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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스타트업 리더는 어떻게 달라야 하나

손에 잡히는 비전과 실행
스타트업 리더십은 더 구체적이어야

이수연 | 349호 (2022년 0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대기업이 성과를 추구한다면 스타트업은 성장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런 방향성의 차이는 리더십 결의 차이를 만든다. 면밀한 분석과 정교한 계획을 통한 성과 관리에 집중하는 대기업에 비해 성장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은 속도를 강조한다. 스타트업은 또 실체 없는 가능성과 희망을 향해 달리기 때문에 살아 숨쉬는 비전이 중요하다. 또한 짧은 경력과 경험을 가진 젊은 구성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을 동기 부여하고 이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대기업과는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리더는 특히 성공한 스타트업의 리더십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스스로의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그 조직만의 리더십 스타일을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리더십 육성에 긴 시간을 쓰기보다 먼저 조직 내 리더 개개인이 조직이 생각하는 방향성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와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한다.



최근 들어 금리 인상, 유가 급등, 인플레이션 등 거시환경적 요소가 급변하며 분위기가 바뀌고는 있지만 지난 수년간 국내 벤처 업계는 큰 호황을 누렸다. 그 덕분에 수없이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났고 이들 중 일부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심지어 창업한 지 몇 개월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수십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더 이상 새롭지도 않은 지경이 됐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프롭테크1 기업 직방이 대기업인 삼성SDS의 스마트홈 사물인터넷(IoT) 사업부를 인수한 일도 있었다. 바야흐로 스타트업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한때는 스타트업을 경쟁 상대나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은 대기업들까지 나서 스타트업의 조직 문화를 벤치마킹하고 앞다퉈 “우리도 스타트업처럼 바꿔보자” “우리도 스타트업처럼 변해야 한다”라고 외치는 상황이 됐다.

왜 스타트업이 이처럼 주목을 받게 됐을까. 바로 기존 대기업들과는 다른 생존 방식 때문이다. 기존 기업들의 관심은 오로지 ‘성과’에 있다. 여기서 성과란 주로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설명 가능한 재무적 성과를 의미한다. 기존 패러다임에서 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이를 판매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모든 걸 결정하고 운영한다. 그 때문에 이미 보유한 인프라와 역량을 바탕으로 현재의 성과를 잘 관리하고 미래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촘촘한 기획과 관리에 집중한다. 선점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 성과 창출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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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스타트업의 키워드는 ‘성장’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성장에는 대기업에서 말하는 ‘성과’의 개념이 빠져 있다. 보다 정확히는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이들의 성장은 ‘성장 지표’로 불리는 각종 숫자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면 방문자 수, 앱 다운로드 수, 재방문율, 웹 혹은 앱에서의 고객 체류 시간, 신규 고객 가입자 수, 이탈률, 월간 활성 사용자 수(Monthly Active Users, MAU) 등이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성장 지표들이다. 이 성장 지표가 얼마나 증가했는가, 그 증가율이 얼마나 가파른지가 스타트업에는 아주 중요하다. 여기에는 ‘실제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바탕으로 의사결정하고 기업을 운영한다’는 성과 기반 패러다임은 빠져 있다. 대신 ‘얼마나 투자받는가, 얼마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가’가 성장의 증거가 된다. 이러한 투자 여부와 규모에 따라 경영의 주요한 의사결정과 운영의 방향성이 결정된다.

이것은 기업 경영 방식에 큰 차이를 만든다. 스타트업에서는 ‘속도’가 절대적으로 중시된다. 체급 자체가 다른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방법은 ‘민첩성’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빠른 스케일업(Scale-up)에 있다. 그 때문에 앞서 언급한 각종 성장지표의 가파른 상승에 전력투구하는데 이를 ‘J-Curve’라며 지향한다. 여기서 J-Curve는 미국의 디지털 출판사 ‘러브투노’의 CEO인 하워드 로브(Howard Love)가 『The start-up J Curve』라는 책에서 소개한 개념이다. J-Curve는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회사 매각이나 IPO, 합병 등까지 스타트업의 생애를 총 6단계로 나눴을 때 스타트업의 상승 및 하락세를 나타낸 곡선이다. 이 곡선의 모양이 알파벳 J와 같아서 J-Curve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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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스타트업이 J-Curve를 지향해 실제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것을 추구한다. 국내 스타트업 중 대표적인 사례로는 ‘당근마켓’이 있다. 2015년 창업한 당근마켓은 2018년까지 MAU가 100만 명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9년 400만 명 수준으로 성장했고 2020년 9월에는 1000만 MAU를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에는 지난 5월 기준 MAU 1800만 명, 가입자 수 2300만 명에 이르는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이 일반적으로 ‘검토-기획-의사결정-파일럿-추진’까지 가는 데 걸리는 기간을 스타트업은 인력과 자본을 집중 투입해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해 가기 위해 노력한다. 대기업이 ‘유지’란 키워드를 전제로 새로운 사업과 기존 사업을 가감해 가는 것에 반해 스타트업은 끊임없는 가설과 검증을 통해 신속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하고 다듬어 간다. 대기업이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완성도에 집중한다면 스타트업은 실험으로 개선해 나가는 데 차이가 있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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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관리와 성장 지향이 가르는
리더십의 ‘결’

