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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아모레퍼시픽 ‘쿠션’ 신제품개발(NPD) 전략

스마트 화장품 ‘쿠션 파운데이션’ 혁신적 카테고리 창출로 1조원 신화 창조

이방실,김상훈,강진아 | 209호 (2016년 9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아모레퍼시픽쿠션화장품 성공 요인

 

세계 최초의 쿠션 화장품인에어쿠션 선블록은 아모레퍼시픽 내 마케팅, 연구개발(R&D) 등 서로 다른 기능부서원들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2008 3월 출시됐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한 혁신적 제품인 에어쿠션을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차별화하려는 노력을 체계적으로 펼쳐왔다. 사업 초기 4년 동안은 아이오페 단일 브랜드에서 쿠션 제품을 만들며 생산 기술 안정화 및 대량 생산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다 2012년을 기점으로 헤라, 라네즈, 설화수 등 다른 브랜드에서도 쿠션 제품을 출시하는 다()브랜드 전략으로 선회해 본격적인 쿠션 확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은쿠션이라는 용어를 각 제품에 일관되게 적용함으로써 지배적인 카테고리 라벨을 구축해 나갔다. 또한 소비자들의 사용 행태 분석에 기초해 쿠션을 자외선 차단제에서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으로 리포지셔닝해 기존 메이크업 사용자들은 물론 비()메이크업 고객들까지 빠르게 흡수했다. 그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메이크업 시장에서 연 매출 1조 원대(소비자가 기준)에 달하는 신규 수요를 창출해낼 수 있었다.

 

편집자주

이 글은 <경영교육연구> 31 4호에 게재된아모레퍼시픽 쿠션화장품의 범주적 차별화 전략(이방실·김상훈·강진아)’ 논문을 요약·발췌해 재구성했습니다.

 

로레알의 명품 화장품 브랜드 랑콤은 2015 1미라클 쿠션이란 신제품을 내놓았다. 미라클 쿠션은 리퀴드 파운데이션을 머금은 스펀지를 휴대용 콤팩트 용기에 담은 제품이다. 랑콤 USA 공식 웹사이트에 소개된 미라클 쿠션의 제품 설명은 이렇게 시작한다. “파운데이션의 혁명이 도래했다. 바로 쿠션에 담긴 액상 메이크업이다(A foundation revolution has arrived - liquid makeup in a cushion).”

 

하지만 랑콤이 말하는 파운데이션의 혁명은 사실 한국의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에서 출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이 소파에 올려놓는 장식용 방석이 아니라 여성들의 메이크업 제품을 뜻하는 단어로도 쓰일 수 있음을 소비자들에게 최초로 각인시킨 업체다. 미라클 쿠션보다 무려 7년을 앞선 2008 3, 이 회사는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이오페를 통해 자외선 차단제와 메이크업 파운데이션은 물론 미백 기능까지 갖춘 신제품에어쿠션 선블록을 출시했다. 유화액(emulsion) 형태의 화장품 내용물을 스펀지에 함침(含浸)시켜 휴대하기 간편한 콤팩트 케이스에 담는다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세계 최초로 적용한 제품이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쿠션화장품을 단순히 독특한 제품 유형 수준을 넘어 새로운 메이크업 카테고리로 확립시키며 한국 여성들의 메이크업 행태를 바꿔놓았다.

 

리서치 전문업체인 TNS코리아가 서울, 인천, 부산 등 국내 7대 도시 20∼50세 여성 800명을 대상으로 2015 1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여성의 75%가 쿠션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쿠션 사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베이스 메이크업 화장품 개수는 평균 2.2개에서 1.7개로 줄었으며, 베이스 메이크업에 소요되는 평균 시간도 기존 13분에서 7분으로 단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휴대하기 간편한 콤팩트 케이스에 자외선 차단, 메이크업 파운데이션, 스킨케어(미백, 주름개선) 등 여러 기능의 화장품 내용물이 담겨 있는 덕택이다.

 

아모레퍼시픽 쿠션 파운데이션

 

불과 8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화장품 카테고리인쿠션은 현재 핵심적인 베이스 메이크업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했다. 쿠션이란 단어는 이제 더 이상푹신푹신하게 만들어진 등받침이나 방석, 혹은 의자나 소파에 집어넣는 솜을 지칭하는 말로 국한돼 쓰이지 않는다. 적어도 한국 여성들에겐리퀴드 파운데이션을 머금은 스펀지 타입의 콤팩트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의 초기 시장 형성에 지배적인 역할을 하며 쿠션을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로 인식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한 해 동안에만 총 3300만 개(해외 시장 판매 물량 650만 개 포함)의 쿠션 화장품을 팔았다. 이는 소비자가 기준으로 1조 원이 넘는 규모다. 작년 말까지 아모레퍼시픽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3개국에서 판매한 쿠션 화장품의 누적 개수는 8000만 개가 넘는다. 쿠션 화장품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하는 ‘100대 혁신기업(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 28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어떻게 쿠션 화장품이라는 혁신적 신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메이크업 카테고리로까지 확립시킬 수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주차 스탬프에서 얻은 영감

