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존심이라 불리던 닛산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2조 원이 넘는 손실을 냈고 전체 인력의 15%를 감원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닛산의 부침은 단순히 판매 부진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초로 양산형 전기차를 선보였지만 기술력과 수익성을 문제로 후속 모델 개발을 주저했다. 뒤늦게 전기차로의 전면 재편을 시도하며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끊었는데 전기차 시장의 캐즘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요가 오히려 확대되며 시장을 놓쳤다. 글로벌 부품업체와의 거래를 통해 비용을 줄인 전략은 일본 국내 부품업체의 신뢰를 져버려 고품질 부품을 수급받지 못하는 자충수가 됐다. 도요타, 닛산 등 일본 내 자동차 기업과 얼라이언스를 형성해 위기를 타진하려 시도했지만 선투자를 주저하고 내부 조직을 보호하자는 기조로 의사결정의 시기를 놓쳤다.
2025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성적표는 명확하게 갈렸다. 테슬라와 BYD로 대변되는 전기차(EV) 및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진영이 시장의 표준을 장악한 가운데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의 희비는 극명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몰락을 경험한 곳은 단연 일본의 자존심, 닛산(Nissan)이다.
닛산은 한때 ‘기술의 닛산(Technology Nissan)’이라는 슬로건 아래 엔지니어링의 정점을 달렸지만 2024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대규모 구조조정과 2025년의 실적 쇼크로 인해 사실상 독자 생존이 불투명한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닛산의 위기는 단순한 실적 부진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경영 의사결정, 리더십의 부재,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매몰된 조직문화가 어떻게 거대 기업을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가 됐다. 2025년 닛산이 처한 참혹한 현실을 진단하고 경영 의사결정 관점에서 위기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서의 전환점에 선 한국 자동차 및 제조 기업들에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닛산의 과거와 현재, 벼랑 끝에 선 거인
2025년 11월 현재 리스크가 누적된 닛산이 처한 상황은 말 그대로 총체적 위기다. 주요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떨어지고 수익성은 나빠졌으며 미래 경쟁력마저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닛산은 2024 회계연도에 약 6조3000억 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한 뒤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전 세계에 17곳 있던 생산 공장은 10곳으로 통폐합됐고 전체 인력의 약 15%에 해당하는 2만 명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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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khlee@ki.re.kr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소장
필자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을 이끌고 있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관련 사업을 다각적으로 분석, 연구해왔다. 모빌리티 전문 유료 DB 서비스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콘퍼런스를 개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