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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AI를 입맛대로 튜닝해 사용할 때
업무 만족하는 ‘직장 웰빙’ 높아져

최호진 | 444호 (2026년 7월 Issue 1)
▶ Based on “Humanizing artificial intelligence: How employee appropriation of technology can improve well-being” (2026) by Antonio Cimino, Vincenzo Corvello, Francesco Longo, Vittorio Solina and Asha Thomas in Technological Forecasting & Social Change, Volume 230.



최근 인공지능(AI)이 일터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업무 효율은 높아졌지만 자동화로 인해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고립감이 심화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직원들이 단순히 회사의 지시에 따라 AI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업무 방식에 맞게 적극적으로 전유(Appropriation)할 때 직장 내 웰빙 수준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메시나대, 칼라브리아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과학기술대 공동 연구진은 AI 전유의 심리적 동력과 웰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AI 기반 솔루션을 일상 업무에서 사용하는 폴란드의 첨단 기술 산업 종사자 3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증 분석을 진행했다.

기존 연구들은 기술 수용 모델을 통해 사용자가 AI를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는 도입(Adoption) 단계에만 주로 집중해왔다. 하지만 연구진은 고도화된 AI 기술이 진정한 가치를 내려면 맞춤형 전유(Customized Appropriation)라는 훨씬 깊은 수준의 개입이 핵심이라고 봤다. 전유란 직원이 매뉴얼대로 기술을 수동적으로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일상적인 업무 루틴과 목표에 맞춰 AI의 사용 방식, 설정, 업무 관행을 조정하고 최적화하며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길들이는 주도적인 과정을 뜻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직원들로 하여금 AI를 적극적으로 뜯어고치고 길들이게 할까? 연구진은 세 가지 심리적 요인을 분석했다. 첫째,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직원 개인의 혁신성(Innovativeness)이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호기심이 많은 성향일수록 표면적인 AI 사용을 넘어 더 깊은 기능을 탐구하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활용법을 찾아내는 경향이 가장 컸다. 둘째, 주관적 규범(Subjective Norms), 즉 동료와 조직문화의 기대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변에서 AI 활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기대한다는 무언의 압박과 지지를 느낄 때 직원들은 더 적극적으로 기술을 자신의 업무에 통합했다. 셋째,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애자일 리더십은 직원의 전유를 돕는 기반이 되긴 했지만 세 요인 중 직접적인 영향력은 가장 약했다. 결과적으로 연구는 리더가 실험을 장려할 순 있어도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직원의 강력한 내재적 동기에 달려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AI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개조해 사용하는 맞춤형 전유는 직원의 사회적 웰빙(Social Well-being)과 직장 웰빙(Workplace Well-being)을 모두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결정성이론(SDT)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자율성과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유능감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직원이 AI를 스스로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기계에 끌려다니거나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계를 지배하고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자율성과 유능감을 얻는다. 이는 결과적으로 업무에 대한 만족도, 즉 직장 웰빙을 높이고 동료와의 지지, 소속감, 관계 만족 등 사회적 웰빙으로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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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기업 경영진에게 값비싼 AI 솔루션을 일괄적으로 배포하고 획일화된 사용법만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연구진은 직원들이 안전하게 실험하고 자신만의 AI 활용법을 발굴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심리적 안전감, 유연한 사용 지침 등을 보장하는 조직문화가 뒷받침돼야 AI가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웰빙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AI라는 ‘회사 지급품’을 내 손에 꼭 맞는 ‘수제 공구’로 다듬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아무리 비싼 최신식 공구라도 회사 지시에 따라 매뉴얼대로만 억지로 써야 한다면(단순 도입) 지루하고 피로도만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작업자(혁신성)가 동료들의 자연스러운 응원(주관적 규범) 속에 공구의 손잡이에 테이프를 감고 각도를 조절해 나만의 수제 공구(맞춤형 전유)로 튜닝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내 손과 체형에 딱 맞게 길들인 공구로 주도적으로 일할 때 내 일에 대한 성취감과 동료들과의 관계 만족(웰빙)은 오히려 높아진다. 결국 리더의 진짜 역할은 똑같은 공구 사용법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자들이 자신만의 공구를 다듬고 실험할 수 있는 ‘안전한 작업대’를 내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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