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보통 기업의 ‘가치 선언문(Mission statement)’에는 청렴, 존중 등 좋은 말들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들 선언문이 그 회사의 문화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좋은 가치 선언문은 직원들이 딜레마 상황에 처했을 때 스스로 회사의 방향성에 맞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 때문에 무조건 긍정적이고 좋은 말로 회사를 포장하기보다는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넷플릭스는 창업 초기부터 조직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민첩성과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문화 기술서(culture deck)’을 만들고 다양한 실험을 했다. 특히 100명의 평균 성과자를 영입하는 대신 10명의 고성과자에게 연봉을 몰아주는 식으로 조직 내 ‘인재 밀도’를 높이고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통제 메커니즘을 제거하고 조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같은 자율성은 넷플릭스가 혁신 기업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에린 마이어 인시아드대 교수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교수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포브스』 등에 국가 간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전략을 소개했다. 대표 저서로는 다양한 문화권의 업무 스타일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분석한 『컬처 맵(The Culture Map)』과 넷플릭스의 독창적인 경영 방식과 기업 문화를 탐구한 『규칙 없음(No Rules Rules)』이 있다. 2019년에 싱커스50(THINKERS50)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동아 비즈니스포럼 2024’ 행사장에 모인 청중들이 에린 마이어 교수의 실시간 온라인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넷플릭스 조직문화의 비밀조직문화를 어떻게 잘 가꾸어서 혁신과 창의성을 잘 바꿔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얘기를 하도록 하겠다. 오늘 강연에서 케이스 스터디 대상으로 소개할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변화가 심한 조직인 넷플릭스다. 나는 2017년부터 넷플릭스의 조직문화와 관련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0여 명의 넷플릭스 직원과 넷플릭스의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를 인터뷰하면서 넷플릭스가 어떤 방법을 통해 그처럼 놀랍고 혁신적인 문화를 구축했는지 알아봤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 그렇게 민첩한 조직으로 재탄생했는가를 살펴봤다. 넷플릭스 프로젝트에서 깨달은 바를 이 자리에서 공유하겠다.
크게 두 가지 인사이트를 발견했다. 먼저 대다수의 기업이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어떤 숙취를 아직도 겪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산업화 시대에 우리는 실수를 차단하고 일관성과 재연성을 확보하는 데 집착했다. 물론 이런 경향은 여전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조직과 팀이 겪는 가장 큰 리스크는 작은 실수나 다소 낮은 효율에 있지 않다. 더 큰 리스크는 새롭고 혁신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유연하지 못한 것, 창의성이 없는 것이다. 기술 변화와 혁신의 파고에서 조직 자체가 뒤처지는 것이 가장 큰 위협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넷플릭스에 주목해야 할까. 일단 넷플릭스는 회사의 운영 방향을 극적으로 바꿔 환경에 적응한 특이 사례로 꼽힌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는 우편으로 DVD를 배송해주던 기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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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창고를 미국 전역에 두고 수천여 개의 DVD를 쌓아 놓은 뒤 빨간 봉투에 DVD를 담아서 집집마다 배송해주는 회사였다. 그런데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면서 빠르게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스트리밍 회사로 거듭났다. 초기에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재방송을 해주는 스트리밍 사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했다. 그러다 경영 환경이 바뀌자 또 한번 체질 개선을 시도한다. 다음 모델은 미디어 회사가 되는 것이었다. 회사를 LA로 옮기고 스튜디오를 연 뒤 감독과 배우를 채용하면서 성장한 결과 이제는 디즈니의 경쟁사로 꼽히게 됐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민첩한 비즈니스 모델 전환은 매우 독보적인 사례다. 이는 이 회사의 회장이자 창립자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신념을 갖고 밀어붙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마도 여러분 중 일부는 이미 넷플릭스의 조직문화에 대해 알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의 조직문화와 관련된 ‘문화 기술서(Culture deck)’를 보면 시작이 이렇다.
