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Brief-Case: CJ제일제당 그린 바이오 해외 시장 전략

‘R&D의 힘’ 그린 바이오 시장 글로벌 강자로

284호 (2019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최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는 ‘그린 바이오(Green Biotech)’는 생물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각종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바이오식품, 생물농업 등의 분야를 가리킨다. CJ제일제당의 사료용 아미노산(라이신, 메치오닌, 쓰레오닌, 트립토판, 발린)과 식품조미소재(핵산, MSG) 등이 그린 바이오의 대표적 예다. CJ제일제당은 ‘햇반’ ‘비비고’ 등 메가 브랜드를 보유한 국내 1위 식품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회사가 그린 바이오 사업으로 지난해 2조7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이 중 해외 매출 비중이 95%를 넘는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CJ제일제당은 1980년대 말 그린 바이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래 ‘친환경 발효 공법’을 앞세워 혁신을 거듭, 그린 바이오 분야 5개 품목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했다. 글로벌 경쟁 업체에 비해 늦게 시장에 진출했지만 미생물을 활용한 발효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의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20일,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섬 파수루안(Pasuruan)에 위치한 CJ제일제당 바이오 공장. 이날 공장에서는 CJ의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 3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파수루안 바이오 공장이 CJ제일제당의 글로벌 바이오 사업이 시작된 전초 기지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1988년 12월, 이곳에 회사의 첫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사료용 아미노산인 ‘라이신’ 생산을 시작했다. CJ제일제당뿐 아니라 CJ그룹 전체로도 최초의 해외 법인이었다.

파수루안 공장은 1991년 글로벌 라이신 제품을 처음으로 생산하고 곧바로 해외 수출에 성공하는 등 순조롭게 출발했다. 당시만 해도 가동 원년 기준 약 2000만 달러 수준이던 매출액이 2018년 기준 약 6억 달러로 30년 동안 20배 이상 성장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린 바이오 글로벌 1위를 향한 핵심 생산기지가 됐다. CJ제일제당이 첫 해외 생산기지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것은 당밀을 비롯한 양질의 원·부재료를 조달하기 좋은 입지 조건 때문이었다. 김포 공장에서 MSG(1964년)와 핵산(1977년)을 생산하며 식품조미소재 사업으로 그린 바이오 시장에 첫발을 들인 CJ제일제당은 80년대 후반 급성장하던 ‘라이신(Lysine)’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라이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아지노모토를 비롯해 시장에 먼저 진출했던 일본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의 본격적인 가동과 동시에 유럽 지역으로 수출되며 품질을 인정받은 CJ제일제당의 라이신은 이후 성장을 거듭, 2000년대에 들어서며 일본의 아지노모토, 중국의 GBT와 ‘빅3’ 구도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라이신은 단지 CJ제일제당 그린 바이오 사업의 첫 글로벌 생산 품목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라이신 新삼국지’로 불리는 한·중·일 경쟁에서 한국이 최종 승자가 될 수 있도록 해준 ‘일등 공신’이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7년 최초로 그린 바이오 사업으로 연간 매출 2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그린 바이오 사업으로만 2조7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국내 중대형 식품기업이나 제약기업 전체 매출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1 특히 이 CJ제일제당 그린 바이오는 매출의 9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사업이다. 올해도 라이신, 트립토판, 발린, 핵산, 농축대두단백 등 5개 품목이 글로벌 매출 1위를 유지하며 연 매출 3조 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성과는 1) 생산 기반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규모 투자 2) 과감한 포트폴리오 확대 3) 글로벌 최고 수준의 R&D 경쟁력이라는 3박자가 제대로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 3가지 성공 요인을 하나씩 짚어봤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생산 역량으로 유동성에 대응

