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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네이선 퍼 인시아드 교수

더 빠르고 값싼 실험으로 혁신 달성 이노베이터 메소드로 1년 걸릴 일 2,3일에 뚝딱!

김현진 | 193호 (2016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09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두 여성이 설립한 고급 드레스 대여 사이트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는 방대한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대신 몇 차례실험을 통해 사업 기회를 검증했고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성공하는 혁신가들은 소비자가 원하지도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느라 시간을 쏟고 경쟁자들에게 기회를 추월당하는 대신 먼저 고안한 것들을 실험하고 검증한다. 네이선 퍼 교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최대한 빠르게, 적은 비용으로 사업 기회를 탐색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이노베이터 메소드를 제안한다. 그리고 불확실성이라는 조건하에서는 지도자들의 역할도 최고결정권자(Chief decision maker)에서 최고실험가(Chief experimenter)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권세은(성신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와 김나경(고려대 심리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미국의 유명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인튜이트 창업자 겸 회장 스콧 쿡은규모 확장에 성공한 기업이라도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 배를 몰아갈 수는 없다. 밀려드는 스타트업에 압도되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의 시대, 기존의 성공 공식이나 질서만으로안전하게 회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이제 신화에 불과하다. 린스타트업, 디자인 사고, 애자일(agile)소프트웨어 개발 등은 모두 각 기업이 신속한 실험을 통해 불확실성과 위험을 낮추게 하기 위해 제시된 방법들이다.

 

프랑스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의 네이선 퍼 교수는 최근 저서 및 기고 등을 통해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을 위한 새로운 길잡이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국내에 발간된 저서, <이노베이터 메소드(세종서적)>를 통해 최근 고안된 각종 혁신 이론들을 집대성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부여해 각 기업 및 개인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제프 다이어 브리검영대 경영대 교수와 함께 쓴 이 책에서 퍼 교수는 특히 과거 린스타트업과 이를 보완한 전략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기업들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혁신 프로세스를 구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DBR은 그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노베이터 메소드 적용 방법 등을 물었다.

 

‘이노베이터 메소드는 무엇인가. 어떻게 새로운 툴에 대해 연구하게 됐나.

지금까지 각 기업이 적용해 온 전통적인 경영전략은 산업혁명시대에 주로 고안돼 혁신 산업군 또는 미래지향적 신규 사업에 적용하기엔 수명을 다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더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노베이터 메소드는 이러한 시대에 불확실성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제시하기 위한 툴이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혁신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다. 이 아이디어가 나온 원천은 크게 두 곳이었다. 먼저 지난 몇 년간 경영현장에서 느끼는 불확실성이 점점 증폭됨에 따라 경영자들을 돕기 위해 몇 가지 프레임워크가 개발된 바 있다. 린스타트업, 디자인싱킹, 에자일, 비즈니스모델 혁신 등이 그것으로 각각 혁신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체적인 혁신 과정을 모두 커버하지는 못한다는 단점이 제기됐다.이에 좀 더 총체적인 혁신 툴인 이노베이터 메소드를 통해 각각의 혁신 툴 중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결합하고 좀 더 통합적인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려 했다. 두 번째는 세계적으로 가장 혁신적이라고 평가 받는 기업들과 경영자들이 어떻게 이런 툴을 적용해 혁신 능력을 고양시키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이를 위해 1) 항상 성공적으로 혁신을 주도해온 기존 기업 2) 혁신성을 잃었다가 다시 재정립하는 데 성공한 기존 기업 3)혁신적인 스타트업 기업 4) 혁신에 실패한 기업 등을 고루 연구했다.

 

네이선 퍼(Nathan Furr) 교수는 2009년 미 스탠퍼드대에서 전략 및 기업가정신, 혁신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프랑스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의 전략담당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서적으로는 2015년 말 국내에 번역 소개된 <이노베이터 메소드(The Innovator’s Method(공저)> 2011년 펴낸이 있다. 브리검영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제프 다이어(Jeff Dyer)와 함께 집필한는 린스타트업을 기존 조직에 혁신을 가져오는 방법론으로 소개함으로써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4 11월 호에 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극복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하이브리드 기술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다룬 <프리우드식 혁신(The Prius Approach)>을 기고해 주목을 받았다. 헬스케어, 클린 테크놀로지, 인터넷 관련 업종에서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한 바 있고 전략 컨설팅업체인 모니터그룹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한 바 있다.

 

이노베이터 메소드를 실행하기 위해 통찰-문제-솔루션-비즈니스모델 등 네 가지 단계를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각 단계의 역할은 무엇인가.

