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Mini Case Study: CJ오쇼핑의 태국 진출 전략

빠른배송,마음 편한 반품… 넓은 국토, 착한국민, 태국을 사로잡다

204호 (2016년 7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CJ오쇼핑의 태국 합작법인 GCJ는 태국 진출 4년 만에 현지 홈쇼핑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앞선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체들도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홈쇼핑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태국 진출에 성공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인정받고 있다. GCJ의 성공요인은유사점과 차별점의 균형적 포지셔닝초기 단계 전략적 파트너 선정철저한 고객지향성내부에 브랜드 마니아 만들기 등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한성희(한양대 경영학부 3학년), 정우성(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허재석(성균관대 경영학과 3학년), 손지현(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태국은 동남아 중심의 전략적 위치와 발달된 간접자본, 개방된 경제 덕분에 비즈니스하기 매력적인 나라로 꼽힌다. 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고 정치가 불안정하다는 한계가 지적되기도 하지만 6500만여 명의 인구와 잠재적인 성장 모멘텀을 고려하면 여전히 기업이 진출해볼 만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처럼 큰 규모와 높은 정도의 시장 개방 수준에 매료돼 많은 국내 기업들이 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가전기업, 철강기업, 건설, 무역 등 여러 부문의 기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CJ오쇼핑이 진출 4년 만인 지난해 태국 시장 1위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태국 유통시장이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냈다. CJ오쇼핑이 해외법인 가운데서도 가장 빠른, 28개월 만에 월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2012년 진출 첫해부터 줄곧 매출이 174%, 75%, 52%씩 성장하며 지난해에는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2014 4월에는 지상파와 인접한 채널을 확보하며 앞으로의 성장 전망을 밝게 했다. 최근 3년 동안 태국 홈쇼핑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커진 것도 긍정적이다. 휴대전화나 TV 등 가전제품이나 제조 상품의 선전이 아니라 홈쇼핑 같은 서비스업이 한국에서와 같은 사업 모델로 외국에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태국에서 선전하는 CJ오쇼핑의 비결을 분석했다.

 

ASEAN 경제 허브, 태국으로 나가다.

CJ오쇼핑은 2004년 국내 홈쇼핑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중국 동방CJ를 시작으로 중국 천천CJ, 인도 샵CJ, 일본 CJ프라임쇼핑, 베트남 SCJ, 멕시코 CJ그랜드쇼핑 등을 잇달아 개국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태국에 진출할 때는 그동안 쌓은 자사만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했다.

 

 GCJ 앞에서 직원들이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우선태국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가여부를 따졌다. CJ오쇼핑은 해외 진출의 기본 요건으로 1인당 GDP 5000달러 이상이 되는가, 유통시장의 규모가 충분한가 등을 판단했다. 비즈니스와 관련해 법적인 부분이 안정돼 있는가, 배송 인프라가 어느 정도 충족돼 있는가, 결제 시스템은 안전한가, 유통시장은 충분히 발달했는가 등의 요소도 고려했다. 이런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CJ오쇼핑은 태국은도전해볼 만한 나라라는 결론을 내렸다.

 

태국 진출을 결정하고 약 3년 동안 시장조사를 했다. 시장을 조사하면서 동시에 합작 파트너를 찾는 일도 했다. 영향력이 큰 미디어 기업을 중심으로 물색했다. 그러던 중 태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이자 콘텐츠 업체인 ‘GMM GRAMMY’로부터 협업 제안이 들어왔다. GMM GRAMMY는 태국에서 5개 채널을 보유한 플랫폼 사업자이자 수많은 인기 스타를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그룹이기도 했다. GMM GRAMMY와 손을 잡으면 GMM GRAMMY가 가진 인지도와 신뢰감, 또 콘텐츠와 스타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CJ오쇼핑은 2011 10 GMM GRAMMY와 파트너 제휴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CJ오쇼핑의 태국 합작법인 ‘GCJ’가 탄생했다.

