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ation from Creative People: 이정구 두산 지주부문 Tri-C Brand팀 부장
Article at a Glance
두산그룹은 7년째 ‘사람이 미래다’라는 일관된 메시지로 기업PR 광고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4년이 넘어가던 시점에서는 ‘지겹다’ ‘식상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일관성’과 ‘진정성’을 위해 계속 밀어붙였다. 그 결과 대학생들의 선호도와 취업의향률에서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 됐다. ‘사람이 미래다’ 광고와 캠페인을 기획하고 이끌었던 현 두산 브랜드팀 이정구 부장은 다매체 시대, 플랫폼 급변의 시대에 다음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제시했다. 1) 경쟁력 있는 제품/서비스/실행이 먼저다. 그 기반으로 메시지를 전해야 흔들리지 않는다. 2) 가치를 정립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했으면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전파하라. 그래야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3) 소비자를 무시하지 마라. 기업이 전하는 메시지와 제품/서비스, 그리고 실행의 일관성과 진정성을 모두 지켜보고 있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주희(숙명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12년 ‘한국의 광고PR인 2012’ 시상식에서 ‘올해의 광고 카피라이터상’을 수상한 건 카피라이터가 아니라 대기업 총수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PR 카피를 만들어 당시 기준으로 약 4년간 꾸준히 밀어붙인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물론 기업 오너가 자신이 광고 메시지를 만들어 열심히 알렸다고 누구나 상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좀처럼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광고, 그것도 제품 판매량 증가와 같은 수치조차 잡아낼 수 없는 기업이미지 광고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었다는 걸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수상이었다.
2009년 9월 “글로벌 기술은 시장을 만들지만 글로벌 인재는 미래를 만듭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한 줄로 시작된 광고는 첫날부터 주목을 끌었다.
이전까지의 대부분 기업이미지 광고는 “우리는 ∼을(를) 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우리가 최고다” “국가와 사회를 생각하고, 소비자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기업이다”라는 수준의 일반적인 메시지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두산에서는 기업의 가장 핵심적인 이슈인 ‘성장’ ‘글로벌 전략’ ‘비즈니스 노하우’ ‘기업 목표’ 등을 말하면서 그걸 장황하게 늘어놓기보다 그런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이 만들기 때문에 기업에는 인재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한마디로 정리하는 방식을 취했다. 2009년부터 이듬해 초까지 오직 디지털 이미지로 만들어진 세 편의 광고가 전파를 탄 후 이뤄진 광고효과 조사는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줬다. 대중의 호감도 상승,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구직자들의 선호도 향상’이 주된 목표인 기업이미지 광고가 실제로 힘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 광고대행사 오리콤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 핵심 타깃인 대학생 그룹에서는 ‘두산’과 ‘사람/인재’의 연상률이 70%로 나타났고 두산그룹에 대한 호의적 태도와 취업 의향률이 3.7%에서 13.4%로 약 3배 상승했다. 2009년 나온 세 편의 광고가 ‘주목’을 끄는 수준이었다면 2010년부터 진행된 ‘사람이 미래다’ 캠페인은 ‘대박’을 터뜨렸다. 모두가 ‘성공’을 얘기할 때 ‘부끄러운 성공보다 좋은 실패’를 말하며 청년을 클로즈업하는 광고가 나갔고, ‘어떤 말로도 위로하지 않겠다. 당신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고 지금 그대로 멋지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의 카피와 함께 한 젊은 여성의 표정을 담아내는 광고도 이어졌다.
매번 화제가 됐고 모두가 ‘더 열심히 해라. 다음엔 잘될 거다. 성공할 수 있을 거다’라고 말할 때 오히려 담담하게 위로하고 ‘나쁜 성공보다 좋은 실패가 낫다’고 던진 메시지는 폭발적인 힘을 발휘했다. 2차 캠페인 직후 취업선호도율은 21%까지 올라갔고, 두산 인지도 또한 25%까지 올라갔다. 그 다음해(2011년)에는 순식간에 ‘대학생 선호도 1위 기업광고’에 올랐다. 이후에도 두산그룹에 대한 친숙도, 선호도, 입사지원의향 모두 빠르게 성장해 최근 3년 사이에 선호도는 80%로 입사지원의향은 77%까지 상승했다. (그림 1)
그리고 이제 광고가 시작된 지 7년째다. 수많은 기업들이 두산의 ‘사람이 미래다’ 시리즈를 흉내내왔지만 이 정도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광고는 흔치 않다. 두산 박 회장이 자신의 철학을 담았다고는 하지만 이를 실제 광고 영상으로 만들고 사내외의 캠페인으로 이끌어오는 데는 CEO의 철학을 이해하고 기업의 비전을 고민하면서 광고를 만들어온 크리에이터들의 공이 컸다. 2009년 최초로 광고를 띄우고 캠페인을 기획했으며, 실제 수년간 이를 이끌었던 핵심 멤버, 현 두산그룹의 지주부문 브랜드팀 이정구 부장을 DBR이 만났다.
