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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금쪽이

“잘난 척 늘어놓는 팀원 때문에 모두 지쳐요”

이규열,이경민,현미숙 | 377호 (2023년 9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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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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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2달 전 팀장으로 승진하며 새 팀에 발령받았습니다. 처음 맡은 업무이고 팀장이니 새로 알아야 할 사람도 많고, 업무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자꾸 박 과장이 저의 속을 벅벅 긁습니다.

처음 팀에 와 보니 박 과장의 존재감이 엄청나 보였습니다. 후배 직원들의 업무에 상세하게 피드백을 주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 보니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 숫자 틀린 것 같은데? 내가 너 연차에는 이런 실수 안 했는데. 하긴 최 차장님도 여긴 맨날 틀리시더라. 나쯤 되니까 이런 실수도 잡아내지.”

실수를 바로 잡아준 건 고맙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은 자기 자랑이었습니다. “내가 중소기업벤처부에 있는 ○○○이랑 죽마고우인데”라며 주요 인사와의 친분도 자랑하곤 한다는데… 자기 잘난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니 부하 직원들도 대꾸해 주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관심 없는 기색이라도 내비치면 “상사가 말하는데 좀 제대로 듣지?” 하며 무안을 준다고 합니다.

그러다 일이 터졌습니다. 한번은 박 과장이 사내 공모전에 당선된 적이 있습니다. 함께 지원한 최 대리는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최 대리가 야근까지 불사하며 공들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어찌 됐든 경사이니 팀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박 과장을 칭찬했습니다. 그의 반응은 순간 자리에 있던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이 정도는 별것도 아니죠. 크게 노력한 것도 없어요.” 여기까지는 그냥 겸손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까지였는데 또 한마디를 더합니다. “최 대리 기획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더라.” 그 순간 느꼈습니다. ‘아, 남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식사 시간 이후 최 대리를 달래주기 위해 따로 티타임을 가졌는데요, 알고 보니 이번에 당선된 공모전의 아이디어도 원래는 다른 사원의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박 과장은 섭섭함을 토로하는 그에게조차 “네가 더 빨리 만들어서 냈어야지”라며 전혀 미안해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딪치기도, 피해 가기도 어려운 박 과장의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 그 부하 직원들에게는 어떻게 대응하라고 일러줘야 할지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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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ution I 

박 과장의 경우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자기애성 인격 성향(Narcissistic Personality Trait)이 다소 있어 보입니다. 자기애성 인격 성향이란 자기애성 인격 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보다는 정도가 경미한 경우로 인격 장애만큼의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중심적인 경향성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 둘을 구별해서 설명하고 이런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자기애성 인격 장애의 정신과적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상이나 행동에서의 웅대성1 , 칭찬에 대한 욕구, 공감의 결여가 생활 전반에 나타나며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5,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의 진단 기준 9가지 특성 중 5개 이상의 항목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1)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과장된 지각을 갖고 있다.

(2) 무한한 성공, 권력, 탁월함, 아름다움 또는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공상에 집착한다.

(3) 자신이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라고 믿으며 특별하거나 상류층의 사람들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고 또한 그런 사람들(혹은 기관)하고만 어울려야 한다고 믿는다.

(4) 과도한 찬사를 요구한다.

(5) 특권 의식을 가진다.

(6) 대인 관계가 착취적이다.

(7) 감정이입 능력이 결여돼 있다.

(8) 흔히 타인을 질투하거나 타인들이 자신에 대해 질투하고 있다고 믿는다.

(9) 거만하고 방자한 행동이나 태도를 보인다.

