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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스타트업 Case Study: 비트

"음악은 좋지만 찾아 듣긴 귀찮아" 비트, 게으른 사용자를 공략하다

최기영 | 204호 (2016년 7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음악의 소비 행태가 음반이나 음원을 직접 다운로드하는 방식에서 스트리밍으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특히 스트리밍 라디오 앱 서비스인비트를 운영하는 비트패킹컴퍼니는 음악은 듣지만 굳이 돈을 주고 유료 스트리밍 혹은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지는 않는 이른바게으른 청취자에 주목했다. 음악을 찾아 듣지 않는 이들 게으른 청취자를 위해 비트는플레이리스트라는 기능을 통해 선곡의 고민을 덜어줘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시대, 음악 소비 방식이 변했다

 

세계 3대 음반사 중 하나인 미국의 워너뮤직은 2015 1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음원 사업 사상 처음으로 스트리밍 매출이 다운로드 매출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1990년대 후반까지 스트리밍 방식의 음원 소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 내외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워너뮤직의 이번 실적발표는 음원을 소비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기존 아날로그 방식을 CD 플레이어를 통한 MP3 형식의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방식이 대체하고, 더 나아가 이제는 스트리밍 형태로 음원의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과거 가요의 인기 여부 판단을 위해 주로 지상파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 차용된 반면 현재는 멜론, 벅스, 지니 등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음원 차트가 가요의 인기 여부 판단에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이는 모바일 중심 시대에 필연적으로 나타난 자연스런 현상이다. 또한 초고속 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소비자는 원하는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을 필요 없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기존 다운로드 방식하에서 이용자들이 음원을 듣기 위해서는 곡 또는 앨범 단위의 구매가 이뤄져야 했으며 음원 파일에 대한 저장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한다.

 

또한 과거에는 메가 히트 형식으로 신규 곡들이 수개월 이상 꾸준히 사랑받았던 반면 현재는 1∼2주 내에 가요 순위가 요동치는 등 히트곡의 수명이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특정 음원에 대한 충성도가 감소함에 따라 소비자가 음원을 소비하는 주기는 지속적으로 짧아지고 있다.

 

이는 대용량 고음질 음원파일에 대한 소유 및 저장 유인이 줄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스트리밍 방식에서는 저장 공간에 대한 부담 없이 구독료(이용료)만 지불하면 지정된 기간 동안 서비스되는 모든 곡을 마음대로 즐길 수 있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스트리밍에 사용되는 데이터 요금도 점차 저렴해져서 스트리밍 방식이 다운로드 방식을 대체하고 있다. 또한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힘입어 광고를 접목한 무료 서비스도 등장했다.

 

‘선곡’을 필요 없게, 스트리밍의 라디오화로 게으른 사용자를 공략하다

 

국내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무료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바로 비트패킹컴퍼니의비트. 비트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음악을 소비하는 사용자를 공략하기 위해 시작됐다. 박수만 비트패킹컴퍼니 대표는 오디오, PC를 넘어 음악이 가장 많이 재생되는 기기가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스마트폰 이용자 중 기존 유료 스트리밍 이용자와는 다른 성향의 소비자군을 식별해 이들을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자 했다. 비트패킹컴퍼니는 타사의 음원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은 나머지 잠재 고객들에게게으른 청취자(Lazy Listener)’라는 별명을 붙였다.

 

비트패킹컴퍼니가 주목하고 있는게으른 청취자는 음원 소비에 돈을 지불하는 적극적 고객층과 대별되는 소극적 고객층으로 분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유료 스트리밍 사용자들이나 다운로드 사용자들은 음원의 소비에 비용을 지불하며 자신의 구미에 맞는 음악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닌다. 반면게으른 청취자는 흘러나오는 음악을 수동적으로 소비한다. 비트는 이 게으른 청취자들에게 초점을 맞춰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게으른 청취자들의 음악을 찾아 듣는 노력을 최소화하다

 

‘게으른 청취자라도 늘 듣던 음악만 들으면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또 뭔가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음원 소비에 비용을 지불하며 자신의 구미에 맞는 음악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유료 스트리밍 사용자들과는 달리게으른 청취자는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지, 어떻게 자신이 듣기 좋은 음원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트는 이러한게으른 청취자들의 음악 선곡에 대한 고민을 해소하고자 했다.

