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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공정해야 몰입” MZ세대 사무직 노조의 역할

윤형석 | 327호 (2021년 08월 Issue 2)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놓고 최근 사측과 노측의 입장 차가 분명한 자문 요청이 부쩍 늘었다. 이해관계에 따라 날 선 질문들이 오가는 지금, 목소리를 확실히 높이는 세력이 돋보인다. 꼰대 문화를 배척하고 케케묵은 관습을 ‘틀렸다’고 주저함 없이 지적하는 MZ세대다. 이전 세대는 부당함을 느껴도 참고 넘어가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면 MZ세대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시스템과 처우를 주장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목소리들이 모여 무리를 이루고 정식 단체로 출범하는 추세다. 올 들어 MZ세대 중심의 사무직 노조가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올 3월 LG전자를 시작으로 4월 금호타이어와 현대자동차에서도 사무직 노조가 출범했다. 최근 높은 연봉 인상으로 주목을 받는 IT 업계에서도 네이버에 이어 넥슨, 스마일게이트, 카카오 등 노조가 속속 생겨났다. 삼성전자에서도 노조원 중 58%가 30대, 20%가 20대다. MZ세대 중심의 사무직 노조 출범은 역행하기 어려운 시류임에 분명하다.

MZ세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단연 ‘공정성’이다. 그러나 기존의 노조와 회사 모두 MZ세대가 바라는 공정과는 다소 거리가 먼 노사 관계를 운영해왔다. 생산직 중심의 기존 노조는 교섭 대표 노조로서 사무직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다. LG전자의 경우 생산직 노조는 생산직 임금만 협상해왔고 사무직의 연봉인상률, 임금 테이블은 전적으로 회사가 정했다. 포괄임금제도를 이유로 초과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거나 성과급 책정 기준 또한 모호한 회사도 부지기수였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지난해 교섭 결과였던 노사 합의 격려금 지급 대상 배제, 연차 미사용 수당 미지급, 사무직 한정 임금 피크제 적용 등 사무직에 대한 차별로 비춰질 수 있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MZ세대 사무직 노조의 등장은 이 같은 노사 관계 풍토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건전한 노사 관계 확립을 위해서는 회사와 사무직 노조 각각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공정성을 납득할 수 있어야 조직과 일에 몰입할 수 있는 게 MZ세대의 특성이다. 회사는 노동법이 규정하는 범위 내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사무직 직원들이 회사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긍정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그의 저서 『몰입의 즐거움』에서 몰입을 ‘머릿속의 생각과 목표, 행동 등 모든 정신이 하나로 통일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조직의 공정성을 확립한다면 이들은 누구보다 조직에 몰입해 최고의 성과를 창출할 것이다.

한편 MZ세대는 노조 설립의 목적이 회사와 적을 이루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신도 회사의 구성원임을 잊지 말고 회사와 노조가 제로섬(Zero-Sum)이 아닌 포지티브섬(Positive-Sum)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조 활동의 방향성을 정립해야 한다. 올해 1월4일 설립된 구글의 알파벳 노동조합(Alphabet Workers Union)은 구글이 유색 인종과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비윤리적인 노동 환경을 묵과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회사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ESG가 주목받는 지금,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채찍질하는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이 같은 노조의 발언은 노조원들이 자신과 회사를 동일시하고, 노조가 회사와 공통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존재한다는 방향성을 정립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인사 제도의 공정성 확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지속가능한 비전을 실천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 MZ세대 사무직 노조의 역할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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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석 인사노무컨설팅 율 대표 hs.yun@yulpartners.com
윤형석 대표는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국립국제교육원, 서울특별시 체육회, 서울특별시 문화재단, LG C&S, 연세대 경영학회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인사노무컨설팅 율 대표 및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노사 관계 전반,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문화 변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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