 

아모레퍼시픽이 쿠션 화장품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2006 3 LG생활건강이 이자녹스 브랜드를 통해 내놓은 밤(balm) 타입 자외선 차단제화이트 X-Ⅱ 플러스 선밤(이하 선밤)’과 경쟁할 대항마를 내놓기 위해서였다. 이전까지 한국에서 자외선 차단제는 튜브에 들어 있는 유화액 형태의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이 경우 끈적이는 내용물을 짜서 손으로 직접 발라야 하기 때문에 사용 후 손을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자녹스는 밤 타입 내용물을 퍼프로 찍어 바를 수 있는 신제품(선밤)을 출시했다. 당시 한국에선 처음 등장한 제형인 데다 할리우드 스타인 제시카 알바를 광고 모델로 기용할 정도의 공격적 마케팅에 힘입어 이자녹스 선밤은 그해 150억 원(출시 후 10개월간 매출액)의 판매고를 올리며 히트를 쳤다.

 

이자녹스 선밤의 성공에 자극 받은 아모레퍼시픽도 2007 1월 밤 타입 자외선 차단제 개발에 돌입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이오페는 브랜드 콘셉트나 타깃 연령층, 유통 채널 등 모든 측면에서 LG생활건강의 이자녹스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아모레퍼시픽 내 밤 타입 선블록 개발 프로젝트는 아이오페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아이오페 브랜드 매니저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은 서로 긴밀히 협력하며 신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그리고 2007년 여름, 이자녹스 선밤보다 더 가볍게 발리고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밤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 제형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이오페 브랜드 매니저와 연구원들은 이내 또 다른 고민에 빠져들었다. 밤 제형은 퍼프를 사용해 편리하긴 했지만 적당한 양을 취해 얇게 펴 바르기가 쉽지 않았다. 경쟁사 제품보다 시원한 느낌이 있어 상대적으로 잘 발리긴 했지만 그래봤자 기본적으로 밤 타입은 고체 형태 제형이기 때문에 절대적 기준에서 보면 로션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보다 발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수분이 많아 촉촉한 리퀴드 제형과 달리 밤 제형은 매트(matt)한 느낌이 강했다. 심지어 퍼프로 내용물과 얼굴을 번갈아 찍어 바르다 보니 밤 표면에 먼지가 많이 붙어 사용할수록 지저분해 보이는 문제점도 있었다.

 

연구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경쟁사 선밤 제품보다 조금 더 나은 효능의 밤 타입 자외선 차단제를 만들어봤자 소비자에게 근본적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밤 제형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줘야만 소비자에게 혁신적 가치를 줄 수 있다고 보고 브레인스토밍을 거듭하며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문제 해결의 돌파구는 주차 확인 스탬프에서 영감을 얻은 연구원에게로부터 나왔다. 잉크를 머금은 패드를 스탬프로 눌러 종이에 찍듯 액상 자외선 차단제(잉크)를 머금은 스펀지(패드)를 퍼프(스탬프)로 눌러 얼굴에 찍어 바르도록 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스탬프 패드에 적용된 기술을 화장품에 응용하면 액상 제형의 흐름을 통제하면서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결국 이렇게 해서 신제품 프로젝트의 방향은 밤 타입 자외선 차단제가 아닌 스펀지 제형 개발로 바뀌게 됐다.

 

‘흐르지 않는 액체라는 새로운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원들과 브랜드 매니저들은 자외선 차단제 성분을 효과적으로 흡수시킬 수 있는 스펀지 재질을 찾아 나섰다. 스탬프 제조업체, 인형 공장, 소파 공장, 사인펜 제조업체 등 스펀지가 사용되는 거의 모든 곳을 찾아다니며 200여 종류의 스펀지를 확보하고 내용물을 흡수시키는 실험을 3600여 회 진행했다. 그 결과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는 발포 우레탄 폼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스펀지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쿠션 화장품의 핵심 메커니즘, 이른바셀트랩(Cell-trap)’1 기술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최초의 쿠션 화장품에어쿠션 선블록

 

아이오페 브랜드 매니저들은 셀트랩 기술을 적용할 제품의 콘셉트를 자외선 차단, 파운데이션, 미백, 쿨링(cooling) 4가지 효능을 한꺼번에 제공하는멀티 선블록으로 잡았다. 기능성 화장품 이미지가 강한 아이오페답게, 스킨케어부터 메이크업을 아우르는 여러 기능을 한 번에 간편하게 제공하자는 취지에서였다.