CJ제일제당은 그린 바이오 사업 진출 초기부터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방점을 두고 해외 생산 기반을 확보, 확대하는 데 주력해 왔다. 글로벌 1호 생산기지인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설립 초기 1만 톤 수준에서 현재 약 25만 톤으로 늘었고, 지난 2017년에는 라이신 누적 생산량이 300만 톤을 돌파했다. 이제는 세계 최대 규모 사료용 아미노산 생산기지로서 전체 생산량의 대부분(약 90%)을 유럽과 아시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1997년에는 인도네시아 좀방에 식품첨가소재 핵산, MSG를 생산하는 두 번째 해외 공장을 세웠고, 2000년대에 들어서며 중국 랴오청(2005년), 브라질 피라시카바(2007년) 등으로 라이신 생산 기반을 확대했다. 2013년에는 미국 아이오와에 공장을 설립하며 전 세계 라이신 기업 중 남미와 미국, 중국과 동남아시아 전역에 생산 기반을 확보한 유일한 기업이 됐다.

글로벌 그린 바이오 시장은 일반적으로 시장의 유동성이 크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생산 규모와 R&D 역량 기반의 기술력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래야 육류 소비 증가로 축산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아미노산의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경쟁사에 비해 보다 안정적인 공급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요가 줄어들 경우에는 전략적인 감산(減産)을 통해 수요 공급 불균형에서 오는 가격 급락을 막으면 된다. 회사는 이렇게 상대적으로 원가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시황이 어려워도 시장 영향력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 힘썼다.

CJ제일제당이 이처럼 생산 규모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라이신 시장이 급성장하던 2000년대 중반 중국 시장에서 얻은 학습 효과 때문이다. 1988년 글로벌 라이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회사가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선택한 요충지는 바로 중국이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의 라이신 수요는 연평균 15%가량 성장하고 있었고,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라이신 시장을 잡으려면 중국을 반드시 잡아야만 했다.



이에 회사는 중국 첫 생산 기지 건설을 위한 최적의 입지를 찾고 또 찾았다. 그렇게 결정한 곳이 바로 산둥성 랴오청(요성)이었다. 라이신의 핵심 원료인 옥수수의 중국 최대 산지이자 주요 고객사인 사료 기업의 생산 시설이 모인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회사는 입지를 정하자마자 그 즉시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 건설에 참여했던 인력들을 그대로 랴오청 공장 건설 현장에 투입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는 2005년, 랴오청에 라이신 공장을 준공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공사가 중단됐던 인근 열병합발전소를 사들여 전력공급원을 확보했고, 2007년에는 랴오청 공장 내에 옥수수 가공 공장을 추가로 건설해 원재료와 유틸리티 공급 체계를 동시에 구축했다.

1호 생산기지 확보가 끝나자 곧바로 2호 생산기지 확보에도 나섰다. 당시 라이신 글로벌 1위의 척도였던 생산 규모 50만 톤을 먼저 달성하려면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순조로웠던 랴오청 공장과는 달리 두 번째 생산 기반 증설은 준비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2000년대 후반 중국 식품 수급 상황이 악화되고 중국인의 주식(主食) 중 하나인 옥수수 가공업에 대한 규제가 확대되는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외국 기업에 대한 제약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옥수수를 대량으로 가공해 원재료로 사용하는 라이신 공장 신규 허가를 중국 정부로부터 받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회사 내부에서도 중국이 아니라 동남아로 방향을 선회하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경색됐다.

이에, 당시 경영진은 중앙정부 대신 지방정부를 공략하는 우회 전술을 선택했다. ‘관시’가 중요한 중국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지방정부 관리들과 접촉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당 지역에 바이오 공장이 생기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했다. 끈질긴 설득의 결과 랴오닝성의 선양시가 공장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노심초사하던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부 전 직원이 말 그대로 ‘만세’를 부르는 순간이었다. 선양시와의 공조로 중앙정부 설득에도 한층 탄력이 붙었다. 마침내 2011년 3월, 회사는 중앙정부로부터 라이신과 쓰레오닌 공장 건설에 대한 허가를 따냈다.

