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본사 전경. 한미약품 제공
사노피가 2020년 한미약품에 반환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6년 만에 비만 치료제로 국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사노피가 당뇨·심혈관 분야의 연구개발 비중을 줄인 뒤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GLP-1 기반 인크레틴 의약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한미약품은 반환받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다시 개발했고, 최근에는 별도 기전의 차세대 비만 신약 후보물질을 제넨텍에 최대 23억달러(약 3조20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사노피, 당뇨·심혈관 R&D 비중 줄이고 한미 ‘에페’ 반환사노피는 2019년 말 항암제와 면역질환 등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당뇨·심혈관 분야의 신규 연구를 중단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자체 출시 계획도 접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주 1회 GLP-1 수용체 작용제다. 한미약품은 2015년 이를 사노피에 기술수출했고, 이후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됐다.
사노피는 2020년 초까지만 해도 후속 개발과 상업화를 맡을 새 파트너를 찾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같은 해 5월 한미약품에 권리 반환 의향을 통보했다. 당시 한미약품은 반환 결정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이나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 사노피의 사업전략 변경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서 비만약으로 다시 개발…차세대 신약은 3.2조 기술수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한미약품으로 돌아온 뒤 비만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당뇨병 치료를 중심으로 개발돼 온 GLP-1 기반 인크레틴 의약품은 비만 치료 영역으로 활용 범위를 넓혔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 계열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티르제파타이드는 미국에서 당뇨병 치료제로는 ‘마운자로’, 비만 치료제로는 ‘젭바운드’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한미약품은 반환받은 에페글레나이드를 국내 비만 치료제로 다시 개발했다. 2023년 국내 임상 3상에 들어갔고,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해 심사를 받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비만 치료제로 방향을 바꿔 상용화 절차를 밟고 있는 셈이다.
한미약품은 올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당뇨병 적응증 개발도 다시 시작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당뇨병 치료제와 병용하는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비만·대사질환 분야의 후속 신약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와는 다른 기전의 비인크레틴 계열 후보물질 ‘HM17321’을 개발해 최근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에 기술수출했다.
계약 규모는 개발과 허가, 상업화 단계의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23억달러로, 약 3조2000억 원 규모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은 1억9000만달러다. 제넨텍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HM17321의 개발과 제조,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HM17321은 기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에서 제기되는 제지방량 감소 문제를 보완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이다. 체지방을 줄이면서 근육량과 근기능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고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한 지 6년이 지난 현재 한미약품은 이를 비만 치료제로 다시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당시 사노피는 연구개발 전략을 조정하며 당뇨·심혈관 분야의 비중을 줄였지만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개발을 이어가는 동시에 비만·대사질환 신약 후보물질을 추가로 확보해왔다. 최근에는 비인크레틴 계열 비만 신약 HM17321을 제넨텍에 최대 23억달러 규모로 기술수출하면서 관련 파이프라인을 확대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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