이런 차이는 리더십에도 그대로 전이된다. 지킬 것이 많고 잃을 것도 많은 대기업의 리더십은 성과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동기 부여는 구체적 업무 개선 피드백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 반면 지킬 것은 딱히 없지만 삐끗하면 망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도전과 실험, 실행을 이끌어내는 데 관심이 쏠린다. 내가 벌어 그 자원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전자와 달리 내 가능성에 베팅한 투자금으로 성장 지표에 집중한다는 점 역시 근본적인 차이다.

면밀한 분석과 정교한 계획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의 속도로 일해서는 대기업을 이길 수 없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속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의사결정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대기업의 ‘기획과 보고’의 과정을 마냥 따르기보다는 리더의 직감, 빠른 의사결정, 가설 검증 및 빠른 수정 보완 등을 앞세우는 것이 스타트업의 특징이다. ‘실험’ ‘A/B Test’란 용어가 어느 순간 스타트업을 넘어 대기업에서도 빈번하게 쓰이는 것은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이 이미 상당히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에서 오랜 기간 재직하다 스타트업에 온 많은 이가 완성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제품 혹은 서비스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최소 기능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고객에게 선보이고 피드백을 받겠다는 것이 대기업 문화에 익숙한 구성원들에게는 객기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성도와 속도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실험과 A/B테스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렇듯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다른 업무 방식은 리더십에 있어서도 다른 역량을 요구한다. 본격적으로 앞서 언급한 스타트업이 처한 환경이 어떤 리더십을 더 필요로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스타트업에서 리더십에 대한 요구

1. 실제로 숨 쉬는 비전

대기업은 주기적으로 회사의 비전/미션/핵심 가치 등을 담은 ‘비전 체계’를 개편하곤 한다. 하지만 개편 이후에 비전체계도에 담긴 문구나 내용들이 크게 달라지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또한 대기업들의 비전체계도를 모아 보면 대동소이하다. 주도성, 자율성, 도전, 창의 같은 듣기 그럴싸하지만 실제 조직원들의 일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어들을 바탕으로 비전과 미션 등이 만들어진다. 이후에는 거창하게 비전선포식을 하고 각종 교육이나 경영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비전 체계를 전파하지만 회사의 비전 체계가 바뀐다고 해서 조직 구성원의 업무 방식이 바뀌는 일은 잘 없다. 그래서 대기업의 비전체계도는 ‘액자 속 비전’이란 비판을 자주 듣는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매 순간 ‘우리가 뭘 향해 달리는가’를 되새김질할 수 있는 회사의 비전이 상당히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업력도 짧고 경험도 부족한 스타트업 구성원들의 생각을 하나로 묶고 앞으로 달리게 하기 위해서는 가슴을 뛰게 만들 비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창업으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CEO, 창업팀에 합류해 바로 C-Level이나 팀장을 단 리더들, 사회생활 경험은 스타트업이 전부인 직원들이 대부분인 스타트업은 모든 게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다. 이들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은 채 모여 온갖 좌충우돌 속에서도 달릴 수 있는 것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 풀고자 하는 문제, 그 꿈이 이뤄졌을 때의 큰 성취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과보다 미래 가치가 중요한 스타트업, 실체 없이 가능성과 희망을 향해 달리는 곳이 스타트업이다. 그렇기에 리더의 선명한 비전과 확신이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토스(toss)다. ‘금융을 혁신한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토스는 창업 초기부터 일하는 방식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좋은 것이 아닌 위대한 것을 추구하고, 모두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각자의 방식으로 최고의 방법을 찾아내고 치열하게 충돌하는 것, 일에 방해되는 불필요한 절차를 제거해 나가는 것 등 액자 속 단어가 아니라 일상의 매 순간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실행해 나가는 것이 이 회사의 특징이다. 그 결과 높은 업무 강도나 압박감으로도 유명하지만 일하며 느끼는 탁월함으로 구성원들은 높은 자부심을 느끼고 성장해 가는 혁신적인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비전이 중요한 이유는 CEO의 개인적 특성, 즉 성격, 성향, 화법 등에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어도 조직이 풀고자 하는 문제와 그 방식에 공감한다면 구성원은 충분히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창업가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많기에 왜 이 사업을 하는가와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강력한 비전은 리더의 성숙도까지 보완해 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2. 조급함의 완급 조절