 

문제는 제품명이었다. 세상에 없던 제품을 내놓다 보니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에어패드(Air Pad)’ ‘에어터치(Air Touch)’ ‘선패드(Sun Pad)’ ‘쿨링쿠션(Cooling Cushion)’ 등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결국에어쿠션 선블록으로 제품명을 확정지었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무슨 방석도 아니고 화장품 이름이 왜 이렇지?’ 같은 소비자 반응이 나올 것 같다는 우려가 컸다. 실제로에어쿠션이라는 단어를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나이키가 뜨는 상황이었다. 발뒤꿈치의 충격 흡수를 위해 압축 공기가 주입된 주머니를 운동화 밑창에 사용하는 나이키의 기술 때문이었다. 하지만 혁신적인 신제품의 콘셉트와 기능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선 산뜻함과 가벼운 사용감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인에어와 스펀지를 사용한 신제품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단어인쿠션을 합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제품명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아이오페 에어쿠션

 

2008년 출시 첫해 아이오페는 쿠션으로 총 38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이오페의 주요 판매채널인 아리따움과 대형마트 외에 제품의 특징 및 효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홈쇼핑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거둔 성과였다. 당시 아이오페 전체 브랜드의 매출액이 1000억 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단일 품목으로 적지 않은 판매고였다. 하지만 이는 당초 에어쿠션의 개발 계기가 됐던 경쟁제품 LG생활건강 이자녹스 선밤의 첫해 성적표에 비하면 다소 초라한 실적이었다. 물론 당시 각 제품 마케팅 활동에 차이가 컸기 때문에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에어쿠션 선블록이 시장에 나오자마자 엄청나게 히트를 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쿠션 화장품은 생산 공정, 특히 충전(充塡) 공정에서 상당한 기술 진보를 필요로 하는 제품이다. 일반적인 화장품 제조 공정상 충전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 튜브나 병 같은 용기에 적정량의 내용물을 주입하는 비교적 단순한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반면 쿠션은 스펀지에 액상 제형을 고르게 분산시켜 스펀지 깊숙이 내용물을 균일하게 흡수시켜야 한다. 스펀지 중앙부부터 가장자리까지 골고루 내용물이 흡수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내용물을 용기에 짜 넣는 공정에 비해 훨씬 복잡하다. 당연히 이런 충전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설비는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이 자체적으로 특화된 충전 장비를 개발해야 했다. 파운데이션 분포 면적과 입자 간 조밀도를 제어하면서 노즐로 적절한 압력을 가해 스펀지에 적당량의 내용물을 신속하고 균일하게 함침시키는 기계였다.

 

장비 개발도 힘들었지만 그 이후에도 생산 과정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존재했다. 우선 초기 에어쿠션 제품의 영업 마진이 기존 튜브형 자외선 차단 제품의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튜브 용기 대신 이중 밀폐구조의 콤팩트 용기를 사용하면서 부자재 비용이 늘어난 데다 제조 공정이 복잡해 인건비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특화된 충전 장비를 개발했다고는 하지만 스펀지를 내부 용기에 고정시키는 등 상당수 작업은 사람 손을 거쳐야만 이뤄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충전 기술을 안정화(스펀지에 주입하는 화장품 내용물 용량의 오차범위 최소화)하는 데에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홈쇼핑에서 에어쿠션이 인기를 끌며 매번 완판 행진을 이어갔음에도 제품을 무리하게 생산하지 않았던 이유다.

 

에어쿠션 선블록 출시 후 약 2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설비 운영 노하우를 축적한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스펀지당 충전 용량을 2008 12g에서 2010 15g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또한 2011년엔 공장에 쿠션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도입, 에어쿠션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게 됐다. 이처럼 생산 역량을 확충하면서 에어쿠션 판매량은 2008 137000개에서 2009 30만 개, 2010 517000개로 비교적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오다 2011 1725000개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안정적인 대량 생산 체제가 뒷받침되면서 이뤄낸 성과였다.

 

자외선 차단제에서 파운데이션으로 콘셉트 전환

 

2011년 쿠션 단일 품목 매출액이 300억 원을 넘어서면서 아모레퍼시픽 최고경영진은 전사적 차원에서 쿠션의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생산 공정 자동화를 통해 쿠션 양산 역량을 확충한 만큼 아이오페 한 브랜드에서만 쿠션 제품을 내놓는단일 브랜드 집중 전략에서 아이오페 외 다른 브랜드에서도 쿠션을 생산하는()브랜드 확장 전략으로 선회할 수 있는 여건도 어느 정도 조성돼 있는 상태였다. 물론, 다른 브랜드에서도 쿠션 제품을 내놓을 경우 기존 아이오페 선블록 제품의 매출을 갉아 먹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 현상이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유통 채널을 다각화하고 브랜드마다 차별화된 콘셉트로 제품을 기획하면 오히려 쿠션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 경영진은 우선 국내 유통 경로상 아이오페(아리따움, 대형마트 등)와 충돌이 없는 헤라(방문판매, 백화점 등)를 통해 쿠션 확장을 꾀하기로 결정했다.

