로 세계 각국 기업들이 잇따라 정리해고에 나서고 있다. 북미, 유럽의 많은 기업이 수차례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경제 상황 악화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해고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지만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 해도, 경제 상황이 바뀌었을 때 어떤 사람이 다시 필요할지를 염두에 두며 해고를 단행해야 한다. 이미 상례화된 해고 전략은 회사의 비용 감소에는 도움을 줄지 모르나, 때로는 기업에 복구하기 힘든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정리해고는 힘들고 어려운 결단이다. 때로는 기대만큼 비용 절감이나 매출 증대 효과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대량 해고 때문에 경쟁 업체에 밀리거나 향후 업계 리더로 올라설 기반을 확보하지 못해 뒤처진 기업들도 많다.
 
과거 경기 침체 때 행했던 정리해고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지금처럼 모든 업계의 판도가 다시 짜이고,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를 점칠 수 없을 만큼 혼란한 상황에서는 무분별한 정리해고의 문제점이 더 커질 수 있다.
 

 
많은 경영자들은 목표 고객, 자금원,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 가격 정책, 투자, 비용 구조 등 경영 전략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실제로 구현하려면 이에 걸맞은 인재가 필요하다. 이미 정리해고를 한 기업이든, 앞으로 단행할 기업이든 인원 감축은 2가지 효과를 낳아야 한다. 첫째, 즉각적인 비용 감축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둘째, 적재적소에 있는 노련하고 의욕 넘치는 일꾼들을 제자리에 남겨놓음으로써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일면 서로 상충하는 듯한 이 2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기업이 그래왔듯 ‘형평성’을 앞세워 경쟁력을 희생하는 방식의 정리해고는 결코 해결책이 아니다. 때문에 ‘적재적소에 인재 배치하기(talent fitness)’가 중요하다. 이는 근로자의 역량과 기업의 전략적 필요 사항을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짝지어주는 작업을 말한다. 그래야 정리해고 자체에 따르는 고통도 덜고, 정리해고 비용에 대한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사항은 정리해고에 대한 조직원들의 수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 5단계 과정을 이행하면 인력 감축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경영진의 리더십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또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난 순간, 자사가 적재적소에 적합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도 있다.
 
 
1 단계  필요한 정리해고는 서둘러 끝내라
이미 정리해고를 감행한 상태가 아니라면, 명확한 기준에 따라 선택적으로 인원을 감축하라. 일단 ‘소규모 감축’의 기준을 정한 후, 관리자들에게 이 기준에 맞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보라. 소규모 감축 시 고려해야 할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인력 규모 및 생산 중심 업무 인력: 경기 하락 시기에 한 번 사라지면 이후 다시 생길 가능성이 없는 수요나 성장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사람
 
- ‘등급을 매겨 내쫓기(rank-and-yank)’로 하위 10%를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근무 평가를 통해 만성적으로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
 
- 기업이 지향하는 미래 경쟁력에 부합하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
 
이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비용을 더 줄여야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많은 인원 감축을 하면 안 된다. 그보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정리해고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발적 의사에 따른 무급휴가 도입, 계약직·시간제 근로자 고용을 통한 각종 복리후생비 감축, 내부 인력을 자사의 손익 계산과는 무관한 협력 회사나 벤처 기업에 파견하기, 근무 시간 단축, 순환 근무제 도입 등을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중 한 가지 방안을 선택할 때는 시행에 앞서 예상되는 비용 절감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부터 분석하라. 이때 고객 서비스에 미치는 손실, 인원 감축에 따른 생산성 저하, 이직률 증가 등의 간접 비용도 세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를 모두 고려해 각 선택안에 따른 이익이 어느 정도인지를 검토하라.
 
 
2 단계 업무 역량의 차이를 파악하라
어떤 부서와 생산 라인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을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 해당 업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핵심 역량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경쟁력과 실제 직원들이 갖고 있는 경쟁력 간에 어떠한 격차가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업무 수행 능력과 업무 지식이 뭔가를 알아내고 이를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업무 수행 능력 평가에 들어갔다면 모든 업무 과정과 기술 진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비즈니스 및 기술 전략을 인적 자원 경쟁력과는 별개로 여기는 기업이 많다. 그러나 이 상호 연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적은 비용으로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도입하려면 이에 적합한 인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도입해도 성과를 낼 수 없다.
 
고용 상태를 계속 유지하거나 향후 교육 기회를 줘야 할 사람이 누구이며, 이들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인가를 알아내려면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 기업의 가치 창출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인력은 누구인가?
 
- 우리 회사는 이 핵심 인재들에게 회사에 남아 있을 동기를 부여하고, 적절한 교육 기회도 제공하고 있는가?
 
- 우수 인재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고 있는 부서가 어디인가?
 
직원을 평가하는 데 있어 흔히 기업들은 모든 부문에 최상급(이른바 ‘A급’ 플레이어)의 인재가 필요하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는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꼭 필요한 일도 아니다. 핵심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정도의 일이라면 ‘B급’이나 ‘C급’ 플레이어로도 충분하다.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놓은 제품들을 선보여 제품 단가를 높이고 엄청난 성공까지 거머쥔 애플을 보자. 물론 애플 경쟁력의 핵심인 엔지니어, 제품 개발자, 마케팅 담당자는 당연히 ‘A급’ 플레이어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애플 내 다른 여러 사업부들이 꼭 최고의 인재만 모시는 건 아니다.
 
