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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금쪽이

성과 낮은 고연차 팀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재은,김면수,정리=장재웅 | 417호 (2025년 5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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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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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5년 차 직장인으로 지난해 말 팀장으로 승진해 7명의 팀원을 이끌고 있습니다.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것이 좋기도 하지만 동시에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팀원 중 한 명인 A 차장 때문입니다. A 차장은 팀장인 저보다 나이도 많고 입사도 빨랐습니다. 하지만 업무 성과가 떨어지고 몇 차례 승진에서 ‘물’을 먹으면서 체념에 빠진 듯합니다. 이 때문에 업무에 대한 의지가 눈에 띄게 낮아졌습니다. 주어진 업무는 겨우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추가로 업무를 맡기려 하면 강하게 반발하는데 저보다 입사가 빠르고 나이가 많다 보니 대응이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더 큰 문제는 A 차장이 팀원 전체의 사기까지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A 차장이 일을 하지 않으려 하거나 맡아도 성과가 나지 않다 보니 결국 일을 잘하는 팀원들에게 새로운 업무가 몰리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특정 팀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A 차장은 본인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주변 팀원들의 업무 몰입도까지 방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열심히 일하는 후배에게 다가가 “일 열심히 해봐야 어차피 받는 돈도 별 차이 없고, 승진 빨리해봐야 빨리 잘리는데 뭐 하러 열심히 하냐?”고 빈정대거나 “회사에 충성해봐야 내 꼴 난다. 대충 다니면서 재테크나 열심히 해라” 같은 말을 하며 팀 전체의 사기마저 꺾고 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보고하고 A 차장의 타 부서 전출을 제안해 봤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아무도 A 차장을 데려가려 하지 않고 A 차장 본인도 편한 현재 부서를 떠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팀장으로서 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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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ution I

문제의 본질 재정의

고연차, 고연령, 고연봉의 저성과자를 ‘고에소(高Energy消)’ 혹은 ‘에너지 뱀파이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들을 만나면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높았던 에너지마저 뺏겨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상당히 힘들어 합니다. 고에소들은 성과는 낮지만 조직 내 영향력은 크기 때문에 주변 구성원에게 불공정함과 무기력을 유발하고 부정적 감정을 전염시켜 팀 전체의 에너지를 소진시키기 때문이죠.

현대사회는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독특한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가 숙련도를 쌓던 지식과 기술의 유효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한번 익힌 전문성이 10~20년간 유지됐다면 이제는 3~5년 주기로 새로운 학습이 요구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이야기한 ‘리스킬링(Re-skilling)’1 과 ‘업스킬링(Up-skilling)’2 은 현대 조직의 핵심 화두가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성과 노화(Performance Aging)’입니다. 이찬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개인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경력과 전문성을 축적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 변화, 기술 진화, 학습 저하, 자기 효능감 약화 등의 요인으로 인해 직무 성과가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정의합니다. 성과 노화는 신체적 노화와는 구별되며 직무 역량의 유효성 상실, 기술 적응력 부족, 조직 내 영향력 저하 등으로 나타납니다.

앞서 이야기한 A 차장의 사례는 전형적인 성과 노화 현상을 보여줍니다. 중요한 점은 성과 노화가 단순히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환경 변화와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개인의 노력만이 아닌 조직 차원의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노동자의 약 3분의 1이 직업 전환이나 대규모 기술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는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음을 의미합니다. A 차장과 같은 경우 단순히 ‘성과가 낮은 직원’으로 낙인찍기보다는 ‘성과 노화를 경험하고 있는 팀원’으로 재정의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리스킬링, 업스킬링 기회를 제공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많은 팀장이 ‘고에소’를 만나면 “이 사람은 성과가 낮으니 더 압박하거나 아니면 팀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며 ‘성과 중심’으로만 문제를 바라보는 함정에 빠집니다. 하지만 수천 명의 리더를 코칭하면서 느낀 진실은 이런 문제의 핵심은 성과가 아닌 ‘감정’에 있다는 것입니다. A 차장의 사례는 전형적인 ‘감정적 퇴사(Emotional Resignation)’의 징후를 보여줍니다. 신체는 회사에 있지만 마음은 이미 떠난 상태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부릅니다. 여러 번의 좌절 경험(승진 탈락 등)이 쌓이면서 “내가 무엇을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는 신념이 형성된 것입니다. 이런 상태의 사람에게 단순히 “더 열심히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저항만 키울 뿐입니다.