유니콘이라 불리는 스타트업이 다수 등장했지만 전체 스타트업 중 유니콘이 되는 기업은 극소수다. 나머지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작게는 1인 기업부터 대부분 수십 명 단위다. 조직이 작다는 것은 그만큼 CEO와 가깝고 그의 영향력이 지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특히 스타트업의 CEO는 창업가이자 오너다. 그래서 스타트업 CEO의 리더십은 곧 회사의 리더십이 된다. 즉, CEO의 기질과 선호가 고스란히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스타트업의 리더는 대기업의 전문경영인과는 차원이 다른 리스크를 어깨에 지고 본인의 인생을 건 게임을 하루하루 힘겹게 치러 나간다. 대기업의 전문경영인과 다르다는 건 여러 가지를 내포한다. 나 외에는 오랜 시간 많은 경험을 축적하며 성장해 온 다른 임원들이 없다는 것이고, 온전히 위임할 수 있는 풍부한 리더십 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시에 어느 정도 시장에서 검증된 구성원들로 팀이 꾸려지지 않았다는 것과 누가 입사해도 바로 가동될 수 있는 검증된 시스템을 가지지 못한 채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의 CEO는 많은 판단을 빠르게 내리고 직접 실행까지 해내며 외롭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CEO의 판단과 실행력은 기본이요, 거기에 스트레스 내성과 멘탈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한편으로는 CEO가 다른 경력자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15∼20년 정도 사회생활을 해야 팀장이 되고 25년 이상 일해야 임원이 되는 대기업에서는 지루한 시간 동안 축적된 다양한 경험이 데이터베이스처럼 쌓인다. 이를 기반으로 각종 상황에 비교적 유연히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CEO를 비롯해 조직 전체에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처음 마주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빠르게 대처하려면 CEO가 다른 리더들을 일단 신뢰하고 맡길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크고 모든 게 낯선 상황에서 CEO의 조급함은 때때로 큰 힘이 될 수 있는 경력자를 떠밀어낸다.

이런 사례는 특히 스타트업의 조직 규모가 커지고 경력직 채용이 늘어날수록 자주 발생한다. 스타트업에도 경력직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 타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뿐만 아니라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 출신의 임원급 포지션 충원도 활발하다. 그러나 대기업처럼 오랜 체계나 인프라, 시스템, 인력 등이 모두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스타트업에서 스타 플레이어 한 명이 모든 걸 단기에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CEO와 영입된 전문가 모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함에 공감하고 출발하지만 CEO가 생각하는 적당한 시간과 전문가에게 필요한 충분한 시간 사이에 큰 격차가 있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마이클 D. 왓킨스(Michael D. Watkins) 교수는 신임 리더 부임 후 3개월간은 조직 가치가 오히려 감소하고 최소 6개월은 지나야 순수 조직 기여도가 0을 넘어선다고 말한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이곤젠더(Egon Zehnder)의 설문에서도 경력직 응답자의 60%는 새 직장 적응까지 6개월이, 20%는 9개월이 넘게 걸렸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전문가가 적응하고 팀과 체계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CEO의 ‘굳은 신뢰’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새로 영입한 전문가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제시하고 조기 전력화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량이 필요하지만 스타트업에는 이런 역량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스타트업 CEO가 조급함을 버리지 못하고 경력자를 압박하다 어렵게 영입한 인재가 회사를 떠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3. 리더십의 충돌, 그리고 충돌의 조정

후배나 동료가 한 명만 있어도 리더십과 팔로어십이 모두 요구된다. 대기업의 경우 구성원은 가장 가까운 팀장에서부터 임원, CEO 순으로 리더십의 영향을 받는다. 팀장은 직속 임원을, 임원은 직속 상위 임원, 그리고 CEO를 향해 팔로어십을 발휘한다. 이 과정에서 리더십은 주로 부하 직원의 팔로어십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로 인식된다. 스타트업의 리더십도 사실 별반 차이는 없지만 스타트업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개인의 주도성이 조금 더 강조된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짧은 업력과 경험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인재를 육성하거나 리더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며 일을 배우기만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경영진부터 말단 신입사원까지 모두가 동일한 목표에 같은 에너지로 몰입해야 한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협업이 더 중요해진다. 적은 리소스와 미비한 시스템 내에서 자원 최적화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인이 일당백의 ‘멀티플레이’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각자가 팔로어보다는 문제해결의 리더가 돼 ‘일이 되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하므로 팔로어십보단 리더십의 총합이 중요해진다. 대기업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은 대리, 과장 순의 단계를 밟으며 업그레이드된다. 이에 반해 스타트업에서는 실제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1∼2년만 돼도 스타 플레이어가 되고 경쟁사에 스카우트되기도 해 빠르게 경영진이 될 수도 있다. 누가 더 열정적으로, 성장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느냐가 연공서열을 가뿐히 뛰어넘는 것이 스타트업의 특징이다. 이런 문화와 현상이 더욱 개인의 리더십과 주도성, 탁월함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강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리더들은 각자의 욕구가 분명한 구성원들을 어떻게 맞추고 조합해 내느냐가 중요한 리더십 역량이 된다.

