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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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왜 김 프로만 또 열외인가요?”
박 프로는 늘 팀장인 저에게 김 프로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김 프로는 박 프로보다 일을 많이 합니다. 신사업을 맡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사무실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실제 매출에 도움이 되는 성과도 하나둘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이 정체된 터라 김 프로처럼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도맡아 줄 팀원이 꼭 필요합니다. 팀장인 저 또한 해본 적 없는 일인지라 명확하게 지시를 주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김 프로와 몇몇 팀원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팀원들은 김 프로가 기존 사업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러다 보니 김 프로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만 해도 벅차고 힘들 텐데 다른 팀원의 오해를 사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안타까움이 몰려옵니다. 김 프로도 팀장인 저에게 상황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하는데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해다” “서로 역할이 다를 뿐이다”라고 설명해줘도 기존 사업 관련 업무가 많아지면 이내 불만을 표출합니다.
Solution I사실 이 팀장님뿐 아니라 많은 리더가 겪는 딜레마 중 하나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들게 사업을 개척하며 노력하는 사람의 노고를 챙겨주자니 다른 사람들이 섭섭해 하고, 또 기존 팀원들의 불만을 들어주자니 핵심 인력의 사기가 꺾일까 걱정됩니다. 그래서 “팀원마다의 역할이 다르다”는 설명을 해보지만 정작 팀원들의 감정은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갈등의 본질,‘보이지 않는 기여는 과소평가된다’조직에서 늘 일어나는 이슈 중 하나는 ‘보이는 일’과 ‘보이지 않는 일’의 불균형입니다. 눈앞에서 처리되는 일은 곧바로 확인되지만 외부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나 새로운 사업의 성과는 당장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쉽게 ‘나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저 사람은 뭐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생깁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심리가 작동하는데요. 첫째는 가시성의 불균형입니다.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야근하는 모습은 누구나 알아차리지만 외부에서 발로 뛰는 노력은 쉽게 잊히거나 폄하됩니다. 둘째는 공평성 욕구입니다. 특히 기존 사업이 바빠지면서 일이 몰리는 시점이라면 “왜 김 프로만 빠지냐”는 불만이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팀장은 각자의 역할을 이해시키며 설득을 시도하지만 설명만으로는 이런 감정들을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갈등은 점점 커지게 되지요.
보이지 않는 성과를 ‘보이게’ 한다지금 상황에서는 김 프로의 기여를 가시화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신사업을 추진하며 얻은 성과와 배움을 팀원과 공유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세요. 단순히 수치만 나열하기보다 고객 반응이나 협상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 생생한 이야기를 곁들이면 팀원들은 그 노고를 훨씬 더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패와 시행착오의 과정까지 솔직하게 나누면 ‘저 일도 쉽지 않구나’라는 인식이 생겨 불필요한 오해가 줄어듭니다. 이때 김 프로만을 위한 특별한 시간처럼 보이지 않도록 정기적인 업무 공유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팀원들도 함께 발표하거나 진행 상황을 공유하게 하면 형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는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열외’라는 인식을 없앤다아무리 신사업이 중요하다 해도 기존 사업을 맡은 팀원들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특히 신사업처럼 중요한 업무는 어느 정도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이에 속하지 못한 다른 팀원들은 서운할 수 있습니다. 김 프로가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기존 사업에 참여하도록 해서 형평성 문제를 완화해 주세요. 예를 들어 월 1회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주요 고객 미팅에 동석하거나, 특정 업무를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저 사람만 완전히 빠져 있다’는 인식을 없애는 겁니다. 작은 몫이라도 기여하고 있다고 느끼면 팀원들의 불만은 자연스럽게 완화되고 김 프로 역시 팀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신사업과 기존 사업이 분리된 일이 아니라 함께 굴러가는 팀의 두 바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불만을 다루는 팀의 원칙을 세운다박 프로처럼 공개적으로 불평을 반복하는 태도는 팀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립니다. 