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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Talent Strategy: 정준호 LG이노텍 인재역량확보팀장

“AI 시대 인재는 학습민첩성·책임의식 절실
정해진 답 없는 문제 해결해 본 경험 중요”

최호진 | 436호 (2026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AI 확산으로 화이트칼라 신입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일부 기업에서는 실제로 신입 채용을 축소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정준호 LG이노텍 인재역량확보팀장은 AI가 정형화된 업무를 대체할수록 오히려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학습을 통해 해결해본 경험을 가진 인재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또한 새로운 툴, 기술, 업무 방식 등을 빠르게 학습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과 자신의 판단이 조직에 미칠 영향을 끝까지 고민하는 ‘책임 의식’을 AI 시대, 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꼽는다.



편집자주 | 기업의 채용 및 교육 전략을 조명하며 기업과 인재를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Next Talent Strategy’ 코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각 기업이 어떤 기준과 철학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어떻게 육성 전략을 설계하고 있는지 비즈니스 리더 및 취업 준비생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자사의 인재 채용·교육 기준과 전략을 소개하고자 하는 관련 담당자께서는 간략한 기업 소개와 본인 이력을 이메일(hojin@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내부 검토를 거쳐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인공지능(AI)이 화이트칼라 신입직의 절반을 대체할 수 있다.”

지난해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가 경고한 이 발언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대형 로펌과 경영 컨설팅사와 같은 전문 서비스 기업들은 이미 신입 채용을 대폭 줄이고 있다. 미국의 전문 경영 컨설팅사 데시바이오(DeciBio)는 AI 도입으로 업무 효율이 크게 향상되면서 신입 어소시에이트 채용 인원을 2021년 15명에서 올해 4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같은 기간 회사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AI로 대체가 가능한 이른바 AI 취약 분야에서 신입 일자리가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 채용의 종말’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기업은 더 이상 신입을 채용하지 않게 될까. AI가 주니어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에 막 사회에 진입하는 세대는 어디에서 경험을 쌓고,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야 할까. 기업의 인재 전략은 지금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을까. DBR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업 인사팀을 직접 만나 인재 채용의 흐름과 기준, 미래 세대를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듣는 ‘Next Talent Strategy’ 시리즈를 기획했다. AI 시대에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인재는 누구인지, 취업 준비생은 어떤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하는지를 현장의 언어로 풀어내고자 한다.

특히 사회 초년생과 이직을 준비하는 인재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 인사·교육 담당자들에게도 주요 기업들이 미래 인재 확보를 위해 어떤 역량을 준비하고 있으며, 어떤 채용·교육 방침을 수립하고 있는지를 공유함으로써 기업과 인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한다.

