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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금쪽이

거짓 뒷담화 퍼트리는 선배,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김윤진,김현정,함규정 | 379호 (2023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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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작은 항공사에서 지상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과장입니다.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회사다 보니 같이 일한 적이 없더라도 오며 가며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거나 안면이 있는 사람들도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문이나 가십거리도 끊이지 않는 편입니다.

회사 내에 저보다 연차가 2년 위인 대학 선배가 있는데요, 처음에는 선배라며 챙겨주고 밥도 몇 차례 사주곤 했는데 나중에 사람들에게 제가 학창 시절에 어장관리를 했다느니 지금도 남성 동료들에게 ‘흘리고’ 다닌다느니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일과 무관한 사생활인 데다 사실도 아닌 거짓 이야기를 꾸며내는 의도를 도통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경력직인 저와 달리 그 선배는 공채인 데다 같은 기수에 동기도 많아서 그런지 뒷담화를 들은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 같다는 겁니다. 일과 관련도 없는 이야기인데 갑자기 화제를 꺼내 해명하기도 민망하거니와 회사에 마음 편히 속 얘기를 할 만큼 제 편이 많지도 않은 느낌입니다. 제가 삐뚤어진 건지 모르겠지만 요새는 이런 소문을 전달해주는 사람들의 진의마저 의심스럽습니다. “너도 알아야 될 것 같아서 이야기해준다”면서 “행동 조심해라”는 식으로 경고 아닌 경고를 던지는 선배도 있었는데요. 저를 생각해서 조언해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굳이 이야기를 꺼내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에 대한 원망과 짜증도 생깁니다. 전해 들은 이야기 중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와전된 것인지도 불분명하고요.

최근에는 인사이동이 있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으로부터 ‘소문을 안 좋게 들었는데 생각보다 사리 분별이 있고 행동이 똑 부러진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피드백을 준 분은 선의로 칭찬을 건넸을 텐데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어디까지 하고 다녔기에 이런 평판이 생긴 것인지 더 찝찝한 기분입니다.

이제 와서 저도 똑같이 뒷담화를 하거나 전부 사실무근이라고 맞받아치면 모양새도 더 안 좋아질 것 같고, 그 선배나 동기 귀에 들어가면 더 큰 미운털이 박히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갈등에 휘말리기도, 똑같은 사람이 되기도 싫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동안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는 바람에 거짓이 사실인 양 굳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으니 그냥 가십이 지나가고 사람들이 제 진면모를 알아주길 기다리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직접 선배에게 따지거나 주변에 억울함을 적극 토로하는 게 맞을까요. 이 모든 상황 자체가 피곤해 이직 생각마저 드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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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ution I 

다양한 인간의 감정 중 견디기 힘든 것 중 하나가 바로 억울함입니다. 실제로 내가 하지 않은 행동을 마치 한 것처럼 꾸며서 나에 대한 뒷담화를 할 때,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게다가 특별히 누군가에게 잘못된 행동을 했거나 피해를 준 적이 없는데도 상대방이 나에게 악하게 행동할 때의 분노와 답답함은 정말 큽니다. 최 과장님은 경력직으로 회사에 입사해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까지 있을 텐데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셨네요. 일단 저와 함께, 사연을 주신 내용을 토대로 하나씩 짚어보면 좋겠습니다.

먼저, 최우선적으로 돌아볼 문제는 연차로 2년 차이가 난다는 대학 선배와의 관계입니다. 대학 선배는 처음엔 경력직으로 들어온 최 과장님에게 나름의 관심을 보였습니다. 후배가 새로 입사했다며 밥도 사주고 회사 상황에 대해서도 알려주고요. 그런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 선배의 의외의 행동들이 최 과장님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최 과장님이 차분히 생각해 보실 부분은 과거 대학 때 그 선배와의 관계입니다. 함께 대학을 다닐 당시 어느 정도로 친했고 서로 호감을 느끼는 사이였는지에 대해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최근 회사에서 다시 만났을 때 식사도 사주며 챙겨주는 양 행동했지만 그것이 진짜 속마음이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몇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단 과거 대학 선배에게는 최 과장님이 질투의 대상이었을 수도 있어요. 나아가 미움의 대상이었을 수도 있고요.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고, 어쩌면 대학 선배가 좋아했던 누군가의 관심을 최 과장님이 독차지했을지도 몰라요. 최 과장님은 그런 선배의 마음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거고요. 당시 마음에 사무쳤던 기억들이 최 과장님을 회사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서 새삼 떠올랐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 과장님의 진짜 행동과는 다르게 ‘어장 관리를 한다’거나 ‘흘리고 다닌다’는 악소문을 의도적으로 퍼뜨렸던 거지요. 굳이 이성 관계에 대한 이슈를 문제 삼아서요.