그렇다고 불만을 억누르기만 해서는 안 되지요. 이 팀장님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놓되 반드시 대안을 함께 제시하셔야 합니다. “힘들다”는 호소가 “이 부분은 이렇게 개선했으면 좋겠다”로 이어져야 팀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팀의 원칙은 단순히 감정을 다스리는 차원을 넘어 문제 해결형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개인의 성과를 공동의 목표로 연결한다김 프로의 신사업 업무는 단순히 개인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팀 전체의 미래와 연결된 일입니다. 팀원들이 이 점을 체감할 수 있도록 신사업의 진행 상황을 팀의 비전과 성과 지표에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설명하세요. ‘김 프로가 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매출 기반을 만드는 일’이라는 연결고리를 반복적으로 심어줘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팀원들도 ‘내 일의 중요성은 평가절하되고 있는데 저 사람만 신나는 일을 한다’는 오해 대신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팀장님께서 우선적으로 하실 일은 단순히 ‘역할이 다르다’는 해명을 반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가시화하고, 최소한의 형평성을 유지하며, 불만을 다루는 원칙을 정립해주세요. 그리고 팀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성과를 공동 목표와 연결해주세요. 구성원들은 결국 공정성에 대한 체감으로 동기부여되고 움직입니다. 김 프로의 기여가 팀 전체 성과를 위한 것임을 구성원들이 피부로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이 팀장님께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Solution II조직 내에서 신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기존 팀원들과 신규 과제를 수행하는 팀원 간에 종종 일어날 수 있는 갈등 사례입니다. 특히 기존 과업을 수행하는 팀원들이 보기에는 자신들은 급박하게 일하는데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신사업 추진 멤버들이 못마땅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구성원 간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리더의 조직관리 역량이 더욱 요구되지요.
특히 신사업은 준비하고 실행하며 성과를 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리더가 이처럼 과도기적 상황에 있는 팀원들에게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면 팀원들의 불만과 불신은 더욱 커지죠. 또한 기존 업무를 수행하는 팀원들에게는 신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인력과 자원을 낭비한다는 오해와 불만이 생길 수 있고요. 이러한 상황에서 구성원 간의 갈등이 증폭되면 직원들이 조직을 떠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리더가 이러한 직원들 간의 갈등 상황을 직원들 간의 오해나 의사소통의 부족으로 치부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조직 내 문제나 갈등을 개인이 아닌 시스템 차원의 통합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시도가 중요합니다. 이 팀장의 사례에서 나타난 문제에 대해 시스템 관점의 통합적 해결 방안을 제안해 봅니다.
상시적 성과관리 도입먼저 조직 내 업무와 팀원들의 과업 수행을 성과관리 프로세스에 의거해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이때 강조하는 성과관리는 연초에 목표를 설정하고 연말에 평가하는 인사평가가 아니라 상시적인 성과관리 시스템입니다. 만약 매달 팀원들과 1대1 성과 미팅을 실시하고 팀 전체 성과관리 미팅을 했다면 기존 업무를 수행하는 박 프로가 신사업을 수행하는 김 프로를 향해 “왜 김 프로만 열외인가요?”라고 반문하지 않았을 겁니다. 각자 주어진 목표와 과제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게 성과관리입니다.
이처럼 정기적인 1대1 미팅이나 팀 전체 성과관리 미팅은 팀원들의 문제나 불만을 사전에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구성원 간에 문제나 불만이 불거지면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상호 간에 대한 불신뿐만 아니라 문제에 감정이 누적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도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문제가 예견되거나 팀원 간의 갈등이 예상될 때 리더는 팀원들과 1대1 미팅 혹은 팀 전체 성과관리 미팅을 통해 문제를 드러내고 함께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개입이 중요합니다.
협력적 조직문화 구축경쟁의 조직문화에서 협력의 조직문화로 전환해야 합니다. 박 프로가 신사업을 하는 김 프로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 프로는 김 프로가 고생한다는 것을 모를까요? 그동안 해온 적이 없는 신사업에는 새롭게 준비하거나 학습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입하지만 당장 성과로 연결되지 않기에 다른 팀원이 보기에는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박 프로의 개인적 성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자기 일은 많아서 힘들어 죽겠는데 신사업 한다고 돌아다니는 김 프로가 얄미울 수도 있죠.