비즈니스 전략이 변화함에 따라 과거 핵심 가치를 창출하던 인력이 더는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직원들의 업무 역량을 평가하고, 인력 채용 및 개발 또한 이런 변화를 시시각각 포착해야 한다.
 
3 단계 업무 평가를 실시하라
기업의 미래 가치에 맞는 핵심 역량을 겸비한 인재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이들을 지원·육성하는 데 주력하라. 이를 위해서는 기업 전반에 걸친 선별 작업이 따라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업무 평가다. 업무 평가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 현재 인력이 갖춘 요건이 기업이 지향하는 요건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 새로운 업무 수행 능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부문이 어디인가?
 
- 재배치, 재교육을 통해 성장 사업부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재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이 조건을 조직 내 각 사업부의 인력 요건으로 명시화하라. 인력을 감축할 때 입사 연차나 조직 내 인맥에 의지하면 안 된다. 과거 업무 실적처럼 측정 가능하고 정량화된 데이터라고 해서 반드시 적합한 선정 기준은 아니다. 업무 실적 관리가 지나치게 주먹구구식이어서 그 신뢰성과 일관성을 보증할 수 없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부서 단위에서 업무 수행 능력과 기업 전략에 얼마나 맞는가를 기준으로 빨리 새로운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 각 사업부 또는 협력 사업부 단위로 경험 많은 관리자들이 모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일도 포함된다. 논리적이고 간단명료한 기준은 몇 주 만에도 마련할 수 있다. 그래야 공정하고 신속한 평가를 할 수 있다.
 
 
4 단계  효과적인 인원 감축 과정을 마련한 후 실행에 옮겨라
전략적 접근법을 도입했다 하더라도, 합당치 않은 이유로 합당치 않은 인물을 해고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람들을 평가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특히 위기의 순간에서 단기간에 사람을 평가할 때는 위험도가 더 커진다. 감축 프로그램, 권고 사직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정리해고 방식은 필요 없는 인재가 아니라 핵심 인재의 퇴직을 독려하는 꼴로 전락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이 명확한 해고 기준을 제시하지 못할 때 더욱 그렇다.
 
때문에 정리해고를 감행하는 책임자는 장차 우리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의 요건이 무엇이며, 감축 대상자를 선별하는 최상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또 정리해고 이후 조직이 떠안을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특히 누가 떠나고, 누가 남을 것인가라는 판단이 옳았는지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
 
 
5 단계 변화의 시기에는 적극성과 생산성을 우선순위에 두라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신뢰와 업무에 임하는 적극성을 잃고 가장 큰 상처를 받는 때가 바로 정리해고 시기다. 일부 기업과 조직원들은 그 상처를 영영 회복하지 못한다. 그러나 적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생산성과 직원 사기에 미치는 여파를 최소화하면서 핵심 인재의 이탈도 막을 수 있다.
 
정리해고 기간에는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조직에 관한 어떤 정보라도 단시간 내에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보다 새로 전할 소식이 없는 편이 낫다. 정리해고 때 직원들은 누구나 윗선에서는 과연 지금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정리해고가 직급에 관계없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명확히 알리고,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은 직원들의 죄책감이나 불안도 덜어줘야 한다. 회사의 현재 상태, 새로운 전략의 진행 추이와 달성 방법에 관해서도 알려줘야 한다. 직원들이 경영진을 신뢰하고 있는지, 경영진의 해고 조치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회사는 직원들의 우려를 적절히 해소해주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좋다.
 
정리해고에 따른 고통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업이 이를 계기로 삼아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한다면 인원 감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음을 모두가 깨달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가 절실하다는 의견에 수긍할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사람들은 튼튼한 기업으로 되살아난 회사를 보며, 과거 그들이 겪은 고통이 꼭 필요한 고통이었음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 |박연진 815jiny@hanmail.net
 
 
편집자주 이 글은 컨설팅 회사 부즈 앨런 해밀턴이 펴내는 경영 전문 계간지 <STRATEGY+BUSINESS>에 실린 딘 아귀레, 레어드 포스트, 루이자 핀의 글 ‘Building Talent in a Time of Layoff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NYT 신디케이션 제공)
 
딘 아귀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부즈 앤 컴퍼니의 공동 대표다. 조직 효율성 및 혁신적 리더십 전문가로 미국 및 글로벌 기업의 변혁을 주도하고 있다. 역시 부즈 앤 컴퍼니 대표인 레어드 포스트는 인적 자원 관리, 혁신적 리더십, 미국 및 글로벌 시장 내 인적 자원 운영의 효율성, 효과성, 영향에 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루이자 핀은 부즈 앤 컴퍼니 이사로, 조직 변화에 따른 인적 자원 관리의 계획과 집행을 전문 연구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3호 Talent Transformation 2021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