 

 

 

비트패킹컴퍼니는 인류는 앞으로 스마트폰으로만 음악을 듣는다는 모토 아래 스트리밍 라디오 앱 서비스인 비트(BEAT)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기존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와는 다른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비트패킹컴퍼니는 누적 투자유치금 160억 원에 달하며 2014 3월 출시 후 2년 만에(2016 3월 기준) 670만 회원을 돌파(3월 기준)하고, 월간 청취시간 1300만 시간을 달성했다.

 

이를 위해 비트가 도입한 방식은 전문가들이 엄선한 테마 기반의플레이리스트.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자들은 좋아하는 곡을 직접 선택한 후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해 소비하지만 비트와 같은 스트리밍 라디오에서는 마치 아날로그 라디오의 채널을 선택하듯 누군가 만들어 놓은 플레이리스트를 기분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따라서 쉽고 편리하게 상황에 맞는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는 비트와 멜론의 앱 메인화면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비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동적 청취자(게으른 청취자)에게 정확한 선곡 및 추천 기능은 성공의 필수 요소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비트는 협업필터링 기법 등을 활용해 추천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비트 내에서 친구로 지정한 이용자에 한해 친구가 지금 듣고 있는 음악, 친구가 최근에 들었던 음악, 친구가 좋아하는 음악 등을 알 수 있게 해 본인과 관심사나 음악을 듣는 취향이 비슷한 이에게서 음악을 추천받는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비트는 음원의 소비에 적극적이지 않은 소비층에게는 라디오 음악방송 기능에 최신 기술을 접목해 이들이 느끼는 기존 친근함을 유지하는 동시에 이들이 새로운 음악에 좀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스트리밍 라디오의 핵심 매력이 부각되기 위해서는 채널 구성과 선곡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해외의 유명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개별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채널 및 선곡을 위해 큐레이션 기능에 더욱 집중하는 추세다. 애플뮤직은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음악을 추천하기 위해 가입 화면에서 이용자 본인이 선호하는 장르와 뮤지션을 선택하도록 했다.

 

스포티파이와 판도라의 큐레이션 기능은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데 반해 구글이 인수한송자는 사람이 직접 선곡한 채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는 서비스 플랫폼 업체뿐 아니라 음악 관계자들도 스트리밍을 비즈니스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고 이용자가 원하는 트랙만 골라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앨범 단위의 소비가 계속 줄어들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비트는 각자의 취향과 원하는 테마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채널 선택권만 부여하며 자유로운 선곡을 제한해 원하는 개별적인 노래를 선택할 수 없게 했다. 또 청취 중인 노래의 특정 부분으로 건너뛸 수 없으며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횟수도 제한이 있다.

 

 

 

비트 앱 메인화면(왼쪽)과 멜론 앱 메인화면(오른쪽)

비트는 첫 화면에서 라디오 채널을 고르듯 미리 선곡된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하면 바로 음악이 흘러나오지만 멜론은 첫 화면에 노출된 음악 혹은 뮤지션을 확인한 후 듣고 싶은 곡을 선택하고 재생 버튼을 눌러야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런 제약 조건은 이용자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음원의 소비에 있어 수동적인 이용자들의 선곡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무료 서비스에 어느 정도의 제약조건을 걸어 놓음으로써 조금 더 자유로운 이용을 원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유료 상품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유사한 재화/서비스에 대해 이들 재화/서비스에서의 차별점 부각을 통한 동적가격체계(dynamic pricing) 구현으로 볼 수 있다.1 이는 양면시장 (two-sided market)에 직면한 기업이 구사하는 대표적 가격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비트패킹컴퍼니의게으른 청취자공략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기반으로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성장해 2014 3월에 출시된 후 2년 만에 누적 가입자 수 670만을 돌파했다.