 

헤라는 자체적인 쿠션 제품 개발에 앞서 아이오페 에어쿠션 선블록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행태 분석에 주력했다. 기존 아이오페 쿠션 화장품과 차별화된 콘셉트의 제품 개발을 위해서였다. 그 결과 헤라는 당시 소비자들 중 상당수가 에어쿠션 선블록 자체에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별도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후 그 위에 에어쿠션 제품을 덧바르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아무리 선블록이라고 말해도 메이크업 기능이 들어가는 순간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순수한 선블록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쿠션을 마치 파운데이션이나 BB크림의 대용품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헤라가 쿠션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 자외선 차단제가 아닌 베이스 메이크업 측면에서 접근하게 만든 계기다.

 

이 같은 인식을 토대로 헤라는 새롭게 출시할 쿠션 화장품의 콘셉트를미스트로 잡았다. 이는 메이크업 파워 블로거 및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쿠션 활용 행태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조사 결과, 당시 블로거들은 쿠션을 사용하기 전 퍼프에 미스트를 뿌린 후 사용하는 걸 최신 메이크업 팁으로 소개하곤 했다. 소위물광’ ‘윤광’ ‘촉광등 자연스럽고 윤기 나는 피부 표현을 위해 쿠션을 사용할 때에도 미스트를 활용해 보라는 아이디어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 역시 미스트를 적극 사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촬영장에 직접 나가 메이크업 전문가들의 행태를 관찰한 결과, 이들은 모델들의 화장이 지워지면 미스트를 뿌려놓고 퍼프로 살짝 지운 후 수정 메이크업을 해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헤라는 전문가들의 메이크업 행태 분석을 통해 도출한 키워드(미스트)를 토대로 2012 4 ‘UV 미스트 쿠션(UV Mist Cushion)’을 출시했다. 베이스 메이크업의 특징을 부각시키기 위해 제품을 컬러와 커버력에 따라 총 6개로 나눴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매력적인 외모와 스타일(attractive look)’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 ‘수분빛’ ‘미스트를 뿌린 듯’ ‘촉광 피부등의 단어를 광고 메시지로 제시하며 감성적 효능(emotional benefit)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는 자외선 차단부터 파운데이션, 미백 등 여러 효능을 단번에 쉽고 빨리 얻을 수 있다며 제품 본연의기능을 강조하던 아이오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었다.

 

헤라 ‘UV 미스트 쿠션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한정판

 

헤라의 UV 미스트 쿠션은 출시 4개월 만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그해 총 159만 개가 팔려나갔고 이듬해인 2013년에는 294만 개로 판매량이 늘었다. 쿠션 제품이 럭셔리 브랜드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프리미엄 제품인 아이오페 쿠션 판매 역시 동반 성장2 , 2012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쿠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6배가 늘었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아니라 베이스 메이크업의 특징을 부각시키면서 얻게 된 결과였다. 이인임 아모레퍼시픽 헤라 디비전 상무는 “UV 미스트 쿠션이 단숨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할 수 있었던 건 고객에 대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베이스 메이크업 관점에서 제시했기 때문이라며그 결과 파운데이션이나 BB크림, 콤팩트 등 기존에 베이스 메이크업을 하던 사용자는 물론 아예 화장을 하지 않던()메이크업고객층까지 빠르게 흡수하며 급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의 쿠션 확장이 헤라의 주도로 이뤄졌다면 해외 시장에서의 쿠션 확장은 라네즈가 주축이 됐다. 아모레퍼시픽 경영진은 쿠션이 한국 여성들의 화장 습관을 바꿔놓았듯이 해외 소비자들의 미용법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보고 가장 글로벌화가 진척된 라네즈를 통해 쿠션을 출시했다. 이에 따라 라네즈는 제품 콘셉트를 개발하는 데 있어 국내 소비자의 니즈만 고려하지 않고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소비자들의 니즈를 광범위하게 고려했다. 그리고 2012스노우 BB 수딩 쿠션(Snow BB Soothing Cushion)’이라는 제품을 출시하며 쿠션 시장에 진출했다. 전통적으로미백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강한 아시아 시장의 특성에 더해 당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불고 있던 BB크림 열풍에 주목해 개발된 제품이었다.