이처럼 CJ 바이오 사업의 역사에서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첫 시작인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과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중국이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시장 공략의 교두보가 됐을 뿐 아니라 치열했던 한·중·일 라이신 전쟁에서 회사가 한발 치고 나가는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뒤이어 중국을 능가하는 북·중·미와 남미, 유럽 공략을 위해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2007년)와 미국 아이오와주 포트다지(2012년)에 라이신 공장을 세운 것도 중국 시장에서 얻은 경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60%에 육박하는 식품조미소재 ‘핵산(核酸, Nucleotides)’의 경우도 경쟁사를 멀찌감치 따돌린 생산 역량이 압도적 1위의 비결이다. 핵산은 음식의 맛을 더해주는 식품조미소재로, 조미료나 소스류에 사용돼 감칠맛을 더하거나 가공식품에 첨가 소재로 활용돼 원재료의 맛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라이신이나 트립토판 같은 사료용 아미노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긴 했지만 최근에는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효자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핵산은 전체 글로벌 시장의 약 60%가 중국에 형성돼 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최근 중국 경제와 현지 식품산업 성장에 발맞춰 과감하게 생산 기반을 증설하고 예상되는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 식품 기업들이 대형화·고도화되고 있는 데다 외식 시장까지 덩달아 성장하면서 식품조미소재인 핵산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압도적 공급 역량을 기반으로 중국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추가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전체 3곳(중국 2개, 인도네시아 1개)의 생산기지를 합쳐 약 1만 톤 규모의 증설을 단행했다. 이미 핵산의 지난해 연간 전체 판매와 올해 상반기 판매 모두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성장세에 박차를 가해 경쟁사가 추격할 엄두조차 못 내게 하겠다는 게 회사의 의도다.



포트폴리오 확대로 위험 분산한 ‘CJ 바이오’

규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산 기지 증설에는 수요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초반에는 후발주자인 만큼 어쩔 수 없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라이신, 핵산, MSG 등부터 생산을 시작했지만 이들 품목에 의존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후발주자가 추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회사는 단순히 생산 능력을 키우는 데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플랜트에서 다양한 품목을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이른바 ‘호환 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먼저, 회사는 파수루안 공장의 규모를 늘려 신규 생산 라인을 만들었다. 라이신 단일 품목만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품목인 트립토판 생산 라인을 증설한 것이다. 품목은 추가했지만 기존 생산라인과 시너지를 통한 비용 절감을 노렸다. 라이신과 트립토판의 원재료가 옥수수 등으로 비슷하고 제조 공정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파수루안 공장은 단일 시설 기준 세계 최대 트립토판 생산 기지로 성장했다. 이렇게 수평적 확장을 꾀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다양성을 높였다. 2013년에는 중국 선양 공장에서 차세대 아미노산으로 주목받는 알지닌과 발린 사업을 시작했고, 2015년부터는 말레이시아 컬티 공장에서 친환경 발효 공법 기반의 L-메치오닌 생산에도 착수했다. 올해도 1997년 핵산 생산기지로 출발했던 인도네시아 좀방 공장에 알지닌/시트룰린/히스티딘 생산 라인을 추가했다.

글로벌 전역에 생산 기반을 확보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업 확장성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었다. 원부재료의 주산지에 인접한 공장을 가동하면서 물류비용 절감을 비롯해 원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각각 지역 사정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수요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위험 요소를 보다 빠르게 제거할 수 있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역사는 ‘포트폴리오 확대의 역사’다. ‘맏형’인 라이신이 2010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1위(생산 규모 기준)에 오르며 기둥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동안 2000년에는 둘째인 ‘쓰레오닌(Threonine)’ 생산이 개시됐다. 이후 CJ제일제당은 트립토판(Tryptophan, 2010년)과 발린(Valine, 2014년) 등의 필수아미노산 양산에까지 성공한다. 2015년에는 메치오닌(Methionine) 생산에 성공하며 글로벌 기업 중 유일하게 6대 필수아미노산 2 (라이신, 메치오닌, 쓰레오닌, 트립토판, 발린, 이소류신)을 ‘친환경 공법’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됐다.