첫 번째 통찰 단계는 협소한 범위의 아이디어에만 집중하기보단 폭넓게 모색하라는 것이다. 질문하기, 관찰하기, 네트워킹, 실험하기 등을 활용해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에 대해 폭넓게 모색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문제를 심도 있게 파악하는 것이다. 통상 기업들은 솔루션에 집중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잘되게 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에 앞서 문제가 무엇인지 깊이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가 일련의 시제품(프로토타입)을 사용해 문제에 솔루션을 반복적으로 대입해보는 것이다. 전면적으로 제품 개발에 착수하는 대신 이론적이고 가상적인 시제품을 구상한다. 그 다음 최소 기능을 갖춘 시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각 솔루션을 반복적으로 개발하고 검토해야 한다. ‘최소한의 경탄할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이다. 이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출중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뜻한다. 마지막 단계인 비즈니스 모델 단계는 시장 진입 전략을 검증한다. 일단 솔루션을 명확히 규정하면 비즈니스 모델의 기타 요소들을 검증할 준비가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가격 책정 전략, 신규 고객 유치 전략 및 비용 구조 전략이 포함된다.

 

 

 

이노베이터 메소드에 관심을 갖는 기업인이 취해야 할 첫 단계는 무엇일까.

전통적인 경영 툴은 어느 정도 확실성이 확보된 조건에서 잘 작동한다. 지금도 적지 않은 경영인들이 어느 정도 확신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 기존 툴을 적용해 성공 공식을 답습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기존 가치를 유지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한다면 기존 툴을 버리고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장착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인들이 취해야 할 첫 관문인데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할 것이다.

 

‘린스타트인 워크숍(Lean Start-in workshop)’ 방식을 통해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가 책에 종종 등장하는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린스타트인은 린스타트업을 좀 더 일반적인 방식으로 적용한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연구할 때 나 역시 린스타트업 방식을 고안하는 일에 참여한 적이 있다. 동료들과 기업인이 되기 위한 다양한 방법에 대해 토론하면서 사실상 추정에 불과한(full of guesses) 방대한 비즈니스 플랜을 쓰는 데 시간을 보내느니 가설 하나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즉 가설 하나를 세운 뒤 이 가설을 되도록 신속하게 증명하기로 한 것이다. 비즈니스 플랜을 꼼꼼하게 짜는 데 1년 정도가 소요된다면 가설 한 개를 수립해 바로 증명하는 데는 채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린스타트인 워크숍이란 이러한 방식을 기업 상황에 적용하기 위한 교육이다. 예컨대 2, 3명으로 구성된 작은 팀 하나를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가설을 세우고 증명할 수 있는지 교육하는 작은 워크숍이다. 교육 기간은 금요일과 토요일 단 이틀이다. 린스타트인 워크숍의 첫날 오전, 팀원들은 어떻게 하면 가장 중요한 가설 하나를 수립하고 어떻게 고객들과 대화할 것인지에 대해 트레이닝을 받은 뒤 오후에 바로 필드에 나가 실제 고객들에게 그들이 만든 시제품을 보여주도록 교육받는다. 고객들을 통해 받은 피드백을 통해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는지 바로 동료들과 상의한다. 이렇게 하면 통상 6개월에서 1년가량이 걸리는 비즈니스 수립 과정이 주말 2∼3일 정도로 압축될 수 있다.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인튜이트도 린스타트인 워크숍을 통해 문제 발생 시 솔루션을 찾는 방법을 도출할 수 있었다.이틀 동안 관련 팀이 고객의 문제를 확인해 솔루션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를 고객에게 실험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또 이를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다. 구글이 웨어러블 기기인 구글 글라스를 만들 때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든 시간도 불과 하루에 불과했다. 개발팀은 영화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허공에서 손을 움직여 컴퓨터를 조작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빌린 머리끈을 팽팽한 낚싯줄에 끼워 연필, 바인더 클립, 젓가락, 마우스 등으로 만든 클릭기기에 부착함으로써 사람이 움직이면 낚싯줄이 팽팽해져 기기를 클릭하게 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들이 이 시제품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5분이었다.

 

린스타트업이나 이노베이터 메소드는 모두 유연한 조직 문화가 바탕이 돼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최근 수년간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애써왔으나 아직 한계가 있다. 이런 기업에서 이노베이터 메소드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이런 불확실성을 얼마나 빨리 학습하는지가 기업의 경쟁을 좌우할 것이다. 대기업들에 뿌리내린 위계질서는 혁신의 속도를 늦춘다는 점에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에 걸친 이 질서를 단숨에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대기업들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조직 내에 위계질서가 없는(hierarchy free) 지대를 설정해 놓은 뒤 승인과 결정 과정을 거쳐야만 일이 진행되는 기존의을 걷어내는 것이다. 혁신 그룹 등 기존의 결재 과정을 거치지 않고 혁신적인 사업을 도모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이를 통해 유연한 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대기업들의 사례는 이미 적지 않고 제한적인 방식으로라도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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