 

 

좌충우돌 태국 진출

2012 6월 태국에서 첫 방송을 시작했다. 태국 비즈니스를 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일은 사람을 뽑는 일이었다. 태국은 홈쇼핑 문화가 대중화된 나라가 아니다. MD, 방송 지원 인력 및 콜센터 직원을 뽑아 처음부터 다시 교육을 해야 했다. 현지 직원 60여 명을 고용해서 본격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현지에 파견된 CJ오쇼핑 직원들이 한 부서를 맡아 교육을 진행했다.

 

충분히 교육을 시켰다 하더라도 한국과 똑같이 생방송으로 홈쇼핑을 진행하는 것은 리스크가 컸다. 방송 초반에는 모든 방송을 녹화로 진행했다. 개국 당일 첫 방송은 삼성전자 40인치 LED TV로 했다. 한화로 약 120만 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이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고가의 제품을 선정했다.

 

1시간 동안 방송을 내보냈는데 총 3대가 팔렸다. 이 중 GCJ 직원이 두 대를 샀다. 야심차게 준비한 첫 방송에서 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산 현지 고객은 사실상 한 명인 것이다. 현지 파견 직원들은 당혹스러웠다. 방송 첫날 매출은 기대했던 것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태국시장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직원들은 다시 심기일전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부터 GCJ는 매주 직원들을 모아놓고 치열한 주간회의를 했다. 일평균 주문량, 매출, 실적, 주간목표 달성률 등을 구체적으로 꼼꼼히 살피고 토론을 했다. 정량적인 평가 외에 고객으로부터 받은 피드백도 모두 확인했다. 매주 열리는 회의를 통해 매출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태국 현지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를 축적해 나갔다. 이렇게 얻은 자료들은 바로 다음 방송에 적용했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실전은 쉽지 않았다. 매일 예상하지 못한 반응과 마주쳤다. 우선 한국에서 인기가 좋다고 해서 태국에서 다 잘되는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건강 보조 식품의 경우 태국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다. 건강 관련 제품의 규제가 엄격해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쇼호스트가콜라겐이 여성 피부에 좋다’ ‘비타민이 활력을 찾아준다’ ‘홍삼이 건강에 좋다는 말을 했다가는 방송 정지를 당할 수 있다. 반면 태국에서는 제비집 음료가 인기가 좋다. 제비집은 태국에서 아주 보편적인 식재료라 쇼호스트가 굳이 효과를 언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교환·반품 적극 환영 + 빠른 배송 서비스

GCJ에서 태국에 진출한 후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바로 교환·반품과 빠른 배송이다. 이는 현지 업체의 취약한 점과 동시에 GCJ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했다. 태국에서는 어느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더라도 반품이 쉽지 않다. 구입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고, 사용한 적도 없고, 영수증도 갖고 있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콕의 고급 백화점, 대형마트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런 문화 때문에 태국 소비자들은 물건을 사는 일에 상당히 신중하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GCJ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GCJ는 통상 기업들이 하는 것과 반대의 전략을 취했다. 반품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높이는 것이었다. 교환이나 반품이 두려워 아예 주문을 안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일단 써보고, 마음에 안 들면 무료로 언제든 교환·반품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번은 GCJ 직원이 고객에게 전화해주문하신 제품이 마음이 드시나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고객이바로 고장이 나서 못 쓰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한국이라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태국에서는 이런 일이 많다. 아예 물건을 못 받아도 불평 전화를 하지 않는다. 물건을 받고, 물건 값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번 구매한 물건을 다시 돌려보내는 것을 실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과 태국의 주문성사율을 비교하면 태국이 한국보다 1.5배 이상 높다. 주문성사율은 홈쇼핑 회사에 전화를 한 고객 중에 실제로 주문을 한 고객의 비율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보통 전화 두 통 반을 받으면 한 건의 주문이 성사된다. 그런데 태국에서는 주문성사율이 세 통을 받으면 약 두 건의 주문이 성사된다. 궁금한 점이 생겨서 전화를 해놓고 물건을 사지 않으면 실례라고 여기기 때문에 태국의 주문성사율이 높다. GCJ는 고객들에게 물건을 받은 후 15일 이내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환·반품이 가능하다고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처음에 직원들은 반품이나 교환을 거절하는 것이 회사에 득이 된다고 생각해 반품을 거절하는 일도 있었다. 성낙제 GCJ 법인장은 직원들이 교환·반품을 거절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교육을 시켜야 했다.

