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 (2008년 2월 Issue 1)
1990년대 중반에서 현재에 이르는 기간이 바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대변동의 시기라는 것이 경영학자, 역사학자, 정치경제학자, 사회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세기말 현상’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한 세기가 끝나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무렵에는 세계적 대변동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혁명 등을 통해 수천 년을 내려오던 왕정과 봉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민사회의 문을 열었던 18세기 말이 그랬고, 또 위대한 문명사학자 폴라니(Polanyi)가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이라고 불렀던 현대 산업사회로의 전환이 일어난 19세기 말도 예외가 아니었다. 바로 지금 또 다시 글로벌 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 엄청난 대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경 이런 대변동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등장한 ‘신경제(new economy)’나 ‘신경쟁(new competition)’,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 ‘무한경쟁(boundaryless competition)’ 등의 개념은 모두 이런 대변동을 지칭하는 명칭들이다. 이 가운데 필자가 볼 때 21세기 환경의 핵심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개념이 바로 ‘초경쟁환경(hyper-competition)’이다. 초경쟁환경이라는 말에서 ‘초(hyper)’라는 표현이 뜻하는 것은 단순히 경쟁이 심해졌다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이라는 뜻이다.
영어로 ‘hyper’는 극도로 강하나 도가 지나쳐서 정상으로 볼 수 없다는 뉘앙스가 있는데, ‘초경쟁환경’이라는 표현은 21세기 환경이 20세기 환경에 비해 단순히 경쟁이 심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지난 100여 년간 익숙하게 알고 있던 20세기 대량생산-대량소비 중심의 산업사회의 기준에서 봤을 때 거의 비정상으로 보일 정도로 경쟁의 본질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