많은 회사는 그럴싸한 가치 선언문(Mission statements)을 복도에 걸어 놓는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회계 부정 사건을 일으킨 엔론(ENRON)의 경우 청렴성, 커뮤니케이션, 존중, 탁월성 같은 단어를 회사 로비에 적어 놨다. (그림 1) 하지만 엔론은 회계 부정 사건으로 망했다. 결국 우리가 조직문화를 이야기할 때 중요한 점은 조직문화가 직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는 점이다. 특정문화가 실제로 조직에 뿌리를 내리고, 조직원 개개인의 생각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회사가 공표하는 가치들에 대해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설명만 해서는 안 되고 또한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표시해서도 안 된다. 일례로 청렴성이란 단어를 보자. 청렴성은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 단어로 도대체 무엇을 하라는 말인가. 어떤 조직도 “우리 회사는 부패를 지향합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당연히 누구나 청렴함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조직문화를 만들 때 고민해야 하는 것은 일선에 있는 직원들이 어떤 딜레마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떤 문화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다. 즉 구체적인 문화 수립이 필요하다. ‘왼쪽 혹은 오른쪽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 직원은 오른쪽으로 가길 바란다’라는 식으로 명백하게 회사의 지향점을 표시해줘야 좋은 가치 선언문이다. 이렇게 직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방향을 제시해주고 이것이 조직문화가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실제 사례를 통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여러분에게 몇 가지 딜레마적 상황을 보여주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겠다.
첫 번째 딜레마여러분은 마케팅 매니저다. 그리고 8명의 마케팅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있다. 이 팀은 성과도 좋고 협력도 잘하는 팀이다. 그런데 방금 당신은 상사와 구조조정 이야기를 나눴다. 만약 구조조정이 현실이 된다면 우리 팀도 영향을 받게 되는 상황이다. 우리 부서 사람 중 일부는 새로운 팀 리더와 일해야 할 수도 있고, 팀을 옮겨야 할 수도 있고, 심지어 일부는 회사를 떠나야 할 수도 있다. 물론 아직 확정은 아니다. 구조조정이 실행될 확률은 60% 정도다. 하지만 만약 실행해야 한다면 4개월 뒤에 구조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당신이라면 이 소식을 팀원들과 공유할까? 선택지는 두 가지다. 1번은 구조조정 실행이 확실해 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2번은 지금 당장 이 사실을 공유하는 것이다. 자, 손을 들어 의견을 표해달라.
화면을 보니 1번도 많고 2번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그만큼 딜레마다. 딜레마기 때문에 답변도 양분된다. 이 문제는 조직의 투명성을 생각할 것이냐 아니면 팀의 안정을 생각할 것이냐의 문제다. 물론 개인적 성향이나 선호에 따라서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조금 더 오픈 마인드인 사람은 직접적으로 사실을 전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성향의 사람은 비밀을 지킬 수도 있다. 문제는 조직 내 관리자들이 조직문화와 상관없이 개인적 선호도에 따라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조직은 투명성을 강조하는 문화인데 오직 개인적 선호도에 따라 비밀로 하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두 번째 딜레마또 다른 사례를 보자. 여러분은 8명의 마케팅 팀원을 이끄는 팀장이다. 어느 날 여러분 팀원 중 실라라는 직원이 아주 흥분한 상태로 당신을 찾아와서 “팀장님, 진짜 어마어마한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우리 조직을 발전시킬 엄청난 아이디어예요”라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아이디어는 투자가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다양한 리소스를 투입해야 하지만 투자만 잘 이뤄지면 위대한 업적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라고 이야기했다. 당신은 실라의 열정은 마음에 들었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성공 가능성이 떨어져 보였다. 그래서 실라에게 “열정은 좋지만 좀 걱정스럽다”라며 당신이 걱정하는 바를 이야기한 다음 일주일 후 더 생각해보고 다시 이야기 나누자고 제안했다. 일주일 후 다시 당신을 찾아온 실라는 “팀장님 제가 일주일 내내 고민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많은 사람 하고도 상의해 봤어요. 그리고 팀장님이 얘기하신 우려 사항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처리할지 방법을 다 찾아뒀어요. 그러니까 이제 당장 투자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재차 당신에게 요구한다. 이럴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1번은 반대한다, 2번은 비록 성공 가능성이 낮지만 한번 해보라고 맡겨본다. 이제 손을 들어 투표해 달라.