 

상품을 반품하거나 교환하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다보니 GCJ에서는 특히 패션 상품을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다양한 색상과 사이즈 때문에 고객들은괜히 잘못된 색상과 사이즈를 골랐다가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홈쇼핑 방송 내내 상세하게 제품 설명을 했는 데도 불구하고 매출이 예상보다도 적었다. GCJ는 방송 내내 “GCJ는 고객 여러분의 믿을 수 있는 이웃이자 친구입니다. 문제가 있을 경우 전화주시면 반품해 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렸다.

 

 

이렇게 하자 서서히 소비자들로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제품에 대한 단순 문의전화가 늘면서 주문성사율이 떨어지고, 교환·반품 전화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히려 매출은 증가했다. 홈쇼핑에 대한 고객의 불신과 두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시행하는 다른 전략은자발적 리콜이다.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하고 문제가 있으면 고객의 요구가 없더라도 먼저 상품을 리콜한다.

 

GCJ가 또 하나 중점을 둔 것이 바로빠른 배송 서비스. 태국의 국토 면적은 한국보다 다섯 배나 크고 교통 및 배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소비자들은 주문부터 배송까지 일주일 넘는 시간이 걸려도 불평하지 않는다. 일주일 안에 제품이 오면잘 왔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GCJ는 배송 시간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전체 주문 고객 중 80%가 사흘 이내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자 홈쇼핑 소비자들 사이에는 “GCJ의 배송이 아주 빠르다는 입소문이 서서히 나기 시작했다. 현지 업체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발견한 것이다.

 

 

 GCJ 물류창고

 

태국 맞춤형 홈쇼핑

‘차별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현지화. 현지에 완전히 녹아들지 않고는 성공하기 어렵다. GCJ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사의 장점을 현지에 적절하게 녹일 수 있도록 했다. 기본적으로는 태국에 CJ오쇼핑의 강점인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Shopping+Entertainment)’적인 요소를 적용했다. 쇼퍼테인먼트는 단순히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패션쇼, 요리 강습 등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강조해 제품의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기존 방송보다 시간을 길게 하는 것도 CJ의 노하우였다. 제품을 충분히 노출시켜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함이었다. 현지 쇼호스트 교육을 통해 제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미있게 소개하도록 했다.

 

   GCJ의 인기 아이템뮤직박스

 

쇼퍼테인먼트를 현지에 잘 녹이고 홈쇼핑 한류를 이끌기 위해더 쇼호스트라는 TV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한국의슈퍼스타 K’ 형식의 한국형 콘텐츠를 도입해 만든 쇼호스트 선발대회로 GMM GRAMMY의 지상파 TV를 통해 태국 전역에 방영됐다. 기존 홈쇼핑과 달리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더한 한국형 홈쇼핑의 인기 덕분에 홈쇼핑 쇼호스트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다. 지역예선에서 8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었고,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지상파 평균 시청률을 상회할 정도였다.

 

방송의 방식은 한국식이지만 제품 구성 및 마케팅 관점에서는 완전히 태국식으로 진행했다. 처음에 의류 제품의 판매가 부진했던 이유는 바로 사이즈 때문이었다. 태국에서는 자신의 의류 사이즈를 모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대부분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신발을 신어보고 사기 때문에 굳이 자신의 사이즈를 기억하지 않는 것이다. 언더웨어 상품도 마찬가지였다. 사이즈별로 여러 가지 상품을 내놓았는데 전반적으로 판매율이 저조했다.