  

특히 라네즈는 한국보다 먼저 해외에서 쿠션을 출시했다. 싱가포르(2012 1)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이상 2012 3), 대만(2012 4)에 먼저 쿠션을 선보인 뒤 한국(2012 5)에 제품을 내놓았다. 쿠션을 테마로 한 TV 광고 역시 국내(2015)보다 해외(2014년 중국, 인도네시아)에서 먼저 시작했다. 인종별로 다른 피부색깔에 맞춰 쿠션 컬러도 다양화했다. 아시아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쓰는 21, 23호 외에 백인들을 겨냥한 11, 히스패닉 계열을 타깃으로 한 33, 35, 흑인에게 적합한 37호 등 총 9개 컬러(2016 5월 기준)를 구비해 놓고 있다. 이처럼 아모레퍼시픽은 아이오페 이외에 헤라, 라네즈 등 다른 브랜드로의 쿠션 확장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을 차근차근 공략하는 전략을 취했다.

 

 

새로운 카테고리로 확립

 

여러 브랜드로의 쿠션 확장과 함께 아모레퍼시픽은 지속적인 제품 리뉴얼과 하위 제품 라인 출시를 통해 쿠션 카테고리를 체계적으로 확립해가는 전략을 취했다. 우선 아이오페의 경우 2012 3월 기존 에어쿠션 선블록을 자연스런 메이크업이 가능한내추럴’, 커버력을 강화한커버’, 반짝이는 피부 표현에 초점을 둔쉬머등 세 가지 하위 라인으로 세분화했다. 2013년엔 제품명을에어쿠션 선블록에서에어쿠션으로 단순화하는 동시에 기존의 자외선 차단 및 미백 기능 외에 주름개선 인증까지 추가로 획득, 에어쿠션의 3가지 라인(내추럴·커버·쉬머) 모두를 3중 기능성 제품으로 발전시켰다. 이로써 아이오페는 기능성 화장품의 선도주자라는 브랜드 본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파운데이션 메이크업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강화시켜 나갔다. 2016 4월에는 전면적인 제품 리뉴얼을 통해 한층 진화된 제품군을 내놓았다. 우선 3차원 벌집 모양으로 표면을 성형한 스펀지를 쿠션에 도입해 제품 성능을 높였고, 제품 라인을 총 4(내추럴 글로우·인텐스 커버·모이스처 래스팅·매트 롱웨어)로 개편했다. 특히 제품 컬러를 명도(明度)는 물론 채도(彩度), 즉 피부 색조(tone)까지 고려해 체계화함으로써 에어쿠션 라인별 컬러 제공 개수를 5개로 늘렸다. 자신의 피부 톤까지 일일이 따져 가며 파운데이션을 고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아이오페는 향후 가능한 컬러 조합 수를 10가지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에어쿠션 팝업 스토어

 

헤라 또한 지속적인 쿠션 리뉴얼을 통해 제품을 다각화하고 있다. 특히 헤라는 내부 조직인메이크업 프로팀소속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 브랜드 매니저들이 긴밀히 협력하며 제품 개선에 힘쓰고 있다. 우선 UV 미스트 쿠션의 경우, 지성 피부 고객을 위한롱스테이(2013 6)’, 건조한 추동절에 적합한울트라 모이스처(2014 9)’ 라인을 새롭게 추가했다. 2015 5월엔 노화방지에 대한 고객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UV 미스트 쿠션과 전혀 다른에이지 리버스 쿠션(Age Reverse Cushion)’을 새롭게 개발했다. 2016 5월엔 기존 UV 미스트 쿠션의 베이직 라인을커버누드두 가지 라인으로 세분화하고 컬러 스펙트럼도 기존의 6가지에서 8가지로 늘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이 밖에 헤라는 해외 패션 브랜드나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을 통해 UV 미스트 쿠션 한정판(limited edition) 라인을 주기적으로 제작하며 다채로운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오주르 르주르(Au Jour Le Jour)와의 협업을 통해 기획한오주르 르주르 컬렉션(2014 4)’, 프랑스 유명 디자이너 올림피아 르탱(Olympia Le-Tan)과의 협업작인올림피아 르탱 컬렉션(2015 4, 2016 4)’, 이탈리아 유명 패션 디자이너 미르코 폰타나(Mirko Fontana) 및 디에고 마르케즈(Diego Marquez)와 공동 기획한 ‘M&D 컬렉션(2015 10)’, 영국의 럭셔리 슈즈 디자이너 니컬러스 컬크우드(Nicholas Kirkwood)와 함께 내놓은헤라×니콜라스 컬크우드 컬렉션(2016 4)’ 등이 대표적 예다.

