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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포스 2025: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 생태계 가속

“AI 무장한 기업들 공세에 맞서려면
데이터-AI-앱 ‘통합 에이전트’ 활용을”

이규열 | 429호 (2025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고객들은 AI가 제공하는 가치를 적극적으로 누리는 데 반해 기업은 아직 AI의 효용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 영역에서는 데이터 관리, 거버넌스 등의 문제로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에이전트를 구축하기 어렵다. 이러한 ‘에이전틱 분열(Agentic Divide)’을 해소하기 위해선 데이터, AI, 애플리케이션이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된 시스템을 갖춘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Agentic Enterprise)’로 거듭나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AI 에이전트는 고객과 기업에 대한 총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능적 맥락을 형성하며 고차원적인 추론 능력을 통해 고객과 직원들의 경험을 한껏 개선한다. 특히 에이전트가 조직의 전략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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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틱 분열(agentic divide)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쪽에는 우리 기업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고객이 있습니다. …(중략) 기업과 고객 간 간극으로 데이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AI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더욱 정확한 데이터와 통합된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지난 10월 14~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 세계 CRM(고객관계관리) 1위 기업 세일즈포스의 연례 글로벌 IT 콘퍼런스 ‘드림포스 2025(Dreamforce 2025)’에서 첫날 기조연설에 나선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에이전틱 분열’을 설명하며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그가 설명한 ‘분열’은 두 가지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개인과 기업 간의 AI 활용 격차다. 고객들은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아가 고차원적 추론 능력을 지닌 ‘AI 에이전트’를 통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삶이 한층 고양되는 경험을 누리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아직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베니오프 CEO는 올해 8월 MIT가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하며 이러한 현실을 지적했다. MIT는 150건의 경영진 인터뷰, 350명의 직원 설문, 300건 이상의 AI 도입 사례를 분석했는데 기업들이 AI 파일럿 프로젝트에 300억~400억 달러를 투자했음에도 실제 재무적 성과를 거둔 기업은 5%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기업의 AI 활용에 대한 기대와 실제 성과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둘째, 데이터 관리 및 거버넌스 등의 제약으로 인해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개발·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기업이 자체적으로 에이전트를 구축하려 할 경우 내부 데이터와 커머스 플랫폼, 클라우드 시스템 등 전사적인 인프라를 직접 연동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제약은 더욱 커진다. 앞서 언급한 MIT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 솔루션을 활용해 구축한 AI 파일럿의 완성 가능성은 내부 구축 사례보다 약 2배 높았으며 실제 직원들의 활용률 또한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개최된 드림포스 2025는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Agentic Enterprise)’를 핵심 주제로 삼았다. 이번 행사에서는 약 1800개 세션과 300여 개 에이전트가 공개됐으며 기업 내 에이전틱 분열을 해소하고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고객과 직원의 경험을 혁신하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이 대거 발표됐다. 세일즈포스가 제시한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의 청사진은 데이터, AI, 애플리케이션(앱)이 하나의 유기적 생태계로 통합된 기업의 모습이다. 세일즈포스는 2024년 9월 AI 에이전트를 직접 구축하고 배포할 수 있는 플랫폼 ‘에이전트포스(Agentforce)’를 공개해 현재 약 1만2000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이어 드림포스 2025에서는 그 범위를 생태계 차원으로 확장한 ‘에이전트포스 360(Agentforce 360)’을 발표했다.

에이전트포스 360은 △AI 에이전트를 구축·배포·관리하는 ‘에이전트포스 360 플랫폼’ △기업 내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통합하는 ‘데이터 360(Data 360)’ △영업·마케팅·서비스 등 CRM 워크플로를 지원하는 ‘커스터머 360(Customer 360)’으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에는 세일즈포스가 CRM의 의미를 ‘고객 관계 관리’에서 ‘고객·에이전트·직원의 상호 관계를 매개하는 지능형 생태계’로 확장하려는 비전이 담겨 있다. 즉 CRM을 고객(Customer)과 관계(Relationship)에 더해 기계 지능(Machine Intelligence)의 영역까지 확장함으로써 인간과 AI가 함께 경험을 설계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그리는 것이다.


