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9일. 지크르 공장의 차체 조립 라인에서 로봇 팔이 작동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조 공장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문서를 데이터로 바꾸는 반복 업무부터 작업자 안전 관리, 무거운 자재를 옮기는 물류까지 AI가 맡는 영역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국내 제조업의 AI 도입률은 아직 4% 수준에 머물지만 완성차와 부품, 물류기업 등을 중심으로 AI 구축과 실증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조 현장의 AI 전환(AX)이 구체화하고 있다.
● 문서 읽고 위험 감지하고…산업 현장 곳곳으로 들어간 AIAI 적용이 빠르게 이뤄지는 분야 중 하나는 문서 작업이다. 한국딥러닝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서연이화의 AI 구축 사업에 참여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지산소프트가 주관하고 코난테크놀로지와 한국딥러닝이 함께 참여한다.
한국딥러닝은 비정형 문서를 데이터로 전환하는 AI 광학문자인식(OCR)·파서 솔루션을 공급한다. PDF, 이미지, 엑셀, PPT 등 다양한 형태로 축적된 사내 문서를 검색과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조 현장에서는 공정과 설계 등 각종 정보가 서로 다른 형태의 파일에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AI가 읽고 데이터로 구조화하면 직원이 일일이 문서를 확인하거나 정보를 다시 입력하는 반복 업무를 줄일 수 있다.
안전 관리 영역에서도 AI 활용이 시작됐다. 기아는 오토랜드 광주에 ‘AI LOTO 시스템’을 개발·도입해 현장 검증을 마쳤다. 지문·NFC 기반 자동 인증과 안전문 손잡이 잠금 구조에 AI 비전으로 설비 내부 작업자를 감지하는 기능을 결합한 시스템이다.
작업자가 설비 내부에 있을 때 외부에서 가동 명령이 들어오면 이를 자동으로 차단한다. 출입 기록과 실제 설비 안에 있는 인원을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즉시 알림을 보내 사고를 예방한다. 기아는 이를 표준 모듈 형태로 설계해 다른 공장과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물류 현장에서의 AI 기술 도입도 활발하다. 현대무벡스는 스마트 물류 설비 구축 현장에 디지털 안전관리 솔루션 ‘슈퍼 세이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작업 현장의 위험 요인을 사전에 찾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현대무벡스는 조선소에서 대형 선박 블록을 자율주행으로 운반하는 기술을 미국 조선소에서 실증하는 국책과제에도 참여한다. 정부 지원금 190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삼성중공업 등 8개 기관이 함께한다.
● 제조업 AI 도입률 4%…왜 확산은 더딜까개별 기업의 AI 도입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제조업 전체로 보면 AI 전환은 아직 초기 단계다.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기업의 AI 도입률은 6.4%에 그쳤다. 제조업은 4% 수준으로 정보통신(IT)업의 26%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제조업에서 AI를 도입하려면 기존 생산설비와 새로운 시스템을 연결해야 하는 데다 AI가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도 확보해야 한다. 기업별로 생산설비와 공정이 다른 만큼 범용 AI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별도의 시스템 구축에 따른 비용과 시간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제조 현장에서 AI가 맡을 수 있는 영역은 계속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문서 처리와 데이터 분석 등 비교적 도입이 쉬운 업무가 중심이었다면 안전 관리와 물류, 생산설비 등 실제 공정과 맞닿은 영역으로 적용 범위가 확장되는 흐름이다.
정부도 제조업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20조 원을 투입하는 ‘제조 AX(인공지능 전환)’를 추진해 제조 현장의 AI 도입과 관련 생태계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제조업의 AI 전환은 우리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과 생존을 좌우할 핵심 과제”라며 “산업부는 제조 AX 얼라이언스를 통해 다양한 주체들의 더 나은 의사결정을 지원함으로써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제조현장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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