물론 과거에는 서로 별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회사 생활을 함께하게 되면서 대학 선배에게 마음에 안 드는 최 과장님의 면모가 드러났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렇게까지 이미지에 치명적인 가짜 뉴스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만약 최 과장님에 대해 적의를 갖고 있는 거라고 판단된다면 대학 선배에게 가서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건 별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오히려 “후배가 선배에게 버릇없이 굴며 다짜고짜 몰아붙이더라”는 식의 책잡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반면 대학 선배와의 관계에서 과거 및 현재에 딱히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면 말이 중간에서 와전됐을 수도 있으니 대화를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니, “당황스럽다, 선배가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걸 전해 들었는데 누군가 우리 관계를 왜곡시키려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시작하시면 됩니다.

두 번째로 최 과장님과 함께 짚어 볼 부분은 소문을 전달해준 사람에 대한 마음가짐과 대응입니다. 나에 대한 부정적 소문은 차라리 모르는 게 낫겠다는 마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원치 않게 상처를 입게 되고 속상해지니까요. 그런데 이런 종류의 소문이 조직에서 발생했다면 나만 모르고 있는 건 결과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조직은 나의 업무 역량뿐 아니라 태도와 평판까지 평가하는 곳이니까요. 최 과장님은 지금의 중간관리자 역할을 넘어 향후 임원까지 당연히 바라보실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업무 역량이 좋다 하더라도 평판이 안 좋은 사람이 임원에 오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구성원들이 믿고 따라야 하는 리더의 자리에 부정적 소문이 있는 사람을 앉힐 회사는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마음이 쓰라리고 속은 상할지라도 스스로를 둘러싼 소문은 민감하게 섭렵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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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 소문을 전해준 사람의 의도를 분석하기보다는 그 사람에게 “나를 위해 알려줘서 고맙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조언을 구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조언을 구해오는 상대에게 대부분의 사람은 호감을 느낍니다. 최 과장님에게 호감이 없었다면 굳이 안 좋은 소식을 전달해 줄 이유는 없습니다. 물론 의도적으로 기분 나쁜 소식을 전달하며 고소해 하거나 비꼬려는 일부 사람도 있겠지요. 이 부분은 최 과장님이 판단하시면 됩니다. 어쨌든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내 편을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학 선배에 대한 험담이나 서운함은 어느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한편 인사이동 후 ‘소문을 안 좋게 들었는데 생각보다 사리 분별이 있고 행동이 똑 부러진다’는 피드백을 누군가로부터 받았다면 상대방은 최 과장님을 긍정적으로 봤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서 나름의 해명을 적극적으로 하시는 게 좋아요. ‘소문을 안 좋게 들었는데…’라거나 ‘생각보다…’ 등의 부정적 단어에 집중하지 마세요. ‘사리 분별 있고 똑 부러진다’는 긍정 신호에서 힘을 얻으세요. “저 역시, 제 본질과는 상관없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억울한 생각에 많이 힘듭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히 보여드릴 겁니다”라고 말씀해주세요. 상대방은 최 과장님의 현명한 태도에 신뢰를 갖게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인데요. 이미 아시는 것처럼 최 과장님께서도 대학 선배를 똑같이 뒷담화하는 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굳이 내 인격을 오염시키면서까지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같이 뒹굴 필요는 없지요. 그렇다고 가만히 입 다물고 있는 건 자칫 사실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자기도 할 말이 없으니까 가만히 있는 거잖아’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소지가 있습니다. 최 과장님은 ‘어차피 소문은 지나갈 테니 굳이 나서서 해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듯한데요. 이때 인지해야 할 점은 사람들이 모인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구성원들의 심리 상태입니다. 업무 실수에 대해서는 정말 큰 이슈가 아니면 오히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며 넘어가곤 합니다. 본인들도 일과 관련된 실수들을 한 경험이 있고 앞으로도 실수는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누군가의 행실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이성 관계 등의 미묘한 문제 등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끊임없이 회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매 순간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최 과장님, 우선 인사팀을 찾아가시는 방법을 권고드립니다. 인사팀은 회사 내 소문이나 문제들에 대해 예민하게 감지합니다. 따라서 최 과장님에 대한 소문을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인사팀을 찾아가셔서 상담하세요. “나에 대한 가짜 뉴스가 떠돌고 있다. 근거도 없고, 사실무근이라 매우 당황스럽다. 얼마 전 나를 처음 본 분께서 ‘소문을 안 좋게 들었는데 생각보다 사리 분별이 있고 행동이 똑 부러진다’라고 하시더라. 현재 업무 성과를 꾸준히 내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자신이 있다.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조언 부탁한다”라고 말씀하세요. 인사팀 입장에서는 최 과장님을 경력직 직원으로 뽑았으니 당연히 성공적으로 조직에 적응해서 역량을 발휘하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이때 대학 선배에 대한 이야기는 가능하면 안 하시는 게 좋아요. 인사팀 담당자가 대학 선배와 친밀한 관계일 수도 있고, 새로 들어 온 경력직 직원이 기존 직원을 음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누군가에게 해명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자신을 위해 ‘똑 부러지게’ 이야기하세요. 울분에 차서 감정적으로 말씀하지 마시고 차분하고 단호하게 최 과장님의 결심을 알리세요. 누군가 때문에, 노력해서 이직한 회사를 또다시 떠나야 하는 건 억울함이 배가 되는 상황입니다. 최 과장님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한 후에 떠나도 늦지 않습니다. 적어도 후회는 없도록, 자신을 위해 스스로 열심히 변호하세요. 과장님은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보호할 수 있습니다.

