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관련 정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의 많은 의사결정 사항 가운데 안전은 후순위다. 정규교과에 안전교육이 포함되고 실습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는 안전선진국과는 대비되는 관리 대책 관행도 여전하다. 이러한 안전교육의 효과는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발생 건수가 많은 사소한 사고를 막는 데 집중하는 경향 또한 중대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소홀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 작동하는 안전 수칙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단순화·준수·융합·스케줄 등 4대 원칙에 기반해 수칙을 단순화하고 습관화해야 한다. 경영자, 관리감독자, 안전팀, 근로자가 안전을 위한 4중 방어막(Barrier)으로 기능해야 하며 특히 경영자는 스스로가 안전 행동에 대한 역할 모델(Role Model)이 돼야 한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국내 기업의 안전 성적표는 실망스러웠다. 2023년 우리나라 산재 사망률은 1만 명당 0.39명으로 경제 10대국 중에서는 캐나다(0.5)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무색하지 않다. 올해 8월 12일 정부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0.29명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정부와 기업 모두 벤치마킹 모델을 찾느라 분주하다. 대표적으로는 20년 전만 해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강력한 정책으로 2024년 기준 산재 사망률을 0.12명 수준까지 줄이는 데 성공한 싱가포르가 있다.
그렇다면 산업안전 전문가들이 최고로 꼽는 안전 선진 기업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산업안전에도 ‘BTS’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독일의 바스프(BASF), 일본의 도레이(Toray), 벨기에의 솔베이(Solvay)가 그 주인공이다. 이 가운데 1863년 설립된 글로벌 화학 기업인 솔베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박현철 한국안전연구원 원장(울산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은 “최근 산업재해 관련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솔베이의 노하우를 전수해달라는 국내 그룹사들의 문의가 늘었다”고 말한다. 솔베이는 2010년대 울산 지역의 고위험 사업장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실시한 결과 실제 사고 건수를 절반으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