박 과장의 경우 이 중 몇 가지 항목에서 일정 정도 일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진단 기준 항목의 5개 이상이 지속적이고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서 인격 장애까지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팀장님이 말씀해 주신 여러 사례에서 보듯 박 과장이 보이는 자기 중심성은 주변 사람들에게 심리적 어려움을 유발하고 조직을 오염시킬 수 있어 리더로서 주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 과장의 잘못된 행동을 줄이고, 그로 인한 다른 구성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정확한 개입을 위해 박 과장이 심각한 정도의 인격 장애인지 아니면 나르시시즘을 가진 인격 성향이 있는 정도인지를 구별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위의 인격 장애 진단 기준 중 대인 관계 영역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6번 항목의 ‘타인에 대한 착취’입니다. 혼자만 잘난 척하는 것이나 거만하게 구는 것, 자신에게 칭찬이나 관심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 등 모두 매우 보기 싫은 모습이긴 합니다만 조직에서 이런 사람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때로 저를 포함해 우리 자신도 상황에 따라서는 그러한 모습을 어느 정도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자기애성 인격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어떠한 인격 성향을 가졌다고 보려면 성향의 지속성, 상황의 광범위성 등이 수반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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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타인을 착취하는 문제는 이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성을 갖고 있습니다. 대인 관계가 착취적이고 사람을 자신을 위한 도구나 대상으로만 본다면 그는 분명한 자기애성 인격 성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 정도가 심각하다면 인격 장애로 진단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박 과장이 자기 자랑을 일삼으며 그것에 대해 주변에서 동조하고 칭송하기를 지속적으로 바란다면 그는 사람들을 자신의 잘남을 떠받들어 주는 존재로만 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다른 사람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분명하게 자기애성 인격 성향의 문제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김 팀장님이 말씀하신 내용 중에 박 과장이 당선된 공모전의 아이디어가 원래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고 하신 부분은 이러한 착취적인 대인 관계를 의심케 합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삶의 패턴이라고 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구성원 전체가 이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박 과장에게 착취를 당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박 과장의 이러한 패턴에 대해 알려주고, 착취를 당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성원들과 역할과 권한, 즉 R&R(Role&Responsibility)을 명확히 하고, 박 과장과 관련된 일의 시작부터 완결까지 팀장님이 과정을 추적해서 박 과장이 다른 사람을 착취하지 않도록 하셔야 합니다. 특히 지시나 진행 상황들을 되도록 기록으로 남겨 박 과장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3자 대면이나 박 과장을 제외한 다른 구성원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의 시간을 확보해 박 과장이 중간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조종하지 못하도록 하십시오. 자기애성 인격 성향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착취하지 못하게만 해도 조직에서 일으키는 문제의 상당 부분은 막을 수 있습니다.

둘째, 박 과장을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대하세요. 자기애성 인격 장애뿐 아니라 정신과적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인격 장애는 다양합니다. 반사회성 인격 장애, 연극성 인격 장애, 회피성 인격 장애, 강박성 인격 장애 등이 있죠. 이러한 다양한 진단에도 불구하고 인격 장애 혹은 인격 성향인 사람을 대하는 정신과적 원칙은 동일합니다. 그것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대하기’입니다.

인격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약점에 대해 동물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떨 때는 나 자신보다도 나의 취약한 부분을 잘 알아서 그 부분을 바로 공격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을 대할 때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계에서 규정된 만큼의 공식적인 거리를 잘 유지하는 것, 상사와 부하 직원이라면 일로 만난 사이답게 일로만 소통하는 것입니다. 딱히 더 잘해줄 필요도 없고, 두렵거나 싫다고 더 멀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둘 사이의 관계에서 규정돼 있는 정도로만 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더 잘해주면 무언가 켕기는 부분이 있다고 느껴 들러붙어 괴롭힙니다. 싫거나 두려워서 멀리하려 하면 그것 또한 민감하게 느끼고 덤벼들어 괴롭힙니다. 그러므로 해야 할 만큼만, 사적인 감정을 갖지 않고 중립적으로 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구성원들과 동일하게 일로써 대하고 경계를 분명히 하시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 없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박 과장도 팀장님이 아울러서 같이 데리고 가야 할 구성원이니까요.

