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부족에 자원 재배치 속도
SK측 “다양한 가능성 놓고 검토”
美시장 등서 대규모 자금 조달도
“반도체社 미래, 실탄 확보에 달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2026.07.29. 뉴시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른 글로벌 메모리 부족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자원 재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바탕으로 폭발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선 생산능력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자산 효율화와 자본 조달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 공장 매각 검토 나선 SK하이닉스
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SK하이닉스가 약 30억 달러(약 4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중국 충칭 낸드플래시 공장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충칭 공장은 낸드플래시의 후공정(패키징)을 담당하는 거점이다. 업계는 이번 지분 매각 검토와 관련해 HBM 등 핵심 반도체 생산 역량을 늘리기 위해 자원 재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현지의 첨단 설비 확충이 어려워진 점도 매각 검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측은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인프라 투자를 위한 대규모 자본 조달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공모해 약 265억 달러(약 40조 원)를 수혈했다. 아울러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도 기업가치 50조 원을 목표로 5조 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착수했고, 2018년 투자했던 일본 키옥시아 지분 역시 최근 일부 정리하면서 40조 원 안팎의 자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마련한 ‘실탄’은 향후 핵심 생산기지 구축에 투입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7일 이사회를 열고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충북 청주 팹에 총 54조3000억 원의 투자를 의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인디애나주 첨단 패키징 시설 외에도 머지않아 매우 큰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추가적인 해외 투자 가능성까지 밝히기도 했다.
● 생산 경쟁 가속화된 글로벌 D램
SK하이닉스가 이처럼 자원 확보와 인프라 투자에 사활을 거는 것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절대적인 생산 물량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HBM 경쟁력에 힘입어 지난해 1분기(1∼3월)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D램 점유율 1위(36%)에 올랐다. 하지만 대규모 생산 능력을 앞세운 삼성전자에 지난해 4분기(10∼12월) 다시 1위를 내줬고, 올해 2분기(4∼6월)에는 점유율이 26%까지 하락하며 3위 마이크론(25%)에 1%포인트 차이로 쫓기게 됐다.
점유율 변동의 핵심 원인은 생산력 격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300mm 웨이퍼 기준 연간 D램 생산량은 삼성전자가 약 817만5000장인 반면에 SK하이닉스는 639만 장으로 삼성전자의 78% 수준에 머물러 있다. SK하이닉스가 처음에 HBM 시장을 선도했지만 총생산 능력의 한계가 시장 순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쟁 업체들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도 SK하이닉스를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106조 원 규모의 중장기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 마이크론은 2035년까지 총 2500억 달러(약 377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역시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을 D램 증설에 쏟아부을 방침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점유율 유지를 위한 생산 시설 확대와 이를 위한 자금 조달 능력이 반도체 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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