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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엔데믹 시대, 상업 공간의 미래

물건 파는 곳 아닌 쇼핑을 체험하는 곳
크기 줄이고, 찾아가고, 기술로 감동을

정희선 | 354호 (2022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팬데믹이 시작된 지 어느덧 2년 반이 지난 요즘,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역시 크게 바뀌었다. 재택근무는 이제 일상화됐고, 온라인 쇼핑은 더욱 진화하고 확대됐다. 기업과 브랜드 역시 ‘엔데믹’ 시대를 맞아 바뀐 소비자 행동에 맞춰 상업 공간에 대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 일부는 오프라인 매장의 크기는 줄이되 소비자들과의 접점은 늘리는 방식으로 앤데믹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객을 직접 찾아가고 있으며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팬데믹, 재택근무, 워케이션, 홈코노미….’

불과 3년 전만 해도 생소하던 이러한 단어들이 우리 일상 속으로 파고든 것만 봐도 팬데믹 이후 달라진 소비자 지형을 읽을 수 있다. 집에서 일만 할 뿐만 아니라 취미와 여가 생활을 하는 ‘홈코노미’ 트렌드는 더욱 확대됐고 이런 변화는 오프라인 상업 공간들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사실 팬데믹 이전부터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는 밝다고 점쳐지지 않았다. 미국 대형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을 뜻하는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가 2017년 이후부터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자주 등장했고, 상업 공간의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 끝에 ‘위드 코로나’,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상업 공간들도 조금씩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전미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21년 8100개의 매장이 개점했다. 이는 폐점한 매장 수인 3950개의 2배가 넘는 규모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새롭게 들어서는 상업 공간들은 분명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팬데믹 이후 바뀐 소비자 행동에 맞춰 상업 공간 또한 전략이 수정된 것이다.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할 상업 공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1. 분산: 크기는 줄이고 접점은 늘리다

코로나 이후 발견되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트렌드 중 하나는 상업 공간의 크기는 줄이는 대신 점포 수를 확대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적인 소비 방식으로 정착되면서 커다란 매장에 재고를 쌓아 놓고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의문을 제기하게 됐기 때문이다.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대도심으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줄어든 점 또한 그 배경으로 들 수 있다.