셋째, 이런 사람들은 자존감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이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자만심과 달리 실제 자존감은 매우 취약합니다. 마치 새로 개업한 식당 앞에서 바람을 넣은 큰 풍선 인형처럼 우쭐우쭐 춤을 추고 있지만 그 내부는 모두 공기뿐이어서 작은 구멍에도 쉽게 바람이 빠지고 쭈그러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자신을 부풀려 크게 보이려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의 경우 사소한 비난에도 크게 폭발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의 열등감을 상대가 알아차렸을 수도 있다는 공포로 인해 별거 아닌 말에도 심하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박 과장이 말로 다른 사람들을 상처 주고 자신만 잘난 것처럼 으스댈 때 그 사람의 내면이 매우 황폐하고 초라하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박 과장의 거만함으로 인해 마음이 상하시는 것이 좀 적어질 수 있습니다. ‘오죽 힘들면 저렇게 말도 안 되는 걸로 잘난 척을 할까’라고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에게만, 또는 우리 조직에서만 박 과장이 저렇게 잘난 척하고 거만한 것이 아니고 ‘저 사람의 인격 성향이 원래 그래서 언제나 누구에게나 저렇게 구는구나’ 하고 기억하는 것도 박 과장의 행동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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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구성원들이 박 과장에게 대응하는 방식도 위에 말씀드린 세 가지 원칙을 적용하시면 됩니다. 특히 첫 번째 항목에서 말씀드린 착취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 과장과 같이 일을 하게 되는 경우 일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고 정서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이용당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잘난 척하는 모습이나 주변을 무시하는 것을 볼 때 나에게만 저런다고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원래 그런 사람이고, 언제나 누구에게나 저런 모습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부정적 감정으로 힘든 것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심하게 낼 수 있고 상대의 약점을 빠르게 캐치한다는 점을 기억하며 관계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중립적으로 대하는 방법을 구성원들에게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조심할 것은 ‘박 과장이 자기애성 인격 성향이니까 우리가 이렇게 조심하자’라고 팀장님이 박 과장에게 꼬리표를 붙이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꼬리표를 달게 되면 실제보다 그 사람을 더 안 좋은 쪽으로 바라보게 되고 편견이 쌓여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볼 수 없게 됩니다. 그에 더해 그런 낙인이 찍힌 것이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게 되면 팀장님의 리더십에도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팀원을 이끄느라 힘든 김 팀장님께 위로 삼아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래도 이런 문제를 가진 사람이 부하 직원이라서 다행이라는 점입니다. 조직에서 코칭을 하다 보면 가장 힘든 경우가 자기애성 인격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상사이거나 가족일 때입니다. 그래도 부하 직원보다 내가 더 정보가 많고,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문제로 인해 내가 다치거나 영향받는 것이 제한적이고 일시적입니다. 그러나 상사가 자기애성 인격 성향이라면 위에 말씀드린 가장 큰 문제인 착취의 대상이 바로 내가 될 수 있고, 상황에 대한 정보가 나보다 상사에게 더 많기 때문에 상사가 나를 중간에 두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해도 모른 채로 당하기 십상입니다. 거기다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가족이라면 힘든 관계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도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고통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박 과장이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박 과장의 강점을 찾아보도록 노력해 주세요. 아울러 박 과장으로 인해 다른 구성원들이 힘들지 않도록 지금처럼 잘 보살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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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ution II 

승진 후 희망찬 마음으로 팀을 꾸리려 하는데 박 과장 이슈로 어려우신 상태군요. 생각보다 박 과장의 부정적인 영향력이 깊고 넓게 퍼져 있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막막할 것 같습니다. 이는 누가 맞닥뜨려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여러 차원에서 차분하게 생각을 해 봐야겠습니다. 3가지 차원에서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1. 내 자신을 이끌기

이 일을 ‘시련’으로 볼 것인가, ‘기회’로 볼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겠습니다. 시련으로 본다면 ‘하필 왜 이런 팀원이 우리 팀에 있는 거야!’ 하는 억울함과 같은 감정이 들겠죠. 누구라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 강점을 잘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어느 조직에나 이런 팀원이 있을 수 있으니 팀장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근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커리어에 ‘선생이 왔다’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이전에도 이런 사람을 마주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내 삶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그냥 넘겼을 것입니다. 이제 팀의 화합과 시너지를 고민해야 하는 팀장이 됐으니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내 삶의 문제가 됐습니다. 팀장으로의 삶을 성숙시켜줄 ‘선생’이 찾아온 것이죠.