 

보다 라디오스럽게

 

비트의 주요 기능은 음원 감상이지만 뮤지션을 직접 참여시켜 이용자와 소통하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비트하우스라이브라는 동영상 프로젝트를 통해 비트패킹컴퍼니 본사 사무실에서 진행한 공연 영상도 제공한다. 아티스트 라디오 채널에서는 지누션, 장기하와 같은 유명 뮤지션이 DJ로 참여해 음악 선곡뿐 아니라 해당 음악을 소개하는 멘트를 곁들여 진짜 라디오처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KBS, MBC, SBS 일부 방송 다시 듣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DJ의 멘트를 끄고 음악만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친구가 들었던 곡을 조회, 이용자가 직접 채널을 만들어 다른 이용자와 공유하도록 하는 등 이용자 간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수익모델, 허용 가능한 약한 광고

 

비트의 기본 수익 모델은 광고다. 무료 음악 청취 시 30분에 한 번씩 광고를 흘려보내고, 화면 하단에는 간헐적으로 배너 광고를 띄워 이용자에게 불편함이 적도록 하고 있다. 비트의 이용자들은 무료로 음악을 듣기 때문에 광고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편이나 현재까지는 광고의 빈도를 늘리지는 않고 있다. 무료라고 해도 광고의 지나친 노출은 이용자의 거부감을 일으켜 서비스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비트는 이용자의 취향이나 프로파일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광고에 집중해 반응률을 높이는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싱글 남성이 저녁 시간에 음악을 듣는다면 치킨 광고가 등장하는 방식과 중년 여성이 이른 시간에 빠르게 움직인다면 조깅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추천하는 방식 등이다.

 

음원 사용료, 제도와 제도 사이

 

멜론, 지니뮤직 등 모든 음악 서비스 업체는 저작권 단체에 음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유료로 음악을 서비스하는 업체는 스트리밍, 다운로드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저작권료 배분 비율이 정해져 있는데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종량제 스트리밍 방식과 월정액 스트리밍이다. 종량제 스트리밍 방식은 사용자가 음원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재생할 때마다 비용을 내는 경우에 적용된다. 이때 음악 서비스 업체는 한 곡당 7.2원의 저작권료를 낸다. 월정액 스트리밍 방식은 종량제의 딱 절반의 금액인 3.6원을 낸다.

 

비트 역시 저작권을 지불해야 하는 입장이다. ‘광고 기반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비트는종량제방식도, ‘월정액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관련 규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유료 서비스 업체의 징수규정을 따르고 있던 비트는종량제기준인 한 곡당 7.2원을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6 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업자가 권리자에게 지급하는광고 기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사용료를회당 4.56원 또는 매출액의 65%’로 하는 저작권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기존 7.2원보다는 낮은 금액으로 사용료가 결정돼 향후 비트는 저작권료 부담이 줄 것으로 보인다.

 

 

소셜기능(왼쪽)과 비트하우스라이브(오른쪽)

 

이로 인해 사업의 안정성이 향상된 비트는 개인별 맞춤 추천곡 시스템을 탑재하는 등 기존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비트크루가입자도 늘려 수익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등 7개국에서 케이팝을 합법적으로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앱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에는 현지 음악 및 글로벌 팝 카탈로그를 대폭 확장할 계획이다.

 

비트패킹컴퍼니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디바이스와 발전된 음원 소비형태인 스트리밍에 아날로그적인 라디오 방식을 도입해 또 하나의 선택지를 만들었다. 음원이 소비될 때마다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고 광고를 늘려 매출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제한 조건 속에서도 시장에 무사히 안착한 비트. 그러나 여전히 광고 수익 외에 다른 수익원이 없고 밀크 등 경쟁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비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기영현대오토에버 과장 stefhano0930@gmail.com 정새롬 플래텀 에디터 Suburn00@gmail.com장영봉 성균관대학교 교수 ybchang01@skku.edu

 

최기영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와 카이스트 테크노 MBA를 거쳐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비석세스에서 스타트업 취재, 미디어 운영 전반을 담당했다. IT 전문 연구 모임인 오컴에서 스타트업 케이스 스터디, IT 트렌드 분석 등을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스타트업 코리아> <한국의 스타트업 부자들>, <왜 지금 드론인가>가 있다.

 

정새롬은 성균관대 사학과를 거쳐 마케팅 전문 미디어 트렌드인사이트에서 마이크로트렌드 전반에 관한 분석을 담당했다. 현재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래텀에서 국내외 최신 IT와 신규 비즈니스 모델 취재, 국내 스타트업 인터뷰, 미디어 운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장영봉 교수는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는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ICT 산업에 대한 경제학적 실증분석으로 ICT 기반 산업의 투자/경쟁분석, 스타트업 가치-위험 분석, 인수/합병 전략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 최기영 | - 현대오토에버 과장
    - <스타트업 코리아>, <한국의 스타트업 부자들>, <왜 지금 드론인가> 저자
    stefhano09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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