최근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IT 기업 중에도 하이브리드형 근무제, 즉 재택근무와 오피스 출근을 혼합한 형태의 근무 방식을 도입한 곳들이 많아졌다. 덩달아 집에서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거나 집 근처의 쇼핑몰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이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에 마련된 대형 매장의 고객 유인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팬데믹 이후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 상업 시설의 감염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상업 공간에서의 체류 시간을 줄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이러한 소비자 행동 변화에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들은 크기를 줄이는 대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형 매장을 여러 곳에 출점해 매장을 분산시키고 상업 공간을 ‘물건 판매’가 아닌 ‘쇼핑 체험’에 집중하는 공간으로 설계한다. 소형 매장의 주요 목적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브랜드를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백화점들에서 이러한 트렌드는 명확히 포착된다. 1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메이시스(Macy’s) 백화점은 2020년에만 42개의 점포를 폐점했으며 2021년에는 시카고 최대 번화가인 미시간 애비뉴의 매장마저 철수했다. 그 대신 텍사스주 포트워스시에 소형 포맷 매장인 ‘마켓 바이 메이시스(Market by Macy’s)’를 열었다. 마켓 바이 메이시스의 규모는 약 1653∼1983㎡(500∼600평)로 일반 메이시스 백화점의 5분의 1 정도의 크기이며 엄선된 제품만을 모아서 전시한다. 또한 매장 내에 카페 및 업무 공간을 마련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2022년 9월 현재까지 텍사스를 포함해 5개의 매장을 열었으며 앞으로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등에 추가로 매장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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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데일스(Bloomingdale’s) 백화점 또한 2021년 8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Fairfax)에 기존 매장의 10분의 1 크기로 약 2050㎡(620평)에 불과한 ‘블루미(Bloomie’s)’를 오픈했다. 블루미는 여성 의류, 남성 의류, 핸드백 등 패션을 중심으로 제품을 큐레이션해 진열했으며 마켓 바이 메이시스와 비슷하게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스타일링 서비스, 수선 서비스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을 반품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추가했다. 또한 레스토랑을 설치해 특별히 살 것이 없는 사람들도 편하게 들러 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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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의 소형화 역시 코로나 이전부터 감지돼 온 트렌드다. 노드스트롬(Nordstrom) 백화점은 2017년 로스앤젤레스에 소형 매장인 노드스트롬 로컬(Nordstrom Local)을 선보인 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노드스트롬 로컬의 매장 면적은 109∼278㎡(약 33∼84평)로 그 가운데 큰 매장만 해도 일반적인 노드스트롬 백화점 평균 면적인 1만3223㎡(약 4000평)의 2%대에 불과하다. 샘플용 제품을 전시하고 직원은 상주하지만 점포 내에 쌓아두는 재고는 없다. 고객이 온라인에서 선택한 제품을 지정한 매장에서 2시간 이내에 착용해 볼 수 있으며 온라인 주문 픽업, 제품 반품, 수선 등 온라인 쇼핑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주된 목적인 매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국의 백화점들이 앞다투어 작은 형태를 지향하는 까닭은 미국 대형 쇼핑몰의 집객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CNBC 또한 “최근 소비자들은 빠르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원한다”며 이러한 현상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창고형 매장을 대표하는 가구 제조 및 유통사인 이케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케아는 대도시 외곽에 커다란 창고와 같은 매장을 만든 후 다양한 가구를 전시해 놓고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가구를 사는 고객이 늘어나고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면서 이케아는 ‘도심형 매장(city center store)’ 혹은 ‘플래닝 스튜디오(planning studio)’라고 불리는 새로운 포맷의 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2018년 런던을 시작으로 뉴욕, 파리, LA 등 전 세계의 대도시에 선보인 새로운 형태의 매장은 일반적인 이케아 매장에 비해 크기가 작다. 고객은 매장에 전시된 가구의 실물만 눈으로 확인하고 주문은 온라인에서 한다.

일본 도쿄에서도 이케아는 도심형 매장을 적극적으로 출점하고 있다. 2020년 6월 하라주쿠에 도심형 매장의 1호점을 오픈한 후, 2020년 12월에는 시부야에 2호점을, 2021년 5월에는 신주쿠에 3호점을 연달아 열었다. 하라주쿠 점포의 면적은 2496㎡(약 756평)로 일본 내 가장 큰 이케아 매장인 신미사토점의 10분의 1에 불과하며, 시부야 점포는 4000㎡(약 1212평)로 평균적인 교외 점포의 5분의 1 크기이다. 교외형 점포는 9500종류의 제품을 전시하고 있으나 시부야 점포는 3100종류, 하라주쿠는 약 1000종류의 제품만을 전시하고 있다. 제품의 수는 적지만 고객들이 주로 찾는 인기 상품 위주로 상품을 구성하고 있다. 작은 크기의 매장을 분산시킴으로써 교외 매장에는 잘 방문하지 않는 젊은 고객층과 접점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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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은 지금까지 오프라인 매장의 확대에 힘을 쏟던 유통 업체들이 거대한 매장을 운영하는 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소형 매장을 운영할 경우, 개점 비용도 적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와 같은 예기치 않은 외부 상황에도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쉽다. 실제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일정 면적 이상의 상업 시설을 대상으로 휴업 요청이 내려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때 대형 유통사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