이처럼 일과 관계 그리고 감정이 뒤섞이는 복합적 상황에 대해 “오해다” “역할이 다르다”라는 팀장의 설명은 기존 팀원에게는 김 프로에 대한 편애처럼 느껴질 수 있지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조직 내 협업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효과적인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첫째, 건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합니다. 서로의 역할과 책임이 다른데 박 프로가 김 프로를 험담할 이유는 없습니다. 박 프로가 말하는 이면에는 김 프로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깔려 있습니다. 경쟁이 심한 조직일수록 다른 사람의 노력이나 성과를 부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반대급부를 얻으려는 행동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리더는 이러한 태도나 행동을 묵인해서는 안됩니다. 모두 각자가 주어진 목표와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지 상대방을 비방하고 왜곡하는 행동은 조직 내 화합을 깨뜨리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중대 문제로 다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팀원 간의 오해와 갈등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잉태하게 마련입니다.
둘째, 팀원 간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같은 팀이더라도 역할과 성격이 다른 일을 한다면 팀원 간 협력의 여지는 줄어듭니다. 그런 상황일수록 리더는 작지만 서로가 대화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일이나 자리를 마련해야 하죠. 예를 들어 신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기존 사업 담당자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박 프로와 김 프로가 함께하거나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일을 찾아봅니다. 신사업 업무에 박 프로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토론이나 아이디어 등 간접적인 참여의 장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적 리더십으로 유연하게끝으로 갈등 상황을 해결하는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이 팀장께서는 팀원 간 갈등 상황에 대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은 가득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물론 리더로서의 경험이 부족하고 자신도 모르는 일을 헤쳐 나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조직 내 갈등 상황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적(Situational)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상황적 리더십은 행동과학자인 폴 허시와 캔 블랜차드가 주창한 개념으로 직원의 성숙도 혹은 발달 수준에 따라 리더의 지시적(과업 지향) 혹은 지원적(관계 지향) 행동 스타일로의 변화를 강조한 리더십 이론입니다. 물론 직원의 성숙도를 특정 변수로 상황을 한정한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갈등 상황에서는 갈등의 내용만큼 갈등을 야기한 직원의 성숙도가 해결의 중요한 변수입니다. 특히 상황적 리더십이 효과적인 이유는 다양한 비즈니스 상황에서 리더십 행동이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리더십을 특정 스타일에 한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 프로의 표현과 행동에서 느껴지는 성숙도는 높은 수준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불평을 이야기하지만 스스로 대안을 찾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 팀장님은 팀원의 상황을 안타까워 하거나 팀원을 설득하려는 행동 등 지원적 리더십 스타일을 보이고 있어요. 상황적 리더십 이론에 따르면 직원의 성숙도가 낮은 상황에서 지원적 행동보다 지시적 행동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박 프로가 일이 많아서 어려움이 있다면 팀장님께서 직접적으로 개입해 박 프로의 일을 조정하거나 함께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김 프로에 대한 박 프로의 지나친 언사는 팀장의 업무 지휘권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볼 수도 있어요. 팀장님께서는 박 프로의 이러한 태도에 따끔한 피드백을 줘야 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김 프로의 신사업은 성과가 아닌 직장 내 ‘왕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설령 박 프로의 주장처럼 김 프로가 게으르게 일한다면 이 또한 팀장님께서 판단하고 조치해야 할 일이죠.반면 신사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할수 있는 김 프로는 역량과 의지가 성숙한 개인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팀원이 중재를 적극적으로 요청할 때는 위임이나 방임이 아닌 과업 중심의 개입이나 지시적 리더십 행동을 발휘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다른 리더들로부터 조언을 얻거나 팀 워크숍을 통해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지요. 또 외부 전문가나 컨설턴트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리더가 직원들의 다양한 상황에 따라 상황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구성원들의 신뢰와 참여를 이끌어 내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유용한 리더십 도구를 통해 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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