최 과장님, 때로는 ‘오기’가 큰 힘이 된답니다. ‘내가 왜 당신 때문에 이런 맘고생해야 하나! 내가 왜 이직을 고려해야 하나! 당신 뜻대로는 안 될 거야!’라는 나름의 오기를 가지고 조금만 더 노력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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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ution II 

글만 읽어도 제가 가슴이 울렁거리고 답답한 심경이 드네요. 아주 힘들고 막막한 상황에 계신 느낌입니다. 아마 오랜 기간 지속된 것 같은데 견디고 지내시느라 그간 애쓰셨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서는 제가 전체적인 맥락을 모두 아는 것도 아니고 세부적인 요소를 놓칠 수 있는지라 보내주신 내용을 조금 일반화해 참고가 될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선 소문 자체가 너무 유치하군요. 이미 직장 경험도 많은 사람들이 대학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소문을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가 실제로 있는 흠결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학 선배에게 아마 마음에 안 드는 어떤 요소를 내가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문제든 현재의 사안이든, 그것이 실체가 있든 없든, 시기든 질투든, 혹은 정의감에 의한 것이든 무엇인가 그분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대인 관계의 문제는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나에게 문제가 있거나, 상대에게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둘 사이의 ‘케미’에 문제가 있습니다. 보내주신 사연에는 사실 본인의 문제는 잘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본인의 문제인지는 이러한 문제가 다른 사람과도 반복적으로 일어났는지를 잘 성찰해 보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라는 관점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면 좀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의 관점으로 보시면 좋겠어요. 가진 것이 많아서, 혹은 특정인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져서 시기나 질투를 사게 된 경우라면 내가 아무 잘못이 없고, 100% 억울하다 한들 관계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오히려 내가 피땀 흘려 노력한 대가를 나태한 자들이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항변해도 아무런 변화를 줄 수 없습니다. 결국 견디거나, 아니면 내가 바뀌는 것이 삶을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으로 더 많은 사람의 호감을 사야 하는 경우라면 이런 부정적인 측면을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인들은 행동에 조금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 더 편해질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일반적 특징임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우선, 나에게서 기인한 문제인 경우에는 내가 몸을 낮추거나, 그를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줄이거나, 먼저 다가가서 선의를 베푸는 방법을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내가 잘못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저 좀 편하게 살기 위한 방식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새로운 평판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해명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행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지도 않은 잘못 때문에 계속 골치가 아플 수가 있습니다.