이정구 부장은 성균관대에서 통계학을 전공했다. 오리콤에는 2000년에 입사해 웅진식품 ‘자연은·하늘보리’, 동부화재, 넥센타이어, 두산위브 등의 광고캠페인을 담당해왔고, 풀무원 ‘생명을 하늘처럼’, 두산그룹 ‘사람이 미래다’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기획했다. 조직 내부를 위한 ‘두산웨이(Way)’ 론칭 작업을 하면서 조직의 생각과 철학을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방법과 사회적 가치를 전개하는 캠페인을 통한 ‘Value communication’에 관심을 가져왔다. 현재 두산그룹의 브랜드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1. ‘사람이 미래다’ 캠페인의 시작
기업이미지 광고에서는 가장 성공했고 가장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다. 캠페인 기획 당시 아이디어는 무엇이었나?
당시 두산그룹을 생각해보면 뭔가 강한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시다시피 당시 두산이라고 하면 ‘맥주’부터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을 정도로 두산그룹은 ‘소비재 중심’ 기업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전반적인 경제 산업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두산의 핵심 비즈니스는 ‘중공업’을 비롯한 B2B 등 기계와 각종 기반산업 비즈니스로 바뀌었다. 그 방법은 아시다시피 M&A였다. 회사 입장에서는 두 개의 목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우선 이질적인 문화 배경 등을 가진 두산의 모든 직원들을 하나의 비전으로 통합해야 했고 주요 인재들이 ‘두산인’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회사에 핵심인재로 계속 남아 있도록 해야 했다. 또한 지속성장, 도약을 위해서 우수한 인재들을 두산으로 불러들여야 했다. 전문가 집단, 지식인 집단이 주로 보는 경제신문에 늘 M&A 기사와 실적 기사로 자주 등장했지만 다수 대중과 취업준비 대학생들에게 두산은 여전히 ‘두산 베어스 야구팀’과 ‘맥주’ 이미지만이 강했다. 그들이 두산이라는 기업을 쳐다보고 알아보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기업이미지 광고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다른 기업과 달리 기업의 비즈니스를 홍보하진 않았다.
어쩌면 그게 이 캠페인의 성공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B2B 사업 위주의, 그것도 아주 굵직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우리는 무슨 일을 합니다’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그게 쉽게 와 닿을 리 없다. 오히려 두산이 생각하는 핵심가치, 사람에 대한 믿음 등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알아보게 된다. 물론 처음 캠페인 기획하고 광고영상을 내부에 공개하니까 “우리 비즈니스 얘기는 하나도 안 나오는데…”라는 지적도 분명 있었고 처음 광고를 본 대중들은 “두산이 컨설팅 회사인가”라고 되묻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저 묵묵히 ‘두산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는 사람이다’라는 걸 계속 강조하고 전달하려고 했고, 마음이 움직인 사람들이 두산의 비즈니스에 대해, 두산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더 알아보려는 노력을 했다. 특히 여기에는 오너의 활동과 의지가 큰 도움이 됐는데 두산에 좋은 인재를 데리고 와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회장님이 직접 발로 뛰며 젊은이들을 만났고, 그들의 고민과 좌절, 어려움들을 광고 속에 녹여낼 수 있었다. 대학생 모델들이 등장하고 그들에게 담담하게 들려주는 방식이 큰 호응을 얻었는데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라고 ‘꼰대질’을 하는 게 아니라 ‘괜찮다. 너 멋있다’라고 말해주는 게 그 어떤 메시지보다 그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 두산에 대한 호감도, 취업 의향률이 광고 캠페인 이후 치솟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제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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