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진입하려는 신생 브랜드를 중심으로 브랜드 내부의 구성원이나 공간,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대중에게 노출하는 인사이드아웃 브랜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내부의 모습을 솔직담백하게 보여줌으로써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진 에센스가 고객들에게 전달되고, 이를 통해 동반자 유형의 브랜드 팬이 만들어진다. 인사이드아웃 브랜딩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선 생생한 리얼리티쇼를 제작하듯 디렉터의 역량과 구성원의 매력이 관건이다.
#1 침대 제조사 시몬스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등 독특한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로 유명하다. 이 팝업스토어를 탄생시킨 주역인 김성준 부사장은 팝업스토어, 광고 캠페인 등을 기획한 마케터로서 시몬스의 마케팅과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최근 김 부사장은 또 하나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월급쟁이 부사장’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채널에서 선보이는 콘텐츠는 지금까지 다른 기업들이 선보인 유튜브 콘텐츠와는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 기업의 유튜브 콘텐츠, 특히 임원이 출연하는 영상들과 달리 브이로그 형태로 김 부사장이 직접 시몬스 내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코너가 있다는 점이다.
가령, 시몬스가 새롭게 선보이는 브랜드 공간인 이천 시몬스 테라스의 작업 현장을 방문해 시몬스 테라스가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고, 공간이 완성된 후에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마치 리얼리티 쇼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2 일본에 리터치(RETØUCH)라는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2020년에 설립된 신생 브랜드인데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아이토 미야나가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유튜브 채널을 직접 운영하며 브이로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브이로그에는 아이토 대표와 팀원들이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확장해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가령 이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 회의하는 모습, 벤치마킹을 위해 다른 브랜드의 매장을 방문한 모습, 다른 회사의 제품을 써보는 모습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토 대표와 팀원들이 한국의 성수동과 한남동의 브랜드 매장을 방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도 있다.
#3 모베러웍스라는 의류 브랜드로 유명한 한국의 브랜딩 회사 모빌스그룹의 창업자 모춘 대표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는 모습부터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지난 몇 년간 겪어온 전 과정을 보여준다. 모춘 대표는 라인프렌즈 디자인팀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퇴사를 결정하고 유튜브 브이로그를 시작한다. 그의 첫 영상에서는 카페에 앉아서 퇴사를 결정한 후의 소회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 후로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업계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모습부터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브랜드가 탄생하는 모든 순간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11모베러웍스의 브랜드 제작 스토리는 DBR 331호 케이스 스터디 기사 ‘팬과 함께 만드는 브랜딩 추구, 가벼움·솔직함·참여감이 성장 비결’ 참고 https://dbr.donga.com/ article/view/1202/article_no/10221/ac/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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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사례뿐만이 아니다. 지금 유튜브에는 브랜드의 창업자나 마케터가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담아낸 콘텐츠가 수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에는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미디어에 자신을 노출하며 소비자들에게 내부의 인물, 과정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나영석 PD나 김태호 PD 등 스타 PD들뿐 아니라 많은 예능 PD가 쇼 진행 과정에 등장하거나 참여해 실제 출연자만큼의 분량을 확보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를 결정할 정도로 큰 존재감을 자랑하기도 한다. 스태프들이 카메라에 노출되는 것이 방송 사고처럼 느껴졌던 과거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행보다.
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내부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드러내며 회사의 내부(구성원들이 실제로 일하는 모습)와 외부(소비자에게 노출하는 모습)의 경계가 사라지는 모습.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인사이드아웃 브랜딩(Inside-out Branding)’이라고 부를 수 있다.
김병규kyukim@yonsei.ac.kr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심리학 학사, 경영학 석사를 받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USC마셜 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마케팅협회 최우수논문상인 폴 그린 어워드(Paul E. Green Award)의 최초 한국인 수상자이자 오델 어워드(William F. O’Dell Award)의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