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채택의 주기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R&D와 벤처 투자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 기업을 둘러싼 변화의 3가지 핵심 동인은 변이, 모방, 기술 발전의 속도다. 빠른 변화의 시대에는 다양성을 실험하고 확산시키는 구조가 경쟁력을 만든다. 동시에 AI 확산은 모방 비용을 크게 낮춰 기업들이 단순한 추격이 아닌 ‘모방 위의 혁신’을 채택하도록 만든다. 기술 발전 속도 역시 가속화되면서 후발 주자가 최신 기술을 더 빠르게 도입해 선두를 뛰어넘는 도약적 발전이 빈번해졌다.
레베카 카프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전략 관련 연구 및 강의를 하고 있다. 특히 혁신이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다수 진행했다. 또한 헬스케어, 금융 서비스, 비디오게임, 미디어 및 크리에이티브 산업 전반에 걸쳐 대기업과 기업가가 혁신을 달성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하는지에 대해 연구해 왔다. 다양한 기업의 혁신 역량 구축을 돕는 컨설팅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레베카 카프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 시기, 기업들의 대처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기술 채택 주기의 변화
100년간 신기술에 대한 적응 속도를 보여주는 차트를 보자. (그림 1) 전화기를 나타내는 주황색 점선을 보면 1900년대 초반에 발명된 전화기는 1945년을 지나 미국 가정의 60%에 보급되는 데 45년이 걸렸다. 그리고 가장 우측의 주황색 실선인 인터넷은 15년 만에 같은 수준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챗GPT는 얼마나 걸렸을까? 단 1년 만에 60%의 보급률을 달성했다. 오늘날 기술 채택 주기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이에 발맞춰 기업들의 R&D 투자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년간 총 R&D 비용은 2배 정도 증가했다. 2010년 전 세계의 벤처캐피털 투자 가치가 약 481억 달러였다. 2021년 3분기 기준으로는 약 4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혁신에 투입된 금액은 엄청난 수준이다. 기업형 벤처캐피털 펀드인 CVC의 투자금 역시 증가하는 등 조직 차원의 투자가 활발해졌다. 오늘날 우리는 엄청난 혁신의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딜로이트가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변화의 속도에 압도당한다고 느끼십니까?”라는 질문에 8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빠른 변화의 속도에 압도감을 느낀다.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AI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계속 고민한다. 또한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SNS와 AI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하지만 동시에 SNS나 AI에 중독되거나 과도하게 의존하는 건 원치 않는다. 빠른 변화의 속도 안에서 균형을 찾는 게 힘들고 버겁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통제할 수 없는 변화의 속도로부터 어떻게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을까? 변화의 동인, 기업이 변화를 관리할 수 있는 3가지 방법, 마지막으로 로드맵을 제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