하지만 이 역량은 매우 고차원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과 상황 속의 역학관계를 오랜 기간 경험해야만 쌓인다. 많은 사람과 부대끼고 다양한 조직에서 다양한 케이스를 경험할수록 ‘조율’의 역량이 높아진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그 업력이나 임직원의 재직 기간이 짧고 그 수도 적은 편이라 축적되는 경험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즉, 조직 내 다양한 갈등 상황과 이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을 충분히 학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 때문에 사람의 감정을 리더십이라는 명목하에 다루려 하기보다 철저히 일 측면에서 접근해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인력이 적은 스타트업에서는 인재 한 명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유로 사람에게 집중한다. 그래서 문제나 솔루션 모두 사람을 중심으로 보려 한다. 그러나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누가 문제인가가 아니라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일을 하는 구조는 어떠한가에서 출발하는 게 낫다. 가장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채용과 업무 분장 시 R&R(Role and Responsibilities, 역할과 책임)과 성향을 최대한 구분해 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조직 내 업무나 구성원 간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했다면 그 원인을 일의 절차나 권한의 문제인지 혹은 사람 간의 감정 문제인지, 감정 문제라면 성향의 차이인지 일의 절차나 권한의 문제인지로 오가며 분석해 보면 된다. 근본 원인이 프로세스라면 그걸 정리해 주면 되고, 권한의 문제라면 R&R를 짚어주면 된다. 성향과 욕구 충돌에 의한 감정 문제라면 업무를 분리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누군가를 조직에서 솎아내는 노력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4. 플레잉 코치

대기업에서는 팀장이 되는 순간 실무를 놓고 관리자 모드로 전환된다. 뛰어난 실무자였던 이들이 팀장이 됐을 때 가장 먼저 받는 팀장 교육의 메시지도 실무자에서 관리자로의 모드 전환이다. 이때부터는 전혀 다른 역량이 요구된다. 내가 하면 훨씬 빨리, 잘할 수 있는 일을 팀원들에게 어떻게 잘 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필요로 하는 건 인내심. 인내심을 잃고 부하 직원들의 부족한 결과물에 대해 자잘한 잔소리를 해대는 순간 부하 직원들의 뒷담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대기업일수록 팀장이 되면 코치와 같은 리더십이 요구된다.

반면 스타트업의 리더는 팀장은 물론 C레벨, CEO에 이르기까지 실무를 맡는다. 경기장에서 플레이메이커로 직접 뛰면서 전략과 의사결정을 내리는 포인트 가드 역할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리더 본인의 업무와 조직 파악만큼이나 담당 분야에서의 전문성이 중요해진다. 전문성과 성과를 내야 포지션을 얻을 수 있는 건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동일하다. 하지만 그 실무의 전문성과 성과가 포지션 이후에도 지속돼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본인의 경험을 조직 육성에 전수하는 건 물론 그 자체로 자기 몫의 업무를 구성원과 동일하게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리더가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고 학습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성장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타트업 구성원들의 경우 ‘보고 배울 수 있는 리더인가?’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리더인가?’ 등으로 리더십을 판단하는 경향도 강하다.

5. 채용 파워

스타트업의 목표가 성장이라면 그 성장의 필수요건 중 하나가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 수급하는 ‘채용’이다. 전통적으로 대기업은 공개 채용 방식을 채택했다. 학점, 어학 등의 기본 요건들을 기준으로 소위 스펙을 갖춘 이들 중 골라서 채용하는 방식이다. 채용 전형 중에는 내가 일할 부서가 어디인지, 정확한 업무가 무엇인지, 내 리더는 어떤 사람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렵고 대기업 입사 자체가 조금 더 중시된다.