‘기회다’라는 마음이 생긴다면 다음 해야 할 일은 ‘리더십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입니다. 이는 ‘어떤 리더로 존재하고자 하는지’ 정의하는 것입니다. 벽을 쌓을 때 그 수직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서 늘어뜨리는 줄을 다림줄이라고 합니다. 다림줄처럼 내 리더십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리더십 정체성입니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을 이 정체성에 맞춰서 판단하고 행동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팀장님이 ‘나는 구성원의 시장 경쟁력을 두 배로 높여주는 리더이고자 한다’라고 정체성을 정리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랬다면 지금 팀 내에서 일어나는 이 일을 통해 구성원들의 역량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고민할 것입니다. 팀장으로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리더십 정체성을 아직 고민해보지 않았다면 다음의 두 질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정리해보시기 바랍니다. 구성원들에게 어떤 리더로 기억되길 원합니까? 또한 팀원들에게 어떤 정신적 유산을 남겨주고 싶습니까?2

다음으로 유의해야 할 것은 확증 편향에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박 과장은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장님이 박 과장의 문제점에만 관심을 가지면 이 상황은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저 사람은 문제가 있어!’라는 필터로 사람을 보기 시작하면 그렇지 않다는 새로운 증거가 차고 넘쳐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리더들은 자신이 마음에 들어 하는 구성원과 그렇지 않은 구성원이 동일한 행동을 했을 때 이를 다르게 평가합니다. 평소에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구성원이 팀장님을 칭찬한다면 “역시 상사의 공을 알아주는 구성원이야”라고 평가하지만 박 과장이 팀장님을 칭찬한다면 “부탁할 게 있는 거 아냐? 사람이 정치적이야!”라고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박 과장은 본능적으로 팀장님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결국 박 과장도 자신만의 확증 편향을 갖게 되고 팀장님의 어떤 호의도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기 때문에 어떤 시도로도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하게 됩니다.

상황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고 싶다면 박 과장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특히 약점을 파악할 때는 구성원에게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팀장님이 직접 보고 관찰한 데이터만을 모아서 담백하게 제시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2. 일대일로 구성원 이끌기

박 과장에게 개입할 방법

박 과장은 숫자에 민감하고, 네트워킹을 잘하며, 과제의 본질이나 방향을 잘 꿰고, 스피디하게 몰입하는 장점이 있는 듯합니다. 반면 자기 과시, 과도한 자기 중심성, 무례함 등의 탈선 요인을 갖고 있으며 대인 민감성, 공감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져 보입니다. 혼자 하는 일에서는 성과를 내겠고 2∼3명이 함께하는 일에서도 특유의 정치성을 발휘해서 어느 정도까지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가치가 큰 과업일수록 협업이 필요하고 그런 일을 맡아야 할 때가 되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저성과자나 골칫덩어리로 낙인찍힐 수도 있을 겁니다.

리더는 이런 박 과장의 인생을 안타깝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뒤에서는 늘 자신이 가십거리가 되는지 모르는 박 과장에 대해 내 휘하에 있는 팀원이기에 가여워 하는 마음이 생겨야 합니다.

측은지심의 마음이 든다면 다음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커리어 패스’에 대한 코칭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박 과장에게 2∼3년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혹은 먼 미래에 어떤 위치에 가고 싶은지를 물어보고, 그를 위해 필요한 역량을 함께 정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아마 박 과장은 ‘직무 전문성’에 관한 이야기만 할 가능성이 큽니다. 팀장님은 박 과장의 대답을 수용하고 지지하면서 박 과장이 놓친 역량, 즉 ‘대인 관계 및 커뮤니케이션 역량’들에 대해서 제시하시면 좋겠습니다. ‘가치가 높은 일들은 대개 혼자 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함께 일한 사람들의 공로를 인정해주고, 한 번 일한 사람이 계속해서 일을 같이하고 싶도록 만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등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람들을 협업하게 만드는 역량, 칭찬하고 더 몰입하게 만드는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역량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됐다면 현재(As-Is)는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노력해볼 것인지, 팀장으로서 무엇을 도와줄 것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개발할 역량이 합의되면 이제 평상시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긍정적·건설적 피드백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자신을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피드백을 준다는 신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각 구성원에게 개입할 방법

구성원들도 자신들의 인생에 온 선생을 맞이하고 성장하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성장은 순조롭게 성공할 때보다 역경과 실패 속에 있을 때 더 크게 이뤄집니다.