사실 지금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불과 3∼4년 전만 해도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 부문은 고민이 깊었다.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라이신의 공급 과잉으로 글로벌 판가가 하락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1390억 원 수준이던 바이오 사업의 영업이익은 2016년 1420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2017년 1370억 원 수준으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문제는 중국 군소 업체들의 저가 공세였다. 라이신 시장 상황이 좋아지자 군소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가격 덤핑으로 시장을 흐렸다. 전체 판가가 떨어졌고,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수익성도 급격히 악화됐다. 일종의 ‘치킨 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채 10개가 되지 않던 전 세계 라이신 생산업체는 2000년대 중반에는 무려 2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2000년대 후반에는 10개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며 다시 20개를 넘어서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런 위기 속에서 CJ제일제당 경영진은 결단을 내렸다. 주력 제품인 라이신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 규모를 유지하면서 버티되 라이신 의존도는 낮추는 ‘투 트랙 전략’을 택한 것이다. 라이신 시장의 경우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일단 기다리면 거품이 빠지고 메이저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시황은 서서히 회복됐고, 2017년을 기점으로 라이신 판가가 회복하면서 회사는 최후의 승자가 됐다. 이와 동시에 회사는 전체 사료용 아미노산 시장의 다양한 제품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그 결과, 2013년 전체 바이오 사업 매출에서 60%가 넘었던 라이신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30%대로 낮아졌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고수익 제품군인 핵산과 트립토판 등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모두 개선됐다. 2018년 바이오 사업의 영업이익은 1940억 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약 42% 성장했다.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움직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2016년 기능성 아미노산 업체인 하이더(중국), 지난해에는 글로벌 농축대두단백 1위 업체인 셀렉타(브라질)를 인수하는 등 사업 확대를 위한 과감한 투자도 지속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 시장의 흐름이 사료용 아미노산에서 기능성 아미노산으로 확장되는 점을 감안, 발효 공법을 활용한 신규 아미노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에는 기존에 모발 산가수분해 방식으로 만들어온 기능성 아미노산 ‘시스테인(Cysteine)’을 발효공법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어 2017년에는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는 ‘히스티딘(Histidine)’을, 지난해 말에는 근육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아미노산 ‘이소류신(Isoleucine)’을 역시 친환경 발효 공법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발효 기술로 차별화

CJ제일제당이 생산 중인 그린 바이오 품목들은 대부분 발효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발효 기술은 1953년 국내 최초로 설탕을 양산한 CJ제일제당이 60여 년의 역사 동안 축적해 온 핵심 경쟁력이다. 이후 회사가 차별화된 R&D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 과정에서도 이 발효기술이 밑거름이 됐다. CJ제일제당은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경쟁사들이 먼저 진출한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들과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바로 ‘친환경 발효 공법’이다.

아미노산 산업의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상당수 기업은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는 오리나 돼지의 털, 심지어 사람의 털 같은 소재를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방식으로 아미노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달과 함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아미노산이 대세가 되고 있다. ‘5대 아미노산(라이신, 메치오닌, 쓰레오닌, 트립토판, 발린)’ 중 3개 품목(라이신, 트립토판, 발린)의 글로벌 1위 기업이 친환경 발효 공법을 고집한 CJ제일제당이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CJ제일제당은 주요 6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친환경 공법으로 생산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기업이다.

CJ제일제당은 곡물 원재료를 활용한 미생물 발효공법으로 아미노산을 생산하고 있다. 특정 미생물(菌)이 당(糖)을 먹고 아미노산을 만들어내는 성질을 활용, 미생물의 먹이로 당 성분이 풍부한 옥수수 등의 곡물을 제공해 아미노산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발효 공법은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환경 유해 요소를 덜 배출하며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도 원재료인 곡물을 생산하는 데 비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발효가 핵심 기술이다 보니 좋은 품질의 아미노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우수한 균주(菌株) 확보가 중요하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생물 중에 필수아미노산 생산에 필요한 균주를 찾아내는 R&D 경쟁력의 중요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유다. 현재 CJ제일제당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지적재산권은 무려 3000여 개에 이른다.