새로운 시리즈의 첫 문을 여는 인터뷰이는 정준호 LG이노텍 인재역량확보팀장이다. 2003년 LG이노텍에 입사했고 최근 12년간 채용 업무를 담당해온 그는 다양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모집 채널과 선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새로운 채용 방식을 시도해왔다. 국내 최초 메타버스 채용 설명회, 연구개발(R&D) 실무 체험형 선발 전형 ‘리얼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AI 도입으로 신입 채용이 위축되는 시대, 그는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한 경험과 학습 민첩성, 책임 의식을 갖춘 인재가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한다. DBR이 정 팀장을 만나 AI가 바꾸는 채용의 미래와 취업을 준비하는 미래 세대가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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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채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AI가 여러 직무에서 활용되면서 개인의 단편적인 지식과 기술들은 AI로 쉽게 대체되고 있다. 실제로 지원자를 차별화하는 역량은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스스로 어떻게 방법을 학습해 해결하는지, 그 결과를 통해 어떤 성장을 가져왔는지다. 이런 역량은 전공이나 학벌, 스펙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통해서만 보여줄 수 있다. 특히 ‘직무 경험’을 통해 지원자는 자신의 역량을 기업에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신입 지원자의 경우 기업에서 실제 경험을 쌓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인턴십 경험이 신입 지원자가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거쳐야 할 중요한 관문이 되고 있다. 기업들도 인턴십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지원자들 역시 과거와 달리 인턴 기간을 단순히 시간이 아깝다고 여기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축적하는 기회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휴학을 감수하고 인턴십에 도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반드시 해당 기업의 인턴십을 해야 그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기업에서든 인턴 경험을 쌓았다면 그것 자체가 의미 있는 자산이 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에 지원하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경험에 대한 지원자들의 가장 흔한 오해는 ‘많이 했다는 것’이 곧 ‘잘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원서에 각종 프로젝트, 대외 활동, 자격증 내역을 빽빽하게 채우는 지원자가 많다. 하지만 기업이 보고 싶은 것은 경험의 양이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고민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다. 예를 들어 높은 학점을 가진 지원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역량을 기업에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이 가지는 관심은 단순히 높은 학점 그 자체가 아니라 지원자가 그 결과를 얻어낸 이유와 과정에 있다. 어떤 측면에서 강한 동기부여가 됐는지, 전공의 어떤 점이 이해하고 공부하기 좋았는지, 본인만의 특별한 공부 방법론은 무엇이었는지 등의 이유와 과정이 더해질 때 높은 학점은 단순한 스펙을 넘어 역량이 된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적어 놓기만 할 뿐 제대로 그 이유와 과정을 설명할 수도, 알지도 못하는 지원자를 볼 때 큰 아쉬움을 느낀다. 반대로 그 이유와 과정을 생생한 경험으로 기억하고 설명하는 지원자는 단연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그 생생한 경험이야말로 또 다른 상황에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기 때문이다.


쌓은 경험을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나.

인턴십을 하는 학생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인턴이든 다른 경험이든, 자신이 한 일을 단순하게 흘려보내지 말고 기록하라는 것이다. 일기를 쓰듯이 하루의 일과를 정리해두는 습관이 중요하다. 그때 활용하기 좋은 방식이 흔히 면접에서 사용하는 ‘STAR’ 기법이다. 즉 어떤 상황(Situation)에서 어떤 과업(Task)을 맡았고, 어떤 행동(Action)을 했으며, 그 결과(Result)가 무엇이었는지를 흐름에 맞춰 정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정리해두면 나중에 이력서를 쓸 때도, 면접에서 질문에 답변할 때도 훨씬 수월하다. 면접 질문의 상당수가 결국 이 틀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성과를 정량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매출이 몇 퍼센트 증가했는지, 비용을 얼마나 절감했는지, 수익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등을 수치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면접을 진행해보면 본인이 많은 역할을 맡고 시간도 많이 투자했다고 설명하면서도 그 결과를 수치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은 사업성을 검토할 때 “1년에 얼마를 버는 사업인가” “비용은 얼마나 드는가”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가” 등을 묻는다. 결국 성과는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반면 학생이나 인턴의 경우에는 그런 감각이 부족해 다소 추상적인 언어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많이 성장했다”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와 같은 표현은 본인에게는 중요하지만 기업의 의사결정자와 대화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인턴 시절부터 정량적 수치와 객관적 근거를 중심으로 경험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곧 기업의 언어로 말하는 연습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억 원의 수익 창출에 기여했다”고 하면 20억 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활동이 5억 원의 수익을 냈고, 어떤 노력이 나머지 15억 원을 만들어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정량적 성과가 제시되지 않으면 이후의 설명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숫자는 경험의 진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한다.

이력서나 자소서에 쓸 표현이나 문구를 고를 때 기업이 발간하는 ESG 보고서를 참고하는 것도 유용하다. ESG 보고서는 현업 리더의 언어가 가장 정제된 형태로 담긴 자료다. 채용 브로셔나 회사 소개서 등 외부에 공개되는 광고 목적의 다른 자료와 달리 ESG 보고서는 회사의 실제 전략적 목표와 운영 구조를 실질적으로 보여주기에 회사가 현재 집중하는 전략을 깊이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다른 자료들은 대부분 주관 부서가 중심이 돼 작성하지만 ESG 보고서는 전사적으로 함께 참여해 작성한다. 각 부서가 활동 내용을 정리해 초안을 작성하고 이후 임원들이 여러 차례 첨삭과 수정을 거친다. 한 번의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2~3개월 동안 수정과 보완을 반복한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문장은 상당히 정갈하게 다듬어지고 논리 구조도 치밀하게 정렬된다. 단어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담긴다. 왜 이 표현을 썼는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지 등 고민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지원자가 ESG 보고서에 담긴 언어를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 설명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금방 이해하고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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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후 빠르게 성장한 인재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었나?

