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기업교육 문의
페이지 맨 위로 이동
검색버튼 메뉴버튼

피지컬 A

[DBR]공장을 로봇 학습장으로… AI 경쟁 주도권 잡는다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6.10.12
LG전자, 현장 데이터 축적해
데이터팩토리서 증폭해 학습
현장+가상 결합해 시너지↑
LG전자 연구원이 데이터팩토리에서 데이터 증강·합성 솔루션을 활용해 LG 클로이드의 학습 데이터를 구축·검증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LG 클로이드(CLOiD)’를 미국 테네시와 경남 창원 공장 생산라인에 투입했다. 자사 공장을 로봇의 실전 학습장으로 삼아 현장 데이터를 모으겠다는 것이다. 클로이드를 시작으로 이동형 로봇팔 ‘모마(MoMa)’ 등 투입 로봇을 늘리고, 내년 말까지 두 공장 내 수십 개 공정을 로봇에 맡길 계획이다.

생산 현장 데이터 수집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8월 부분 가동한 로봇 학습 거점 ‘LG데이터팩토리’와의 시너지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양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데이터 플라이휠(선순환 체계)’을 구축해 피지컬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 테네시·창원 공장서 현장 데이터 수집

LG전자는 지난달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과 창원 액추에이터 생산라인에 클로이드를 배치하고 기술검증(PoC)에 돌입했다. 테네시 공장에서는 세탁기 상판 운반과 배수펌프 정렬·적재 작업을 맡는다. 창원 공장에서는 액추에이터 조립·포장 공정에 투입돼 정밀하고 반복적인 작업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한다.

이번 PoC의 핵심은 실제 생산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생산 속도 변화, 작업물 위치 편차, 설비 간 간섭, 공정별 예외 상황 등은 시뮬레이션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돌발 변수다. 로봇은 공장에서 이런 변수를 경험하며 데이터를 남긴다.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로봇의 안정성과 현장 적응력을 높이는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두 공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등대공장’이다. AI·빅데이터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제조 현장에 선도적으로 적용한 공장이라는 의미다. 이들 공장이 로봇 학습에 최적화된 학습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장 PoC를 통해 상용화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줄여 사업화 속도를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 데이터팩토리 중심 ‘데이터 플라이휠’ 구축


LG전자는 ‘데이터 플라이휠’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로봇이 실제로 움직이며 얻은 물리 행동 데이터를 가상 환경에서 합성·증폭하고, 이를 로봇 학습에 투입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구조가 피지컬 AI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선순환을 구현할 핵심 거점이 서울 양재동에 구축 중인 LG데이터팩토리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층에 전체 면적 1만 ㎡ 규모로, 이곳에는 공장 생산라인과 가정을 본뜬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클로이드는 각 공정에서 부품 조립과 운반, 가사 노동 등에 필요한 동작을 학습한다. 또한 LG전자가 수십 년간 제조 현장에서 쌓아온 숙련공의 노하우 등 암묵지를 데이터로 전환하고, 전 세계에 보급된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증폭·확장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는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솔루션과 연계해 가상 공간에서 가공·합성하고 증폭된 데이터로 다시 로봇을 학습시킨다. 동시에 테네시와 창원 공장 생산라인에서도 현장 데이터를 계속 쌓는다. 현실과 가상에서 확보한 데이터가 서로 맞물리며 로봇의 학습을 고도화하는 구조다. 올해 안에 데이터팩토리에서 확보될 실측 및 합성 고품질 학습 데이터는 10만 시간 규모로 예상된다.

●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승부수


실제 현장과 가상의 데이터를 아우르는 LG전자의 하이브리드 전략은 각각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해결책이다. 피지컬 AI의 학습 방식은 크게 실제 환경에서 물리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식과 가상 환경에서 데이터를 생성·학습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사람이 로봇을 원격 조종하거나 실제 공간에서 작업하는 방식은 현실의 복잡한 변수와 돌발 상황을 담을 수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후자에 속하는 시뮬레이션이나 월드 모델(현실을 가상으로 재현하는 AI)을 쓰면 다양한 상황을 대량으로 만들어 학습할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은 적게 들지만 가상에서 익힌 동작이 현실에서 그대로 통하지 않는 ‘심투리얼 갭(sim-to-real gap)’이 생길 수 있다.

중국 로봇 기업들은 실제 로봇을 대규모로 배치하고 원격 조종 등을 통해 현실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하는 데 강점을 보여 왔다. 미국에서는 월드 모델과 시뮬레이션으로 가상 데이터를 생성해 로봇의 범용성을 높이려는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LG전자는 제조 강점을 살려 두 방식을 결합하는 길을 택했다. 공장과 가정이라는 현실 공간에 가상 플랫폼까지 갖춘 만큼 시간·비용 제약은 줄이고 데이터 품질은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공장이 없는 로봇 기업은 고객사 공장을 빌리거나 데이터를 모을 현장을 새로 마련해야 하지만 LG전자는 이미 가진 제조 자산을 로봇 학습에 활용해 데이터 플라이휠을 빠르게 돌릴 수 있다. 이를 통해 제조와 홈 영역에 최적화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구축하고 로봇 사업을 차별화한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현장 검증 성과를 실제 공정 자동화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가상에서 합성한 데이터가 현실에서도 제대로 통할지, PoC 성과가 내년 말 수십 개 공정 확대로 이어질지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좌우할 고품질 데이터 확보가 중요해지는 가운데 현장 중심의 동작 데이터와 월드 모델을 결합한 LG전자의 하이브리드 전략이 글로벌 피지컬 AI 경쟁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eun.ae@donga.com

인기 뉴스

경영·경제 질문은 AI 비서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