팀원들이 박 과장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을 때, 그 어려움에 깊이 공감한 뒤에 ‘이 상황을 통해 당신이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어야 합니다. 이 질문의 속뜻은 ‘박 과장의 장점을 네 것으로 가져오기 위해, 동시에 박 과장의 단점은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박 과장처럼) 숫자를 꼼꼼하게 봐야겠다’나 혹은 ‘(박 과장과는 다르게) 다른 사람이 공헌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를 전하겠다’ 등 실행책이 나올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팀장님께 속을 털어놓으면 마음도 알아줄 뿐만 아니라 어려운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겨나가는 힘과 지혜를 준다는 믿음이 생기게 해야 합니다.

3. 팀원들 이끌기

팀에서 문제가 일어나면 가장 큰 책임은 팀장님이 져야 하지만 팀원들도 나눠 지고 함께 성장할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팀 차원에서 두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겠습니다.

우선, 반드시 필요한 태도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협업 점수를 고과에 10% 반영하겠다고 공표하는 것입니다. 어렵다면 ‘팀의 미션을 잘 이뤄내고 함께 일하는 것이 즐거울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원칙을 정해보자’고 제안하며 구성원들과 함께 팀 운영 지침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서로에게 감사 표현하기’ ‘상대의 기여 인정하기’와 같은 항목들을 도출해 보는 것입니다. 이런 명시화를 통해 ‘우리 팀에서는 이런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구나’ ‘이것들이 내 평판에 영향을 주겠구나’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상호 피드백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각 구성원에 대해 각각 강점 3가지와 개선점 3가지를 적어내도록 한 후 이것을 팀장이 취합해 구성원별로 ‘1on1’ 미팅을 갖는 것입니다. 한 번의 피드백으로 변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박 과장에게 ‘남이 알고 있는 나’에 대해 귀 기울이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구성원들은 두 가지 마음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하나는 새로 온 김 팀장님이 그동안 자신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아주길 원하면서 박 과장을 유능하게 ‘제압’해주길 기대하는 겁니다. 또 다른 마음으로는 팀장님이 ‘부족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암묵적으로 관찰하려 할 것입니다. ‘내가 부족할 때도 저렇게 대하시겠구나’ 하는 정보를 얻고 싶어 하는 겁니다. 박 과장을 박대한다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자신이 꾸지람을 듣게 될 때가 되면 ‘부족한 사람을 늘 이런 식으로 대한다’며 팀장님의 태도가 문제라고 비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박 과장을 설득해가는 면담이나 대인 민감성의 이슈를 팀 차원에서 강화시키기 위해 상호 피드백을 교류하는 것 등은 ‘우리 팀장님이 팀을 잘 관리하고 있다’라는 신뢰감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설령 박 과장을 설득하는 데 실패할지라도 말이죠. 그리고 이런 믿음은 팀장님이 처음 작정했던 리더십 정체성을 이루는 데 큰 기여를 하리라 생각합니다.

조직을 이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두 내 마음 같지 않아서 그런 것이지요.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것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놀라지 마시고 이번에도 ‘선생’이 왔다고 생각하시고 주변 멘토에게 여쭙거나 지금처럼 ‘직장인 금쪽이’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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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 팀장이라면? 팀장클럽 현직 팀장님들의 조언



현직 팀장님들은 A 팀장님과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인터비즈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팀장클럽’에서 직접 현직 팀장님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소중한 의견의 일부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ID : 노 팀장

여러 차례 집중해 읽고 든 생각은 ‘과연 박 과장이 문제일까요?’입니다. 그의 ‘애티튜드’를 지적하는 것 같은데 실제 실력이란 측면에서 보면 다른 관점에서 이 사안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영화 제목처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들이 100명, 1000명이 모여 있는 곳이 직장이자 사회이지요. 죽어라 노력해도 성과가 안 나오는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안타까울 수 있으나 실적을 우선하는 회사라는 조직에서 이들까지 챙기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반대로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번뜩이는 재능과 재치, 사교성을 갖춘 직원은 팀장이 챙겨주지 않아도 알아서 위로 올라가죠. 이것이 직장이라는 조직이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평가주의의 한 단면입니다.

