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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 AI

“소버린 AI, 할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 아냐… 안하면 죽는 차원”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6.09.23
‘한국형 소버린 AI의 미래’ 좌담회
21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광화문 사옥에서 한국 소버린 AI의 미래를 논의하는 ‘동아폴리시랩’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형 소버린 AI의 필요성과 독자 생태계 구축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왼쪽부터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유경상 SK텔레콤 AI CIC장, 김형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소버린 AI(Sovereign AI·데이터 주권)는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 않으면 죽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성공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21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열린 ‘동아폴리시랩: 글로벌 AI 패권전쟁과 한국형 소버린 AI의 미래’ 좌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미국의 첨단 AI 접근 제한과 중국 저가 모델의 확산 속에서 한국이 외부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AI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좌담회는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고 류 차관과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유경상 SK텔레콤 AI CIC장, 김형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원장이 참석했다. 정부, 공공기관, 학계는 물론 AI 모델과 인프라에서 한국형 소버린 AI를 직접 추진하는 기업 관계자까지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 AI와 관련해 한국이 주도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기술을 활용하되 공급이 끊기거나 이용 조건이 바뀌면 다른 모델과 반도체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을 확보하느냐가 핵심이란 설명이다.

● “예고 없이 플러그 뽑힌다”… 소버린 AI 추진 이유는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
“지능 의존국 vs 수출국… 지금 갈림길에 있어”


첫 화두는 왜 한국이 소버린 AI를 추진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권 교수는 “어느 나라든 AI를 100% 자급자족하는 것은 어렵다”며 해외 모델이나 반도체의 공급·이용 조건이 갑자기 바뀔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물었다. 류 차관은 올 7월 미국 정부가 외국인 대상으로 자국 기업 앤스로픽의 고성능 AI 모델 접근을 제한한 조치를 언급하며 “당시 정부 채널을 통한 사전 통보가 없었다. 동맹국 사이에서 기대했던 협의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이나 정부가 AI 모델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예고 없이 플러그가 뽑힌 셈”이라며 “외부 도움 없이 국가와 기업을 지킬 힘과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만들 독자 AI 모델의 목표로는 우선 중국의 공개된 모델 수준까지 간 뒤 이후 미중의 첨단 모델에 도전하는 ‘단계적 접근법’이 제시됐다. 유 CIC장은 “국가 지원을 받고 민간이 힘을 모아 중국 모델까지는 따라가야 한다. 이후 최첨단 모델에 도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한 차례 성능 평가에서 글로벌 1위에 도달하는 데 만족할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제명 과기부 제2차관
“美앤스로픽 접근 제한 플러그 예고없이 뺀 셈”
류 차관도 “(한국의 소버린 AI가) 중국 공개 모델과 대등한 수준은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류 차관은 내년도 개발 자원을 기존 사업의 10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구상을 언급하며 “그것도 부족하다”며 민간 투자 유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는 한국의 AI 생태계를 키우는 일도 거론됐다. 김 원장은 일본 수출규제 당시 소재·부품·장비 대응을 예시로 들면서 “100점짜리에 도전하는 게 목표지만 최소한 80점은 만족하는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독자 모델뿐 아니라 반도체와 인력,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가 함께 커야 어느 한 고리가 위협받았을 때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해외의 우수한 모델과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공급 조건이 바뀌었을 때 서비스를 계속 운영하고 다른 기술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AI 모델과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해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취지다.

● “한국 기업 배제는 없어야”… 정부가 첫 소버린 AI 고객 돼야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AI칩은 스케일 영역… 공공입찰 문 넓혀야”
소버린 AI와 관련해 공공 투자의 역할로는 정부가 ‘첫 대형 고객’이 돼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국산 NPU를 생산하는 리벨리온의 박 대표는 소버린 AI 기업들이 정부의 공공구매에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AI 반도체 조건이 (미국 엔비디아의) ‘GPU’로 명시되면 NPU 주력인 기업은 입찰에 참여할 수조차 없다”며 “국산 반도체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선 (정부 입찰 시) ‘AI 가속기’나 ‘AI 반도체’ 등 중립적인 표현으로 참여 조건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박 대표는 AI 모델 개발과 다른 방식의 AI 반도체 자립 방안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는 규모의 경제이기 때문에 ‘누가 누구를 잡아먹느냐’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하나의 부처를 넘어설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인프라의 핵심인 AI 반도체의 경우 제품 개발과 양산에 투자할 만한 수요가 있어야 유지가 가능하다.

