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힐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Article at a Glance
“좋은 리더와 혁신을 이끌어내는 리더는 다르다. 더 이상 ‘나를 따르라’는 식의 리더는 통하지 않는다.” 조직행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린다 힐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혁신을 거듭하는 조직을 살펴본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불확실성이 커진 현 경영환경에서는 리더는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천재성’을 끌어내는 설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비전을 제시하고 강요하는 대신 리더들이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과 마찰을 끌어내고, 아이디어를 재빨리 실천하고 수정하도록 만들며, 이를 토대로 아이디어를 통합해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힐의 메시지다. |
편집자주
이 기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노서영(칭화대 국제정치학과 3학년)씨와 우종현(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4학년)씨가 참여했습니다.
기업들이 계속해서 조직개편에 나서는 이유는 변화, 더 나아가서는 ‘혁신’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개편이 혁신을 불러오기는커녕 도리어 그 기업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가치를 훼손시키거나 조직문화에 혼란을 주는 경우도 적지않다.
그렇다면 혁신을 거듭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 30년 가까이 하버드경영대학원에 몸 담아온 세계적인 석학 린다 힐(Linda Hill) 교수는 신중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중요한 것은 기계적인 조직개편이 아니라 결국 리더십이라고 답했다. 창의성이 생명인 애니메이션 제작회사부터 자동차, 럭셔리 등 업계를 막론하고 혁신을 반복하는 놀라운 조직에는 조직개편의 ‘칼’이 아니라 ‘남다른 리더십’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올해 세계 10여 개국의 조직을 연구해 경영자의 리더십을 분석한 <혁신의 설계자(Collective Genius)>를 출간한 힐 교수가 말하는 ‘남다른 리더십’은 과거 그의 저서 <보스의 탄생>에서 말했던 리더십과는 다소 달라져 있었다. 당시 힐 교수는 자기 자신과 인맥, 팀을 잘 관리해야 단순히 괜찮은 보스를 넘어 훌륭한 보스, 관리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5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2016년, 그는 이제 혁신을 이끄는 게 아니라 조직구성원이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게 리더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말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진입하는 등 경영환경이 달라지자 결국 기업들에 필요한 리더십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학부에서는 심리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교육심리학과 행동과학을 공부한 그는 인터뷰 내내 ‘공동체 의식’ ‘초심’ ‘책임감’ 등 조직 구성원들의 정서적인 측면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엔 조직이라고 하는 것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효율적인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여야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전화 인터뷰를 통해 힐 교수와 나눈 문답을 소개한다.
린다 힐은 조직행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다. 리더십 개발, 역량관리, 변화 및 혁신 리더십, 글로벌 전략 실행, 조직관계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컨설팅 및 교육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GE, 엑센추어, 화이자, IBM, 마스터카드, 미쓰비시, 모건스탠리, 쿠웨이트국립은행 등 세계 굴지의 조직들과 일했다. 공저인 <보스의 탄생(Being the Boss)>이 2011년 비즈니스위크 선정 ‘5대 경영 필독서’에 이름을 올렸으며, 2013년에는 ‘세계 경영사상가 50인’ 중 10대 사상가에 선정된 바 있다.
많은 CEO들이 조직개편이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회사의 실적을 향상시킬 것이란 믿음하에서 조직개편을 추진한다. 하지만 조직개편이 때때로 회사의 가치를 파괴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조직이 슬럼프에 빠져 있거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 때때로 조직개편 등으로 조직을 ‘흔들어’ 줘야 한다. 사실 어떤 조직에 익숙해지다 보면 그 조직에 맞춰 습관이 형성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변화를 꾀하고 리프레쉬(Refresh)하기 위해서라도 조직개편이 필요하고, 이 같은 변화에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너무 잦다보면 이것이 사람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다. 변화가 계속되다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은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제품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현재의 조직이 적절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검토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쓰게 된다.
조직개편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원인은 우리가 한순간,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조직을 바꾸는 일에 집중하다보면 때때로 ‘밸런스(balance)’가 흐트러지는 일이 발생한다. 조직 매트릭스를 바꾸고,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는 등 그렇게 조직개편에 신경을 쓰다보면 비용관리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물론 반대로 비용관리에만 집중하다보면 조직구조의 합리성 등을 신경 쓰기 힘들지만 말이다. 한 이슈에 집중하면 다른 이슈들은 잊힐 수밖에 없다.
게다가 조직개편을 하려고 해도 알맞은 조직구조를 찾는 것도 ‘까다로운 작업’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여러 가지 이슈를 동시에 고려하기 힘든 상황에서 비용과 성장성 등 여러 이슈를 함께 고려해 어떤 조직 매트리스가 가장 잘 맞는지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 설상가상으로 경영환경은 다이내믹하게 하루하루 시시각각 바뀌어 가 ‘정답’이라고 생각한 조직구조가 사실은 적합하지 않은 조직구조인 경우도 왕왕 있다. 또 때때로 실적을 내는 데 집중하다보면 정작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용감한 혁신에 나서기 어려워진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