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래 카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대웅제약 당뇨병 신약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가 혈당강화 지표를 연구한 임상에서 급여가 적용되는 오리지널 제품(다파글리플로진)과 동등한 효과를 보였다. 엔블로가 3제 병용요법에서 오리지널처럼 급여가 적용될 가능성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다.
카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소속 김성래 교수는 엔블로 3제 병용 3상 임상인 ‘인핸스-D(ENHANCE-D)’ 연구에서 다파글리플로진과 동등 수준 혈당강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엔블로는 대웅제약이 개발해 지난 2023년 출시한 제36호 국산 신약이다. 국내 첫 SGLT-2 억제제 계열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이기도 하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이 다시 몸속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고 이를 소변으로 내보내 혈당을 낮추는 기전을 가진다. 오리지널인 다파글리플로진이나 엠파글리플로진 등이 같은 계열에 속한다. 다만 후발 주자인 엔블로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에서 약값을 지원해 주는 급여 적용이 제한되는 실정이다.
특히 3제 병용요법의 경우 다파글리플로진은 다양한 조합에서 보험급여가 인정되는 반면, 엔블로는 급여 적용이 가능한 조합이 제한돼 있다. 김성래 교수가 주도한 이번 임상이 주목받는 이유다. 엔블로는 당뇨병 치료를 위한 3제 병용요법 외에 신장과 심혈관 영역 처방에서도 오리지널과 달리 급여 인정이 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근거를 더 쌓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NHANCE-D 임상은 메트포르민과 DPP-4 억제제인 제미글립틴을 복용했지만 목표 혈당에 도달하지 못한 2형 당뇨병 환자 27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상은 두 가지 약을 먹고도 혈당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3번째 약으로 엔블로 0.3mg 또는 다파글리플로진 10mg을 추가해 24주 효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 24주 후 최근 2~3개월간 평균 혈당 수준을 보여주는 당화혈색소(HbA1c) 감소 폭은 엔블로군이 -0.92%포인트(p), 다파글리플로진군이 -0.86%p로 집계됐다. 엔블로가 수치상 더 크게 혈당을 낮춘 것으로 나왔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라는 평가다. 연구 1차 목표인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비열등성 조건은 충족했다. 김 교수는 이번 임상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치료 과정을 연구 설계에 반영한 것이 특징으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엔블로 ENHANCE-D 임상 연구를 주도한 김 교수를 직접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ENHANCE-D가 실제 진료 환경을 반영한 연구라고 했는데.
“메트포르민과 DPP-4 억제제를 함께 사용하는 환자들이 국내에 상당히 많다. 그런데 두 약을 사용하고도 당화혈색소가 목표 수치에 들어오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다. 이런 경우 실제 진료에서도 세 번째 약으로 SGLT-2 억제제를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ENHANCE-D 역시 이런 환자에게 엔블로를 추가했을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한 연구다. 연구를 위해 따로 만든 환자군이라기보다 병원에서 평소 접하는 환자들과 상당히 비슷하다. 약 두 개를 먹었는데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하나를 더 추가한다는 실제 치료 과정을 그대로 연구에 반영한 셈이다.”
―엔블로가 오리지널인 다파글리플로진과 비교해 혈당강하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어떤 의미인가.“새로운 신약이 나오면 기존에 많이 사용하는 약과 비교해 처음부터 더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보다는 효과가 적어도 떨어지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연구가 일반적이다. ENHANCE-D 역시 다파글리플로진보다 열등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비열등성 입증이라는 연구 1차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혈당 감소 폭만 놓고 보면 엔블로군이 다파글리플로진군보다 다소 큰 수치를 보였다. 다만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다. 때문에 엔블로가 다파글리플로진보다 혈당강하 효과가 우월하다고 표현할 수는 없고 적어도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파글리플로진이나 엠파글리플로진은 많은 연구 결과를 확보했다. 후발 주자인 엔블로에게 적합한 전략은.“글로벌 회사들이 했던 연구를 하나씩 따라가면 결국 계속 쫓아가게 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처 하지 않은 연구나 아직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 영역으로 임상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본다. 이미 있는 연구를 모두 반복하는 데 연구비와 시간을 투입하기보다 엔블로가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찾을 필요가 있다.”
―엔블로는 임상 결과에 비해 보험급여 범위가 제한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처방에서 영향은.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는다. 환자는 모두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당뇨병 약도 여러 가지 조합이 필요하다. 그런데 엔블로는 현재 보험이 되는 조합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메트포르민과 함께 사용하거나 메트포르민과 DPP-4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게 세 번째 약으로 엔블로를 추가하는 경우 등이 주요 급여 조합으로 꼽힌다. 하지만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다른 계열 약을 추가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가령 엔블로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에게 다른 당뇨병 치료제를 추가하고 싶어도 해당 조합이 보험급여 대상이 아니면 엔블로를 그대로 두기 어렵다. 결국 엔블로를 빼고 다파글리플로진이나 엠파글리플로진처럼 해당 조합의 급여가 인정되는 다른 SGLT-2 억제제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의학적으로 안전성이나 효과에 차이가 있어서 급여 조건이 다른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동일 계열 약인데 특정 병용 임상을 했느냐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의학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엔블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셈.”
