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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게모닉 코피티션(Hegemonic Coopetition)

美-中, 목표 따라 경쟁-협력 취사선택
한국, 분야별 유연한 실리 전략 필요

문정빈,최호진 | 424호 (2025년 9월 Issue 1)

미중 패권 경쟁에서 미국은 동맹국을 개별적으로 포섭하는 연횡책과 규칙 변경을 통해 자국에 유리한 게임을 재설계하는 반면 중국은 다자 연합을 통한 합종책과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제3국 입장에서는 경쟁 영역에서는 진영을 확실히 하더라도 협력 영역에서는 양국과 모두 활발히 교류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 우위를 추구하는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기술 표준과 분쟁 조정 등 경쟁의 규칙 제정에 적극 참여하고 미국과는 첨단기술·안보 협력을, 중국과는 환경·인프라 등 비군사·비민감 영역에서 협력 프레임을 고도화하는 등 경쟁과 협력을 취사선택하는 균형 전략이 요구된다.



05 Business Trend Insight

헤게모닉 코피티션
(Hegemonic Coopetition)

미중 패권 경쟁 속 한국과 같은 제3국 입장에서는 경쟁 영역에서는 진영을 확실히 하더라도 협력 영역에서는 양국과 모두 활발히 교류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 우위를 추구하는 ‘패권 협력 경쟁’이 중요해질 전망.



자유주의의 퇴장

2025년 1월 4일, 퇴임을 2주 남겨둔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은 미 정부가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 수여식에 참석했다. 총 19명의 엄선된 수상자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힐러리 클린턴, 록밴드 U2의 리더 보노, 마이클 J 폭스와 댄젤 워싱턴, 침팬지 연구자 제인 구달, NBA의 전설 매직 존슨, 현세대 축구계의 우상 리오넬 메시, 패션 아이콘 랠프 로런, 보그지의 전설적인 편집장 애나 윈투어,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창업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헤지펀드 퀀텀의 조지 소로스 등 정·재계 및 학술, 문화, 스포츠 분야 전설들이 망라됐다. 이를 유튜브로 지켜보던 필자의 마음은 복잡했다. 이들이야말로 지난 한 세대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상징하던 인물들로서, 퇴임하는 바이든 당시 대통령과 한자리에 모인 이들을 보고 있자니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느낌이었다.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조용조용히 말하되 큰 몽둥이를 들고 다녀라(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라는 표현으로 20세기 미국 외교의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소프트 파워(speak softly)와 탄도미사일, 항모전단에 기반한 압도적 군사력(big stick)을 바탕으로 일극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중동, 인도-파키스탄, 태국-캄보디아 등 무력 분쟁은 점점 빈번해지는 추세이고 미국이 큰 몽둥이를 실제로 휘두르며 실력 행사에 나서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편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2025년의 여름은 ‘관세의 여름(summer of tariffs)’으로 기억될 듯하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며 발표됐던 일방적인 ‘상호 관세’가 협상을 거쳐 일본, 유럽연합, 대한민국 등 우방국들에 책정되며 세계무역기구(WTO)와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에 기반해 운영돼 오던 세계 무역 질서가 한 세대 만에 대변혁을 맞게 됐다.

패권 경쟁은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들어선 지난 10년 동안 많이 사용된 개념이다. 그러나 『예정된 전쟁』의 저자인 정치학자 그레이엄 엘리슨에 따르면 핵무기의 존재로 인한 상호 확증 파괴(MAD)는 핵보유국 간의 전면전 가능성을 낮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두 나라는 무역·기술·안보 등 다방면에서 본격적인 경쟁 구도로 접어들었지만 동시에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과 테러 세력 억제라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미중 관계는 단순한 적대적 대립이라기보다 경쟁과 협력이 병존하는 복합적 양상을 띤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글로벌 정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패권 경쟁을 넘어선 새로운 개념이 필요한 셈이다.

이에 필자는 배리 네일버프 예일대 교수와 애덤 브랜던버거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했던 ‘협력 경쟁(coopetition)’을 미중 패권 경쟁을 이해하는 새로운 틀로 적용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패권 협력 경쟁(hegemonic coopetition)하에서는 경쟁국들이 목표와 분야별로 경쟁과 협력을 취사선택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위를 추구한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미중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낮으며 우리나라와 같은 제3국 입장에서는 경쟁 영역과 협력 영역을 잘 구분해야 한다. 경쟁 영역에서는 진영을 확실히 하더라도 협력 영역에서는 양국과 모두 활발히 교류하며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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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빈

    문정빈jonjmoon@korea.edu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문정빈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교통대를 거쳐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는 비시장 전략, 글로벌 전략, ESG와 지속가능 경영 등이다.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경영학 연구』 『전략경영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한국전략경영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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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호진hojin@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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