1번도 많이 보이고 2번도 꽤 보이는 것 같다. 이 상황도 역시 딜레마다. 우리의 투표 결과도 개개인이 다 완전히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듯 똑같은 상황이라도 해결책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다. 그래서 보통 명확한 방향성이 없다면 개인은 자신의 선호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 그래서 조직 전체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이렇게 방향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조직문화가 형성이 되는 것이고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실라 케이스는 혁신 문화와 오류를 방지하는 문화 사이에 충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보통 많은 기업이 혁신보다는 오류를 줄이고 실수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문화를 만든다. 그래서 이런 조직에서는 결국 상사가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혁신을 정말 중요시 여기는 회사들도 있다. 실수를 안 하는 것보다 혁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라면 적절한 환경을 잘 만들어줘서 실라가 본인의 아이디어를 한번 실험해 보게끔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실제 혁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혁신은 어떻게 보면 실수를 방지하는 것과 충돌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혁신을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도는 실패한다. 그러다 한번 성공하는 그것이 바로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어떻게 조직문화를 잘 명시해서 직원들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좋은 말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우리 팀의 문화는 존중입니다”라고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안에는 구체적인 의미가 전혀 없다. 어떤 회사도 “우리는 무시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합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존중은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단어가 실무진의 의사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반면 좋은 가치 선언문은 어떤 딜레마에 처했을 때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조직에 유연성을 불어넣는 방법만약 여러분이 정말 조직문화를 잘 가꿔서 조직에 혁신의 공기를 불어넣고 싶고 민첩성과 유연성을 강화하고 싶다면 어떤 딜레마에 집중해야 할까. 여기서 한 가지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
내가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를 처음 인터뷰했을 때다. 헤이스팅스가 본인의 첫 번째 회사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가 ‘퓨어 소프트웨어’라는 회사를 처음 설립했을 때만 해도 직원이 몇 명 되지 않았다. 소수의 직원이 기업가적인 정신을 가지고 혁신적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그 회사에는 규칙도, 가치 선언문도 없었다. 뭘 해야 한다고 혹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정하지도 않았고 절차도 없었다. 절차가 없다 보니 의사결정이 빨랐다. 모두가 스스로 판단해 최대한 좋은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결정의 자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강력한 주인 의식을 바탕으로 직원들이 열심히 일했다. 어떻게 보면 자유만큼 책임도 같이 부여된 것이다.
그러다 회사가 성장했고 직원은 100명대를 넘어 1000명대까지 늘었다. 회사가 점점 커지자 어떤 직원들은 자유를 악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은 매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출장을 가는데 매번 일등석을 타고 다녔다. 딱히 관련 사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 직원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는데 강아지를 혼자 집에 두고 싶지 않다며 매번 출근할 때마다 데려왔다. 그 개는 콘퍼런스룸 카펫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이 광경을 보며 헤이스팅스는 크게 좌절했다. 당시 회사에는 이 정도도 복구할 돈이 없었다. 그래서 HR 부서장과 같이 직원 핸드북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핸드북 안에 온갖 종류의 정책을 담았다. 일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내용부터 업무 절차, 회사에서 지켜야 할 규칙 등을 총망라했다. 이 핸드북은 곧 회사 내에 정착했다. 이 방식은 회사의 재정 효율성을 높였다. 그리고 조직 내 오류나 실수도 줄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과거 주인 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던 직원들이 주인 의식을 잃어버린 것이다. 자연스럽게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하지 않았고 창의적이고 신선한 사고를 하던 직원들마저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성과가 높고 창의적인 직원들일수록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퓨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실패를 경험한 헤이스팅스는 두 가지 비전을 갖고 넷플릭스를 설립했다. 첫 번째는 바로 ‘직원의 자유’다. 직원의 자유가 결국 혁신을 북돋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두 번째는 바로 ‘조직의 프로세스가 조직의 유연성을 죽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를 설립할 때는 직원들에게 정말 어마어마한 자유를 주는 회사로 만들었다. 직원들이 주인 정신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론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관리를 위한 ‘통제 메커니즘’이 없으면 회사가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그림 2) 첫 번째는 바로 ‘인재 밀도(Talent density)’를 높이는 실험이다. 많은 조직이 관리와 통제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이유는 평균적인 직원이나 저성과자를 관리하기 위함이다. 반면 고성과자들은 사실 관리와 통제가 불필요하다. 그래서 넷플릭스 설립 초기, 회사는 조직 전체를 고성과자들로만 구성되도록 했다. 협력을 잘하는 고성과자들로만 팀을 구성하게 되면 더 자유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창업 초기 넷플릭스에 돈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 있었다. 그리고 유명한 회사도 아니었다. 유능하고 태도도 좋고 협업에도 능한 고성과자를 채용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애초에 수백 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이들에게 평균 정도의 연봉을 주느니 차라리 예산을 모아서 정예 직원 10명만 채용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100명분 연봉을 10명에게 몰아주는 셈이다. 심지어 업계 평균보다 10배를 더 주는 방법도 고려했다. 이 방식으로 회사에 고성과자들이 모이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인재 밀도를 높일 수 있었다.