데이터-AI-애플리케이션 통합한 에이전트 생태계

세일즈포스는 오픈AI,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예고하며 ‘열린 에이전트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각자의 산업과 업무 환경에 맞춰 다양한 AI 앱과 LLM을 활용해 에이전트를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세일즈포스는 앤트로픽의 LLM인 ‘클로드(Claude)’를 자사의 보안 아키텍처인 ‘아인슈타인 트러스트 레이어(Einstein Trust Layer)’에 완전히 통합했다. 이는 금융, 헬스케어, 사이버보안 등 규제가 엄격한 산업에서도 민감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챗GPT 내에서도 ‘에이전트포스 360’ 기능을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사용자는 자연어 명령을 통해 업무 기록 조회나 고객 대화 요약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더불어 세일즈포스는 ‘에이전트포스 커머스(Agentforce Commerce)’를 오픈AI의 ‘즉시결제(Instant Checkout)’ 및 ‘에이전틱 커머스 프로토콜(Agentic Commerce Protocol)’과 연동시켜 기업이 자체 데이터를 통제하면서 주문·결제·고객 관리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도록 했다.

AI, 데이터, 애플리케이션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단순히 접근성과 범용성을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세일즈포스 엔터프라이즈 IT 전략 담당 수석부사장 시바니 아후자는 글로벌 물류기업 페덱스(FedEx) 사례를 언급하며 ‘지능형 맥락(Intelligent Contex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페덱스는 고객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AI 챗봇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오스틴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50파운드의 의류 상자를 가장 효율적으로 배송할 서비스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에이전트는 200페이지가 넘는 PDF 문서를 참고해 답을 제시한다.

그러나 아후자 부사장은 그간 이러한 답변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며 그 이유가 데이터 학습 방식의 한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대용량 데이터는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작은 단위(chunk)로 나뉘어 저장된다. 텍스트 데이터의 경우 문장이나 문단 단위로 분절되는 것이다. 문제는 AI는 고객의 질문과 관련된 정보가 문서 곳곳에 흩어져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에이전트포스 360에 통합된 데이터 360 환경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며 텍스트뿐 아니라 표와 차트의 내용까지 지능적으로 이해해 정확하고 완전한 답변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자연어’로 소통하는 인간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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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에서 고객과 직원이 AI와 상호작용하는 주요 도구는 바로 ‘자연어(Natural Language)’다. 앞서 살펴본 페덱스 사례처럼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에이전트가 고객 문의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신상 등 노출돼서는 안 될 정보가 포함될 위험이 있다면 간단한 프로세스 정책을 설정해 이를 예방할 수 있다. 예컨대 “직원의 신상 정보를 답변에 포함하지 마라”라는 한 줄의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충분하다. 지정된 정책은 데이터 360의 거버넌스 솔루션을 통해 연결된 모든 데이터에 자동으로 적용된다. 자연어 기반 코딩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드림포스 2025에서는 자연어로 앱을 개발할 수 있는 솔루션인 ‘에이전트포스 바이브(Agentforce Vibe)’의 데모가 공개됐다. 사용자가 만들고 싶은 앱의 ‘느낌(vibe)’을 자연어로 설명하면 데이터 360에 통합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앱이 자동으로 제작된다.

기조연설에서도 바이브 코딩을 통해 즉각 앱을 제작하는 과정이 시연됐다. 세일즈포스는 참석자 등록 과정에서 배지를 배포하고 행사장 곳곳에서 이를 인식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후 이 데이터를 활용해 참석자 분포를 막대그래프와 지도 형태로 시각화하는 앱을 현장에서 제작했다. 이러한 혼잡 데이터를 토대로 세일즈포스의 마스코트인 곰돌이 코디(Codi)를 관람객 밀집 지역에 적절히 배치해 이 마스코트를 보기 위해 특정 구역에 인파가 과도하게 몰리지 않도록 실시간으로 조정했다.