기업 현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인재들은 전공이나 스펙보다도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가장 중요한 특징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학습을 통해 반드시 해결해내는 역량’이다. 그들은 지시를 기다리기보다 상황을 넓은 시야에서 먼저 이해하고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자료를 찾고 사람을 연결하며 해결책을 만든다. 즉 시키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스스로 찾아 배우고 해결하는 사람에 가깝다.

두 번째 특징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성장의 재료로 쓰는 태도다. 지적이나 수정 요청을 방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 이런 피드백이 나왔는지 고민하고 다음 행동에서 바로 반영한다. 그래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학습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다.

세 번째 특징은 자기 일의 범위를 넓게 보는 시각이다. 본인 역할만 좁게 보지 않고 조직 전체 목표와 연결해서 생각한다. ‘내가 맡은 업무가 회사 성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하는 순간 의사결정 수준과 책임감이 빠르게 성장한다. 채용 업무를 예로 들어보겠다. 과거에는 채용 담당자가 ‘특정 분야 인력 5명을 채용하라’는 과업을 받으면 채용 공고를 내고 직무 기술서(Job Description, JD)를 작성해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데 집중했다. 주어진 목표를 정확히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채용 담당자는 일의 범위를 넓게 본다. 단순히 5명을 뽑는 것을 넘어 왜 이 5명이 필요한지, 이들이 합류했을 때 사업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부터 고민한다. 즉 현업 부서가 요청한 내용을 그대로 실행하지 않고 ‘정말 채용이 최선의 선택인지’까지 판단한다.

채용의 본질은 사람을 몇 명 충원하는 데 있지 않다. 기업이 달성하려는 사업 성과를 위해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다면 그 역량을 반드시 외부 채용으로만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가능해진다. 내부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리스킬링할 수도 있고 외부 대학이나 기관과 협업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결국 채용이라는 기능을 넘어 조직 전체의 역량 생태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까지 시야가 확장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맡은 업무 범위 안에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조직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연결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인재들은 바로 이런 확장된 시야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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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단계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입사 후 중요하다고 느끼는 역량이 있다면?

기업 현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량이지만 채용 단계에서 잘 보이지 않아 평가하기 어려운 역량이 있다. 바로 일의 맥락을 읽는 힘이다. 지금 이 일이 왜 중요한지, 조직 전체의 입장에서 무엇이 우선인지,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결정하는 힘은 입사 지원서나 면접을 통해 확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협업을 통한 신뢰 형성’ 역량도 매우 중요하지만 채용 단계에서 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약속을 지키고 문제를 숨기지 않고 공유하며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고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런 역량들이 중요하지만 입사 지원서나 면접만으로 이를 평가하기 어렵다 보니 최근 지원자의 평판 조회가 확대되고 있고 경력 입사자에게도 3개월간의 수습 기간 평가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결국 앞으로 채용과 입사 후 검증 절차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취업준비생이 대기업 입사를 원하지만 취업 문이 좁은 것이 현실이다. 스타트업이나 작은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뒤 이직하는 경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나.

과거에는 그런 조언을 종종 했다. 작은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뒤 더 큰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봤다. 대기업들이 대규모의 신입 사원 채용을 선호하지 않는 흐름도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중견기업에서 실무 경험을 갖춘 인재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다만 앞으로도 그 방식이 유효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기업과 개인의 고용 관계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업은 특정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존의 일반적인 방식뿐 아니라 훨씬 다양한 형태로 개인과 협업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반드시 ‘입사’라는 형태가 아니더라도 프로젝트 단위, 단기 계약, 외부 협업 등 여러 방식의 고용·협업 구조가 확대될 것이라고 본다.