고민은 또 있었다. 고성과자들이 자유를 너무 악용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었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문화를 만든다. 바로 극단적으로 서로에게 솔직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문화다.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상대방에게 아주 솔직한 피드백을 주도록 하는 문화를 도입한 것이다. 솔직함의 문화를 잘 구축하면 직원들에게 훨씬 더 많은 자유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예를 들어 매번 일등석을 타는 직원에게 동료가 “이렇게 회삿돈을 쓰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인재 밀도를 높이고 솔직한 문화를 구축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통제 메커니즘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직원들은 자유를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고성과 조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넷플릭스 실험’이다.
세 번째 딜레마이쯤에서 세 번째 딜레마 질문을 던져보겠다. 여전히 여러분은 8명의 마케팅 팀원을 둔 팀장이다. 이 팀은 1년 전에 처음 만들어졌는데 당시 목표는 ‘고성과 조직문화를 만들자’였다. 직원들에게 자유를 주고, 혁신을 시도할 수 있게 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그러면서 실적도 좋은 조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먼저 직원의 숫자를 줄이고 월급을 많이 줬다. 즉 인재 밀도를 높인 것이다. 두 번째로 한 일은 포지션을 오픈한 것이다. 심지어 몇 주가 아닌 몇 달이 걸리더라도 적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해당 포지션을 열어뒀다. 이후 1년 동안 헌신적으로 이 사람에게 피드백을 주고 코칭을 해주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니 8명 중 7명은 놀라운 고성과자 직원이 돼 있었다. 정말 이보다 좋은 직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딱 한 명의 예외 사례가 나왔다. 이 직원은 실적이 평균 수준인 고만고만한 직원이었다. 물론 성격이 좋고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는 했다. 그러나 1년간 최선의 지원을 했음에도 그는 고성과자가 되지 못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옵션이 있다. 하나는 해고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다. 그리고 2번은 해고하는 것이다. 그럼 이제 또 투표를 해보자.
역시 1번과 2번으로 답이 갈리는 것 같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딜레마 상황이다. 1번을 선택한 사람은 직원이 최선을 다하고 좋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회사에 충성심을 보인다면 괜찮지 않나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넷플릭스 역시 1997년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에는 비슷한 생각을 했다. 고성과도 중요하지만 충성심도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직원을 대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회사는 약간의 성장을 이뤘다. 2001년이 됐을 때쯤 이 회사는 120명의 직원을 보유한 회사로 커졌다. 그런데 당시 넷플릭스의 분위기는 ‘이 정도면 괜찮다’ 정도였다. 그러는 사이 2001년, 금융위기가 닥쳤다. 헤이스팅스 창업자는 대량 해고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직원 3분의 1을 해고하거나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다. 무거운 마음으로 HR 책임자와 회사 직원 명단을 쭉 살펴보면서 누구를 해고할 것인가 논의했다. 일단 저성과자, 실적이나 조직문화에 악영향을 주는 사람을 골라냈다. 그뿐만 아니라 프랭크와 같이 성격도 좋고 열심히 하지만 고성과자는 아닌 직원들도 해고 대상에 포함시켰다. 드디어 정리해고가 발표되는 날이 왔다. 헤이스팅스는 훗날 그날을 “정말 끔찍했던 날”이라고 회상했다. 소리를 지르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 사람도 있었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고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회사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그야말로 드마라틱하게 개선됐다. 헤이스팅스는 직원들을 보며 직원들이 정말 자기 일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가 서로를 독려해 과감하게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학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회사가 됐다. 이후 회사는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직원을 정리해고로 80명까지 줄였는데 120명일 때보다 더 많은 성과를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결론은 바로 고성과 직원들, 다시 말해 정말 신선한 사고를 하고 창의적인 직원들에게 좋은 직장은 화려한 사무실이 있고 각종 복지 제도가 잘 갖춰진 직장이 아니라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고성과 직원에게 최고의 직장은 바로 주변이 다른 고성과자들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었기에 그런 직원만 남은 상황이 업무 효율을 오히려 높이게 된 것이었다.