공감의 리더십,
관계 회복은 감정 이해에서 시작된다

리더십의 본질은 사람과 성과 사이의 다리를 놓는 것입니다. 특히 신임 리더라면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오래된 팀원을 다루는 상황은 가장 큰 시험대가 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관리 문제가 아니라 ‘관계 전환 리더십’의 시험대입니다. 요즘 조직의 특성상 자신도 모르게 ‘고에소’가 되는 사람들이 느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그들이 처한 상황과 마음에 대한 공감입니다. 공감은 단순히 “당신 기분 이해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건조하다 못해 말라비틀어졌을지 모를 그 사람의 마음속 이야기와 경험을 진정성 있게 듣고 인정하며 촉촉하게 물을 주는 과정입니다. 한 대기업 임원 코칭 과정에서 만난 A 상무가 이렇게 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저도 30년간 회사 생활하면서 두 번의 큰 좌절을 겪었어요. 그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건 성과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상사의 진심 어린 공감과 인정이었습니다. 신기하게 말한 내용보다 그 시기에 제 옆에서 제 고민을 다 들어주고 위로해준 것, 그리고 작아졌던 저보다 저의 가능성을 믿어 줬던 것이 그렇게 큰 힘이 됐어요.”


리셋(RESET) 대화, 관계의 새 장을 열다

심리적 저항이 강한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리셋 대화’입니다. 이는 기존의 갈등과 불신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관계의 시작점을 만드는 대화법입니다.

• R: Recognize(인정하기)

“차장님, 그동안 이 팀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하시면서 팀의 기반을 다져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저는 차장님이 이 팀의 역사와 문화를 가장 잘 알고 계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것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인정받고 싶은 기본적 욕구가 있으며 특히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의 사람에게는 이런 인정이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 E: Express(취약성 표현하기)

“사실 저도 팀장이라는 역할이 처음이라 많이 부족하고 고민이 많습니다. 혼자서는 이 팀을 제대로 이끌 자신이 없어요.”

리더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완벽한 모습보다 때로는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취약한 리더십(Vulnerable Leadership)’이 더 강력한 신뢰를 만듭니다. 이는 권위에 기반한 리더십에서 관계에 기반한 리더십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 S: Seek(협력 구하기)

“차장님처럼 경험이 풍부한 분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함께 이 팀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주실 수 있을까요?”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명령이 아닌 요청의 형태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요청은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자발성을 끌어내는 심리적 장치입니다.

• E: Explain(현실 공유하기)

“최근 몇몇 팀원이 동기부여가 떨어졌다고 느끼고 있어요. 팀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피드백도 있었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일부 후배가 차장님의 말씀을 듣고 영향을 받는 것 같아 조금 걱정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구체적 사실을 중심으로 우려를 표현하되 비난이나 판단의 언어는 최대한 배제해야 합니다. “당신 때문에”라는 메시지가 아닌 “이런 현상이 있다”는 객관적 관찰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 T: Transform(역할 재정의하기)

“차장님만큼의 경험과 지식을 가진 분이 우리 팀에 주실 수 있는 특별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신입 사원들의 온보딩이나 프로세스 개선 같은 부분에서 차장님의 인사이트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지막으로 부담스러운 책임이 아닌 가치 있는 역할을 제안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새로운 정체성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대화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최소 3개월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관계 회복은 마라톤과 같아서 꾸준함이 핵심입니다.


인간 중심 조직의 핵심,
“어떤 사람도 ‘문제 직원’이 아니다”

스탠퍼드대의 조직심리학자 로버트 서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좋은 상사, 나쁜 상사(Good Boss, Bad Boss)』에서 “훌륭한 리더는 모든 사람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들은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없는가’가 아니라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 조직에는 다양한 역할과 기여 방식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높은 성과를 내는 ‘슈퍼스타’일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성과 노화를 겪고 있는 구성원에게는 그들의 고유한 경험과 지식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리학의 대가인 래리 캐시 박사는 4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들이 흔히 갈등을 겪는 6가지 핵심 요인을 발견해 ‘12DNA 진단’을 개발했습니다. 이 요인들은 ‘소유와 공유’ ‘계획과 실행’ ‘성찰과 관계’ ‘전체와 부분’ ‘의무와 자유’ ‘창의와 실용’의 대비되는 성향으로 나타납니다. 이를 바탕으로 도출된 12가지 성격 유형은 각 개인의 고유한 특성과 강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12가지 성격 유형을 활용하면 리더는 고에소로 여겨지던 직원의 숨겨진 가치를 재발견하고 적합한 역할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팀 내 여러 고에소 직원이 있을 경우 각자의 유형에 맞는 강점과 기여 영역을 파악해 맞춤형 동기부여 방식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직원의 성향, 동기, 스트레스 요인,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코칭을 제공하는 것이 리더와 팀 모두에게 필요한 접근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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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사례 속 A 차장이 과정형 성향이 강하다면 신입 사원 온보딩 과정의 체계화와 매뉴얼 작성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A 차장의 경험과 구조화 능력을 활용하는 동시에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할 기회를 제공하는 접근법입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성과 노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그 구성원의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통찰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에소 현상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개인 책임론보다 역할 재정의와 시스템적 접근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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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ution II