두 번째, 상대의 문제일 경우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내가 전혀 관계 되지 않는 일에서도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 시절 선배가 좋아했던 남학생이 특별히 인기가 있지도 않았지만 하필이면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든가 하는 일이지요. 이런 것은 나의 잘못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도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상대가 나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는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상대는 이러한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기가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실체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 즉 현실을 왜곡하고 내가 가진 우월적 지위를 사용해 나에게 상처를 내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잘못이 없어도 내가 뒷일을 감당해야 하는 운이 나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막 시작됐거나 많이 퍼지지 않았을 때는 가벼운 부탁이나 경고가 통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이 오랫동안 크게 퍼진 상황에서는 이 정도로 해결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대의 성격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시기심이 유독 강한 성격이거나 험담을 통해서 기쁨을 얻는 특징을 가진 사람이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누군가를 타깃으로 정해 그를 괴롭히는 것을 낙으로 삼는 성격일지도 모르죠. 하필이면 내가 거기에 걸린 걸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역시 개인적인 부탁이나 경고로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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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계속 참거나 당하고 있어야 할까요? 조금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상사에게 상담을 해 보거나 인사 담당자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그 사람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거나 항의를 하는 것보다는 나의 고통을 털어놓고 도움을 부탁하는 자세가 유리합니다. 또한 인사위원회 등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런 가해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는 일일 수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는 있습니다. 적극적 법적 혹은 인사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법적 조치는 나도 많은 것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언제나 공익 제보자(whistle blower)는 불이익을 받습니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세 번째로 두 사람의 케미 문제인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선배도 다른 사람들과는 별문제가 없고 나도 그렇지만, 둘이 잘 맞지 않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에서는 서로가 직접적으로 부딪힌 적이 없는 가운데 일어나는 일인 것 같고, 나의 일의 성과나 프로세스가 아닌 신상에 대한 험담이므로 여기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안타깝게도 인간관계에 문제가 없는 곳은 없습니다. 피를 나눈 가족과도 관계의 문제가 생깁니다. 직장에서 인간관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본인이 못 느끼거나 의식적으로 안 느끼는 사람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정 부분의 문제는 언제나 발생합니다. 나에게 말을 옮기는 사람들도 심각하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말을 옮기지는 않았을 수 있습니다. 진짜 나를 걱정하거나, 나에게 안 좋은 말을 전달함으로 해서 샤덴프로이데(남의 고통에 기쁨을 느끼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로 잔 쾌감을 느끼고 싶은 평범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물론 듣는 나는 아마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을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들 사이에서 인심, 즉 호감을 사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과 함께 내가 이러한 관계 스트레스를 조금 덜 느끼도록 나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이번 사안뿐만 아니라 나의 삶을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부분이므로 나의 발전을 위해 시작 해볼 것을 추천을 드립니다.

우선 ‘라이커빌리티’를 높여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이 돼 보자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완벽하거나 여러 가지 매력을 가진 사람들을 좋아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지만 편안하고 약간의 만만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일을 너무 잘하는 것도 사실 사람들의 시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일을 잘해내면서 친절하고, 겸손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관대하고, 좋은 말과 돈으로 많이 베푸는 사람입니다. 작정하고 주변에 호감을 사려는 노력을 얼마간 해보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러나 절대 오해는 말아주세요. 나의 감정을 무시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을 하고, 물질이나 아부로 호감을 사라는 뜻이 아닙니다. 함께 있을 때 편하고 안전한 느낌이 드는 사람, 고맙다는 말과 타인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따뜻한 말을 자주 건네는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무언가 유쾌함이 느껴지고, 어떤 면에서 꽤 인간적인 모습으로 동질감이 느껴지는 사람만 돼도 됩니다. 물론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 조직 생활에서 인간관계나 평판에서 억울함을 겪고 싶지 않다면 적극적으로 모습을 가꾸어 가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조직뿐만 아니라 인생을 조금 더 쉽게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나쁜 일이 생긴 후에 대처하는 에너지를 예방하는 데 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합니다. 평소 스트레스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같은 일을 겪어도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적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한 번 분비가 되면 우리 몸에 짧게는 20분에서 6개월까지 머물며 우리의 신체와 정신적 반응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일의 심각성을 넘어서는 과도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거나, 그것을 미리 대비하는 신체 반응인 불안을 자주 느끼게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 갑니다. 따라서 수많은 순탄하지 않은 관계와 업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평소에 스트레스 호르몬 수준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평소에 주 3회 30분 이상 빨리 걷기와 같은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는 것 역시 정서 관리와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검증된 방법입니다. 명상이나 자연과 함께하는 에코 테라피 같은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엄청나게 큰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40분 정도 강도 높은 운동을 통해 땀을 흘리고 나면 나를 괴롭히던 일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것, 장소를 옮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부정적 생각에 매몰이 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만이 도움이 된다는 최신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집안일이든, 빠르게 걷기든, 단순한 중간 이상 강도의 운동을 습관적으로 하게 되면 그 역시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호흡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짧고 깊이 들이마시고 오래 참고 오래 뱉는 쉼 호흡을 하면 바로 몸이 이완되기도 하고, 5분간 매일 반복하면 정서와 신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온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마음이 안정이 잘 안될 때 사용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내가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을 알아봅니다. 내가 활기차고 건강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여유 있고 유쾌한 사람으로 보인다면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뒤에서 이야기를 할 때, 혹은 앞에서 나를 대할 때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나를 대하게 됩니다. 물론 내가 갑자기 건강하고 행복해 보이기는 쉽지도 않고, 만약 그렇게 된다 해도 나를 시기하는 이들이 갑자기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에게 다 사랑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기본적인 평판을 좋은 쪽으로 기울게 하는 정도로 충분할 듯합니다.