물론 성과가 전염성이 있다는 것을 헤이스팅스가 처음 발견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윌리엄 펠프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성과 중에서도 나쁜 성과는 더 빠르게 전염된다고 한다. 펠프스 교수는 4명의 대학생을 자신의 연구실로 초대해 실험을 진행했다. 4명에게 어떤 문제를 풀게 하고 성적에 따라 돈을 차등 지급하는 실험이었다. 실험은 45분 동안 진행됐는데 실험을 진행하면서 펠프스 교수는 예상치 못한 발견을 하게 된다. 바로 한 사람이라도 팀의 분위기를 망치고 나쁜 행동을 하는 팀원이 있으면 4명 모두의 성과가 15% 가까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아주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로 팀을 구성해도 마찬가지였다. 부정적인 행동을 하는 팀원이 1명 있으면 15분 정도만 지나면 나머지 참가자도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결국 조직 내에 저성과자가 있다면 이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성과는 전염되기 때문이다.보통의 직원 한 명만 있어도 하향 평준화된다. 펠프스 교수의 연구를 통해 조직 내 아무리 최고 성과자가 많아도 한 명의 평균적인 직원이 모두를 하향 평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앞에 프랭크 사례로 돌아가보면 프랭크 같은 직원이 한 명만 있어도 조직의 성과는 떨어진다. 그렇다면 헤이스팅스는 어떻게 했을까. 2001년에 넷플릭스는 프랭크와 같은 평균 정도의 성과자를 정리해고한다. 헤이스팅스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올바른 스킬을 가지고 있고 태도도 좋으면서 협력 정신까지 갖춘 사람을 고성과자로 정의하고 이런 사람들만 회사에 남겼다. 여기까지 들으면 ‘말이 쉽지 그게 될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는 최대한 고성과자만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쓴 방법이 바로 ‘키퍼 테스트’다. 키퍼 테스트는 조직의 관리자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상황을 한번 설정해 보자. 부하 직원 중에 스테파니라는 직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어느 날 스테파니가 와서 “저 퇴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까. 스테파니에게 “니가 빠지면 우리 팀이 어려워지니 남아달라”고 이야기할까? 키퍼 테스트의 핵심은 바로 그것이다. 나의 부하직원이 나에게 와서 경쟁사로 이직한다고 했을 때 그를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실제 이를 실행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키퍼 테스트를 통해 ‘잡지 않아도 될 사람’이라는 답이 나오면 미련 없이 내보냈다. 심지어 두둑한 퇴직금까지 챙겨줬다.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놀라운 수준의 인재 밀도를 확보했고 남은 고성과자에게 엄청난 자율권을 줬다.
네 번째 딜레마이제 마지막 딜레마 질문을 던지겠다. 이 질문은 도발적이지 않다. 오히려 여러분이 진실을 말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여러분은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로 팀에 속해 있다. 이번에는 팀장이 아니라 팀원이다. 그런데 고객사 미팅을 가면서 동료 한 명을 대동했다. 이 동료는 여러분보다 약간 선배다. 윗사람은 아니지만 나이가 조금 많은 정도다. 둘의 관계는 원만하지만 막역한 사이는 아니다. 회의에서 여러분은 이 동료가 고객과 미팅을 하면서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이를테면 고객과 미팅을 하면서 고객이 이야기하는데 동료는 고객을 쳐다보지도 않고 종이에 고개를 파묻고 적기만 했다. 고객에게 필요 이상으로 큰 목소리를 내거나 상대가 공격적이라 느낄 수 있도록 행동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상대 고객은 몸을 점점 뒤로 옮기면서 약간 불쾌해하는 기색까지 나타냈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이 선배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할까? 이번엔 옵션이 세 가지다. 1번은 내가 느끼는 바를 선배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2번은 잘 모르겠다. 다시 말해 기회가 생기면 한번 해볼 수도 있다 정도다. 3번은 나는 절대 선배에게 바른말을 못할 것 같다. 그럼 손을 들어봐 달라.
지금 보니 1번이 제일 많고, 2번이 그다음인 것 같다. 생각보다 3번은 잘 없는 듯하다. 사실 이 질문을 던지면 상당수가 피드백을 줘야 한다고 답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조직마다 다르고, 산업마다 다르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도 다르다. 사실 원래 이 딜레마의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하지만 2000명 정도가 모인 온라인 강연에서 해보니 1800명 정도가 피드백을 주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역으로 과연 내 동료가 이런 상황에서 나에게 피드백을 줄까 생각하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실제 응답은 1번으로 해도 내가 그 상황에 처하면 피드백을 솔직하게 주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세 번째 선택지를 추가했다.