“진정한 리더는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 빌 캠벨(실리콘밸리의 코치)

최근 기업 현장에서 팀장님의 사례와 같은 고민을 호소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팀장급 중간관리자의 리더십 교육을 가면 많은 리더가 “저보다 더 연차가 많고 한때 저의 리더이기도 했던 분이 현재 저의 팀원입니다. 그분들과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젖은 낙엽같이 의욕이 없는 선배님들을 모시고 막내 팀장으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등의 고민을 토로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A 차장과 같은 ‘체념한 고연차 직원’은 대부분 이유 없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이야기, 좌절, 그리고 잠재력을 이해하는 것에서 해결책이 시작됩니다. 단순히 문제 직원을 ‘관리 혹은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진정한 대화를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팀장님에게도 이런 상황은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중요한 도전입니다. A 차장님과의 이슈를 단순히 ‘문제 직원 관리나 이슈’가 아닌 리더십의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기회로 마주한다면 팀장님에게도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 관리 방식의 한계

이런 상황에서 많은 중간관리자가 취하는 전통적인 대응 방식이 있습니다. 주로 성과 개선 경고를 통해 공식적인 성과 개선 계획(PIP)을 수립해 압박하거나 중요 업무에서 배제하고 단순 업무만 배정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타 부서 이동을 시도해 문제를 다른 부서로 전가하기도 하며 경고를 통한 질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 접근법은 여러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경고나 질책은 A 차장의 방어적인 태도와 저항을 더욱 강화시킬 위험이 큽니다. 또한 표면적 행동만 다루고 동기 상실이나 좌절감 같은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팀원들과 팀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결국 팀 내 분열을 더 심화시킬 수 있으며 부적절한 관리는 법적, 인사적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A 차장의 경험과 지식이라는 잠재적 자산을 완전히 놓치게 되는 숨겨진 기회 상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함께 리프레임하는 5단계 프로세스

물론 다른 직원들이 받는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팀에서 A 차장을 내보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이는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들은 코칭 접근법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1) 프레임을 내려놓고 새 눈으로 바라보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팀장님 스스로의 관점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A 차장을 ‘문제 직원’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가능성과 해결책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A 차장의 행동 이면을 읽을 수 있는 ‘왜(Why)’에 호기심을 가져보세요.

우선 A 차장님의 업무 이력과 강점을 재검토하며 과거에 어떤 업무에서 빛났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행동을 판단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관찰하면서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저항이 나타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팀장님이 스스로에게 “내가 A 차장 입장이라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라고 질문하며 공감의 자세를 가져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때 스스로에게 던져볼 만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A 차장에게 회사에서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 “그의 현재 행동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 “이 상황에서 내 리더십 스타일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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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뢰의 땅을 다시 일구기

팀장님과 A 차장님의 대화에 앞서 현재 서로에 대한 신뢰와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팀장님이 A 차장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A 차장 또한 신뢰와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신뢰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A 차장이 안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세요. 이때 대화 한두 번으로 현재 상황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A 차장의 현 상황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닙니다.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대화의 시작을 위해 신뢰를 쌓는 것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1대1 대화를 뜻하는 ‘1 on 1’ 또는 커피 한잔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커피챗’을 제안할 수 있으며 처음에는 사무실 밖과 같은 ‘중립적인’ 공간에서 만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대화를 시작할 때는 ‘문제 해결’이 아닌 ‘서로 이해하기’에 초점을 맞추고 대화의 60% 이상을 경청에 할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A 차장의 말을 판단하지 않고 진심으로 경청하는 자세가 이 단계의 핵심입니다. 이 과정에서 공감과 열린 질문이 필요합니다. “회사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보람찼나요?” “현재 업무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도전적인가요?”와 같은 열린 질문을 통해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 중심적 경청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데 예를 들어 “제가 이해한 바로는 승진에서 여러 번 누락되면서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와 같이 상대방의 말을 요약해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요약해주는 것은 자신이 제대로 이해받고 있다는 신뢰와 공감의 신호로 작용해 대화의 몰입도와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3) 새로운 관점과 가능성 탐색하기

