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은 이제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주도형 제조 및 공급망 전략 경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뉴스케일), 미국–일본 합작의 GE히타치, 영국(롤스로이스), 프랑스(NUWARD) 등이 개발 중인 경수로형 SMR은 다양한 SMR 중 상대적으로 인허가 리스크가 낮고 기기 공급망 확보 측면에서 경쟁 우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국의 개발 전략도 조금씩 다르다. 미국은 벤처기업 중심으로 혁신 설계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영국은 롤스로이스가 기존 원전 설계를 소형화해 실용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공장 기반의 대량생산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면서 제조 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SMR의 상용화는 ▲기술 특성을 반영한 인허가 체계 정비 ▲소품종 대량생산을 통한 경제성 확보 ▲초격차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한 파운드리 전략 ▲BOO·EPCM 등 다양한 사업 구조 설계에 달려 있다. 한국 역시 제조 중심의 산업 생태계 전략을 조기에 수립하고 시장 불확실성이 최소화되는 시점에 맞춰 진입할 수 있도록 초격차 기술을 갖추고 사업 기회를 주시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이 80~90여 종 개발될 정도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대형 원전에 비해 SMR이 재료의 선택부터 냉각 방식의 구성, 원자로의 형태까지 설계 옵션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러 선택지가 가능해 신규 업체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경쟁하고 있다. 물론 OECD 산하 원자력에너지기구(NEA)가 2024년 발행한 보고서112024년 3월에 발행된 OECD NEA(Nuclear Energy Agency)의 SMR 대시보드 제2차 보고서닫기에 따르면 이 중 35종가량은 개념만 제안된 수준이며 개발사들이 홍보성으로 발표한 자료들을 근거로 현황이 보고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실제 개발 수준이나 사업 추진 현황은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 보고서를 참고하면 전 세계적인 SMR 개발 추진 현황을 개략적으로 엿볼 수 있다. 현재 건설 또는 운영 중인 SMR은 5개인데 (그림1) 이들은 대개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건설 혹은 운영 중인 SMR의 경우 공개 자료가 부족해 경제성을 파악할 수 없고 원전 기술이나 비용 구조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서방의 전력 시장에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 간 주도권 경쟁의 시작: 영국 롤스로이스의 제조 혁신 사례
오히려 세계 SMR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집단은 아직 건설은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된 8개의 SMR이다. (그림 1) OECD 산하 NEA 보고서가 이 8개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개발 수준을 평가한 내용들로 미뤄볼 때 아마 미국 뉴스케일(Voygr)과 홀텍(SMR-300), 미국과 일본 합작의 GE히타치(BWRX-300), 영국 롤스로이스, 프랑스의 NUWARD 등의 경수로형 SMR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노형은 모두 기존의 대형 원전과 같은 경수로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인허가 리스크가 작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또한 기존 기술의 연장선에 있는 만큼 기기 공급망 확보도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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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dwjerng@cau.ac.kr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정동욱 교수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원자력공학 석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원자력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34대 한국원자력학회장을 지냈고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 에너지환경전문위원장,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수석연구원,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OECD/NEA) 4세대 원전(Gen-4) 기술사무국 기술조정역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