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Article at a Glance - HR
한국마즈가 제안하는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한 조직문화 개선 방법
① 퍼실리테이션의 방법을 단계적으로 실시했다.
② 직원들이 현장과 동떨어진 의견을 제시해도 수용했다.
③ 경영진은 가급적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④ 열린 태도로 직원들이 거침없이 의견을 제시할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
1911년 미국 워싱턴 주 타코마에서 출발한 마즈(Mars Incorporated)는 초콜릿 스니커즈(Snickers), 앰앤앰스(M&M’s)와 애완견 사료 페디그리(PEDIGREE), 껌 위글리(Wriglet’s)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현재 초콜릿, 애완견 사업, 제과, 식품, 음료, Symbioscience(기술기반의 건강 및 생활과학 비즈니스) 등 6개 사업 분야에서 연간 매출액 350억 달러(36조 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마즈는 상호성을 매우 중시한다. 창업자 프랭크 마즈의 아들인 포리스트 마즈는 1947년 ‘회사의 목적(The company’s objective)’이라는 경영철학을 선포했다. 그는 “마즈는 오로지 고객과 유통업자, 공급자, 경쟁자, 정부기관, 구성원, 주주들과 상호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상호성은 마즈를 대표하는 기업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마즈의 상호성은 직원에게 평등주의로 이어진다. 마즈의 임직원은 모두 어소시에이트(Associate)로 대우를 받는다. 마즈에서는 ‘피고용자(Employee)’라는 단어가 금기어다. 직급과 직책에 관계없이 모든 직원들을 평등하게 대우한다. 마즈에서는 임원들에게 제공되는 집무실, 전용 차량, 비서 등의 혜택과 특권이 없다.
한국마즈는 1991년 설립된 Mars Incorporated의 한국법인이다. 김광호 한국마즈 대표도 집무실이 따로 없다. 사무실 중앙에 놓여진 책상에서 업무를 본다. 주위에는 흔한 칸막이마저 없다. 이런 평등주의 덕에 직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직원 3명 중 1명이나 된다. 한국법인이 1991년 설립된 것을 감안할 때 장기근속 비율이 꽤나 높은 편이다. 여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도 유명하다. 전체 직원 72명 중 여성이 43%다. 이런 좋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마즈는 직원들과 더 소통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여전히 소통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마즈는 2012년 7월 회사의 비전과 가치, 중단기 목표를 정하는 데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서 외부 퍼실리테이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숨은 의견들이 쏟아졌다. 김광호 한국마즈 대표이사 겸 마즈 북아시아 대표로부터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한 소통 증진 방안을 들어봤다.
2012년 당시 전략 수립 과정에서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마즈는 설립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영성과는 크게 좋지 않았다. 매출액은 늘었지만 순이익 등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영진은 2005년 중단기 목표를 반영한 경영전략을 만들었고 이후 회사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2012년 당시 나를 비롯한 경영진은 좀 더 탁월한 성장이 필요했다. 또 수치에서 보여주는 경영성과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회사를 이끌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비전과 가치, 중단기 경영전략 등을 다시 세우려고 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즈음 한 퍼실리테이션 전문가에게 퍼실리테이션 방법을 활용해서 직원들과 함께 전략을 세워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사실 이전까지는 모든 경영전략을 경영진이 짰다. 경영진이 전략을 정하고 직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어쩌면 직원들과 함께 전략을 세우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 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면 해당 직원들에게는 회사의 전략이 곧 나의 전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전략과 비전을 대하는 태도와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광호 한국마즈 대표
처음부터 퍼실리테이션의 효과에 대해 신뢰했나?
아니다. 처음에는 확신을 가지기 어려웠다. 임직원 전체가 모여서 회사의 전략을 만드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회사의 사정을 잘 모르는 입사 6개월 미만의 신입사원들까지 비전을 세우는 데 참여하는 방식은 생소했다. 경영진은 회사 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만 일반 직원들은 협소한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 회사가 돌아가는 사정은 잘 모른다. 회사를 전체에서 보는 시각이 부족하다.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새로운 방법을 통해서 또 다른 돌파구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도전해 보기로 했다. 대신 퍼실리테이션을 도입하기 전에 영업담당 이사와 인사담당 이사를 퍼실리테이션 교육기관에 보냈다. 이들은 1주일 정도 퍼실리테이션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무 등 관련 내용을 배웠다. 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두 명의 이사는 전략 수립 워크숍에 퍼실리테이션 방법을 도입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당시에는 사내에 퍼실리테이션 전문가가 없었다. 외부에서 퍼실리테이션 전문가를 영입해야 했다. 외부 전문가는 사실 회사 사정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래서 워크숍 진행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에 대해 다소 우려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면 직원들에게 더 많은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외부 전문가가 회사 사정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한국마즈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했다.
처음부터 전 직원을 상대로 퍼실리테이션을 실시하지는 않았다.
기업이 어떤 변화를 시도할 때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방법을 추진해도 직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직원들이 참여하는 시늉만 할 뿐이다. 그래서 단계적인 절차를 밟았다. 전략 수립을 위한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은 2012년 7월과 9월 2차례 열었는데 처음에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부서와 직급별로 24명만 참가하도록 했다. 전 직원의 3분의 1 정도에 해당되는 인원이다. 참가 대상은 경영진과 부장급 이상 중간관리자 등을 빼면 해당 부서에서 참가자를 결정해서 보내도록 했다. 부서별로 할당인원만 책정했다. 또 직원들에게 워크숍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당신들을 초청한다고 알려줬다. 워크숍 참가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직원들은 회사의 비전, 전략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다. 영업부서 등 3개 부서의 경우 지원자가 많아서 추첨으로 참가자를 뽑았다. 회사에서 강제로 실시하는 게 아니라서 경쟁률이 매우 높았던 것 같다. 첫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은 워크숍의 성패를 결정한다. 이들의 판단과 의견이 이후 워크숍의 운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첫 참여자가 매우 중요하다. 회사는 워크숍 2주 전에 글로벌전략, 경영실적, 경쟁상황, 전망, 관련 법규 등 회사의 전략을 세우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아 참가 대상자들에게 배포했다.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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