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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CES는 ‘ChatGPT Extension Show’

이은영 | 386호 (2024년 2월 Issue 1)
과거의 CES는 말 그대로 소비자 전자제품 위주였다. 1960년대 텔레비전을 비롯해 1970년대 워크맨, 1980년대 CD플레이어, 1990년대 DVD 등 가전 중심의 전시회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이렇다 할 만한 제품 혁신이 없었다. 지지부진하던 CES는 2010년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로 탈바꿈했다. 2020년 이후에는 가전제품 전시회가 아닌 미래 자동차(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와 드론, 인공지능(AI) 등 ICT 분야의 최신 기술이 소개되면서 명실상부 최첨단 기술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장이 됐다.

21세기 들어 인간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세 가지 도구를 꼽으라면 인터넷, 스마트폰, 챗GPT가 아닐까 한다. 2022년 11월 등장한 챗GPT는 기업과 개인의 삶을 바꾼 혁명이었다. CES에서 AI라는 용어가 새롭게 회자된 것은 2017년부터다. 하지만 AI와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는 확연히 다르다. 전자가 과학자의 전유물처럼 대중화되지 못했다면 챗GPT는 AI의 대중화를 불러일으켰다. CES 2024의 새로운 키워드이자 주인공인 ‘생성형 AI’는 향후 수년간 기술과 다양한 산업 트렌드의 변화를 주도할 핵심 영역이 될 것이다.

이렇게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CES는 시대에 따라 ‘가전 중심의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모터쇼가 된 CES(Car Electronics Show)’를 넘어 ‘챗GPT로 확장된 CES(ChatGPT Extension Show)’로 의미가 변하고 있다. 이번 CES 2024에서 보듯이 생성형 AI로 대변되는 AI 기술은 모든 산업 영역과의 융합은 물론 인류 문제(식량 부족, 환경 오염 등)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CES의 기조연설 또한 2020년부터 단순히 기술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런 기술이 소비자에게 어떤 변화와 혜택을 주고,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청사진까지 제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때부터 IT 기업이 아닌 새로운 분야, 모빌리티(벤츠)를 비롯해 여행과 관광(델타항공), 유통(베스트바이), 헬스케어(애보트) 인사들이 기조연설 무대에 올랐다. CES 2024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인텔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조연설자가 비(非)IT 기업이었다.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 건강보험사 엘레반스헬스, 유통업체 월마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글로벌 가전 회사가 아닌 HD현대가 기조연설자로 등장했다. 이는 CES가 가전쇼와 모빌리티쇼를 넘어서 AI(핵심 기술)를 적용한 모든 산업의 쇼가 됐음을 보여준다. 기술보다 기술의 적용,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과 사회의 변화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유통, 헬스케어, 음식료, 조선 등 이른바 전통 산업들이 구(舊)경제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AI 기술과의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높일 수 있는 신(新)산업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5개 CES 2024의 핵심 테마(AI, 모빌리티, 푸드·애그테크, 헬스·웰니스테크, 지속가능성과 인간안보)별로 최고혁신상을 받은 기업을 중심으로 키워드를 정리했다.


1. 우리 집 AI

이번 CES 2024의 주인공은 AI였다. 주요 글로벌 빅테크들은 ‘생성형 AI 시대’를 강조하며 AI 중심의 전략과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스마트 가전의 양자 구도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시한 가전과 생성형 AI의 만남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두 회사 모두 AI에 기반한 반려 로봇을 내세우며 주목을 받았다. AI 기술을 적용한 반려 로봇은 이제 사람을 쫓아다니며 명령을 수행하는 집사 역할은 물론 생활 전반에 도움을 주는 가사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주최사인 CTA(미소비자가전협회)는 CES 2024 혁신상 부문에 AI를 처음으로 추가했다. 총 28개 작품이 출품됐으며 이 중 16개가 국내 제품으로 한국의 AI 기술력이 주목받았다. 특히 최고혁신상을 받은 스튜디오랩(STIDIO LAB)은 AI 기반 마케팅 콘텐츠 창작으로 수작업을 90% 이상 줄이는 등 AI가 산업에 적용될 경우 효율성이 얼마나 극대화되는지를 보여줬다.