매장이 작아지고 분산되면 브랜드와 제품을 선별해 제공하는 큐레이션이 중요한 역량이 될 것이다. 나아가 단지 물건을 전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고객들이 자주 이용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 매장을 자주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2. 이동 :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갑니다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집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었다. 이에 따라 ‘고객이 오지 못한다면 우리가 고객이 있는 곳으로 간다’는 역발상을 발휘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코로나 확산 이후 매장의 집객력이 저하되자 고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찾아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일본의 미쓰이부동산은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약 두 달간 전국의 쇼핑몰을 휴업해야 했다. 영업을 재개한 뒤에도 예전만큼 고객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쓰이부동산은 2020년 9월부터 시범적으로 도쿄와 수도권 내 5개 지역에 대형 트럭과 밴을 이용한 이동형 매장을 운영했다. 식품을 비롯해 잡화, 화장품, 지역 특산물과 같은 제품뿐만 아니라 구두 수선 및 마사지 같은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시범 운영 결과 고객들의 반응이 좋자 이동형 매장 전용 브랜드인 미케(MIKKE!)를 론칭하고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 앞의 주차장, 공원 등의 장소에 상품을 진열한 판매 차량을 파견하고 있다. 이 차량 서비스에 시폰케이크 판매점, 의류, 중고 명품 매입, 신발 수선 서비스 등 40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했다. 이 차량은 현재 도쿄 내 20개 이상의 장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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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이부동산이 이동형 매장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서다. 이동형 매장의 커다란 장점은 지역별로 최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매장을 배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파스타 전문점이라면 평일 낮에는 사무실 근처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이들이 퇴근하는 저녁 시간에는 아파트 단지로 이동해 가족 단위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식이다. 같은 아침 시간이라도 주택가에는 베이커리 트럭을 배치하고 사무실 근처에는 카페를 배치한다. 휴일 아침의 주택가에는 세탁 서비스 및 네일숍을 배치할 수 있다. 이처럼 수요가 높은 장소와 시간에 맞춰 맞춤식 리테일 매장을 파견하는 것이 가능해짐으로써 매출 증가를 꾀할 수 있다.

미쓰이부동산은 일본 전국에 걸쳐 약 65개의 대형 상업 시설과 아웃렛 등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연간 약 2조 엔의 매출을 올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부동산 기업이다. 전국적으로 상업 시설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성별, 연령, 가족 구성,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수요뿐만 아니라 지역별, 그리고 상황에 따른 다양한 요구를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를 쌓아 왔다. 이에 더해 이동형 점포를 운영하면서 트럭이 위치한 장소, 시간대, 방문 고객 수, 매출 등을 분석하며 추가로 데이터를 쌓고 있다.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면 어느 동네에 사는 고객들이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지, 어느 시간대에 매출이 가장 높은지 등을 분석함으로써 제품별로 판매에 효과적인 최적의 장소와 시간을 제안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비단 매출 극대화만이 아니다. 점포가 직접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면 새로운 고객층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코로나 확산 후 변화된 소비자 행동 중 하나는 뚜렷한 목적 없이 쇼핑몰을 방문하는 고객의 수가 줄었다는 점이다. 특별한 구매 목적이 없더라도 오프라인 상업 시설을 들렀다가 우연히 좋은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사실 적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장 방문을 꺼리게 되면서 이러한 ‘뜻밖의 매출’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이동형 점포는 집 근처를 지나가다 우연히 매장을 들른 소비자에게 자신들의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동형 매장에서 제품을 바로 사지 않더라도 괜찮다. 매장에서 브랜드를 인지한 후 나중에 이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 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오후와 저녁, 하루에 2회 새로운 트럭이 동네를 방문한다고 가정하고 간단하게 계산하면 1년에 약 730개의 점포가 소비자의 근처로 찾아가는 셈이 된다.