 

방송이 끝나고 소비자 조사를 해보니사이즈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GCJ는 의류 방송에서 사이즈 프리(size-free) 제품 비중을 크게 늘렸다. 예상대로 태국 소비자의 평균 체형을 고려해 한 사이즈만 내놓는 사이즈 프리 제품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CGJ 매출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프라이팬 등 주방가전이다. 한국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해피콜이 태국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인기 제품군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넓고 편편한 프라이팬이나 냄비가 인기다. 태국에서는(WOK)’이 큰 인기다. 웍은 홈이 깊은 프라이팬이다. 태국 시장에 대해 조사하면서 웍이 대중적인 주방용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태국과 한국은 음식 문화가 달랐고, 이것이 주방용품의 사용에서도 드러난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고기나 채소를 구워먹거나 아예 탕으로 요리해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태국은 튀기는 요리, 국물이 있더라도 한국 음식보다 적은 것들이 많았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조리기구로는 태국 음식을 제대로 요리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보관용기 소재로 주로 쓰이는 스테인리스도 태국에서는 조리 용기로 많이 쓰인다. 이처럼 태국의 요리문화를 이해하고 상품을 구성하자 관련 상품의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국에는 없는 아이템뮤직박스도 태국에서는 인기다. 뮤직박스는 100개 이상의 노래가 담긴 오디오다. 태국 소비자들은 MP3를 통해 노래를 다운받지 않고 인기 노래가 수백 곡 들어 있는 뮤직박스를 사서 듣는다. 인기곡의 저작권 상당수를 GMM GRAMMY가 갖고 있다보니 GCJ에서 음악을 선별하는 것이 수월했다. 방송에서는 태국의 인기 트로트 가수를 출연시켜 소비자의 호응도를 높였다. 성낙제 GCJ 법인장은 “GMM GRAMMY의 콘텐츠와 연예인이 GCJ에 출연하곤 한다. GMM GRAMMY와의 제휴가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처음과 달리 지금은 현지 브랜드 비중이 7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성 법인장 및 MD들이 계속해서 현지 문화를 파악하고 이해하면서 태국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찾고, 발굴한 덕분이다. GCJ를 통한 매출이 반응을 얻자 현지 브랜드들도 적극적으로 GCJ를 찾아오고 있다. GCJ에서 단순히 신규 바이어를 발굴하고 제품의 질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컨설팅 개념의 상담도 같이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GCJ를 찾는 이들이 더욱 늘었다. GCJ MD와의 회의를 통해 자사 제품의 부족한 점이나 개선이 가능한 부분 등에 대해 알 수 있게 되면서 일부러 GCJ를 찾는 것이다. 처음에는 방송에 내보내기에 부족했던 제품이 GCJ MD의 컨설팅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경우가 많다.

 

 

소비자의 목소리가 정답

GCJ는 현지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 우선 필요할 때마다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소비자의 반응을 살폈다. 고객들의 코멘트와 조사결과가 일정 점수 이하로 나오면 바로 별도 회의를 한다. 고객 피드백 결과를 단순히 GCJ 내부에서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 업체와도 공유한다. 그래서 협력 업체로 하여금 물건 구성이나 가격대를 조정하도록 한다.

 

설문조사나 전화조사를 해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알기는 아주 어렵다. 특히 태국에서는 상대방이 기분 나쁜 말을 하지 않는끄렝자이()’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태국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하는 것을 아주 큰 실례로 여긴다. 이런 관점에서 소비자들도 기업에 나쁜 말을 잘 하지 않는다. 항상 제품에 대해서 생각는 것보다 더 높은 평가를 준다. 한국에서는 소비자만족도가 3.5점 정도면 아주 높다고 생각하는데 태국에서는 평균 4점이 나온다. 때문에 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단순 조사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직접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속 안에 있는 내용을 끄집어내야 한다.