유경상 SK텔레콤 AI CIC장
“독자 모델 단계적 접근… 中추격 이어 최첨단에”
정부의 주요 역할로는 ‘수요 촉진’이 꼽혔다. 유 CIC장은 “(정부 지원이) 보조금이냐 수요냐를 묻는다면 압도적으로 수요”라고 말했다. 그는 “1조 원어치 장비 지원을 받으면 1조 원만큼의 이득만 보지만, 1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AI 기업은 몇십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수요가 생기면 전 세계 자본이 들어와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이 정부 구매에 안주하지 않도록 성능 경쟁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이 모였다. 김 원장은 “제안서만 보는 평가를 넘어 실제 성능과 시범 적용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기업 제품에 3년짜리 계약을 하면 그 기업만 3년을 가게 돼 경쟁이 위축된다”며 새로운 도전이 가능한 조달 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 차관은 “초기 구매자가 지는 위험이 크다”며 신생 기업 제품을 도입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에게 책임이 집중되는 현실을 짚었다. 그는 이를 완화할 면책 제도와 혁신 조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산 NPU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해 검증하는 실증 관련 예산을 올해 1500억 원에서 내년 4300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 “AI 사용량만큼 한국 AI 발전 이뤄야”

이날 마지막 쟁점은 모델·반도체·데이터센터·서비스를 아우르는 한국형 ‘풀스택 AI’의 경쟁력 확보 방안이었다. 참석자들은 개별 기술이 함께 작동하고 개선되는 구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차관은 “미중 경쟁은 결국 AI 풀스택으로 전 세계 AI 생태계를 누가 장악하느냐의 경쟁”이라며 데이터센터의 토지·전력·용수부터 반도체, 클라우드, 모델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 CIC장은 이런 결합의 사례로 SK텔레콤이 서비스하는 ‘에이닷’ 전화의 통화요약을 꼽았다. 그는 “초기에는 해외 모델을 썼지만 자체 모델로 전환해 성능을 높이고 운영비를 낮췄다”며 “통화요약 서비스 일부에 리벨리온 NPU 기반 서버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의 이용 경험을 다시 AI 모델 개선에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AI를 많이 쓰는 만큼 한국 AI가 더 좋아지고 있느냐에 답해야 한다”며 “고객이 서비스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어떻게 수정하는지를 보여주는 ‘빨간펜 데이터’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AI가 데이터를 활용하고 실제 일을 할 수 있도록 공공·민간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 CIC장은 “미국 AI 생태계에서 부러운 것 중 하나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연결”이라며 “AI가 식당이나 병원을 예약해야 하는데 국내에선 기업들이 서비스를 막아 놓고 있다. SK텔레콤부터 반성하고 최대한 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API는 외부 프로그램이 서비스 기능을 이용하도록 연결하는 창구다.

김형철 NIA 원장
“데이터센터-SW 등 탄탄한 생태계도 중요”
데이터 공유 기준도 향후 소버린 AI 구축의 과제로 꼽혔다. 김 원장은 개인정보와 저작권을 공공데이터 활용의 걸림돌로 꼽으며 “기존 데이터는 저작권자를 찾는 것부터 일”이라고 말했다. 가명처리·합성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고, 계약 단계부터 AI 학습에 필요한 이용 허락을 확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참가자들은 한국만의 제조업 기반을 경쟁력으로 바꿔 해외로 나아가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류 차관은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제조 현장과 경험이 있다. 해외에서 한국을 ‘대안적 기술을 가진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평가하며 함께 소버린 AI를 만들고 싶어 하는 만큼, 글로벌 시각에서 풀스택 전략을 펼쳐 나간다면 대체 불가능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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