반면 스타트업은 함께 일하는 리더가 누구냐가 채용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스타트업계에서는 특정 리더가 이직을 할 때 그 휘하의 팀원들이 단체로 이직을 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이직이 일반화되고 재직 중에도 기회를 찾는다며 링크트인 같은 구직 플랫폼에 공개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스타트업에서는 일상이다. 그래서 스타 개발자나 CTO, 직군별로 유명하다는 사람들을 회사가 드러내 놓고 홍보하기도 한다. 대기업에서는 채용한 팀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육성해 원팀으로 만드느냐 하는 리더십을 강조한다면 스타트업은 리더가 얼마나 채용 브랜딩이 가능한 사람인지도 영입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리고 구직자가 리더를 판단할 때엔 얼마나 잘 매니지먼트해 주느냐보다 전문성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가, 과거에 어떤 성과를 만들어온 사람인가를 따져 보기도 한다. 탄탄한 체계나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고 속도와 유연성을 바탕으로 정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것에 익숙한 스타트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는 회사로 가고 싶은 욕구가 큰 것이다.

가장 선호되는 건 기존에 합을 맞춰 일종의 검증된 멤버들을 데리고 올 때인데 이건 전 직장 동료들이 그의 실력이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강력할 때 가능하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스타트업의 리더는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현재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 그것이 리더의 채용 파워를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다.

6. 진짜 실력과 명성

조직 내 기여와 별개로 개인 브랜딩에만 치중하는 사람이 많다는 비판도 있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채용 파워와 관련해 개인 브랜딩도 중시된다. 대기업에서는 임원이 되면 잘하던 SNS나 외부 활동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혹시 모를 불필요한 구설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암묵적 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통 해당 조직 내에서 오랜 기간 성장하고 인정받았으며 리더는 물론 구성원들에게도 조직 일체감이나 몰입감을 바라는 게 흔한 대기업 문화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채용 파워를 위해서라도 리더는 물론 구성원들도 본인 노출과 어필에 적극적인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도 활발히 하고 직무 커뮤니티나 네트워킹에도 적극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리더도 한 명의 실무자이자 전문가로 이직이 활발한 채용 시장에서 많은 기회에 수시 노출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자체의 업력이 짧고, 대부분의 리더나 C레벨도 경력이 길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은 이직을 거듭하며 성장해 나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 리더뿐만 아니라 리더가 함께해야 하는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도 기회를 적극적으로 얻고 싶어 하고 그 기회의 획득과 성취의 기간이 대기업과 비교해 월등히 짧은 만큼 이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리더십도 다를 수밖에 없다. “내게 얼마나 빨리,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가?”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내가 원하는 것을 그가 가지고 있는가?” 등을 보여주는 것이 리더십을 판별하는 데 중요해진다. 특히 비교적 단기에 확신을 줘야 하고 그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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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사실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이론이나 사례는 과거부터 많았다. 하지만 그 많은 ‘정답’에도 불구하고 ‘우리 회사에만, 우리 리더만, 나만 왜 안 통하는 걸까’라는 고민 역시 늘 존재한다. 좋은 강연을 듣고 좋은 책을 읽으면 공감하고 다 이해했다 생각하지만 막상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들어가면 막막해지는 건 모든 조직엔 그만의 상황이 있고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조직이어도 그 안에 담긴 CEO, 리더, 구성원의 색이 다르고 그 조합은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하는 사례를 적극적으로 스터디해보되 우리 회사와 사람에 대한 분석과 인식이 학습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유다.

근래 몇 년간 스타트업에 ‘조직 문화’란 키워드가 유행처럼 번졌다. 궁극적으로 어떤 회사를 만들 것이냐는 모든 기업의 목표인 동시에 과제였다. 하지만 채용을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좋은 사무실, 좋은 장비, 유연한 근무 방식, 높은 연봉 등의 복지에 치중한 것들이 조직 문화 활동의 큰 축을 차지하기도 한다. 또는 투명성, 솔직함,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란 이름으로 ‘우린 이렇게 일해요’라고 외치는 회사도 많다. 최근엔 기존에 피드백, 코칭으로 불리던 면담이 ‘원온원’이란 이름으로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도 있다. 넷플릭스 창업자가 쓴 『규칙 없음』이 필독서 마냥 읽히고 너도나도 아마존이나 넷플릭스, 구글이 어떻게 일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런 유행의 끝에 도달한 결론은 ‘우리는 넷플릭스가 아니다’라는 것.

