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요 엇갈린 신호]
2분기 반도체 영업이익 89.2조… 메모리 단가 올라 영업이익률 70%
역대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보합
글로벌 빅테크들과 장기공급 계약… 국내외 생산시설 확충 공격적 투자
‘AI투자’ 메타-알파벳 보유현금 급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한 반도체 제조 공장(팹). 삼성전자는 이곳에 연내 두 번째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하반기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에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등 반도체 전 영역에 걸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과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른 자신감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반도체를 사들이는 빅테크들의 투자 여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에 주가는 보합세에 머물렀다.
●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89.5조 원… 반도체 이익률 70%
30일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4∼6월) 연결 기준 매출 171조5000억 원, 영업이익 89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0.0%, 영업이익은 1813.8% 급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99.7%가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나왔다. DS 부문 영업이익만 89조2000억 원이었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몰리며 메모리 평균 판매단가가 크게 상승한 데다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 폭이 축소되면서 DS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70%를 나타냈다.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에 대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은 “물리적인 설비 증설과 수율 안정화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할 때 2028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공급 부족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5대 데이터센터 운용사와 장기 계약을 완료했으며, 추가로 5개 대형 고객사와 협상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도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주요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물량의 70% 수준밖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운드리 사업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미국 테슬라와 약 23조 원 규모의 차세대 자율주행 AI 칩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달 브로드컴과 2000억 달러(약 276조 원) 규모의 메모리·파운드리 턴키(일괄 수주) 협력안을 발표했다.
● 최대 실적에도 반등 못 하는 주가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국내외 생산량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제2공장(Fab)을 연내 착공하고, 2030년부터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내 반도체 투자도 병행한다. 신규 지정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메모리 팹 2기 건설을 위해 400조 원을 투입하고, 경기 평택과 용인 등 기존 수도권 클러스터 고도화에 165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편 삼성전자 이사회는 보통주와 우선주 1주당 374원의 현금 분기배당을 결의했다. 분기 배당 규모는 약 2조4500억 원이다. 박순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특별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한 내용도 곧 업데이트하겠다”고 전했다.
전날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의 최대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에도 시장은 여전히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에 기울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0.72% 하락한 20만7000원에, SK하이닉스는 5.64% 떨어진 13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의 반도체주 약세를 두고 “AI 투자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며 “데이터센터에 대한 (빅테크들의) 대규모 투자가 막대한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란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29일(현지 시간) 메타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회사의 잉여현금흐름이 7억8400만 달러(약 1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91% 급감했다고 밝혔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으로 들어온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을 제외하고 남은 돈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2분기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섰다. 벌어들인 족족 AI 인프라 투자에 써 현금이 고갈됐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 회복 속도에 대한 시장의 관망 심리도 주가 상승을 억누른 것으로 풀이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실적은 우상향 기조를 유지할 것 으로 보지만 파운드리 사업은 분기 기준 조 단위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등 확실한 턴어라운드 지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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