 

GCJ ‘FGI인사이트그룹을 운영한다. FGI (Focus Group Interview)는 표적집단 면접법으로 소비자 리서치에서 흔히 쓰이는 방법 중 하나다. GCJ는 매주 VIP 5∼6명을 불러 그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기존 방송에 대한 불만뿐만 아니라 앞으로 소개할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공유한다. 제품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방송, 콜센터, 배송, 상품 등 모든 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소비자를 수동적인 객체가 아니라 적극적인 주체로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표적집단을 교체한다.

 

한 달에 한 번씩은 VIP 혹은 불만 고객의 가정을 직접 방문한다. 이를 통해 GCJ VIP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불만 고객과는 관계 개선에 나선다. 고객들은 집까지 찾아온 GCJ 직원에게 평소에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의견을 낸다. VIP업무를 마치면 보통 밤 12시에 집에 온다. 그러면 다음 날 늦게 일어나는데 오전에 오는 택배기사의 방문이 영 달갑지 않다. 택배기사가 오후에 오면 좋을 것 같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면 GCJ는 배송기사에게 말해 이 VIP에게는 다음부터 오후 시간에 방문하라고 한다. 작지만 사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GCJ는 계속해서 소비자를 확대시켜 나갔다.

 

  GCJ 쇼호스트들

 

이런 여러 가지 활동 덕분에 GCJ 2014년 경쟁 기업을 누르고 태국 1위 홈쇼핑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성 법인장은앞으로 인터넷 및 모바일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채널 인지도를 80% 이상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 문화뿐만 아니라 산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한류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성공요인 및 시사점

 

세계적인 저성장기나 불경기에서는 단순히 제품 하나를 판매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유통채널과 같은 복잡한 비즈니스 시스템으로 성공하기란 더욱 어렵다. 이런 면에서 진출 4년 만에 태국 1위 홈쇼핑으로 등극한 GCJ의 성공은 많은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탁월한 균형적 포지셔닝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실행하는 작업 중 하나가포지셔닝이다. 포지셔닝은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고객의 마음속에 심는 것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포지셔닝을 할 때 기업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차별점(point of difference)’유사점(point of parity)’ 중 어느 하나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것이다.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최적의 포지셔닝은 차별화와 현지화를 적정 수준에서 동시에 가져가는 것이다.

 

 FGI 인사이트 그룹 미팅 현장                                   GCJ CSR 활동

 

 

이런 면에서 GCJ는 차별화와 현지화의 균형된 포지셔닝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차별화에서는 역발상적 시도가 돋보인다. 구입 후 15일 내에 무조건 반품을 허용한 정책은 태국에 고착화된 거래문화를 긍정적으로 역행한 것이다. 반품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것은 여느 기업에서 하기 힘든 역발상적 용기다. CJ오쇼핑의 강점인 쇼퍼테인먼트를 성공적으로 이식한 점도 눈에 띈다. 국가를 불문하고 모기업의 차별화된 핵심 콘텐츠를 안착시켜나간 점은 CJ오쇼핑만의 글로벌 진출 노하우가 잘 적용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초기 단계 전략적 파트너 선정 해외 진출 초기에 합작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처음부터 혼자 가서 다 가지는 것이 아니라 험지에 갈 때 함께 가서 나눠 갖는 것이 요즘 경영 환경에 부합되는 전략이다. GCJ의 성공도 명민한 파트너십의 결과라고 본다. 쇼퍼테인먼트라는 CJ오쇼핑의 전략방향과 일치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그룹을 살펴본 뒤 GMM GRAMMY를 선택한 것은 조급한 대박을 꿈꾸기보다 안정적인 미래 성공을 내다보는 선택이었다.