필자는 오히려 현시점에 스타트업이 배워야 하는 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들만의 문화와 성공 방식을 완성한 넷플릭스가 아니라 창고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던 초기의 구글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구글의 철자는 수학에서 1에 0이 100개 붙은 수를 뜻하는 ‘구골(googol)’의 오타였다. 이름에서 보듯 엄청난 비전이나 심오한 의미를 갖추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많은 사람이 구글이 이룩한 성과나 구글이 진행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나 ‘산소 프로젝트’ 혹은 구글의 일하는 방식으로 알려진 OKR 등을 근거로 들며 구글이 체계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성장했다고 믿지만 사실 구글에도 1988년 창업 이후 10여 년 동안은 정교한 문화의 정의나 평가보상제도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전까지는 여느 스타트업처럼 제품, 일하는 방식과 채용, 육성에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가며 성장했다. 그래서 사실 창업 초기 구글에 대한 자료는 쉽게 찾기 어렵다.

모든 기업은 각자의 역사와 성공에 대한 정의가 있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문화 역시 제각각이다. 좋다고 하는 것들, 필요하다고 하는 것들을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가 과연 그것들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느냐를 먼저 짚어봐야 한다. 더 먼저는 우리는 어떤 회사인지를 객관화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인재와 좋은 제도가 있다 한 들 그걸 알아보고 잘 운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이 어떤 체력을 가지고 있느냐, 현재 기준으로 무엇을 차용하고 무엇을 버릴 것이냐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1. 리더의 자기 인식

스타트업들에서 문화기술서(Culture deck)를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조직 문화를 강조하는 스타트업에서 자기 회사만의 비전, 핵심 가치, 인재상 등을 명문화하며 구성원을 원팀(One Team)으로 한 방향 정렬을 하고 의사결정의 원칙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2009년 넷플릭스가 문화기술서를 공개하며 화제가 된 이후 많은 스타트업이 이를 바이블처럼 인식하고 따랐던 것이다. 스타트업의 학습 문화 중 하나가 실리콘밸리의 툴이나 조직 운영 방식, 제품 개발이나 리더십에 대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데 있다. 하지만 제한된 자료, 모델 기업, 도서 등이 유행처럼 번지고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문화와 제도가 확산된다. 예를 들면 대기업의 핵심 가치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게 자율성, 주도성, 주인 의식, 창의 같은 단어라면 스타트업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 수평적 조직 문화, 솔직한 피드백, 투명한 정보, 성장 마인드세트 등과 같은 것이다.

우리 회사가 지금 처한 상황에 맞지 않거나 우리 조직이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이 아님에도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유행하는 경영 기법이라고 해서, 혹은 남들도 다 한다고 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도입했다가 생각보다 성과가 나지 않을 때 리더십의 일관성은 흔들리기 쉽다. 일찌감치 OKR를 도입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던 국내 한 스타트업은 성장이 둔화하자 목표와 성과 관리 제도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이에 CEO는 성과 관리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편을 지시했다. 하지만 OKR를 도입하자고 주문한 것도, 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평가제도 개편을 지시한 것도 사실은 CEO 본인이었다. 애초에 OKR가 괜찮은 거 같다며 도입을 지시해 놓고 개별 조직의 목표는 여전히 톱다운식으로 운영한 것도, OKR의 본질보다는 관리의 편의성을 추구한 것도 이 CEO였다. 그래 놓고 회사의 성장이 정체되니 무언가 탓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중 성과 관리 제도가 문제로 언급된 것이다. CEO 스스로 자신이 어떤 걸 선호하고 어떤 걸 불편해하는 사람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남들이 좋다는 것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학습을 통해 내 것을 찾을 수 있고, 우리에게 맞는 걸 골라내며, 필요한 걸 선택적으로 취해 적용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리더십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리더의 일관성은 구성원의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리더의 예측 가능성은 구성원으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된다는 기준이 되고 남을지 떠날지를 결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리더가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리더십을 가졌는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파악하는 것, 그래서 척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리더십의 첫걸음일 것이다. 그래서 CEO는 ‘좋은 사람’이기보다는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더구나 스타트업은 성장 단계별로 CEO도 조직도 함께 성장하고 변화한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으로 회사를 경영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성향과 잘 맞는 인재들과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최소화하며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리더가 어떤 사람인가를 명확히 드러내 그에 맞는 사람을 남기고 아닌 사람을 빨리 떠나보내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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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체계보단 마지노선의 준수