미쓰이부동산 측은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이 이동형 매장을 허브로 삼아 실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의 경계를 넘나드는 쇼핑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동형 매장의 또 다른 장점은 온라인 쇼핑에서는 불가능한 ‘입어보기’나 ‘써보기’ 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동 트럭으로 청바지를 판매하는 한 브랜드는 마음에 드는 청바지는 집으로 가져가 입어볼 수 있도록 한다. 고객은 집에서 편하게 입어보고 가지고 있는 옷들과 맞춰본 후 마음에 들면 그때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실물을 만져보고 입어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의외로 고가의 상품도 잘 팔린다고 한다. 미용 기기와 홈트레이닝 기기를 판매하는 일본 기업 MGT는 직접 자사 온라인 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새로운 고객층을 뚫기 위해 이동 판매 트럭에 입점했다. 평균 20만∼30만 원 정도의 미용 기기를 구매하는 손님이 의외로 많은데 그 자리에서 바로 체험해볼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판매 직원에 의하면 이동 트럭에서는 진열된 상품 중 최고가인 상품이 제일 많이 팔린다. 이동형 점포가 고가의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에게 구매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동성은 기술의 발달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최근 자동차 기업뿐만 아니라 IT 기업들도 투자하고 있는 자율 주행차 기술이 실용화돼 리테일 서비스와 결합하게 되면 고객 앞으로 찾아가는 이동형 매장을 더욱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8에서는 이동식 무인 슈퍼마켓인 ‘로보마트(Robomart)’가 공개됐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해 우버 자동차를 콜하는 것처럼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로보마트를 요청하면 로보마트가 고객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준다. 고객은 이렇게 기꺼이 나를 찾아온 마트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CES 2018에서 선보인 로보마트는 야채와 과일이 진열된 선반이 설치돼 있으며 물건이 잘 보이도록 차량의 한쪽 면이 투명한 디스플레이로 돼 있다. 선반에는 약 50∼100개 정도의 제품을 진열할 수 있으며 냉장 시스템도 구비하고 있어 과일과 신선 식품도 판매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이처럼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내가 마트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트가 나를 찾아온다는 신박한 개념으로 새로운 쇼핑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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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타트업 휠리스(Wheelys)와 중국 허페이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무인 편의점 ‘모비마트(Moby Mart)’도 비슷한 사례다. 소비자가 앱을 통해 모비마트를 호출하면 자동차 내부를 편의점으로 만든 자율 주행차가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고객은 스마트폰 앱으로 자신을 인증하고, 제품 바코드를 스캔해 스스로 결제할 수 있다. 상품의 재고가 부족하면 모비마트는 자동으로 물류 거점으로 이동해 재고를 보충한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편의점 대국인 일본에서도 이동형 편의점 영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도요타는 자동 운전 기술을 탑재한 전기 자동차인 ‘이팔레트(e-Pallet)’를 활용해 이동하는 편의점을 계획하고 있다. 넓은 내부 공간을 자랑하는 이팔레트는 사용 용도에 맞춰 상자 모양의 실내를 개인화해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실용화되면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리테일 업계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리테일 기업은 자율 주행 기술 기업과 협업해 이동하는 매장을 만드는 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며, 그동안 쌓아 온 고객 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이동하는 지역의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제안하는 것도 시도해볼 수 있다.

이동형 매장은 비대면 수단으로서 코로나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이동형 슈퍼와 같은 ‘움직이는 리테일’이 사회 인프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는 이미 도심 외곽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불편해 식료품 및 일용품 상점에 갈 수 없는 고령 인구가 많다. 2024년 일본 경제산업성은 소위 ‘쇼핑 난민(買い物難民)’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700만 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고령화는 이제 특정 국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상이다. 고령층이 많아지는 미래에는 ‘찾아가는 이동형 매장’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3. 기술 : 디지털 기술로 오프라인의 경험을 높이다

하지만 모든 상업 공간이 이동하거나 작아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형 상업 공간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많은 전문가는 오프라인 상업 공간의 역할을 ‘체험’에서 찾고 있다. 특히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개선된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는 빠르게 확산할 것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AI 카메라 및 블루투스와 같은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상점 내에서의 편리성을 극적으로 높이는 방향, 그리고 서비스 체험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아마존이 인수한 프리미엄 식료품점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의 시애틀 매장에서는 2021년 4월부터 손바닥 인증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은 키오스크에 신용카드를 넣고 자신의 바이오메트릭 정보(biometric information, 지문, 얼굴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한 정보)인 손바닥의 모양과 연동한다. 한 번만 연동시켜 놓으면 그 이후엔 키오스크에 단지 손바닥을 가져다 대면 결제가 된다. 2022년 8월 기준으로 20개의 점포에 손바닥 인증 결제 시스템이 결합됐으며 향후 다른 매장들에도 적극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편리성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는 무인 매장이다. 코로나 확산 후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면서 무인 매장이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으며 부족한 노동력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써 선진국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무인 매장은 소비자들의 점포 내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아마존이 선보인 세계 최초의 무인 매장인 ‘아마존고(Amazon Go)’가 대표적 사례다. 이미 잘 알려졌듯 이곳에선 구매하고 싶은 물건을 골라서 그대로 나오기만 하면 저절로 결제가 진행된다. 아마존고의 슬로건인 ‘줄 없음, 계산대 없음(No lines, No checkout)’이라는 말 그대로 계산대에서 줄을 설 필요도 없고 계산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지갑에서 꺼낼 필요도 없다.