지금의 일이 하루아침에 당장 해결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당장 해결을 원한다면 그만큼의 고통과 손해를 나 역시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이직 여부와 상관없이 시간을 두고 나를 더 강하고 좋은 사람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노력을 기울여 보세요. 그 누구도, 어떤 행위로도 나의 존엄성을 짓밟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시길 바라겠습니다.

DBR mini box I

내가 최 과장이라면? 팀장클럽 현직 팀장님들의 조언



현직 팀장님들은 최 과장님과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인터비즈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팀장클럽’에서 직접 현직 팀장님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소중한 의견의 일부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ID : 삐에로

뒷말과 이간질은 성별 문제가 아니라 썩은 조직의 문화입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사고하는 사람들이 적고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말이 옮겨 다니는 것이지요.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일과 관련된 부분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선입견이 담긴 뒷말은 무시해도 괜찮습니다. 선배가 직접 뒷말하는 순간을 포착하시는 게 아니라면 굳이 선배에게 따지실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오해를 살 수 있고, 뒷말이 될 먹이를 던져주는 셈이 될 테니까요.

그런 뒷말하는 사람들은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도 흉을 볼 사람들입니다. 신경 쓰지 마시고 하시는 일에 집중하고 정진하세요. 그런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사람이 되려고 직장에 입사한 것은 아니니까요.

장기적으로 보면 사내 행실이 바르고 자신의 일에 성실하고 성과를 잘 내면 저런 소문들은 자연스럽게 없어집니다. 오히려 뒷말하는 사람이 이야기를 꺼내면 ‘내가 겪어보니 그런 사람 아니던데?’ 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는 겁니다.

한편 뒷말하는 사람을 면전에서 지적하지는 못할망정 “그 선배가 그렇게 널 씹고 다니니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말해준다는 이야기는 더욱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는 조언입니다. 단, 조언이랍시고 말을 옮기는 분들에겐 성실히 귀담아듣는 자세는 취하세요. 본인들 딴에는 생각해서 해주는 말인데 상대가 쿨하고 무신경하게 반응하면 뒷말하는 이의 말이 맞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당장은 나를 바로 봐주고, 내 모습 그대로를 봐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힘드시겠지만 이런 일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십시오. 그럼에도 너무 정신적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그 조직에서 병들지 마시고 제대로 된 조직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ID : 할리타는팀장

사람들 사는 데는 뒷담화를 안 하는 사람 반, 하는 사람 반 아닐까 해요. 본인은 안 하는 사람이라고 하며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의 뒷담화를 하곤 하죠. 그렇게 공기처럼 흘러가는 수없이 많은 뒷담화 중에 본인 것을 들은 것뿐입니다.

평판은 말 그대로 평판일 뿐, 평판이라는 것에 휘둘릴 이유가 없더군요. 1년, 2년이 지나다 보면 평가가 더 확실해 집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말이 나온 부분을 조심하는 쪽으로만 신경 써보세요. 차츰 과장님에 대한 평가는 더욱 발전할 겁니다. 반대로 평판이 좋으면 오히려 위험 요소로 생각하고 항상 ‘언’과 ‘행’을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판에만 얽매여 신경 쓰지 마시고 과장님께서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더 에너지를 쓰시면서 용기도 얻고, 또 문제를 해결해가며, 자부심을 쌓아 나갑니다. 그렇게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스스로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 김윤진 | 동아일보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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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정 | aSSIST 글로벌 리더십 센터장

    필자는 미 컬럼비아대에서 조직과 리더십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미네소타대에서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숭실대 경영학부 조교수, INSEAD 글로벌리더십센터 방문연구원으로 재직했고 삼성전자 리더십 개발센터 등에서 근무했다. 심리학과 경영학, 성인교육학을 기반으로 한 효과적인 리더십을 연구하며 상담 및 코칭을 하고 있다.
    hyun89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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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규정 | 씨앤에이엑스퍼트 대표

    비즈니스 교육·훈련 기관 씨앤에이엑스퍼트(C&A EXPERT)의 대표이자 성균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다. 감정 코칭 전문가로서 직장 내 감정 관리 및 소통 기술에 대해 CEO와 임원, 팀장 및 팀원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한다. 저서로는 「감정 관리도 실력입니다」 「감정에 휘둘리는 아이 감정을 다스리는 아이」 「제가 겉으론 웃고 있지만요」 「서른살 감정공부」 등이 있다.
    hahm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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