리더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는가는 구성원들이 리더십의 일관성을 판단하는 주요한 기준이 된다. 그중에서도 어떤 인재를 채용하느냐, 누구를 승진시키거나 권한을 더 주느냐, 누가 인정받고 누가 내보내지느냐 등은 리더의 철학과 생각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래서 리더는 이런 의사결정 시 일관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스타트업의 리더에게 있어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한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재에 대한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는 것이다. 통상 채용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다다익선식 사고를 한다. 기왕이면 더 좋은 사람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경쟁한다. 여기서 좋은 사람의 기준은 각기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역량이 훌륭한 지원자를 찾기는 어렵기 때문에 강점이 확실한 사람을 뽑으려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런 사람과는 절대 같이 일할 수 없다”는 채용의 마지노선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아무리 실력이 좋고 뛰어난 성과를 올려도 부도덕한 사람을 뽑지 않는다거나 조직 내 단합을 해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는 등의 원칙 말이다. 구성원들이 리더가 원칙이 없다거나 누군가를 편애한다는 생각이 들면 조직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빠르게 리더의 신뢰도가 감소한다. 이는 비단 채용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무 처리에 있어서도 사업적 의사결정을 할 때 회사의 비전이나 미션에 기반해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구성원들이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 조직 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리더는 빠르게 신임을 잃게 된다. 그래서 채용이든, 업무 의사결정이든 많은 기업이 하는 것처럼 높은 기준을 세우고 까다롭게 다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마지노선을 만들고 이를 구체화해 리더십의 일관성을 지키고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채용에서 마지노선을 정한다는 것은 인재의 하향 평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불확실성과 변화가 큰 스타트업이 유연성을 높이면서도 원칙을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일이다.

3. 개인의 리더십보단 시스템 구축이 먼저

앞서 언급한 ‘충분히 성숙되기 위한 축적의 시간 부족’은 비단 스타트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스타트업의 리더는 충분한 축적의 경험을 갖기 어렵다.

그럼에도 리더십은 단순히 리더뿐만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매일이 생존의 기로인 스타트업에 리더십을 무조건 육성하고 발휘해야 한다고 강요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리더십을 논하기 전에 이 리더십이 최소한으로 작동될 수 있는 구조의 설계와 구축이 더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즉, 조직의 구조와 시스템을 통해 조직 내 리더 개개인이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행동과 인식은 구조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피터 센게 MIT 경영학과 교수는 『학습하는 조직(The fifth discipline)』에서 구조(시스템)가 구성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건 너머의 기저에 있는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2 그런가 하면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는 “조직 행동은 조직이 어떤 목적을 어떻게 ‘선택 설계(제도화)’하고 ‘너징’ 하는가에 따라 때로는 똑똑한 방향으로, 때로는 멍청한 방향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그 때문에 스타트업의 경우 조직의 구조와 시스템을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게 잘 설계한다면 스타트업 내 리더들이 갖는 ‘절대적 축적의 시간의 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에서 가장 쉽게 적용해볼 수 있는 시스템은 무엇일까. 필자는 조직설계론상 다양한 이론 중 Chain of Command(이하, CoC) 개념을 들고 싶다. CoC는 조직 간, 구성원 간 서로가 서로에게 보고하는 구조를 말한다. 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공유를 넘어 보고해야 하는지에 관한 개념이다. 업무 분장과 R&R가 불명확한 스타트업에 CoC를 쉽게 적용해볼 수 있다는 필자의 주장이 의아할 수 있다. 필자가 주장하는 CoC는 업무를 세분화하거나 형식적인 보고 프로세스를 늘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주 단순한 규칙이지만 어떤 일을, 어떤 순서로, 누구를 거쳐, 누가 실행하고 책임지느냐를 명시적으로 정해 두는 것을 뜻한다. 일의 순서와 책임자만 명확히 해도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상당 부분 절감된다. 혹자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표방하는 스타트업에 CoC가 과연 적합한지 의문을 가질지 모른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수평적일수록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는 수직적인 책임 구조가 필요하다. 배달 앱 서비스 ‘배달의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이 “업무는 수직적, 인간적인 관계는 수평적”이라는 문구를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11가지 방법’에 넣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변화의 시작을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가장 쉽게 접근하려면 속도, 퀄러티, 권한, 사각지대, 소통 문제 등 조직의 모든 인식되는 문제들을 꺼내 놓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정리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모든 물건을 일단 꺼내 늘어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옷을 정리해야 한다면 모든 옷을 꺼내 거실에 쌓아 놓는다. 막연히 옷이 너무 많아서 좀 정리해야 한다 생각했지만 막상 인지하던 것보다 훨씬 많은 옷, 한 번도 입지 않은 옷, 이미 샀음에도 잊었거나 찾지 못해 같은 걸 다시 산 경우 등을 한눈에 확인시킨다. 대부분의 고객이 “이 정도였나?” 하며 충격을 받는다는데 회사도 마찬가지다. 일단 막연히 문제다 했던 것들을 다 모아보는 것이다. 정리 전문가들의 다음 단계는 상의, 바지, 겉옷 혹은 봄옷, 겨울옷 등 계절별로 순서를 정해 하나씩 버리고 정리해 간다. 상의를 정리하기로 했다면 다른 옷은 보지 않고 상의에만 집중한 후 다음 종류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역시 조직의 문제도 너무 많아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가 막막할 수 있다. 이것부터 하자 하고 손대기 시작해도 다른 문제들과 연결돼 있어 이것만 할 수 없단 얘기도 나올 수 있다. 이럴 때 그냥 한 주제에만 집중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다음 주제별로 도출된 문제의 원인과 솔루션 아이디어들을 비교해 보면 그 안에 반드시 교집합이 생기고 문제와 솔루션의 위계가 보이게 된다. 그러면 교집합과 위계의 가장 상위에 있는 것부터 변화를 주면 된다. 이 과정은 인사나 전문가가 없어도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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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운스(announce)와 개별 면담