우리가 방금 전과 같은 딜레마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즉각적으로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그래서 가장 이성적인 대답을 한다. 당연히 솔직하게 피드백을 하는 것이 그 사람이나 조직 전체에 이익이니 피드백을 주겠다고 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이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면 편도체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된다.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조직 내에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데 있어 편도체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 번째로 우리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선생님처럼 남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다. 피드백을 줄 때는 도움만 주려고 해야 한다. 가르치면 안 된다. 두 번째는 행동이 가능해야 한다.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이야기만 해야 한다. 세 번째는 열린 마음을 갖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네 번째로 중요한 것은 피드백의 수용 여부는 선택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좋으면 받아들이고 아니면은 잊어버리면 된다.
이처럼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사실 어렵기 때문에 꼭 해야 할 일이 피드백을 업무상 주요 어젠다로 넣는 것이다. 당장 회사로 돌아가면 팀원들과 한 명 한 명 1대1 미팅을 잡을 것을 추천한다. 단순히 피드백을 주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렇게 모두를 만나고 나면 화상회의 툴 등을 활용해 전체 팀원이 모이는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이 안에서 내가 그동안 받은 피드백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성과를 개선할지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와 관련해서 넷플릭스가 실제 도입했던 제도를 참고해 볼 수 있다. 바로 ‘라이브 360도 피드백 디너’다. 1년에 한 번 정도 회식을 하면서 서로 돌아가면서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한 사람을 대상으로 동료들이 돌아가면서 피드백을 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이 광경이 놀라웠다. 한 사람의 약점을 팀 전체 앞에서 이야기를 하다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처럼 고성과자들이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라면 오히려 효과가 있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직원인 래리 탄즈는 이렇게 말했다.
“공개적으로 ‘찢어지는 것’은 사실 고문처럼 느껴집니다. 라이브 360에 갈 때마다 긴장이 되죠.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면 괜찮을 거라는 걸 알게 되죠. 모두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동료들은 여러분의 성공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관대하게 평가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아무도 여러분을 당황하게 하거나 공격하지 않으려 합니다. 모두가 힘든 조언을 많이 하므로 특정인을 골라내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차례가 오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것은 여러분의 발전에 있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넷플릭스 고성과의 핵심 ‘자율성’여러분이 다니는 회사가 100명 이상의 직원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최소 근태, 휴가, 출장 등을 포함하는 정책 규정과 의사결정 체계, 프로세스 관리 규정 등 세 가지는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넷플릭스에는 이런 규정이나 규칙이 없다. 일단 먼저 정책과 관련해 넷플릭스는 ‘휴가를 갈 수 있다’는 규정만 있을 뿐 언제 가는지, 며칠을 가는지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 전적으로 직원들의 선택에 맡기기 때문이다. 또한 비용 처리 등에 대한 규정도 없고 누구의 승인을 받을 필요도 없다.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정도의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실무자 개개인이 판단하는 구조다. 넷플릭스 자율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무정책(No rules)이 현실에서 가능할까 싶지만 여러분의 조직에 실제 어른처럼 행동하는 사람만 모여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 그래서 권한을 주고 어른처럼 행동하기를 기대하면 실제로 사람들은 어른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넷플릭스에는 KPI가 없다. MBO 역시 없다. 회사에서 무엇을 하라고 목표를 정해주지 않는다. ‘알아서 스스로 주인 정신을 가지고 일을 할 것이다’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알아서 최선의 성과를 낸다고 믿는다. 특히 넷플릭스에서는 별도의 승인 절차가 없다. 앞에 소개했던 딜레마 중 두 번째 딜레마의 실라를 기억하나? 실라 같은 직원이 만약 넷플릭스에 있다면 굳이 상사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승인받을 필요도 없다. 실라 스스로 알아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필요한 비용을 쓰면 된다. 다만 실리가 지켜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나의 업무가 위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서 하는 일이어야 하고, 두 번째는 통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계약에 의해서 일을 해야 한다라는 것이다.대부분의 기업에는 의사결정 방식이라는 게 있다. 보통 피라미드 방식으로 이뤄진다. 피라미드 제일 위에 있는 사람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피라미드 아래로 갈수록 자율권이 없이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는 의사결정의 속도도 느리고 자율성이 떨어져 혁신이 탄생하기 쉽지 않다.