2. 모빌리티=달리는 컴퓨터

CTA는 CES 2024의 가장 큰 화두를 AI와 모빌리티라고 밝혔다. 자율주행, 전기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관련 신기술이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될 거란 전망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대차, 기아차를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7개 기업이 선보인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개념은 당분간 UAM과 더불어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테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DV는 스마트폰처럼 자동차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기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SDV가 자동차 역사상 중요한 변곡점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이 ‘걸어 다니는 컴퓨터’로 각광받았다면 SDV는 ‘달리는 컴퓨터’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는 차량 제조의 단가 혁신과 소비자 편의 개선 등을 통해 더 이상 자동차 제조사(하드웨어)가 아닌 애플과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군으로 분류될 것이다.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하겠다는 현대차의 목표는 국내 자동차 생태계에 큰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국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연관 산업은 이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이번 CES 2024에서 모빌리티 부문의 최고혁신상 수상작은 일본 혼다의 개인용 접이식 전기스쿠터 ‘모토콤팩트’와 대만 AUO의 차량 인터랙티브 투명 스크린이었다.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첫째, 향후 친환경 동력을 활용한 개인용 소형 이동 수단인 마이크로모빌리티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현재 이 시장 규모는 약 18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2030년에는 약 2배인 44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복합 공간이 될 것이다. 백화점이 물건만 팔던 장소에서 현재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진화한 것처럼 자동차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무 및 교육, 헬스케어 등이 모두 차량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기술이 고도화될 것이며 기아차 중심의 PBV 시장 역시 큰 성장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3. ‘잘 먹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CES 2024가 강조하는 CES의 최종 목표는 인류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푸드·애그테크 △헬스·웰니스테크 △지속가능성과 인간안보 등 세 가지 테마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잘 먹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농업경제학자 파울러 박사에 따르면 인류에게 필요한 식량을 충족하려면 2050년까지 현재보다 50∼60%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25∼30년 후에는 인구의 절반이 식량 위기에 처한다. 기후 온난화 등으로 농업 생산과 식량 자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푸드·애그테크다. 대체식품, 푸드테크 로봇, 스마트팜, 개인화 식단, 온라인 주문과 배달 서비스, AI와 자율주행 농기계 등이 이 산업에 해당된다.

푸드테크는 2018년 이후 글로벌 투자와 관심이 급증했으나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잠시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식량안보, 환경보호 등 지속가능한 가치의 실천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성이 계속될 것이다. 특히 국내 기업 가운데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미드바르(Midbar)의 에어팜(AirFarm)과 탑테이블, 혁신상을 수상한 알고케어, GSF시스템, 누비랩, 인트플로우, 팜프로, 코리아소프트 등 스타트업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헬스·웰니스테크 부문은 단순한 보건의료 영역에서 더 나아가 신체적·정신적 건강까지 포괄하면서 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핵심 트렌드로 개인화, 디지털화, 인공지능화를 앞세웠으며 디지털 헬스 구역이 따로 조성돼 관련 기업의 부스가 100여 개 이상 꾸려졌다. 그중 한국 기업은 혁신상 수상 제품 48개 가운데 29개를 수상할 정도로 약진이 두드러졌다.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국내 기업인 텐마인즈의 스마트 베개는 수면과 건강, 삶의 질을 높여주는 대표적인 웰니스테크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테마인 인간안보는 CES 2023에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CES 2024에서 혁신상 부문에 신설될 정도로 주요 테마로 자리매김했다. 인간안보의 7대 영역(식량, 의료, 환경, 경제, 개인 안전, 공동체 안전, 정치적 자유) 외에 8번째 분야로 ‘첨단기술 안보’가 추가되면서 이전까지 모호했던 개념이 분명해졌다. 첨단기술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돼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안보 관련 제품으로는 백내장 수술 도구 등 의료용품이 많았다.

지속가능성 부문은 대기업 중심이던 지난해와 달리 CES 2024에서는 다양한 규모의 기업이 참가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추구’가 글로벌 거대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태양열 기반의 전력 생성 유리, 친환경 배터리 등이 눈에 띄는 제품이다. 앞으로 CES의 테마들이 조금씩 변하더라도 인간안보와 지속가능성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ES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 이은영 | 삼일PwC 경영연구원 상무

    필자는 국내 최초 여성 펀드매니저로 1996년부터 한국투자신탁과 동양자산운용에서 주식 관련 펀드를 운용했다. 매크로한 분석을 바탕으로 여러 산업과 기업에 대한 리서치와 자산 배분 전략 등을 담당했다. 2016년부터 삼일PwC 경영연구원에서 산업 및 기업 분석을 맡고 있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이 발간한 순환경제로의 전환, 디지털 헬스케어, 모빌리티 서비스의 미래 등 다수 보고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eunyoung.lee@pw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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