많은 스타트업에서 ‘타운홀’이란 이름으로 임직원 소통의 장을 운영한다. 아무리 작은 스타트업이어도 사람이 둘 이상 모이면 완전히 같은 생각을 하기 어려워진다. 가족이나 연인과도 아옹다옹하는데 서로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진 이들이 모인 회사라는 곳에서 소통의 어려움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이 초기부터 타운홀을 운영하고 인원이 많아져도 이어 나간다. 하지만 타운홀을 통해 얼마나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핵심은 아니다. 간과하기 쉬운 점이 바로 소통은 시간이고, 시간도 비용이라는 것이다. 비용이란 조직의 중요한 자원이고, 모든 자원은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쓰여야 한다. 무조건 많이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말을 들어야 할 사람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한다.

회사에서 어떤 제도를 새로 만들어 타운홀 미팅을 통해 전사 공유했다고 가정해보자. 듣는 사람들은 같은 시간, 같은 사람에게서 같은 메시지를 듣게 된다. 하지만 같은 말을 듣고도 사람에 따라 자기식으로 해석하거나 주의 깊게 듣지 않아 다르게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상대의 언어로 이해시키는 것이다. 타운홀과 개별 면담이 활성화된 회사는 많지만 이 두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용도와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회사에서 어떤 정보나 가치를 구성원이 동일하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하면 된다. 하나는 모두가 같은 메시지를 받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메시지를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조직이나 리더가 바라는 바를 나의 메시지로 전달하는 것이 타운홀이나 공지 같은 방식이다. 이걸 어나운스(Announce)라 한다. 어나운스가 중요한 이유는 ‘공식화’ 때문이다. 개별 면담을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어나운스 없이는 밀실 대화가 될 뿐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는 공유되지 않고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불필요한 추측과 의문을 낳는다. 그래서 하나의 메시지는 모두에게 어나운스돼야 한다. 그런 다음 그 메시지를 구성원이 소화할 수 있도록 그들의 언어로 맞춤형 설명해주는 것이 개별 면담에서 일어난다. 적어도 공식적인 공통의 메시지라면 어나운스 후 개별 면담 순으로 이뤄지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는 팁이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은 CEO는 경영진에게, 경영진은 리더들에게, 리더들이 자기 팀원에게 성과 지표를 순차적으로 세분화해가며(cascading) 다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리더들이 있다 해도 리더조차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전달한다는 보장이 없기에 어려움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앞서 커뮤니케이션도 비용이기에 잘 관리해야 한다고 했듯이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CEO는 평소 대화가 많은 것과 별개로 정렬시켜야(Align) 할 내용이 있다면 경영진, 리더에게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그들이 동일한 이해를 기반으로 그들의 구성원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말이다.

사실 스타트업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닐까 싶다. 완성도가 좀 떨어져도 MVP로 피드백을 받을 용기, 혹독한 시장의 온도를 감내할 용기, 실력을 갖추기 위해 기회를 찾고 본인을 드러내는 용기, 실력을 드러냄으로써 감당해야 하는 비판을 감수하는 용기, 조직의 체력과 본인의 본성을 드러내 강약점을 그대로 노출하는 용기 말이다. 멋져 보이기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투박하게 해나가는 용기. 어쩌면 스타트업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그럴 듯한 말보단 날것을 보이고 피드백을 받아가며 보완해가는 오픈마인드와 학습력이 아닐까 싶다.


이수연 VTPL 최고운영책임자(COO) sy.lee@vtpl.kr
필자는 서울여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창업, 컨설팅펌, LG 등 대기업과 핀테크 스타트업을 거치며 다양한 업종과 규모에서 인사 업무를 수행했다. 조직 문화, 리더십, 조직 구조 설계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제도 자문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 현재는 글로벌 뷰티 기업인 VTPL의 COO이자 조직 구조 설계와 리더십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자문 및 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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