또 다른 솔루션인 ‘에이전트포스 빌더(Agentforce Builder)’에서는 자연어만으로 에이전트를 설계할 수 있다. 사용자는 에이전트의 역할, 접근 가능한 데이터, 협업할 시스템 혹은 언제 인간 작업자에게 업무를 이관해야 하는지 등을 자연어로 입력하면 된다. 한편 세일즈포스는 덴마크의 주얼리 브랜드 판도라(Pandora)의 고객 응대 에이전트 ‘젬마(Gemma)’를 시연하면서 음성 기반 상호작용의 가능성도 선보였다. 전 세계 약 6000개 매장을 운영하는 판도라는 고객이 온라인 환경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에서처럼 환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젬마를 구축했다. ‘에이전트포스 보이스’가 적용된 젬마는 텍스트뿐 아니라 음성으로도 고객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데모 시연에서 사용자가 “가장 가까운 매장에서 팔찌 세척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예약이 필요한지”를 묻자 젬마는 매장 위치와 예약 가능 시간을 안내하고 실제 예약까지 완료했다. 이처럼 음성을 통한 상호작용은 온라인에서도 생생한 고객 접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고객 경험의 지평을 열고 있다.


전략적 과제를 해결하는 에이전트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단순한 솔루션 도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정한 가치는 에이전트가 기업의 전략적 과제와 맞닿는 지점에서 발현된다.

한때 세계 PC 시장 1위를 차지했던 미국의 IT 기업 ‘델테크놀로지(Dell Technologies)’는 공급망 경영(SCM)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맞춤형 조립 PC를 통해 차별화를 꾀한 델은 1990년대 중반 기업 고객의 주문 정보와 자사 생산 데이터를 50여 개 핵심 부품업체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IT 기반 공급망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후 노트북과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한때 경쟁력을 잃었지만 장기적 비전에 집중하며 2013년 상장 폐지라는 결단을 내리고 2015년에는 데이터 저장장치 1위 기업 EMC를 인수했다. 델은 이후 AI 최적화 서버를 잇따라 출시하며 기업의 디지털 전환 물결 속에서 AI 기업으로의 성공적 변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PC 제조사에서 출발해 저장장치, 서버, 클라우드 등 종합 솔루션 제공업체로 진화한 델에 공급망 관리는 더욱 중대한 전략 과제로 부상했다. 특히 2015년 이후 물류 체계의 유연성 확보에 집중하며 돌발 상황에서도 생산 라인과 물류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실제 팬데믹 시기 반도체 및 PC 시장 전반이 공급망 마비를 겪는 와중에도 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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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델이 공급망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AI 혁신과 에이전트 기반 운영체계가 있다. 델은 현재 에이전트포스를 통해 약 1만9000개 협력업체를 관리하고 있다. 드림포스 2025에서는 에이전트 기반 공급망 프로세스 설계 데모를 선보였다. 델의 공급망 프로세스를 손 그림 형태로 촬영해 에이전트포스에 업로드하자 에이전트가 이를 인식해 각 단계별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적합한 담당자를 자동 배치했다. 협력사와의 실제 거래 과정에서는 에이전트가 공급업체 정보를 수집하고 정확성을 검토해 점수를 부여했으며 이를 토대로 거래 승인 여부를 자동 결정하는 워크플로를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일관성 검토는 델이 자체 개발한 에이전트가, 보안 평가는 세일즈포스의 보안 에이전트가 담당했다. 반면 재무 리스크 평가와 같은 핵심 의사결정은 여전히 인간이 수행하며 최종 리스크 점수 계산은 세일즈포스의 계산 에이전트가 마무리했다. 델은 이러한 에이전트 협업 체계를 통해 기존에 약 60일이 걸리던 공급업체 온보딩 기간을 20일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또한 데이터 시각화 솔루션인 태블로(Tableau)를 활용해 각 프로세스의 병목 구간을 파악하고 에이전트가 개선 방안을 제안하도록 했다. 이 모든 업무는 세일즈포스의 업무용 OS에서 에이전트 OS로 진화한 ‘슬랙(Slack)’ 환경에서 수행된다. 즉 여러 솔루션을 오가며 데이터를 옮길 필요 없이 통합된 데이터 기반으로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에이전트를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강점이다.

