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압도적인 뇌 소요 전력
AI 반도체 ‘병목’ 풀 열쇠로 주목
뇌과학 발전에 적용 실마리 기대
“아직 완성도 낮은 편” 우려도
2021년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게재된 논문 ‘Neuromorphic electronics based on copying and pasting the brain’에 담긴 뉴로모픽 반도체 관련 이미지. 함돈희 하버드대 교수 제공
20W 대 1000W.
인간의 뇌와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이 필요로 하는 전력 차이다. 뇌는 기억과 연산이 하나의 신경망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데 전구 1개 수준인 20W면 충분하다. 반면 AI 칩은 연산(프로세서)과 기억(메모리) 장치가 분리돼 있고, 이 둘 사이에 끊임없이 데이터가 오가야 한다. 그만큼 전력 소모가 커진다. 여기에 더해 뇌는 필요한 영역만 활성화되는 반면, 반도체는 필요성 여부와 상관없이 가동하기 위해선 모든 회로에 전기를 흘려 보내야 해 구조적으로 비효율이 발생한다.
그만큼 인간의 뇌는 AI 반도체와 비교할 때 압도적인 효율을 자랑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한 게 뉴로모픽 반도체다. 뇌와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컴퓨터 또는 반도체라면 지금보다 효율이 훨씬 높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기술 개발이 시작됐다. AI 시대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미세 공정의 한계와 막대한 전력 소모에 따른 인프라 부족으로 기업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뉴로모픽 반도체가 최근 AI 산업의 ‘병목 현상’을 해결할 기술로 주목받는 이유다.
● 뇌과학 난제 풀 실마리 나왔다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선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란 질문에 우선 대답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아직까지 인간의 뇌는 미지의 영역에 가깝다.
이와 관련해 뉴로모픽 반도체 석학이 최근 국내에서 최신 기술 동향을 소개했다. 함돈희 미국 하버드대 공학·응용과학부 석좌교수는 지난달 28일 최종현학술원 초청으로 진행한 특별강연에서 “수천 개 뉴런의 전기 신호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경과학계는 뇌 신호를 측정하는 기술과 관련해 정확도 및 규모 측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정확도가 높은 방식은 1, 2개 소수의 신호만 측정할 수 있다. 반대로 수백 개 이상 여러 신호를 잡는 방식은 그만큼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함 교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0여 년간 개발한 ‘iMEA(Intracellular Microelectrode Array)’라는 신호 측정 플랫폼을 이날 소개했다. 정확도와 규모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다. 함 교수는 “뇌의 정보 처리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모사하는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장밋빛 기대 속 ‘테마’ 남발 우려도 뉴로모픽 반도체는 실제 구현되기만 한다면 기존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 기술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물론 인텔, IBM 등 해외 빅테크도 미래 기술로 보고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특별강연에서 만난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연산과 기억을 한 번에 해낸다는 개념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라 앞으로의 전망을 속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뉴로모픽 반도체가 ‘구호’ ‘테마’처럼 돼 자칫 상술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함 교수는 “뇌의 작동 원리를 정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반도체 기술로 구현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뉴로모픽이라는 개념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어, 향후 기술 발전과 함께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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