 

라네즈 역시 각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품 라인을 세분화해 나갔다. 우선 2013년 기존스노우 BB 수딩 쿠션 ‘BB쿠션 화이트닝(BB Cushion Whitening)’으로 개편한 후 2014 5월과 9월에 각각 ‘BB쿠션 포어 컨트롤(BB Cushion Pore Control)’ ‘BB쿠션 안티에이징(BB Cushion Anti-Aging)’을 내놓았다. 화이트닝 라인은 전반적인 아시아권 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킨케어 기능이고, 포어 컨트롤 라인은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의 니즈에 특화된 제품이며, 안티에이징 라인은 중국의 춥고 건조한 지역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 밖에도 아모레퍼시픽은 각 브랜드 특성에 맞춰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며 쿠션을 핵심적인 메이크업 카테고리로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아이오페는 서울 명동에 에어쿠션의 개발 스토리와 진화 과정을 한눈에 보면서 다양한 쿠션 제품들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매장을 꾸민에어쿠션 팝업 스토어 2015 7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단일 품목의 제품을 주제로 플래그십스토어(flagship store) 형태의 매장을 운영하기는 아모레퍼시픽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15 8월 중국 진출을 앞두고 쿠션의 원조 브랜드가 아이오페라는 걸유커(遊客,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각인시킴으로써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쿠션 화장품에 대한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라네즈의 경우 아시아 전역에 쿠션 열풍을 확산시키기 위해 2015 BB쿠션을 테마로 한 글로벌 로드쇼인라네즈 뷰티 로드(Beauty Road)’ 캠페인을 진행했다. 뷰티 로드 캠페인은 아모레퍼시픽 소속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아시아 각국을 방문해 BB 쿠션을 활용한 메이크업 쇼를 선보이고 현지 고객들이 직접 쿠션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였다. 과거 각국 도시에서 산발적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긴 했지만 특정 품목을 주제로 여러 도시를 릴레이로 돌아다니며 진행하기는 뷰티 로드 캠페인이 처음이다. 2015년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등 4개국 7개 도시에서 약 6주간 진행된 뷰티 로드 캠페인에는 약 25만 명의 현지 소비자들이 참여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2015년 라네즈 뷰티로드캠페인(말레이시아)

 

헤라는 2016 5 UV 미스트 쿠션 리뉴얼을 기점으로 ‘UV 미스트 쿠션의 30이라는 캠페인을 온라인상(www.hera-mistcushion.com)에서 진행했다. 헤라의 쿠션 제품을 활용해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메이크업 연출법 30가지를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도움을 받아 제안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헤라의 공식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한 달간 매일 하나씩 공개하는 마케팅 캠페인이었다. 국내 컬러 메이크업의 선도자라는 브랜드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쿠션 룩을 선보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쿠션 메이크업에서의 높은 인지도를 계속 이어간다는 게 헤라의 계획이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기타 브랜드로의 쿠션 확장이 상당 부분 진척된 2014년부터 쿠션 기술을 다양한 포인트 메이크업 제품군으로 확대하고 있다. 맨 먼저 헤라가 2014 3월 쿠션 기술을 아이라이너 카테고리에 적용했고, 곧이어 라네즈가 자외선 차단 및 미백의 2중 기능성 인증을 받은워터리 쿠션 컨실러(2014 4)’를 출시했으며, 아이오페 역시 블러셔 카테고리(2014 5)에 쿠션 기술을 도입했다. 특히 라네즈는 컨실러 외에도 입체적 화장을 위한쿠션 하이라이터(2015 3)’, 목이나 팔에 반짝이는 펄(pearl)감을 줄 수 있는스파클링 바디 쿠션(2016 6)’ 등 파운데이션 이외 제품군으로 쿠션 기술을 확대해 가기 위한 노력을 해마다 지속하고 있다.

  

시사점 및 향후 과제

 

