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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공정 / CDMO

합성생물학 육성법 내달 시행… “세계 유일 기술 만들어도 생산할 곳 없다”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6.03.23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 인터뷰
세계 최초 ‘거미 실크 단백질’ 개발
국내선 생산시설 없어 임상 미진행… “파격적 보상 주어져야 인재 유입”
中, 바이오 파운드리 조 단위 투자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
합성생물학 육성법의 4월 시행을 앞두고 한국합성생물학발전협의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사진)이 한국 바이오 육성의 최우선 과제로 생산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 ‘기술을 만들어도 생산할 시설이 없다’는 진단이다.

최근 KAIST에서 만난 이 회장은 “거미 실크 단백질을 미생물로 생산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지만 의료용 제품화에 필요한 생산시설이 국내에 없어 임상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기반 발효 공정을 갖춘 생산 인프라가 국내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거미 실크 단백질은 피부 재생과 상처 치유 효과가 있어 욕창 등 난치성 피부 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고 있으나 임상 진입을 위한 생산시설이 국내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합성생물학은 디옥시리보핵산(DNA)이나 리보핵산(RNA) 등 생명체 구성 요소를 공학적으로 설계해 자연계에 없던 기능이나 물질을 만드는 기술이다. 의약품, 바이오 플라스틱, 기능성 식품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정부는 관련 기술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해 세계 최초로 합성생물학 육성법을 제정해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학계·산업계·연구계 대표로 구성된 한국합성생물학발전협의회도 합성생물학 육성법에 근거해 공식 출범했다.

이 회장은 생산 인프라 부재와 함께 중국과의 투자 격차도 지적했다. 중국은 이미 생물체를 공학적으로 설계·제작하는 자동화 시설인 바이오 파운드리에 조 단위 투자를 두 곳에 집행했다. 한국은 수년간의 예비타당성조사 끝에 1260억 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 회장은 “규모로 싸우면 당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회장이 제시하는 돌파구는 대체 불가 기술이다. “팬데믹이 터졌을 때 모든 유형의 인플루엔자에 효과적인 범용 치료제를 우리만 보유하고 있다면 전 세계가 우리를 찾아온다”며 “특정 위기 상황에서 대체 수단이 없는 기술을 여러 분야에 걸쳐 확보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기술에서 독보적 우위를 점하는 방식이다.

합성생물학 분야의 대체 불가 기술 확보 수단으로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의 결합을 꼽았다. 합성생물학에서는 설계(Design)-제작(Build)-시험(Test)-학습(Learn)의 ‘DBTL’ 사이클이 핵심이다. AI가 설계 단계에서 최적의 경로를 제안하고 로봇이 합성·실험을 수행하며 AI가 결과를 해석해 다음 설계에 반영하는 구조다. 이 회장은 2015년부터 게임용 그래픽카드로 딥러닝 연구를 시작한 얼리어답터로 “AI 없이는 되는 게 없다”고 단언했다.

인재를 확보하는 방안으로는 파격적 보상 체계를 제안했다. 매년 과학기술 분야 상위 1000명을 선발해 기여도에 따라 5억∼50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하자는 구상이다. 그는 “지금 세대는 애국심이 아니라 보상으로 움직인다”며 “의사 연봉을 넘어서는 대우가 주어져야 우수 인재가 공학·바이오 분야로 온다”고 말했다.

유전자변형생물체(GMO) 규제에 대해서는 산업용 미생물조차 과도하게 규제받고 있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출범하면 규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 회장이 언급한 인프라 공백을 인식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 중심으로 구축 중인 공공 바이오 파운드리와 별개로 상업화 단계까지 연결하는 생산 인프라 구축을 산업부와 함께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민간 참여도 확대할 예정으로 현재 예산 심의를 받기 위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합성생물학 육성법 시행,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 협의회 출범까지 제도적 틀은 갖춰지고 있다. 이 회장은 “법과 예산보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은 결국 세계 유일의 기술을 만들었을 때 그것을 생산할 곳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중국의 물량 공세 앞에서 더 많이 만들 수 없다면 아무도 만들 수 없는 것을 만들면 된다”고 강조했다.

임정우 동아사이언스 기자 jj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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