이 같은 R&D 혁신의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이 바로 2015년 친환경 발효 공법을 적용해 출시한 ‘L-메치오닌’이다. CJ제일제당이 L-메치오닌을 선보이기 전까지 대부분 글로벌 기업은 화학 공법으로 생산되는 DL-메치오닌만을 취급해 왔다. 아미노산에는 천연 아미노산인 L 형태와 합성 아미노산인 D 형태가 있는데, 이 중 L 형태의 아미노산만이 자연계에서 직접적인 단백질 원료로 사용된다. L 형태의 아미노산은 그만큼 대량 생산이 어렵다. 이 때문에 화학 공법을 선택한 대부분 기업이 합성과 천연이 혼합된 DL 형태의 메치오닌만 생산하고 있었다.

특히, 화학 공법을 택할 경우 석유 등 원료로 맹독성 중간체를 거치는 방식으로만 생산이 이뤄졌다. 그나마도 전 세계적으로 4개 업체밖에 취급하지 못하던 품목이었다. 그런데 CJ제일제당은 약 10여 년의 연구개발(R&D) 기간을 거쳐 원당을 원료로 세계 최초의 친환경 발효공법 L-메치오닌 양산에 성공했다. 이 공법은 원료와 생산 과정이 친환경적일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까지 모두 재활용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환경친화적인 아미노산인 셈이다.

CJ제일제당의 L-메치오닌은 본격적인 생산 이후로 학계와 업계로부터 친환경성뿐 아니라 품질 면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L-메치오닌은 DL-메치오닌 대비 ‘상대적 생체이용률(Relative Bioavailability, 체내에 흡수돼 아미노산으로서의 기능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지를 측정하는 척도)’이 20∼40% 이상 우수한 아미노산이란 것도 입증된 바 있다. 연간 약 4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 글로벌 메치오닌 시장의 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특히, 메치오닌은 라이신을 비롯한 다른 아미노산 품목에 비해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에서 메치오닌을 양산하던 기업이 5개였는데, 현재도 7∼8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CJ제일제당의 L-메치오닌은 경쟁 업체와 비교했을 때 기술적인 측면에서 가장 차별화된 제품이기 때문에 머지않은 시점에 여섯 번째 글로벌 1위 품목이 될 잠재력이 있다.


“아직 배가 고프다” 신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

이처럼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생산 역량과 R&D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며 단기간에 글로벌 그린 바이오 기업 반열에 올랐다. 회사는 이런 시장 변화를 선도해 ‘글로벌 No.1 바이오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를 위해 현재 아미노산과 식품조미소재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식물 영양, 질병 대응, 친환경 신소재 등의 혁신적 신규 품목까지 확장하기 위한 R&D를 지속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했듯, 기능성 아미노산 분야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이미 지난 2016년에는 중국의 기능성 아미노산 업체 하이더를 인수하고, 미국의 바이오 기업 메타볼릭스의 지적재산권 등을 사들였으며, 2020년부터는 ‘차세대 식품조미소재’로 불리는 천연 맛 소재 사업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사료용 아미노산과 식품조미소재 여러 품목에서 중국을 비롯한 수많은 경쟁사의 도전을 물리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시장 선점의 중요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 동력인 신수종 사업 분야에 선제적으로 진출, 다른 기업이 경쟁에 뛰어들 의욕조차 들지 않게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게 회사의 의도다.