이미 일부 영역에서는 변화가 시작됐다. 예를 들어 기업 내 교육 부서의 경우 과거에는 내부 인력을 중심으로 운영했지만 지금은 외부 전문 교육 업체와 협업하는 사례가 많다. 채용 역시 마찬가지다. 채용 브랜딩이나 소싱, 면접 운영을 외부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채용 프로세스 전반을 헤드헌팅 기업에 일괄 위탁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업은 점점 더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외부 조직과 유연하게 관계를 맺고 필요한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과거처럼 정규직 인력을 채용해 장기간 고용하는 구조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다. 프리랜서, 소규모 전문 기업, 1인 스타트업 등과 협업하는 형태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업은 ‘사람을 채용한다’기보다 ‘필요한 역량을 확보한다’는 관점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 역량을 내부 인력으로 충원할지, 외부와 협업할지, 단기 계약으로 운영할지 등 다양한 선택지가 공존하게 된다. 사회 초년생이나 취업준비생도 1인 스타트업이나 프리랜서 경로를 고민해볼 수 있다. 반드시 기업에 입사하는 것만이 커리어를 쌓는 유일한 경로가 아니다. 창업이나 프리랜서 형태의 활동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앞으로는 그 비중이 더 커질 것이다. AI 기술의 확산, 커리어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고용 형태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조직에 소속됐는가’가 아니라 어떤 역량을 갖추고,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다. 커리어 경로는 점점 더 다층적이고 유연해지고 있다.


AI 확산으로 신입 채용의 종말론도 나오고 있는데 현업에서도 그런 흐름이 감지되나.

AI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이전인 2020년대 들어 많은 기업이 수시 채용 체제로 전환하면서 신입보다 경력 채용 비중이 높아진 측면이 더 크다.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처럼 기업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는 매년 조직을 확대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효율적으로 인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 신입 공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저성장 기조와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생존과 효율이 우선 과제가 됐다. 필요한 직무에 소수 정예로 채용하는 구조로 바뀌다 보니 신입보다는 ‘즉시 전력감’인 경력 채용 비중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해서 신입 채용이 종말을 맞았다고 보긴 어렵다. 기업이 신입을 채용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신입 사원이 경력 직원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역량, AI 활용 역량, 학습 민첩성,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다. 요즘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해외 유학이나 교환학생 경험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외국인 유학생과 교류 기회가 많아 글로벌 환경에서 협업하는 경험이 일상화돼 있다. 학습 민첩성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교육이 학교나 학원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지금은 온라인 강의, 오픈 코스, 다양한 디지털 학습 도구를 스스로 찾아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스스로 학습 경로를 설계하고 빠르게 새로운 역량을 습득하는 능력은 신입 세대의 강점이다.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어필하는 것이 경력 지원자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지점이 된다.

기업이 신입 사원을 선발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장기적으로 리더로 키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많은 기업이 여전히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해당 산업과 기업의 기술, 제품, 도메인을 바닥부터 이해하며 성장한 인재를 핵심 리더로 육성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인재는 단순히 업무 숙련도만 높은 것이 아니라 조직 내부와 업계 네트워크를 오랜 기간 축적한다. 당장은 속도가 느릴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도메인 이해와 조직 경험이 충분히 쌓이면 외부에서 영입한 경력 인재와는 다른 깊이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결국 신입 지원자는 “나는 단순히 실무 보조 역할을 잘하겠다”는 메시지보다 “이 조직에서 성장해 장기적으로 책임을 맡을 수 있는 인재가 되겠다”는 의지와 포부를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기업은 신입 사원에게 미래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태도와 방향성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지원자가 결국 기회를 잡을 수 있다.


AI 확산이 채용 과정에 어떤 영향을 줄까?