드림포스 2025에 참석한 델테크놀로지의 창립자 겸 CEO 마이클 델은 기성 기업이 AI 네이티브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에이전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3년 11월 22일 GPT-3.5가 무료로 공개된 날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어두운 데이터(dark data)’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AI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며 창업 단계부터 AI로 무장한 ‘AI 네이티브 기업’의 거센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머지않아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할 것이고 그들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더 빠르고, 더 뛰어나게, 더 저렴하게 수행할 것”이라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그들처럼 변화하는 것, 즉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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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Drive to Survive)’와 75주년 기념 영화 ‘F1 더 무비(F1: The Movie)’를 통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F1(포뮬러 원) 역시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F1의 고객 데이터 운영 총괄인 맷 켐프는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F1은 전 세계 8억2700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지만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는 여전히 신생 기업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부터 고객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전체 고객의 약 80%에 대한 선호 데이터를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1 하면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화려한 레이싱 경기를 떠올리지만 실제 경기장을 찾는 오프라인 팬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팬은 TV, OTT, 게임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해 F1을 즐긴다. 이에 F1은 100개 이상의 내·외부 데이터 소스를 통합 관리하며 개인화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콘텐츠의 흥행으로 유입이 크게 늘어난 여성 팬들은 남성 팬보다 실시간 경기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고 경기를 놓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이에 F1은 경기 일정을 모바일 푸시 알림으로 안내해 팬들이 실시간 중계를 놓치지 않도록 지원한다.

켐프 총괄은 “그 과정에서 에이전트포스 등 AI 에이전트를 적극 활용해 200명의 엔지니어가 수개월간 작업하던 일을 6~8주, 짧게는 2일 만에 완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고객 상담 처리 시간은 25%, 비용은 약 16% 절감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켐프 총괄은 인간과 AI의 협업 모델로 자주 언급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개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모델에서 인간의 역할은 단지 AI에 자문하는 보조적 수준에 머무른다”며 “진정한 협업은 사람이 전체 시스템을 조종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구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휴먼 앳 더 헬름(Human at the Helm)’, 즉 ‘조타수로서의 인간’ 개념이다. 에이전트가 올바르게 업무를 수행하려면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며 인간은 그 모든 활동을 감독하고 지시하는 주체로서 자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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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모인 AI 혁신가들 “AI는 평등 실현 장치”


샌프란시스코=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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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포스’는 전 세계 고객관계관리(CRM) 시장 1위 기업인 세일즈포스가 매년 개최하는 글로벌 최대 규모 IT 콘퍼런스다. 동시에 샌프란시스코시의 중요한 페스티벌이기도도 하다. 행사 기간에는 인공지능(AI) 산업의 흐름을 이끄는 세계적 경영자들의 강연과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이 이어지며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올해 ‘드림포스 2025’는 지난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현지 시간) 열렸으며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약 4만5000명이 참석했다. 1800개 이상의 세션과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되는 기업 행사 중에서도 최대급 규모로 손꼽힌다. 현장에서는 등록 절차나 주요 연사의 강연을 듣기 위해 수백 m의 대기 줄이 늘어서는 장면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행사 기간 동안 시내 곳곳에서는 헤비메탈의 전설인 메탈리카와 최근 주목받는 팝스타 벤슨 분의 공연, 다양한 파티가 이어지며 도시 전역이 활기를 띠었다. 드림포스가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약 1억3000만 달러(약 1800억 원), 지역 일자리는 약 3만5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올해의 핵심 주제였던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Agentic Enterprise)’, 즉 AI 에이전트를 조직 내부에 깊이 내재화해 고객과 직원 경험을 혁신하는 전략을 둘러싼 세션들에는 세계적인 연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가 진행한 대담에서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AI 접근성 확대 전략과 양자컴퓨팅의 진전에 대해 통찰을 공유했다. 또한 ‘세계 4대 AI 구루’로 불리며 딥러닝과 AI 에이전트 개념 정착에 기여한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세일즈포스 내 AI 연구를 총괄하는 실비오 사바레세 AI 리서치 부사장 겸 최고과학자와의 대담을 통해 AI 에이전트 기술의 현주소와 AGI(인공일반지능)로의 진화 가능성을 짚었다.