2015년 기준 아모레퍼시픽그룹 전체 매출액(56612억 원) 중 쿠션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그만큼 쿠션이 아모레퍼시픽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쿠션이 처음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 내 핵심 매출원 역할을 했던 건 아니다. 출시 후 처음 4년 동안은 비교적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분수령은 2012년이었다. 쿠션 단일 품목으로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아이오페 이외에 헤라, 라네즈 등 다른 브랜드에서도 쿠션을 출시토록 한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이 급격한 매출 신장을 가져왔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 화장품을 새로운 메이크업 카테고리로 키우기 위해 시기별로 체계적인 전략을 펼쳤다. 우선 아이오페 단일 브랜드에서만 쿠션을 생산한 초기 4년간은 생산 시설 확충 및 충전 기술 안정화에 집중했다. 이후 2012년부터는 쿠션의 브랜드 간 횡() 전개를 실시했다. , 헤라, 라네즈, 리리코스, 베리떼(이상 2012), 아모레퍼시픽, 에스쁘아, 에뛰드하우스, 설화수(이상 2013), 한율, 프리메라, 이니스프리, 마몽드(이상 2014) 등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화장품 브랜드 13개에 단계별로 쿠션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자외선 차단제로 포지셔닝됐던 쿠션을 파운데이션 제품으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시키는 노력을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기존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을 고객 니즈별로 세분화한 것은 물론 아이라이너, 컨실러, 하이라이터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쿠션 기술을 확대 적용하며 메이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현재 쿠션 화장품 시장은 아모레퍼시픽 외에 LG생활건강, 에이블씨엔씨, 네이처리퍼블릭 등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물론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까지 뛰어들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올해 들어선쿠션 전쟁이라고 이름 붙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로레알의 럭셔리 브랜드 랑콤, 에스티로더의 색조 전문 브랜드 맥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한국콜마, 코스맥스 같은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에 의뢰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은 자사의 쿠션 화장품 등록 특허에 대해 업계 최대 라이벌인 LG생활건강(2015 11)은 물론 ODM 전문업체인 코스메카코리아(2016 5)와도통상실시권 허여3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곧 제품 간 기술 수준의 평준화로 인해 품질 측면에서 쿠션의 차별화가 갈수록 힘들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쿠션 화장품을 통해 지속적 성장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이미지, 브랜드 신뢰도, 브랜드 인지도 등 브랜드 자산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관리해야 한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각 브랜드별 자산 관리에 더욱 힘써 그에 맞는 적절한 마케팅 활동을 병행해 나가야 쿠션 화장품에서 확립해 놓은 선도자의 우위(first-mover advantage)를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쿠션 화장품의 위상을 어떻게 공고히 해나갈 것인가도 향후 헤쳐나가야 할 과제다. 이들은 전 세계에 걸쳐 구축돼 있는 폭넓은 유통망을 통해 해외 각지에서 쿠션 화장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중국,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시장에 비해 북미, 유럽 등 선진 화장품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아모레퍼시픽이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들과 맞서 어떻게 해외 쿠션 시장에서도 지배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각국 현지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파악해 이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과 더불어 보다 폭넓은 글로벌 유통망 구축에 나섬으로써 다양한 연계 접점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모레퍼시픽 쿠션 화장품의 성공 요인

 

Gourville(2006)4 은 소비자에게 요구되는 행동 변화 정도와 제품 혁신성의 수준에 따라 신제품의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며 신제품을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구체적으로 (1) 소비자에게 요구되는 행동 변화 수준과 혁신적 가치가 모두 낮은손쉬운 판매(easy sells)’ 유형, (2) 사용자의 기존 습관을 크게 바꿔야 하지만 혁신성은 미미한확실한 실패작(sure failures)’ 유형, (3) 사용자들에게 요구되는 행동 변화와 혁신성 모두 큰힘겨운 싸움(long hauls)’ 유형, (4) 사용자들에게 요구되는 행동 변화는 적지만 혁신적 가치는 큰대성공(smash hits)’ 유형으로 세분했다. 이 중 쿠션 화장품은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혁신의 가치는 매우 크지만 사용 방식은 기존 콤팩트 제품을 사용할 때와 다르지 않아대성공유형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아모레퍼시픽 쿠션 화장품의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해볼 수 있다.

 

①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한 융합형 신제품 개발

쿠션이 등장하기 전까지 콤팩트 화장품은 가압 성형된 파우더나 고형 밤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액체를 그대로 콤팩트에 담으면 내용물이 흐르기 때문에 가지고 다닐 수가 없어서다. 이로 인해 콤팩트 화장품은 휴대성은 좋지만 얼굴에 바를 때 뭉치기 쉽고 사용감도 건조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반면 에멀전 형태의 제품은 발림성도 좋고 촉촉한 사용감이 특징이지만 대부분 병이나 튜브에 들어 있어 휴대하기 불편했다. 더욱이 액체 제형의 특성상 주로 손으로 제품을 발라야 해 제품 사용 후엔 손을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한마디로 각 유형마다 장단점이 존재해 하나의 제품에서 두 유형 제품의 장점만을 취하는 건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다.

 

이 같은 선입관은 쿠션의 등장으로 깨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스펀지와 리퀴드 제형의 결합을 통해흐르지 않는 액체를 개발함으로써 서로 상충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혜택(콤팩트 제품의휴대성’ vs. 리퀴드 제품의발림성’)을 동시에 제공하며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범주가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소비자에게 기존 제품보다 뛰어난 편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혁신적 신제품의 수용 및 확산에 있어서 사용 편의성은 결정적 역할을 한다.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화장품은 바로 사용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신제품 개발을 추구했고, 그 결과 성공적인 범주화를 위한 기본 토대를 만들 수 있었다.