채용 과정에서 자기소개서가 점점 사라지고 증거 기반의 이력서를 중시할 것이라고 본다. 현재 채용 전형을 보면 가장 탈락률이 높은 단계가 서류 전형이다. 지원서는 대량으로 접수되지만 합격해 면접으로 연결되는 인원은 제한적이다. 과거에는 자기소개서를 일일이 읽으며 글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추정했다. 글의 논리, 표현력, 서술 방식이 하나의 평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자기소개서를 읽어보면 대부분 상향 평준화돼 있다. 논리도 탄탄하고 표현도 정제돼 있다.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이제는 ‘얼마나 글을 잘 쓰느냐’가 차별화 요소가 되기 어렵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평가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글의 완성도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경험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서술형 자기소개서보다는 학력, 스킬세트, 인턴십 경험, 프로젝트 성과 등을 명확하게 구조화해 제시하는 이력서 형태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처럼 핵심 경험과 역량을 일목요연하게 나열한 CV를 바탕으로 채용이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 결국 채용은 점점 더 ‘증거 기반’으로 이동할 것이다. 즉 인턴십 경험, 기업과 함께한 프로젝트, 구체적인 성과 등 실제로 검증 가능한 경험이 중요해질 것이다. 자기소개서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채용의 중심축이 서술에서 증거로 이동하는 흐름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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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인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인가.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진 역량이 있다. 바로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한 경험’이다. 이는 AI로 대체하기 어렵다. 요즘 기업에서는 매뉴얼이나 기존 사례를 참고해 해결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처음 보는 문제를 접했을 때 어떻게 정의하고 접근하는지, 어떤 가설을 세우고 검증했는지 그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역량은 빠르게 배우고 적용하는 능력, 즉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이다. 전공 지식 하나로 버틸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새로운 툴, 기술, 업무 방식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보다 얼마나 빨리 학습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 된다. 이 변화는 기술 직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HR도 과거에는 사람으로만 구성된 조직을 어떻게 설계하고 평가하고 육성할지가 핵심 과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구성원처럼 조직 안에서 함께 일하는 환경이 됐다. 전통적으로 안정적이고 변화가 적어 보이던 HR 직무조차 완전히 새로운 질문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HR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예를 들어 연말 인사 평가에서 인간 직원과 함께 AI 에이전트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 어디까지가 인간 직원의 성과인지, 성능이 떨어지는 AI 에이전트 시스템은 폐기할지 개선할지, 그 의사결정은 누가 책임질지 등 기존과 전혀 다른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HR 담당자들 역시 AI와 관련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AI를 도구로 삼아 생산성을 높이고 사고를 확장하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책임 의식’이다. 결국 사람이 AI와 구별되는 지점은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가에 있다. 자신의 업무가 조직의 성과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런 사람은 AI가 제시한 판단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그 판단이 장기적으로는 더 옳은 결정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제도를 도입할 때 A안은 구성원의 85%가 만족하고 15%가 불만족한다고 가정해보자. B안은 만족과 불만족이 각각 50%다.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보면 AI는 만족도가 높은 A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람은 다른 측면을 고려할 수 있다. A안에 불만을 가진 15%가 소수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더 큰 갈등으로 확산되거나 특정 구성원에게 그 제도가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처럼 숫자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맥락과 장기적 파장을 고려하는 책임 의식이 AI 시대에 더더욱 중요하다. AI의 판단과는 달리 겉으로는 비효율적이거나 정무적 판단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결정이 조직 전체의 신뢰를 지키는 선택일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내린 의사결정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끝까지 고민하는 책임 의식이다. AI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택에 최적화돼 있지만 그 선택이 만들어낼 관계의 균열이나 감정의 파장까지 온전히 고려하진 않는다.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 ‘이것만은 꼭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요소가 있다면?

원하는 기업의 인재상에 맞춰 나만의 ‘부캐’를 만들 것을 권하고 싶다. 많은 취업준비생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강조하지만 기업은 추상적인 개인보다는 자사의 인재상에 맞는 구체적인 인물을 찾는다. 따라서 준비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기업이 제시하는 인재상과 채용 공고의 요구 역량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부캐’를 만드는 것이다. 가짜 인격을 꾸미라는 말은 아니다. 어차피 기업에서 일하는 ‘나’는 본연의 내가 아니라 그 조직에서 함께 일하며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또 다른 ‘나’다. 부캐를 만든다는 것은 회사원으로서 성장하고 성과를 만들기 위해 본연의 나를 바탕으로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적 사고를 중시하는 기업과 직무라면 타인을 배려하고 협력하는 활동보다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을 부각해야 한다. ‘기업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버전의 나’를 설계하는 것, 이것이 취업 준비의 핵심이다.