사람들은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임을 느낄 때 변화합니다. A 차장님이 새로운 관점과 가능성을 발견해 관점이 확대된다면 자신에게 필요하고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코칭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의 전문가다”라는 관점에서 사람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서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혹은 자신의 모든 점을 다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발견하도록 돕는 ‘생각 파트너(Thinking Partner)’가 필요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A 차장의 장기 경력 비전에 대해 질문하며 은퇴 전까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에 대해 대화해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A 차장의 강점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이나 프로젝트를 함께 구상해보고 멘토링이나 지식 전수와 같이 그의 풍부한 경험을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안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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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작지만 확실한 행동 계획 수립하기

변화는 구체적인 실행에서 시작됩니다. 팀장님과 A 차장의 합의된 방향성과 실행 계획을 수립해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팀장님의 지시나 강압이 아닌 A 차장과의 상호 합의를 통한 목표 설정이 중요합니다. 특히 달성 가능한 단기 목표부터 시작해 작은 성공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A 차장의 자신감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단계에서 팀장님이 할 수 있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A 차장님, 오늘 나눴던 대화를 통해 저도 차장님의 현재 상황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차장님의 경험과 자산을 잘 살리기 위해 우리가 어떤 것을 시도해 보면 좋을까요?

- 앞서 말씀하셨던 신입 개발자 멘토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입 개발자를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해 보시는 프로젝트는 어떨까요? 마침 회사에서도 레거시 시스템 프로젝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역할들이 차장님의 경험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오늘과 같은 대화 시간을 자주 마련해 함께 멘토링 프로그램도 더 발전시키고 저도 차장님께 선배님으로서 도움을 주십사 요청드리고 싶은데 어떠세요?

5)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인정하기

지속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인정과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A 차장의 작은 진전도 놓치지 말고 인정을 표현해 주고 진전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변화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1 on 1이나 코칭 대화를 통해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A 차장님의 긍정적 변화와 기여를 공개적으로 인정해주고 팀 전체에 A 차장님의 전문성과 기여를 알리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인정과 피드백을 제공할 때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인정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멘토링 세션에서 신입 사원들이 차장님의 경험 공유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프로젝트 위기관리 사례가 매우 유익했다고 하네요”와 같이 구체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3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팀 미팅에서 차장님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와 같이 진전되는 과정을 함께 확인해주고 “차장님이 공유해주신 인사이트가 앞으로의 프로젝트 방향 설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와 같이 미래와 연결하는 피드백도 필요합니다.


관리자가 아닌 변화의 촉진자가 돼야

고직급 저성과자 이슈는 팀장님에게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이 상황은 “문제 직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모든 팀원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환경을 조성할 것인가”의 질문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필자가 팀장님께 제시하고 싶은 솔루션의 핵심은 A 차장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 ‘함께할 존재와 자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그의 경험, 지식, 심지어 그의 좌절감까지도 팀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팀장님은 단순한 관리자가 아닌 팀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변화의 촉진자(change catalyst)’로서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할 때 진정한 리더십이 발휘될 것입니다.
  • 김재은jek@incoaching.com

    인코칭 대표

    비즈니스 리더십 코칭 기업 인코칭의 대표이사. 조직 내 코칭 문화 확산을 위해 직종별 직급별 코칭 콘텐츠를 개발하는 전문가로서 ‘코칭포유_끌리는 리더의 코칭 시크릿(Coaching Secret)’ ‘슬기로운 리더생활: MZ세대 맞춤형 코칭’ ‘애자일 성과관리’ 등의 온라인 과정을 개발했다. 저서로는 『임원코칭 가이드북』 『변화의 시대에서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를 위한 지침서, TALC』 『삐딱한 긍정직원, 삐딱한 부정직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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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면수bluebird2you@naver.com

    마인드디자인연구소 대표

    국제마스터코치(MCC, Master Certified Coach)이자 한국수퍼바이저코치(KSC, Korea Supervisor Coach)로 15년 차 전문코치다. 삼성, LG, SK 등의 대기업 리더들 및 스타트업 리더들과 함께하며,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자기다움을 실현하는 리더십을 지원해 왔다. ‘세상에 없는 자신만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의 코치’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코칭과 마음챙김을 융합한 실행 기반 코칭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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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장재웅

    정리=장재웅jwoong04@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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