실리콘밸리에는 현재 엄청나게 혁신적인 회사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더 이상 피라미드 구조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의사결정 트리(Decision Tree)를 더 많이 활용한다. 피라미드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가 아닌 나무 형식으로 가지가 뻗어 있는 구조다. 가지마다 한 가지에는 CEO가 달리고 한 가지에는 중간관리자급이 달리고 하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큰 의사결정을 제외하고는 나무줄기의 맥락에 따라서 의사결정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이는 새로운 문화고 또 새로운 딜레마를 양산하지만 조직 구성의 새로운 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트리 구조는 장점이 있다. 일단 큰 줄기일수록 큰 부서고 중요한 일이다. 작은 가지는 일의 중요도는 작지만 그래서 결정권도 직원들에게 있다. 특히 이 트리 구조에서는 어떤 딜레마 상황이 왔을 때 이것을 할까 말까 고민스러울 때 나무를 통해 전체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큰 그림 안에서 일을 할지 말지 정할 수 있다. 이 같은 의사결정 트리 구조는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일단 고성과자를 조직에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피라미드 조직보다 자율성이 높고 조직 전체의 목표와 방향성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뿌리만 탄탄하다면 트리 구조는 의사결정을 하고, 의사결정을 회사 내에서 지원을 해주고, 회사 전체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트리 구조 조직은 피라미드보다 훨씬 유연하고 민첩하다. 마지막으로 리드 헤이스팅스 창업자의 말로 강의를 마치겠다.
“직원들에게 자신의 삶과 업무에 대한 더 많은 통제권을 부여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자유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책임과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자유는 책임으로 가는 길입니다. 직원을 어른처럼 대하면 직원도 어른처럼 행동할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중요한 결정에 대한 통제권을 주면 직원들은 점점 더 책임감 있고 성실해질 것입니다.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자유를 주세요.”
DBR mini box I: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대담
“실수 방지에 치중하면 자율성 사라지고 혁신 기회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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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마이어 교수는 강연 후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참가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정 교수와 참가자들의 질문이 담긴 질의응답 세션을 요약, 소개한다.
정동일 교수(이하 정) 넷플릭스와 같은 문화가 사실 어떤 조직에는 굉장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또 어떤 조직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에선 불확실성을 굉장히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문화 간 차이를 연구한 교수 관점에서 설명 부탁한다.
에린 마이어(이하 마이어) 현장에 있는 청중들이 다양한 업계에서 온 것으로 안다. 아까 강연 때 혁신의 문화라고 하는 것은 실수 방지의 문화와 긴장 관계에 있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팀은 ‘실수 방지’ 쪽에 가깝나 ‘혁신’에 가깝나를 생각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제조 공장에서 일하거나 실수가 일어나면 그야말로 끔찍한 재앙이 일어나는 산업에 있다면 오류를 줄이고 실수를 안 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회사가 더 유연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더 혁신적이어야 하는 산업에 속해 있다면 사고를 바꿀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 교수께서 지적한 대로 한국은 실리콘밸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해서 한국에서 꼭 성공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이런 사례도 있다. 넷플릭스의 아시아 헤드 쿼터가 도쿄, 싱가포르에 있는데 연구를 진행하던 초기에는 넷플릭스의 이런 조직문화가 모든 국가에서 효과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솔직한 피드백은 사실 일본 등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시아에 있는 넷플릭스 지사에서도 어떻게 피드백을 전달할지 등을 명확히 해주면 성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어떤 국가들은 라이브 피드백 360 디너를 하는 경우도 있고 혹은 1대1로만 해서 피드백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다들 현지에 적합한 방식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제 젊은 직원들은 너무 많은 책임을 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이고 이는 한국도 비슷하리라 본다. 그런데 이들 국가에서 연구를 진행해 보니 젊은 고성과자일수록 자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고성과의 근무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면 직원들한테 우리가 이런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얘기를 하고 선택을 맡기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정 오늘 제안한 문화적 특성이 어떤 특정 부서나 팀에 더 잘 적용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나?
마이어 일부 조직, 일부 팀, 일부 사람에게만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직이 피라미드 구조라고 해도 우리 부서나 팀을 위한 의사결정 트리를 만들 수도 있다. 여러분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보면 부서마다 에너지도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다. 그리고 같은 동네에 살아도 집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그래서 회사 전체의 방향성과 큰 틀의 룰을 따르되 부서별로 특성을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우리 팀 내부에서만이라도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고 서로가 피드백을 공격이 아닌 발전을 위한 도움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회사가 오늘 내가 이야기한 문화와 맞지 않다고 해도 이처럼 개별 부서 안에서 시작해 볼 수 있다.
정 조직 안에서도 하위문화가 생길 수 있고 자율성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인가?
