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Article at a Glance
2015년 3월 말과 4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택시’는 ‘카카오의 첫 O2O(Online to Offline)’라는 별칭을 달고 있다. 그리고 국내 최초의 O2O 비즈니스 성공모델이라는 수식어도 갖게 됐다. 2015년 12월 초 현재, 이미 4600만 콜(호출)이 누적된 상황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이어 ‘국민 택시 앱’ 카카오택시가 탄생한 것이다. 성공요인은 다음과 같다. 1)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했다. 2) 온라인 기업의 장점을 살려 뛰어난 UX를 구축했고 유연성과 스피드로 어려움을 돌파했다. 3) 선제적이고 완벽한 ‘비시장 전략’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택시 산업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주희(숙명여대 경영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택시’란 참으로 독특한 존재다. 우선 전 국민에게 애증의 대상이다. 외국에 비해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이기에 급하거나 몸이 힘들 때 적은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만 특정 시간대, 특정 장소에서 벌어지는 고질적인 승차 거부와 ‘골라 태우기’로 또한 불만의 대상이기도 하다. 한국, 특히 서울은 그런 면에서 ‘택시 천국’인 동시에 ‘택시 지옥’이기도 하다.
택시기사 역시 참으로 독특한 직군이다. 어느 나라보다 ‘나이트 라이프(night life)’가 활성화된 국가다 보니 야간에는 취객과의 실랑이는 물론 온갖 사건사고의 중심에서 고역을 겪지만 SNS나 인터넷 등장 이전부터 ‘입소문’의 진앙지이자 여론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며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집단이 됐다. 실제 한 언론기사에 따르면 택시 여론이 선거에서 최대 100만 표까지 움직일 수 있다.1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치인들이 ‘민심 탐방’을 한다고 할 때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게 택시기사들 여론이고, 일부 정치인들은 아예 택시기사로 분해 꽤 오랜 시간 일하며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공유경제’ 기반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호의적이라 자부하던 정치인들도 택시기사들과 업계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우버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규제 완화 노력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렇게 복잡다단하게 엮여 있는 한국의 택시 산업 종사자와 소비자들로 인해 택시 산업이 갖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 즉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간의 갈등구조와 각 지역경계 간의 할증 문제, 물가에 직결되기에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요금체계 등은 그 어느 정치인도, 규제당국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런데 아주 의외의 곳에서 ‘해결사’가 나타났다. 택시기사와 승객을 편하게 연결해주고, 택시기사와 승객 모두의 안전을 어느 정도 보장해준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산업인데도 택시회사와 각종 조합, 승객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심지어 ‘미터기’ 없이 새로운 결제 시스템으로 ‘법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비어 있던’ 고급 택시까지 만들면서도 정치적 부담이나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2015년 3월31일과 4월3일 각각 승객용 안드로이드 앱과 iOS 앱을 출시한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누적 1000만 콜(호출)을 돌파한 카카오의 택시 중개 앱 서비스 ‘카카오택시’가 그 주인공이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약 8개월이 돼 가는 2015년 11월 말 현재, 4600만 콜이 누적되면서 횟수로는 전 국민이 1회 이상 사용해본 셈이 됐다. 말 그대로 ‘국민 택시 앱’이 됐다는 얘기다. (그림 1)
이처럼 정치인도, 규제당국도, 소비자도 기사와 택시회사들도 모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내지 못하던 한국 택시시장의 ‘교착상태(deadlock)’의 많은 부분을 해결했다는 측면에서 혹자는 농담처럼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빗대어 ‘해결적 혁신(resolutive innovation)’이라 부를 정도다. DBR이 카카오택시 성공요인을 들여다봤다.
1. 4000만의 플랫폼에 ‘택시’를 태우다.
1) 왜 하필 택시였을까: ‘불편함’에서 ‘기회’를 보다
카카오택시의 성공을 두고 몇 몇 사람들은 ‘어차피 4000만 명이 쓰는 국민 SNS 플랫폼을 활용하기만 한 것이기에 대단한 건 아니다’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앞서도 언급했듯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관계와 입장이 맞물려 있던 ‘택시 산업’이었기에 수많은 분야 중 하필 택시를 택했다는 것, 특히 비슷하면서도 다른 우버2 가 논란 속에 사실상 사업을 접었던 시점에 다시 택시를 생각했다는 것 자체는 사실 놀라운 일이었다.3
‘카카오의 첫 O2O(Online to Offline)’라는 별칭을 달고 있는 카카오택시는 2014년 카카오에 인수된 ‘써니로프트’의 정주환 전 대표이사(현 카카오 온디맨드플랫폼 총괄 부사장)와 그가 이끌던 TF(Task Force)팀에 의해 탄생했다.
정 부사장이 처음 TF팀을 만들었던 2014년 초여름부터 이미 내부적으로 확정돼 있던 당시 ‘다음카카오’4 의 비전은 ‘Connect Everything’으로 모아지고 있었고, TF팀은 이에 걸맞은 O2O, 온디맨드(Ondemand)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했다. TF팀의 구호는 ‘오프라인 삶 혁신’이었다. 다음이나 카카오 모두 합병을 통해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막상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던 상황. 정확하게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고 막연한 ‘온디맨드 비즈니스’ ‘O2O’라는 방향성만 갖고 있던 상황에서 TF팀은 여러 프로젝트를 놓고 고민 중이었다. ‘생활 영역에서의 불편함을 해소하자’는 ‘온디맨드적 사고’를 바탕으로 ‘O2O’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논의가 오갔고 여러 가지 힌트가 나왔다. 특히 카카오스토리에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자발적인 만남이 이뤄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한 지역의 농민들은 카카오스토리(카카오에서 제공하는 개인 페이지 형식의 마이크로 블로그)를 자신들의 온라인 매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자신이 애지중지 키우는 작물을 카카오스토리 페이지에 사진을 찍고 설명을 달아 올리면 농민들과 ‘친구’를 맺고 있는 소비자들이 댓글을 통해 구입의사를 밝히고 농민은 이를 보고 산지에서 직접 물건을 보내면서 실제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플랫폼’에서 만나 ‘불편’을 해결하고 있었다. 상당수의 음식 혹은 각종 물품 배달원들이 카카오톡을 이용해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도 큰 깨달음을 줬다. 농민들에게는 카카오스토리가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마이크로블로그가 아닌 ‘온라인 매장’이었고, 많은 배달원들에게 카카오톡은 지인들과의 채팅을 위한 도구가 아닌 업무 도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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