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뒤) 네이버 이사회 의장, 샘 올트먼 오픈AL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 앞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6.07.25 샌프란시스코=뉴시스
삼성전자와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 ‘AI(인공지능) 서밋’에서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총 9500억 달러(약 139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및 반도체·모빌리티 파트너십을 공개했다. 그간 전통적인 하드웨어 제조나 부품을 공급하는 역할에 머무르던 한국 기업들이 이제 세계 AI 인프라와 피지컬 AI 생태계의 병목을 해소할 수 있는 ‘대체 불가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이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
AI 시대 다각화하는 한국-글로벌 빅테크 협업 2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AI 서밋’을 계기로 국내 대기업들의 대규모 파트너십이 일제히 공개됐다.
우선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2030년까지 5년간 메모리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2000억 달러(약 290조 원) 규모의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를 공급하고 브로드컴의 차세대 통신용 반도체를 2나노(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으로 위탁 생산하기로 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일괄 지원하는 종합반도체기업 삼성의 경쟁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SK그룹은 엔비디아와 총 5000억 달러(약 730조 원) 규모의 포괄적 협력 의향서(LOI)를 맺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가속기인 ‘베라 루빈’에 HBM4 장기 공급하고, 엔비디아 AI가속기를 수급해 대규모 AI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5000억 달러에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공급액 뿐만 아니라, SK가 AI데이터센터를 위해 엔비디아 GPU를 구매하는 예산도 포함된 것이다. SK그룹은 또 마이크로소프트와 메모리 공급계약을 비롯해서 앤트로픽, 아마존 등과도 AI인프라 및 데이터센터 협업을 확대하는 내용의 총 2500억 달러(약 365조 원) 규모의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공동취재) 2026.7.25 뉴스1
현대차그룹도 엔비디아의 AI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5만 장을 공급받아 로봇 애플리케이션 센터, AI기술센터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와 협업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구글 딥마인드와 파트너십을 갖춰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자동차 로봇 등 개별 기기(디바이스) 지능화에서 전체 도시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도시 지능화’를 실현하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비전”이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M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이처럼 앞다퉈 한국 기업과 손을 잡은 것은 한국이 AI공급망에서 대체불가능한 국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AI 과정에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글로벌 리더임은 물론 자동차와 에너지 등 탄탄한 제조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피지컬 AI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한국과 협력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세계 제조업 국가 중에서 메모리를 만들면서 제조업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는 한국 뿐”이라며 “그간 국내 기업 총수와 글로벌 빅테크 CEO간의 만남이 협업을 하겠다는 신호였다면, 이번 발표는 조금 더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
불황 사이클 옅어진 K-반도체… 한미 ‘AI 밸류체인 혈맹’ 가속 특히 산업계는 삼성과 브로드컴의 협력 계획이 5년 단위라는 점에 주목하며 ‘장기 협업’을 통해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 구조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던 고질적인 ‘시황 사이클’ 산업에서 ‘장기공급계약’ 중심의 안정적 성장 구조로 재편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초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수요뿐만 아니라,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투입된 칩의 노후화에 따른 정기적인 교체 수요가 계속 창출되면서 반도체가 예측 가능한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간 국내외 시장에서 제기되어 온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AI 서밋 현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혹 탄 브로드컴 CEO 등과의 연쇄 회동을 전하며 “오늘 발표한 숫자는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닌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밝혔다.
AI 시대 한미 공조 강화와 굳건한 파트너로서의 역할론도 다시금 강조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AI 서밋 연설에서 “한국과 미국의 강점이 하나로 결합한다면 우리는 더 빠르게 혁신하고 더 크게 성장하며 더 많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 AI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인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