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빌런’이 따로 없습니다. 저희 팀에서 ‘담당 임원 픽(Pick)’으로 약 6개월 전 새롭게 영입한 경력 직원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신뢰와 기대가 컸습니다. 업계에서 나름대로 중량감 있는 기업 출신에 관련 직무 경험도 많아서 팀의 허리 역할을 책임져 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경력으로 입사한 직원 본인도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 전 직장에서 쌓은 네트워크 등을 총동원해 적극적으로 일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성격도 사교적이라 팀에 빠르게 녹아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적어도 입사 후 한 달 정도까지는요.
희망과 기대가 깨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 달가량의 OJT 기간이 끝난 이후 스스로 책임을 지면서 일을 시작하게 되자 본격적으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은 다른 팀원들에게 떠넘겨버리고 쉬운 일이나 성과가 돋보일 만한 일만 골라서 하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비롯한 상사들에게는 본인이 고생한다는 점을 잔뜩 부각해 놓고 뒤에선 직급이 낮은 후배들에게 일을 나눠서 시키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신규 사업의 타당성 분석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장 조사와 관계자 인터뷰 등을 맡겼더니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떠넘겨 놓고 본인은 단순 취합만 하려다 저에게 걸려서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임원 보고라도 있는 날이면 종일 기웃거리면서 낄 자리가 없는지 분위기를 살핍니다. 실력이 부족한 것은 둘째 치고 태도 자체가 불량하다 보니 팀 분위기까지 통째로 망치는 실정입니다.
더 답답한 것은 이 직원을 대하는 담당 임원의 태도입니다. 경영진과의 접점이 많은 전략기획팀 특성상 업무 능력과 태도는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조금 따끔하게 지적을 하더라도 팀 내에서 일은 제대로 가르쳐야 하고, 잘못된 업무 태도가 있으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뽑아서 그런 걸까요. 이 직원을 조금만 강하게 대하면 “아직 처음이니까 그렇지 않나” “사교성은 좋지 않냐”며 감싸고 돕니다. 오히려 성과만 따져서 꾸짖기만 하면 역량 떨어지는 사람은 족족 잘라내야 하는데 그렇게 인력을 관리할 거냐는 핀잔도 돌아옵니다. 정작 일이 잘못되면 책임은 팀 전체에 물을 거면서 말이죠. 제 발로 팀을 떠나주면 좋겠지만 이미 사내에 소문이 파다해서 받겠다는 곳도 없을 것 같습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명희cavabien1202@icloud.com
인피니티코칭 대표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필자는 정신과 전문의 출신의 조직 및 리더십 개발 컨설턴트다.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의 ‘Mindfulness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용인병원 진료과장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메디컬 디렉터를 역임한 후 기업 조직 건강 진단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 임원 코칭과 조직문화 진단, 조직 내 갈등 관리 및 소통 등 조직 내 상존하는 다양한 문제를 정신의학적 분석을 통해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