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 마케팅
Article at a Glance
표적 세분 시장과 산업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짜고 수행하는 기존의 방식이 먹히지 않고 있다. 사회의 다원화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가 분화됐고 이는 소비자들이 ‘대단위 시장 기반 변수’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세밀한 개인경험을 기반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IT의 발달과 다양한 디바이스의 등장으로 산업 구분 자체가 희미해진 것 역시 전통적 마케팅 분석과 전략수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수많은 국내외 기업의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이 시대 마케터들은 다시장과 산업 대신 고객 경험을 분석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에 따른 조언은 다음과 같다.
1) 시장 대신 고객 경험을 ‘깊이 있게’ 분석해 표적 세분 시장을 발견하라. 이를 위해 다양한 정성적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라. 2) 산업 대신 고객 경험을 ‘폭넓게’ 분석해 차별화하라. 이를 위해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와 서비스 전체를 보고 그로부터 고객이 얻는 경험의 전체를 재구성하라. |
3∼4년 전 주로 전자제품과 컴퓨터 등을 중심으로 한 UX(User Experience)와 UI(User Interface) 디자인이 첨단제품 제조업체들에 화두가 된 이래로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갖게 되는 ‘경험’에 관심을 둬 왔다.1 단순히 첨단기기에 대한 ‘사용자경험’을 넘어 전체적인 고객 경험관리 차원의 문제로 논의가 번지면서, 즉 CX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마케터들의 역할과 위상은 더욱 커지는 듯했다. 하지만 많은 마케팅 부서들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수행한 마케팅 활동이 통하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오히려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1. 마케팅의 시대는 저무는가
지난 50년 동안 마케팅은 기업 활동의 꽃이었다. P&G, Nike,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은 표적 세분 시장에서 제품을 차별화한다는 마케팅의 지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크게 두 가지 마케팅 활동을 수행했다. 선호가 동질적이면서 충분한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 집단을 분리하고 선택하기 위한(segmenting and targeting) 시장 분석이 하나의 마케팅 활동이었다면 경쟁사 제품에 비해서 자사 제품이 경쟁적으로 우위에 있거나 무언가 다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positioning) 산업 분석이 또 다른 마케팅 활동이었다. 표적 세분 시장을 선명하게 선택한 SK텔레콤의 TTL이나 도브의 Real Beauty 마케팅은 시장 분석의 성공 사례로 일컬어졌고, 차별화에 성공한 폴크스바겐의 Lemon2 이나 Avis의 We try harder는 산업 분석을 통해 경쟁을 효과적으로 극복한 사례로 거론됐다. 결국 시장 분석과 산업 분석에 기반한 마케팅은 짧은 시간에 기업 생존의 핵심 기능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케팅의 화력이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마케팅 실무자들은 예전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도 종종 실패한다. 마케팅 책임자들은 마케팅 실무자들이 노후화된 기법에 수동적으로 의존한다며 답답해한다. 마케팅의 화력이 약해진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주된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특히 경영학에서 중시하는) 시장 분석과 산업 분석이 어려워졌음에 기인한다.
1) 시장 분석 어려움과 산업 분석 어려움
첫째, 사회의 다원화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가 분화되면서 시장 분석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소비자들이 등장했다. 인구 구조적으로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 저출산 세태, 이혼의 증가 등으로 전체 가구의 25%가 1인 가구를 이루고 고령화 가구가 크게 늘었다. 삶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져서 조직에서의 치열한 생존보다 개인 수준의 편안한 안정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처럼 다원화된 사회는 연령, 성별, 지역 등 대단위 시장 기반 변수가 아니라 세밀한 개인 경험을 이해해야만 받아들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적지 않은 남자 대학생들은 유년기에 좋아했던 레고와 반다이 프라모델을 찾아서 피규어 숍을 들르고, 군대에서 사용했던 위장 크림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 이후에도 이니스프리에서 남성용 화장품을 구매하고, 어학연수를 떠나서 사 먹거나 요리했던 케밥과 파스타의 맛을 잊지 못해서 셰프가 운영하는 이태원이나 연남동 식당에 가고 외국 식재료를 찾아다닌다. 예전에는 소수 마니아만 알던 자전거, 가구, 인테리어 소품, 음향 장치를 찾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결국 가격이건, 품질이건, 디자인이건 개인의 경험을 확실히 만족시켜주는 제품이 사랑받는 롱테일(Long-tail) 경제가 자리를 잡았다.
둘째, 산업 구분이 희미해지면서 산업 분석을 통해 경쟁 제품을 찾아내는 것이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식음료, 가전, 통신, 금융 등 산업 구분이 뚜렷했기에 자사의 상품을 차별화하기 위해서 분해하고 연구해야 할 경쟁 상품이 대체로 뚜렷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제어하고 센서로 의사소통하는 제품이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고, 배달, 택시, 부동산 등 플랫폼 기반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소개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대체재와 경쟁사가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끊임없이 연합하고 새로운 경쟁자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이면에는 소비자들이 하나의 제품군 내에서 상품끼리 대안을 비교하지 않고 제품군 바깥의 상품과 비교하며 자신의 경험을 확실히 충족하려는 성향이 있다.
이처럼 소비자 선호가 분화되고 산업의 패러다임이 무너지면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가 변해버린다. 안타깝게도 기업 내부의 마케팅 실무자들은 시장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에 기반해 표적 시장 세분화와 차별화에 온 힘을 쏟고 있기 때문에 시장 분석과 산업 분석이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문제점을 느끼지 못한다. 흥미롭게도 기업의 마케팅 화력이 약해지는 동안 전문적인 마케팅 교육을 받지 않은 창업자들이 시장을 선도하거나 급변하는 시장을 빠른 속도로 좇아간다. 다음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2) 사례: 기아 자동차 K5 광고 vs. Tesla Motors Model X 출시 영상
기아 자동차 K5의 2개의 얼굴, 5개의 심장 광고
2015년 7월, 기아자동차는 ‘2개의 얼굴, 5개의 심장’이라는 광고를 시작했다. 2010년 출시 후 전 세계에서 140만 대가 팔린 베스트셀러 차량인 K5를 5년 만에 새롭게 론칭한 광고였다. 이 광고에서는 여러 대의 K5가 사막을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약 두 달 후 테슬라(Tesla) Motors는 Model X의 SUV 차량을 론칭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차량은 전기배터리로 움직이고 문이 위로 올려서 접히는 ‘팔콘 윙’을 장착했으며 회사의 대표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기아자동차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베이징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들이 공기가 나빠서 수명이 단축된다는 슬라이드를 보여준 후 이 차량에 장착한 커다란 공기 필터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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