“10년 내 양자컴퓨터, 디지털 초지능 실현될 것”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내 인생에서 모든 기술에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집에 전화기가 설치되기까지 5년을 기다렸다.” 피차이 CEO의 대담은 그의 유년 시절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됐다. 신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낮았던 인도 남부에서는 전화기나 컴퓨터 같은 첨단 제품이 보급되고 실제 사용할 수 있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물리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디지털 세계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가 흔한 모래에서 추출한 실리콘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 매료됐고, 이른바 ‘모래의 축복’을 품은 실리콘밸리를 동경했다.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스탠퍼드대로 진학한 것도 그 이유였다. 실험실에서 곧바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는 꿈 같은 일이었으며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글의 미션 선언문은 그를 깊이 움직였다. 결국 그는 구글에 합류하게 된다.

피차이 CEO는 “구글의 사명은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AI는 그 사명이 도달할 궁극적 단계이자 진정한 지식을 제공하는 협력자이자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는 평등을 위한 위대한 장치”라며 “출시 지역이나 이념과 관계없이 세계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구글은 드림포스 2025 첫날인 10월 14일 인도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에 향후 5년간 150억 달러(약 21조 2800억 원)를 투자해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구글이 미국 외 지역에서 진행하는 AI 투자 중 최대 규모다.

오픈AI와의 경쟁 구도에 대한 베니오프 CEO의 질문에는 “챗GPT가 출시됐을 때 나는 매우 흥분했다”며 “구글이 오래 쌓아온 기술에 기회가 열린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구글은 이미 2016년 알파고를 통해 AI의 잠재력을 확인한 이후 2017년부터 전사적 차원에서 AI 연구에 집중해왔다. GPT를 포함한 대부분 거대 언어모델(LLM)의 기반이 된 핵심 연구 ‘Attention is All You Need’ 역시 2017년 구글 브레인 연구진이 발표한 것이다. 구글은 이 인공신경망 구조를 기반으로 BERT 등 자연어 처리 모델을 개발해 검색 품질을 개선했으며 이미지 자동 분류·검색·생성 기능을 갖춘 ‘구글 포토’도 공개했다.