 

진정 어린, 그리고 철저한 고객 지향성 GCJ의 성공에서 우리는 실천적 고객지향성을 찾을 수 있다. FGI인사이트 그룹을 운영한 점은 고객을 지향한다는 GCJ의 진정성이 나타난 실체적 시스템이다. 고객 스스로가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런 기회를 다른 방식으로 넓혀간 점이 긍정적이다. 단순히 상품 얘기에만 그치지 않고 방송, 배송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스템 전반에 대해 귀 기울인 점은 상품 위주의 기존 FGI 틀을 벗어난 긍정적 시도로 보인다.

 

직접 고객 가정에 방문하면서까지 다양한 고객의견을 듣고자 한 점은 단발적 고객지향이 아닌 정말 뼛속까지 철저한 고객지향임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VIP에서 불만고객에 이르기까지 자사 브랜드에 대한 소위빅마우스라고 할 수 있는 고객들에게 찾아간 점은 철저한 고객지향성을 실천한 사례로, 많은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부에 브랜드 마니아 만들기 외부 브랜딩이 외부 고객, 즉 소비자를 상대하는 일반적 브랜드 관리 활동이라면 내부 브랜딩은 내부 고객인 회사 내 임직원을 상대로 한 브랜드 관련 활동을 의미한다. 내부 브랜드 관련 활동은 회사 내에 자사 브랜드에 대한 마니아를 만드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조직문화 관리가 HR 측면에서도 성과를 가져오지만 외부 고객과의 밀접도가 높은 업종의 경우, 조직문화가 외부 고객 이미지형 성에 전이돼 브랜드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GCJ는 내부 브랜딩의 성공을 통해 탄탄한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높은 브랜드 가치를 실현했다. 무엇보다 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지 직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조직문화를 형성시킨 점이 돋보인다. 라인(LINE)을 통해 격의 없는 진정한 소통의 문화를 실현한 점도 긍정적이다. 이처럼 회사 내부의 다양한 HR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 스스로가 브랜드 마니아가 되면 그 기운은 고스란히 외부 고객에게 전달된다. 내부 직원들이 회사 밖에서 열렬한 충성고객으로서 회사에 매출, 이익, 브랜드자산 증가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DBR mini box

 

GMM GRAMMY 소개 및 회장 인터뷰

GMM GRAMMY는 태국에서 가장 큰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1983년 창립했다. 태국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70%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 설립자이자 대표인 파이분 담롱차이탐(Paiboon Damrongchaitham·사진) 회장을 만났다.

 

CJ오쇼핑과의 합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전부터 홈쇼핑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다.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그 꿈을 서랍 속에 넣어뒀다. 2008년쯤에 다시 홈쇼핑 비즈니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에서는 미국 기업인 QVC보다 CJ오쇼핑이 훨씬 더 잘하고 있었다. 마침 CJ오쇼핑이 태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

 

태국에서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했다. 태국 진출을 계획하는 한국 기업에 조언해 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소비자들은 물건을 받고 현금을 건네는 결제방식에 익숙하다. 한국처럼 물건을 받기 전에 미리 결제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카드 결제가 흔하지 않다. 그래서 홈쇼핑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배송기사가 상품을 전달하고 돈을 받는 식이다. 한국과 다른 점이다. 또 하나 더하자면, 태국 사람들의 미소에 대한 것이다. 태국 사람들의 미소는좋다는 긍정의 뜻일 수도 있지만이해가 안 간다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태국 사람들은 뭔가가 명료하지 않을 때도 미소를 짓는다. 소비자가 웃고 있다고 해서다 좋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태국에서 비즈니스를 잘하려면 현지 파트너를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면 현지의 문화 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한국 기업은 태국을 하나의 별도 시장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동남아 시장으로 묶어서 생각하는 것 같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나 베트남이나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태국은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와 완전히 다른 나라다. 태국의 복잡다단한 면을 이해해야 한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marnia@dgu.edu

 

여준상 교수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