마이어 그렇다.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나는 지금 프랑스에 살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미셰린 타이어라는 회사가 있다. 이 제조 공장의 주 생산품은 타이어이고 타이어는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공장 안에서 개인에게 아주 큰 자율권을 주기는 어렵다. 당연히 통제와 관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같은 회사인데도 어떤 부서는 혁신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서도 있다.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것들을 생각해야 하는 부서가 있다는 것인데 신제품 개발 부서가 그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분야는 다른 공장 부서와는 완전히 다르게 갈 수가 있다. 회사 전체가 가지고 있는 룰을 그대로 따를 필요가 없는 부서다. 회사 전체는 관료적이고 딱딱하다 하더라도 우리 팀은 그 팀 안에서는 올바른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계속 시도할 수 있다.
정 키퍼 테스트와 고성과 문화라고 하는 게 굉장히 멋지게 들리지만 직원들이 실제로 심리적 안전감을 갖고 목소리를 내기 힘든 문화에서는 잘 안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이어 이 연구를 시작을 했을 때가 2017년이었다. 당시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이론이 큰 각광을 받았다. 그래서 조직 내 긍정적인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공유하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국 창의성의 원천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인재의 밀도’라는 개념이 솔직한 피드백의 문화와 꼭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트리형 구조를 갖고 있는 조직의 경우 상사도 피드백을 받는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한다. 피드백이 동료와 동료 간에 혹은 아랫사람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상사한테도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트리형 구조의 핵심이다. 솔직한 피드백을 받게 되면 상사가 “좋은 지적을 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고 나서 다른 직원들에게도 “이 직원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줘서 내가 이렇게 개선됐고 이렇게 좋아졌다”라고 공유할 수 있는 게 진정한 트리형 구조식 문화다. 이런 회사에서는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다. 키퍼 테스트를 시행하는데 솔직한 피드백 문화가 없다면 사람들은 감히 자기 생각을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정 피라미드 체계에서 트리 체계로 바꾸려면 어떤 실질적 조치가 필요한가.
마이어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화적 변화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렵다. 하지만 작은 부분부터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일 당장 우리 회사를 트리 구조로 바꾸자고 할 수는 없지만 당장 내일부터 사람들을 모아두고 조직 내 인재 밀도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 앞서 소개한 평균적인 성과를 내는 직원들을 당장 해고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를테면 3명의 평균적인 직원을 고용해 예산을 삼등분할지, 한 명의 고성과자를 고용하고 이 사람에게 예산을 몰아줄지 선택할 수는 있다. 단계를 거치면서 조직을 차츰 바꾸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단계별로 조금씩 직원들이 통제권을 갖는 경험과 의사결정의 자율권을 얻는 경험을 하게 하면 천천히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정 저성과자는 ‘전염성’이 크다는 데 동의하지만 사실 한국은 저성과자를 해고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저성과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마이어 내가 살고 있는 프랑스 역시 노동법이 강력하다. 그래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어렵다. 내 남편이 프랑스 사람인데 남편조차 넷플릭스의 방식이 프랑스에서는 안 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이를 실행했다. 넷플릭스는 프랑스에서도 이런 문화를 만들어냈고, 일본에서 만들어냈고, 한국에서도 만들고 있다. 방법은 물론 상당히 도발적이다. 하지만 적당히 평균적인 성과를 보이는 사람을 내보낼 때 두둑하게 퇴직금을 주는 방식으로 충격을 줄였다. 퇴직금을 많이 주면서 자발적으로 이들이 나가게 하는 방식으로 발생 가능한 이슈를 최소화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증가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가치가 있지 않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저성과자는 주변을 저성과자로 만든다. 넷플릭스는 이런 직원을 내보내는 것이 조직 운영에서 너무 중요한 요소라 생각했기에 이런 방식을 쓴 것이다.
정 피드백을 받는 사람은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
마이어 우리가 정말 열심히 일을 하고 최선을 다했는데 누가 다가와서 피드백을 하면서 내가 잘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당연히 부정적 감정이 든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 피드백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럴 때는 바로 반응하지 않고 일단은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시간을 버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해보자. 본인의 커리어와 지난 성과들을 되짚어 보면서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는 기억들을 떠올리고 그 피드백은 “나에겐 선물이다”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다. 사실 누군가 나에게 피드백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날 위해 용기를 낸 것일 수 있다. 그만큼 나를 신경 써주니까, 내가 더 잘하기를 바라니까. 그리고 내가 이 피드백을 건설적으로 잘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을 했으니 나한테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가 되면 “내가 성과를 높이려면 어떤 걸 해야 될까요?”라고 물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피드백이 아니라 조언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스스로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프레임을 짜서 질문을 던지면 더 건설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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