물론 구글도 챗봇을 개발해왔다. 2022년에는 구글의 한 엔지니어가 언어모델 LaMDA가 “인간과 같은 의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 오픈AI가 먼저 GPT-3.5를 출시하며 전 세계적 관심을 선점했고 피차이 CEO는 “당시 우리가 개발하던 제품은 ‘구글의 제품’이라고 확신할 만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GPT-3.5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구글은 오래 축적한 AI 기술을 총동원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딥러닝 연산을 가속화하기 위한 AI 칩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자체 개발해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나아가 엔비디아와 직접 경쟁하는 구도를 갖추기 시작했다. 피차이 CEO는 “실리콘밸리를 만든 반도체가 AI 시대에도 다시 한번 실리콘밸리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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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공개된 바드는 기대만큼의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차세대 모델 제미나이는 출시 이후 트래픽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했다. 2024년 9월 9.1%였던 제미나이의 점유율은 10월 13.7%까지 올랐으며 같은 기간 챗GPT는 78%에서 73.8%로 하락했다. 여전히 챗GPT가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제미나이의 점유율이 9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인 점은 고무적이다. 피차이 CEO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진을 통합해 올해 AI ‘제미나이 3.0’을 공개할 것”이라며 “눈에 띄게 진보한, 강력한 AI 에이전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기술에 대한 전망도 공유했다. 그는 “기술 앞에서는 겸손해야 하며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운행 중인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를 사례로 들었다. 구글은 2009년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10년 이상 예산과 인력을 투자했고 2024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어 그는 “구글 퀀텀 AI 연구소에서 올해 노벨물리학 수상자가 나왔다”며 “연구를 실제 제품으로 연결할 수 있는 관점을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구글은 최근 2년간 노벨상 수상자 5명을 배출했으며 올해 수상자들은 수십억 개의 쿠퍼 페어를 사용해 칩상에서 양자역학적 효과를 구현함으로써 향후 양자컴퓨팅 기술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그는 XR(확장현실) 분야도 빠르게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년 구글은 XR 디바이스 ‘구글 글라스’ 사업 종료를 선언했는데피차이 CEO는 “AI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아 많은 기능이 완전하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음성, 제스처, 시각 등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갖춘 매끄러운 AI가 구현된 지금, 구글 글라스는 새로운 형태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양자컴퓨팅이 보안 체계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한 베니오프 CEO의 질문에는 “불안정은 새로운 신뢰 체계를 만들어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양자컴퓨팅이 기존 암호체계와 디지털 자산을 위협할 수 있으며 이에 대비해 ‘양자 내성 암호’를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지난 몇 년간 에이전트 기술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2026년은 AI 에이전트가 진정한 ‘지능형 에이전트(Intelligent Agent)’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개념 혼탁해져… 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는 AI 기술 발전에 대한 균형 잡힌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3년 동안 생성형 AI가 급부상하면서 기업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미디어 역시 충분한 팩트체크를 하지 못해 기술적 개념에 혼동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AGI를 들며 “본래 AGI는 ‘인간이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지적 과업을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의미하는데 “그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수십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미가 흐려지면 개념은 생산성을 잃는다”며 “AI가 실현할 수 있는 더 현실적이고 흥미로운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응 교수는 AI의 가치 형성에서 애플리케이션 영역에 있는 기업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구글이 ‘수평적 정보 검색’을 지배한 뒤 익스피디아(여행), 아마존(리테일)과 같은 ‘수직적(vertical)’ 도메인 플레이어들이 등장한 흐름이 AI에서도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챗GPT와 제미나이가 대중적 기반을 확보한 가운데 오픈AI의 코덱스(Codex), 제미나이 CLI 등 코딩에 특화된 모델이 빠르게 성장한 것도 이러한 현상과 맞닿아 있다. 그는 “수평적 정보 탐색과 수직적 산업이 함께 확장되며 시장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AI는 인터넷 시대보다 훨씬 많은 수직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AI는 기존보다 훨씬 깊은 산업 내 탐색과 새로운 도전 영역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응 교수는 ‘에이전틱 AI’ 개념 형성 과정에도 참여해왔는데 현재 에이전트 정의를 둘러싼 논쟁은 비생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무엇이 진정한 에이전트인가’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며 “이분법적 정의가 아니라 ‘에이전틱함(agenticness)’의 정도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계획을 수립하고 여러 단계를 자율적으로 실행하는 고자율 에이전트가 있는 반면 LLM 기반으로 일부 추론·행동만 수행하는 저자율 에이전트도 존재한다. 응 교수는 “둘 모두 에이전트라는 포괄적 관점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핵심적인 ‘구축과 개발’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다수의 전문화된 에이전트를 관리하고 조율하는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터’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이에 대해 “세일즈포스를 포함한 기업들이 에이전트를 자체적으로 개발·통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기반으로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를 구축하고 있다”며 “그러나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구현할지, 성능 평가와 오류 분석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지적 고민은 여전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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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은 것은 데이터 레이어 구성이다. 기존 데이터 엔지니어링은 숫자로 구성된 대규모 테이블 등 구조화된 데이터 처리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텍스트·이미지·오디오·비디오·PDF 파일 등 비정형 데이터 처리 능력은 생성형 AI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응 교수는 “구조화된 데이터와 비정형 데이터를 통합해 고차원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아키텍처 구축의 가치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엔지니어뿐 아니라 모든 직무가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고위 경영자가 ‘AI가 코딩을 자동화할 것이니 코딩은 배울 필요 없다’고 조언하는 것을 봤다”며 “이는 훗날 최악의 커리어 조언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응 교수가 말한 코딩은 사람이 직접 한 줄씩 입력하는 ‘손 코딩’이 아니다. 그는 “나와 동료들은 더 이상 직접 코드를 작성하지 않는다”며 “AI가 코드를 생성하고 우리는 하나 또는 여러 에이전트를 지휘해 특정 작업을 위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케터, 리크루터를 포함한 모든 지식노동자는 인터넷 검색을 하듯 에이전트에 입력할 프롬프트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며 “이 능력이 앞으로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응 교수는 스스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성능을 향상시키는 ‘자기개선형 에이전트(self-improving agent)’가 다음 핵심 흐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그 과정에서 강화학습(RL)은 중요한 퍼즐 조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화학습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의 프롬프트 수정 방식은 매일 새로운 신입 사원을 채용해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는 것과 같다”며 “이 방식으로는 학습이 누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응 교수는 “앞으로의 과제는 기술을 단순화하고 더 많은 사람이 성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새로운 에이전트를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들어야 한다(build, build, build)”며 지속적인 실험과 도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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