―동일한 SGLT-2 계열인데도 병용 급여 차이가 나는 이유는.
“우리나라 급여 기준은 특정 병용 조합에 대한 임상 연구가 있는지를 엄격하게 보는 측면이 있다. 엔블로도 급여 범위를 넓히기 위해 설폰요소제나 인슐린 등과 함께 사용하는 연구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1건에는 시간과 연구비가 상당히 투입된다. 동일 계열에서 이미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확인된 부분이라면 모든 조합을 하나씩 다시 연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시간과 비용을 다른 새로운 연구에 투입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급여 조건이 다른 SGLT-2 억제제와 비슷해지면 실제 처방이 늘어나는지.
“(엔블로는) 제한적인 (급여) 조건에서도 처방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다른 SGLT-2 억제제와 동일한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보다 5배에서 많게는 10배 정도까지도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제품에 보험급여가 적용되는데 엔블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굳이 환자에게 비급여로 엔블로를 사용하라고 하기는 어렵다. 결국 급여 범위가 실제 처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급여 제한이 해외 진출에도 영향을 주나.
“최근 인도네시아 학회에 갔을 때 현지 의료진이 엔블로를 다른 계열 당뇨병 약과 함께 사용했을 때 경험이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보험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실제 사용 경험이 없는 조합도 있다. 그러면 해외 의사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개발한 약인데 왜 한국에서 해당 조합을 활용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충분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됐다면 국내에서 다양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성래 카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국산 신약이라는 점도 실제 처방 선택에 영향을 미치나.
“국내에서 개발했다고 해서 무조건 해당 약을 선호할 수는 없다. 의사는 환자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결국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보고 약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엔블로는 ENHANCE-D를 통해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혈당강하 효과를 입증했다. 요당 배출이나 신기능이 다소 저하된 환자군에서 차별화할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그동안 확보한 근거를 보면 의료진이 충분히 신뢰하고 자신감을 갖고 처방할 수 있는 약이라고 본다. 앞으로 장기적인 신장·심혈관 분야 연구 결과까지 더해지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엔블로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혈당강하 효과 외에 ENHANCE-D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는.
“소변을 통해 포도당을 배출하는 정도가 상당히 흥미롭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이 다시 흡수되는 것을 막아 소변으로 내보내는 약이다. 이 약의 가장 기본적인 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에서 소변으로 배출되는 포도당의 정도를 보면 엔블로가 다파글리플로진보다 통계적으로 더 높은 결과를 보였다. 엔블로가 SGLT-2를 억제하는 작용을 비교적 강하게 보여주는 특징일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소변으로 당을 더 많이 배출한다고 해서 무조건 더 좋은 약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요당 배출이 많다는 것과 실제 신장이 덜 나빠진다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아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신장 기능이 다소 떨어진 환자에 대한 연구 결과도 강조했는데.
“SGLT-2 억제제가 처음 나왔을 때는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 사용하지 말라는 경우가 많았다. 신장에 해를 끼쳐서라기보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혈당강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엔블로 관련 분석에서는 신장이 혈액을 얼마나 잘 걸러내는지를 나타내는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90 미만인 환자군에서도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잘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 심한 신장 기능 저하 환자는 아니지만 이 환자군에서는 엔블로의 당화혈색소 감소 폭이 다파글리플로진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크게 나왔다. 전체 환자에서는 엔블로가 다파글리플로진보다 혈당을 더 낮춘다고 말할 수 없었지만 신장 기능이 다소 저하된 환자군에서는 차이가 통계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부분은 엔블로가 차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라고 본다.”
―그렇다면 엔블로가 신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나.
“그 부분은 구분해야 한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도 혈당을 잘 낮춘다는 것과 장기적으로 신장이 나빠지는 것을 막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실제로 신장 보호 효과를 확인하려면 오랜 기간 환자를 추적하면서 신장 기능 악화가 줄어드는지, 말기신장질환이나 투석으로 진행하는 환자가 줄어드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다파글리플로진이나 엠파글리플로진처럼 먼저 출시된 SGLT-2 억제제들은 임상 연구를 수년에 걸쳐 대규모로 진행했다. 연구비도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이 처음부터 똑같은 규모 데이터를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제한되는 것이 사실.”
―신장과 심혈관 질환에 대한 장기 연구가 엔블로의 다음 과제인가.
“정확하다. SGLT-2 억제제 계열은 이미 신장이나 심혈관 영역에서 여러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왔다. 엔블로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 현재도 장기적인 결과를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학회 차원에서 함께 하는 대규모 연구도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나오면 엔블로가 실제 신장 기능 악화를 막거나 심혈관질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근거를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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