오프라인 점포 내 기술을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체험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한 예로 아마존이 2022년 5월 말, 미국 LA에 오픈한 오프라인 패션 매장, ‘아마존 스타일(Amazon Style)’은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편의성과 경험 모두를 개선한 사례다. 아마존 스타일은 일반 패션 매장과 다르게 품목당 하나의 샘플만 진열하고 있다. 옷을 QR 코드로 스캔한 뒤 입어보고 싶은 사이즈와 색상을 선택한 후 ‘피팅룸으로 보내기’ 버튼을 클릭하면 피팅룸에 이 옷이 준비돼 나를 기다린다. 사이즈나 색상이 안 맞아 다른 제품을 찾을 경우에도 피팅룸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다. 피팅룸 안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으로 요청하면 몇 분 내로 그 자리에서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 피드백과 선호도,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해 인공지능(AI)이 고객에게 스타일링을 제안해주기도 한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구현되는 이 서비스를 통해 나만을 위한 옷장, 즉 퍼스널 쇼퍼 룸을 만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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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소매 점포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 방문객의 취향과 행동을 분석하고 고객에게 제품을 추천함으로써 매장 내에서 체험의 질을 높인다. 일본의 한 슈퍼마켓인 트라이얼 아이랜드 시티점에서는 결제 기능이 달린 ‘스마트 쇼핑 카트’의 상용화를 위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고객이 특정 상품을 카트에 담으면 상품을 스캔해 같은 특징을 가진 상품을 추천하고, 상품이 위치한 장소와 가격을 알려준다. 흥미로운 점은 AI를 활용한 추천 시스템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이 과거에 구매한 제품과 비슷한 상품만 자동으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선택한 상품을 통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을 적극적으로 파악한다. 예를 들면,‘소재를 중시하는’ 성향, 혹은 ‘건강 및 영양을 중시하는’ 성향을 파악해 특정 고객의 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다.

사례들에서 살펴봤듯이 오프라인 상업 공간들은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편의성을 높이고 매장 내 체험의 질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한다. 리테일러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서의 고객 정보를 통합함과 동시에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느끼지 못하도록 심리스(seamless)한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미래의 상업 공간,
유연하게 사고하고 뾰족하게 제안해야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주문하고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인터넷 쇼핑과 재택근무가 없는 삶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소비 행동과 유동 인구의 변화에 맞춰 상업 공간들은 유연하게 사고할 필요가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서울 근교 주거 인구가 많은 지역에 소형 포맷의 점포를 만들어 브랜드를 알린다. 필요에 따라서는 팝업 매장을 운영하기도 하고, 트럭을 매장으로 개조해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분산된 소형 매장이 전국 곳곳에 들어서고, 매장이 아파트 단지별로 이동하게 되면 방문하는 지역 고객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동시에 도심부의 대형 매장은 기술을 활용해 매장 내 체험의 질을 높임으로써 고객들의 방문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상업 공간에서의 ‘입지’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할 때다.


정희선 『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 저자 hsjung3000@gmail.com
정희선 애널리스트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글로벌 컨설팅사 LEK 도쿄 지점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현재는 산업 및 기업 정보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본 유자베이스(Uzabase)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라이프스타일 관련 마케팅을 다룬 책 『라이프스타일 판매 중』과 『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를 출간했고 일본 트렌드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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