R&D 투자도 대폭 늘렸다. 2017년 480억 원, 2018년 530억 원 수준이던 R&D 투자 규모를 올해 800억 원 수준으로 늘린 것도 고부가가치 신시장 진출을 위해서다. 회사 내에서 별도의 신설 조직으로 바이오 BU(Business Unit)를 처음 출범시켰던 1999년 말 불과 수십억 원이었던 R&D 투자 규모가 20년 만에 수십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는 글로벌 바이오 사업의 성공 방정식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고도화하면서 회사 안팎에서 R&D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있게 한 생산 역량과 R&D 경쟁력을 별개로 보지 말고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회사 내에 확산된 것이다. 이는 회사 구성원들이 과거 경험을 통해 생산 능력만 확보해서는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로 시장이 혼탁해질 때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고부가가치 사업을 성장시키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원을 다시 R&D에 투자해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선순환이 자리 잡게 된 이유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으로 사료용 아미노산을 비롯한 축산 기반 바이오 시장의 분위기가 약간 가라앉았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은 건실한 기초 체력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과거 몇 번의 위기를 극복해냈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그린 바이오 시장 상황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아미노산 업계 관계자들도 “중국의 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화학적 공법을 사용하는 다른 업체보다 친환경 공법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 한층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나 스마트폰, 조선업이 아닌 바이오 분야에서도 대한민국 기업이 글로벌 1위에 오를 수 있을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CJ제일제당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DBR mini box : 그린 바이오 및 사료용 아미노산 사업 개요

1. 그린 바이오란?
바이오 사업 분야는 크게 레드, 화이트, 그린 바이오 세 범주로 구분된다. 레드 바이오(Red Biotech)는 혈액의 색을 연상할 수 있듯 바이오 제약사업(헬스케어)을 의미한다. 질병의 진단·치료, 호르몬 치료, 바이오 신약 개발, 줄기세포 이용 치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를 하얀색으로 바꾸듯 화이트 바이오(White Biotech)는 바이오 에너지와 환경친화적인 산업용 소재를 말한다. 아직은 전체 바이오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산업·환경 분야에서 이용 범위가 점차 확장되고 있고, 특히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화이트 바이오 산업 발전은 화석연료 수입 감소와 같은 경제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 사료용 아미노산
동물이 먹는 배합사료는 사람이 먹는 ‘밥’에 해당한다. 이런 사료에는 생육에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주로 사료 전문 제조기업들이 동물의 성장 및 특성에 따라 최적의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배합사료를 설계하고 상품화한다. 동물이 곡물이나 잔반, 목초 등을 주로 섭취하던 전근대 축산업과는 달리 현대 축산업에서는 동물에게 배합사료를 먹이는 게 일반적이다. 오늘날 축산업은 ‘우수한 품종의 동물을 빨리, 크게 키우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라이신’이나 ‘메치오닌’처럼 건강하게 잘 자라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필수아미노산을 어떻게 섭취할까? 그린 바이오 산업 분야 핵심 품목인 ‘사료용 아미노산’의 가장 큰 구매처가 어디인지를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약 10조 원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글로벌 아미노산 시장의 ‘큰손’은 초대형 사료 기업들이다. 정밀하게 설계된 사료라고 해도 사료의 주요 원재료인 곡물만으로는 동물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는 부족한 영양소가 있게 마련이다. 이에 사료 기업들은 배합사료에 사료용 아미노산을 첨가해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고 완성형 배합사료를 만들어 낸다. 사료가 ‘밥’이라면 아미노산은 근육을 키울 때 먹는 ‘보충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모든 동물, 특히 가축은 성장을 위해 적당한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그중에서도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20종의 ‘아미노산(amino acid)’은 동물의 생육을 증진하거나 면역 강화, 피로 회복 등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20종 가운데 12종은 동물이 섭취하는 사료를 기반으로 체내에서 합성이 되지만 8종은 그렇지 않아 반드시 별도 섭취가 필요하다. 라이신(Lysine)이나 트립토판(Tryptophan), 메치오닌(Methionine) 같은 필수아미노산 8종이 부족하면 돼지나 닭 등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사람이 비타민을 체내에서 만들어내지 못하고 알약이나 음료 등의 형태로 섭취하듯이 동물들도 필수아미노산을 사료첨가제의 형태로 섭취해야만 한다.



필자소개
이형준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 경영지원실장 hyungjoon.lee@cj.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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