기업의 인재상이란 개인 본연의 모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상황에서 특정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길 원하는 규범이나 요구 사항이다. 결국 기업의 인재상에 내가 맞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인재상대로 내가 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에 맞게 꾸준히 변화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의 인재상이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그 기업은 나와 맞지 않는 것이다. 특정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면 억지로 연기하고 꾸며서 맞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전략적일 수 있다. 물론 자신의 본연의 모습과 100% 완벽하게 맞는 기업은 거의 없다. 어느 정도는 조직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자신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정하고 그 기업의 인재상에 맞춰 일관되게 준비하는 것이 낫다. 인적성 검사든, 면접이든, 입사 이후의 업무 수행이든 결국은 그 조직이 기대하는 역할에 맞춰 행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퍼스널 브랜딩으로 직접 기회를 만드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채용은 이제 전통적인 채용 공고를 통한 모집과 선발을 통해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직무가 점점 세분화되고 수시 채용을 통해 세분화된 직무에 맞는 인력을 모집하면서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이 구체화되고 있다. 해당 직무를 잘할 수 있는 인재는 결국 정해져 있지만 그 인재는 단순히 채용 공고 몇 줄로 찾거나 몇 페이지의 이력서를 보고 선발하기 어렵다. 이제는 자기 스스로를 브랜딩하고 드러내야 하는 시대다. 개인 블로그나 학회에서의 발표 자료, 링크트인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활동을 통해 자신을 특정 영역의 인재로 뾰족하게 브랜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채용 공고를 기다리고 둘러보는 것이 아닌 스스로 나를 시장에 던지는 행위다. 이런 인재에게 수시 채용은 오히려 무한한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특히 석·박사급 인재의 경우 연구 포트폴리오를 검토한 뒤 채용 공고가 나왔을 때 지원을 제안하고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반면 신입 사원, 특히 학부생의 경우에는 자기 브랜딩에 소극적인 편이다. 소수이지만 학부생임에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현직자에게 직접 연락해 인사이트를 묻고 교류를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 관계가 쌓이면 향후 적절한 포지션이 생겼을 때 자연스럽게 추천이나 제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취업준비생에게 꼭 해주고 싶은 한마디는?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수시 채용 시대, 입사 지원 기회가 수시로 많아졌다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도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기업의 채용 규모는 매년 줄어들고, 취업에 실패한 취업준비생도 많아지고, 취업에 걸리는 시간도 길어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패 기간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배우고 계속 도전하는 것이다. 채용 공고는 불시에 몰려서 나오기도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잠잠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멘탈 관리와 긴 호흡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커리어 비전을 세워두고 단기적인 성과에 초조해하지 않아야 한다. 실패는 단순히 실패가 아닌 경험으로 남겨야 한다. 왜 실패했는지를 인지하고 개선해 나가는 여정이 필수적이다.

장기전에서 누군가가 포기하고 좌절한다면 결국 다른 누군가의 성공률은 높아진다. 수시 채용 시대에 역량이 있음에도 취업이 되지 않는 인재가 있다는 것을 기업도 잘 알고 있다. 취업 실패 경험이 있더라도 이를 문제 삼는 기업은 없다. 그러니 취업준비생이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긴 호흡으로 당당하게 맞서는 태도가 중요하다. 과거 정기 공채는 준비된 트랙 위에서 동시에 출발하는 달리기 시합이었다면 수시 채용은 예측 불가능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위에서의 서핑 경기와 같다. 채용이 언제 시작될지,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는 혼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무한한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 타이밍을 예측해 준비하고, 경험을 기록한 증거로 무장하며,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해 긴 호흡으로 맞서는 누군가에게는 거친 파도야말로 더 높이 뛰어오를 발판이 될 것이다. 경험을 쌓는 사람에게는 분명히 그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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