자존감이 강한 박 과장에게 자제하라고 이야기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일 잘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인정받으려 하고, 또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그 친구는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까 남들보다 고민하고 노력했기 때문에 그 방법을 더 잘 아는 것입니다.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가까운 시간 내 조직을 떠날 가능성이 큽니다.

잘하는 직원이 나를 대신해서 조직 관리 일부를 해주는데 왜 싫을까요. 귀감이 되는 직원이 있다는 것 자체도 팀장의 복입니다. 실제로 팀원 전체가 아무 생각 없이 팀장 입만 바라보고 있는 조직도 많습니다. 최 대리는 박 과장의 뼈 있는 조언을 귀 기울여 듣고, 노력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방향성으로 헤쳐 나가는 지혜를 이번 기회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과장처럼 직설적인 조언을 해주는 선배도 요즘 많지 않습니다.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박 과장과 같이 자기중심적 PR은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은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들보다 더 그 일에 대해 알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애썼을 박 과장의 노력도 봐주시길 바랍니다.

ID : 생활경제코치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사실 너무 많은 유형의 케이스네요. 우선 나르시시스트 성향의 사람을 대할 땐 문제를 분명하게 확정해야 합니다. 태도와 분위기를 문제 삼기 시작하면 문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잘난 척은 일상적으로 불편할 수 있지만 업무상의 문제가 되긴 어렵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문제를 일으킨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문제 삼고 해결해야 합니다. 그를 나르시시스트로 규정짓고 흉보기 위해서가 아닌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보이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가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인식해야 합니다.

나의 대처법을 강구하는 것은 좋지만 다른 사람에게 대응책을 조언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습니다. 힘들다는 부하 직원의 이야기를 들어줄 순 있지만 ‘너도 그렇지? 나도 그래’라는 식으로 마음을 나누게 되면 원치 않는 분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고민을 들어주던 후배가 도리어 욕하던 상사와 잘 지내게 되면서 말을 터놓던 팀장과는 오히려 제 발 저려 멀리하게 되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자기중심적 언행이 그 당사자에게 피해가 가는 문화인지, 그 사람에게 오히려 유리한 조직문화인지가 중요합니다. 후자라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상황 개선이 어렵지요. 나르시시스트는 고립되고 고독해지게 마련이므로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처벌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에게 가급적 무대응을 합니다. 대응이 필요하면 최대한 중립적 언어를 사용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 하고요. 업무 협조가 필요하다면 내가 기여해야 하는 바와 상대방이 기여해야 하는 바를 사전이 분명하게 규정하고, 무조건 텍스트로 공유합니다. (자기 좋을 대로 말 바꾸기 선수들이거든요!) 그렇게까지 비위가 상하지 않는 상대라면 적절한 칭찬과 동조로 그의 유능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 이규열 | 동아일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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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민 | - 마인드루트 대표 / 정신과 전문의
    - 기업정신건강 진단 및 관계/갈등 치료 전문가
    - 대한우울조울병 학회 정회원 및 학회지 편집위원
    - 前 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 前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Medical Director, 前 용인정신병원 WHO 협력기관 Research coordinator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석사
    -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 'Mindfulness 전문가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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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미숙 | 하우코칭 대표

    심리학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국제마스터코치(MCC, Master Certified Coach)이자 한국수퍼바이저코치(KSC)이며 비즈니스 코칭 전문 기업 하우코칭의 대표다. 2004년부터 기업 대상 비즈니스 전문 코치로 활동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삼성, SK, 현대차, 두산,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에서 경영자 및 리더 코칭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숙명여대 대학원 리더십학과 겸임교수, 성균관대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ceo@howcoa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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