 

 

② 일관된 네이밍 통해 지배적 카테고리 라벨 확립

Suarez and Grodal(2015)5 은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때 효과적인 카테고리 라벨은 시장 성공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참신함(novelty)과 익숙함(familiarity)을 모두 갖춘 카테고리 라벨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로 이들은스너퍼(snurfer)’의 실패와스노보드(snowboard)’의 성공을 꼽았다. 스노보드의 원형인 스너퍼는 1966년 발명가 셔먼 포펜이 개발해 특허까지 받았지만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건 1977년 제이크 버튼 카펜터가 창업한 버튼스노보드(Burton Snowboards). 버튼스노보드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스노보딩 시장의 선도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선하지만 익숙하지 않은스너퍼대신 참신하면서도 친숙한스노보드라는 카테고리 라벨을 도입한 공이 크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화장품 역시쿠션이라는 범주적 속성(제품 유형)을 강조한 카테고리 라벨 전략을 통해 시장에서 성공한 경우다. 2016 5월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13개 화장품 브랜드에는 총 54개의 쿠션 제품 라인이 존재한다. 어느 하나 똑같은 제품명이 없지만 모든 제품에 일관되게 붙는 단어가 있다. 바로쿠션이란 단어다. , ‘에어쿠션’ ‘UV 미스트 쿠션’ ‘BB쿠션’ ‘커버 파우더 쿠션등 각 라인별 특성을 나타내주는 앞 단어는 모두 다르지만 쿠션이라는 단어는 계속 붙어 있다. 이 같은 일관된 네이밍 전략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은쿠션이라는 지배적인 카테고리 라벨(dominant category label)을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지배적인 카테고리 라벨은 새로운 유형의 제품에 내재된 불확실성과 혼란을 줄여줘 소비자들에게 해당 제품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 제품이고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이해시킬 수 있다. 쿠션 화장품 역시 스펀지(쿠션)라는 신개념 제형을 카테고리 라벨에 내세우면서다양한 효능을 갖춘 화장품을 촉촉하게 바를 수 있도록 휴대가 간편한 콤팩트 용기에 담았다는 분명한 가치 제안을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

 

③ 사용자 행태 분석에 기반한 제품 리포지셔닝

아모레퍼시픽은 2008년 처음 쿠션을 내놓았을 때 자사 제품을 선블록으로 포지셔닝했다. 애초에 경쟁사 선밤 제품의 대항마로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됐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생소한 카테고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카테고리(자외선 차단제)와의 연결고리를 강화시키는 접근을 취했다. , 쿠션을 선블록이라는 제품 유형에 파운데이션, 미백 등 부가적 기능이 추가된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킴으로써 자칫 지나치게 혁신적인 제품이 초래할 수 있는 지각된 위험(perceived risks)을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 이에 따라 제품명에쿠션이라는 범주적 속성이 드러나는 단어와 함께선블록이라는 단어를 함께 명시해 소비자들이에어쿠션 선블록이라는 융합형 신제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쿠션의 전사적 확장 방침을 통해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겠다고 결정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은 제품 포지셔닝 전략에 변화를 가했다. , 쿠션이 자외선 차단과 베이스 메이크업, 스킨케어 등 여러 가지 기능을 한꺼번에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편의상선블록으로 분류하고 제품을 마케팅하기보다는 실제 소비자들이 쿠션을 어떤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은 소비자들의 쿠션 사용 행태를 분석했고, 사용자들이 쿠션을 자외선 차단제가 아닌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처럼 사용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 결과, 헤라를 필두로 라네즈, 설화수 등 각 브랜드별로 쿠션 제품 라인을 확장해 나가는 데 있어서 파운데이션, BB크림, CC크림 등 베이스 메이크업 속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심지어 맨 처음 쿠션 화장품을 자외선 차단제로 포지셔닝했던 아이오페 역시 기존 제품명에 포함돼 있던선블록이라는 이름을 떼어 내고 메이크업 속성을 강화한 하위 제품 라인을 선보였고, 체계적인 파운데이션 컬러 매트릭스(matrix)를 선보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그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쿠션 제품의 콘셉트를 선블록에서 파운데이션으로 리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했고, 기존에 파운데이션을 사용하던 소비자는 물론 화장을 하지 않던비고객군(non-customers)’까지 빠르게 흡수하며 급성장할 수 있었다.

 

이방실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김상훈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profkim@snu.ac.kr

강진아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 profkang@snu.ac.kr

 

 

생각해볼 문제

 

1.우리 회사에서는 신제품 개발 시 사용편의성을 얼마나 중시하는가? 무조건 많은 기능과 속성을 탑재하는 데 급급해 정작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데 소홀하고 있지는 않은가?

 

2.신제품에 이름을 붙일 때 어떤 기준과 프로세스를 통해 정하는가? 신제품의 범주적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명명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3.우리 회사의 제품 포지셔닝 전략은 얼마나 역동적인가? 소비자들의 실제 제품 사용 행태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적절한 리포지셔닝이 이뤄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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