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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좋은 보상’의 조건

김현진 | 444호 (2026년 7월 Issue 1)
올해 삼성전자에서 불거진 성과급 논란은 노사 갈등을 넘어 노노 갈등, 나아가 주주와의 갈등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이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만든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호황은 갈등의 계기였을 뿐 논쟁의 본질은 초과성과를 누구의 기여로 인정하고, 어떤 원칙으로 나눌 것인가에 있습니다.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성과 창출 과정에 사람과 데이터, 알고리즘, 자본이 함께 기여하는 시대가 되면서 성과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 과실을 누구와 공유할 것인지는 이제 모든 기업이 풀어야 할 핵심 경영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 해외 기업들도 ‘무엇을 보상할 것인가’에 맞춰 보상 체계를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델타항공은 회사가 창출한 이익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이익공유제를 운영하면서 지난해에도 약 13억 달러를 지급했습니다. 반면 엔비디아는 일정 기간 재직하거나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회사 주식을 지급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핵심 보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델타가 ‘성과’를 공유한다면 엔비디아는 ‘성장’을 함께 나누는 방식입니다. 접근법은 다르지만 보상을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사람과 기업의 미래 가치를 연결하는 전략적 투자로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AI 시대에는 성과의 귀속이 더욱 복잡해질 것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 조직 시스템도 성과 창출에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보상을 둘러싼 고민은 세계 공통이지만 한국에서는 갈등이 더욱 첨예합니다. ‘성과급’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성과급, 이익공유제, 생산성 성과공유제, 장기 주식 보상처럼 성격이 다른 제도들이 함께 논의되고, 성과급 재원과 산식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을 성과로 인정했고, 왜 이런 보상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이 부족할수록 공정성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같은 성과급도 사건마다 법원의 임금성 판단이 엇갈리면서 기업과 구성원 모두 예측하기 어려운 법적 불확실성까지 안고 있습니다.

보상 연구자들도 이 지점을 지적합니다. 이익공유제와 생산성 성과공유제, 장기 주식 보상은 애초에 보상하려는 대상과 목적이 다른 제도입니다. 따라서 모두를 ‘성과급’이라는 하나의 틀로 접근해서는 적절한 해법을 찾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보상하려는지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그에 맞는 보상 방식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급여 범위와 보상 원칙을 공개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경쟁력이 보상 수준보다 보상 원칙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겁니다.

한국에서는 노동법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산업화 시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오늘날에는 연간 수억 원의 성과급을 받는 반도체 엔지니어나 AI 연구자 같은 고숙련 전문인력도 크게 늘었습니다. 모든 근로자를 동일한 법적 틀로 규율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과 함께 다양한 보상 설계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오늘날 조직 구성원이 기대하는 좋은 보상은 단순히 ‘많이 주는 보상’이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보상입니다. 무엇을 성과로 인정할 것인지 미리 설계하고, 그 원칙을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며, 법적으로도 예측 가능하게 운영하는 것이 좋은 보상의 출발점입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통해 ‘보상 설계의 원칙’을 살펴봅니다. 이번 독자 세미나(DBR 디톡스 세미나, p.41 참고)에서도 이 논의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이 조직의 보상 원칙을 다시 설계하는 데 유용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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