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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Interviw: 염철 이노션 상무

“아날로그와 온라인 경험이 따로 놀게 해선 안 돼”

장선희 | 354호 (2022년 10월 Issue 1)

참고 기사: 물건 파는 곳 아닌 쇼핑을 체험하는 곳 크기 줄이고, 찾아가고, 기술로 감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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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간 마케팅은 일부 대형 브랜드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무엇을 팔든, 어떤 기업의 무슨 브랜드이든 누구나 고민해야 하는 마케팅 요소로 자리매김했어요.”

염철 이노션 상무는 최근의 공간 마케팅의 추세에 대해 이렇게 짚었다. 그는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에서 기아와 KCC건설 스위첸, 다올저축은행 등의 공간 마케팅을 추진해왔다. 자동차와 건설회사, 금융업 등 상대적으로 ‘딱딱한 분위기’라 여겨지는 업종 브랜드들과 주로 작업해온 그는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브랜드들의 공간 마케팅에 대한 접근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공간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는지.

최근 3∼4년 사이에 공간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한층 폭넓게 형성됐다. MZ세대가 소비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상품적 편익보다는 나와 비슷한 철학, 지향점을 지닌 브랜드에 호응하는 분위기가 퍼진 결과다. MZ세대는 직접 체험해보고 판단하겠다는 주체적인 소비 세력이기에 공간을 통해 경험을 선사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따라서 매장 역시 기존의 신제품 홍보 목적의 ‘팝업, 플래그십 스토어’를 넘어 브랜드의 철학까지 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간의 의미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에 브랜드와 기업이 온•오프라인의 ‘공간’에 접근하는
자세가 변화했는지?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로 대기업, 큰 브랜드만 공간 마케팅에 참여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동에 제약이 생기고, 브랜드와의 접점인 체험의 폭이 줄면서 소규모 브랜드들까지 공간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공간을 통해 고객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체험을 통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이 이제는 브랜드의 홍보를 위해 필수적인 고려 사항이 됐다.

공간 마케팅은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한다. 중소 브랜드가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아직도 공간 마케팅 유형은 ‘팝업/플래그십 스토어로’, 장소는 ‘이태원, 성수동, 가로수길에서’처럼 마치 찍어낸 듯한 성공 공식이 있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굳이 특정 성공 공식에 매달리지 않더라도 기존의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예컨대 기아는 몇 년전부터 압구정 ‘기아360’ 건물 1층에 여러 차종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카페를 선보였다. 건설 회사는 본보기집(모델하우스)을 활용할 수도 있다. 기존의 공간을 ‘재해석’만 해도 멋진 공간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

참고할 만한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

소비자가 즐기는 공간을 대상으로 할 때뿐 아니라 브랜드가 잘 노출돼서 실제 공간이 ‘마케팅’되는 상황도 공간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 생각하는 소비자 대상 공간 마케팅이나, 이러한 자사 브랜딩이나, 모두 기업과 브랜드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므로 결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KCC건설의 브랜드 스위첸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비실이라는 공간에 집중했다. 낡고 노후화된 경비실을 무상으로 새롭게 단장해주는 ‘등대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이것도 일종의 공간 마케팅이라 볼 수 있다. 공사 기간 설치된 안전 가림막에는 캠페인의 취지를 담은 홍보 문구가 노출됐고, 단장이 끝난 경비실 외부에는 프로젝트 이름이 담긴 작은 간판이 설치됐다. 주민들은 새롭게 단장한 경비실을 지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떠올리고, 호감도가 높아졌다. 최근에는 어린이 놀이터를 대상으로 유사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각자의 브랜드가 처한 상황에서 공간의 재해석과 의미를 부여하되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철학도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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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과 브랜드의 ‘공간’이 ‘고객 경험(CX, Customer Experience)’ 설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공간을 단지 효과적인 판매를 위한 디스플레이 수단으로 삼던 시절은 지났다. 광고주들도 ‘공간을 통해 우리 브랜드의 철학, 지향을 온전히 체감케 하겠다’ 내지는 ‘새로운 고객 경험을 창출하겠다’는 각오로 임한다. 최근 이노션은 다올저축은행의 새 금융 애플리케이션 ‘Fi’를 선보이며 공간 마케팅을 진행했다. 먼저, 국내 향수 업체와 협업해 코엑스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미 화폐인 달러의 냄새에서 모티브를 얻은 향수 ‘머니 퍼퓸’을 선보였다. 실제 지폐 성분 분석을 통해 지폐의 냄새에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향을 뽑아내 은은하게 구현했다. 국내 향 전문 브랜드가 개발을 맡아 조향과 제품 생산 전 과정을 진행했다. 은근히 새 달러의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진행했던 마케팅이다. 향수 케이스에는 ‘당신에게 부를 가져다 줄 돈의 향기를 선물합니다’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예전 같았으면 은행 각 점포에서 마케팅을 한다고 하면 부스를 설치해 직접 직원이 뱅킹 앱을 깔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비교적 딱딱한 분위기의 금융권조차 공간 마케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보며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한다.

공간 브랜딩, 마케팅을 전개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

최근 들어 브랜드의 공간에 굿즈 판매, F&B와의 결합 등 흥미로운 요소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 다만 브랜드 고유의 콘셉트와 지향점, 가치는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지역성을 접목하는 것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 특정 지역사회와 연계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소비를 창출하고, 그 지역에 사회문화적으로 이바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공간 마케팅이 확대되며 브랜드의 공간은 이제 단순히 브랜드를 경험하는 의미를 넘어 사회적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먼저 이런 시도를 보였던 브랜드 ‘반스’는 LA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때 해당 지역에서 만들어진 편집숍들을 입점시켜주거나 지역 아티스트와 워크숍을 열고 전시 공간을 대여해주는 식으로 공간 마케팅을 벌였다. 국내외 많은 브랜드 역시 숍인숍 형태로 지역 특산물이나 브랜드와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성공적인 공간 마케팅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

감각을 자극하는 디테일한 아날로그 경험에 더해 이러한 오프라인 경험을 측정하거나 유지할 수 있는 온라인 경험을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 두 경험이 따로 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팝업스토어는 길어야 한 달 남짓 운영된다. 그 후에도 계속 브랜드와 이어질 수 있는 요소를 고민해야 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활동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게 만들고 그들과 꾸준히 연결될 수 있는 체험을 만들어야 한다. 온•오프라인의 캠페인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때 공간 마케팅은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장선희 객원기자 sunheechang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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